
서울Ryan

제프 맥페트리지: 드로잉 라이프
평균 3.1
2025년 08월 23일에 봄
한 예술가의 세계를 다큐멘터리로 담아내는 것은 그의 작업실에 카메라를 들이미는 것 이상의 행위 - 흩어진 작품과 삶의 파편들 속에서 그를 관통하는 하나의 진실을 길어 올리는 고고학적 탐사여야 한다. 댄 코버트 감독의 <제프 맥페트리지: 드로잉 라이프>는 이 탐사의 입구에서 관객을 맞이하지만, 가장 깊은 곳의 유물은 발굴하지 못한 채 전시관을 나서는 듯한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이 영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디자인 오브제다. 제프 맥페트리지의 작품처럼 미니멀하고 세련된 영상, 그의 삶과 작업 과정을 친밀하게 들여다보는 접근성은 분명 매력적이다. 애플과 나이키 같은 거대 브랜드부터 영화 <그녀>의 인터페이스까지, 순수 예술과 상업 디자인의 경계를 유려하게 넘나드는 그의 놀라운 균형 감각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즐거움 또한 상당하다. 영화는 그의 성공적인 ‘결과물’들을 효과적으로 전시하는 데 성공한다. 이 영화는 한 편의 일관된 서사를 가진 다큐멘터리라기보다, 그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모아놓은 ‘조각조각난 뮤직비디오 혹은 인터뷰 모음집’에 가까운 인상을 남긴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자신의 한계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감독은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는 안내자가 아닌, 대상에 매료된 큐레이터의 역할에 머문다. 우리는 그가 어떻게 그 절묘한 균형을 이루어냈는지에 대한 결과물은 보지만, 그 과정에서 겪었을 법한 예술적 고뇌나 상업적 타협과의 긴장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 그리고 그 답을 듣지 못한다. 다큐멘터리의 카메라는 질문을 던져야 하지만, 이 영화의 카메라는 그저 감탄하고 '어떻게든 해냈다'는 결과물에 집중한다. 관객이 궁금한 것은 그 '어떻게든'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는 ‘아티스트가 직접 디자인한 자신의 회고전 도록'처럼 보인다. 도록은 완벽한 레이아웃과 최고급 종이, 그리고 유명인들의 찬사로 가득 차 있다. 모든 것이 아름답고 흠잡을 데 없지만, 정작 작가 자신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이나 작품 세계의 모순에 대한 분석은 빠져있다. 영화 내내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감각적인 음악은 관객을 고조시키지만, 도록(영화)를 덮고 일어났을 때 남는 것은 뚜렷한 통찰이 아닌 막연하게 힙한 인스턴트 감성 뿐이다. 궁극적으로 <제프 맥페트리지: 드로잉 라이프>는 주인공의 방식을 비판적으로 탐구하는 대신, 그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는 아이러니를 범한다. 맥페트리지의 세련된 표면을 보여주는 데 그칠 뿐, 그 이면에 숨겨진 철학이나 고뇌를 파고들지 못한다. 다큐멘터리가 한 인간의 ‘초상(Portrait)’을 그려내야하건만 이 영화는 우리에게 그의 그럴듯한 ‘포트폴리오(Portfolio)’만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