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ki0

아카토네
평균 3.7
영화만큼 강렬한 삶을 살았고 충격적인 죽음을 맞은 파솔리니는 시인, 소설가이자 화가이며 평론가였다. 파시스트 아버지를 둔 그는 어머니와 유대가 특별했고,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공산당에서 제명당했으나 늘 제도에 저항하고 프롤레타리아 편에 선 격렬한 실천가였다. 나는 그의 작품에서 풍부한 예술성과 진실성, 숭고한 신성을 느낀다. 볼로냐 출신 가난한 시인 지망생 파졸리니는 로마 변두리 빈민가에서 살았고, 경계에 버려진 자의 정체성은 그의 예술적 화두가 된다. <아카토네>는 그의 데뷔작이다. '걸인'이라는 뜻의 아카토네로 불리는 비토리오는 직업 없이 매춘부의 포주로 로마 빈민가에서 살아간다. 자신이 착취하던 마달레나가 감옥에 갇히자 그는 생계가 막막해져 아내와 아이를 찾아가는데, 그곳에서 순수한 스텔라를 만나게 된다. 너저분한 빈민가 사이로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클래식이 장엄하게 흐른다. 스텔라를 처음 만나는 빈민가 골목 그가 걷는 곳마다 빈 병이 현대미술 오브제처럼 가득 쌓여 있고, 그의 아들은 늘 거친 흙 위에서 빈 병을 갖고 논다. 평생 병을 통해 관조적 사유를 표현한 같은 볼로냐 출신의 화가 조르조 모란디 오마주로 보인다. 아름다운 회화적 쇼트에는 희로애락을 그림자와 동세로 사실감 있게 표현한 르네상스의 선구자 마사초, 파격적인 주제와 극적인 빛의 대비로 인간 내면의 명암을 표현한 바로크 대가 카라바지오의 영향이 묻어난다. 고뇌하고 수치스러워하며 괴로워하는 인물 클로즈업은 살인죄로 쫓기던 카라바지오의 불안한 자화상을 연상시킨다. 강렬한 명암 대비는 핀 조명이 비치는 연극처럼 잊을 수 없는 잔상을 남긴다. 아카토네는 스텔라의 사랑과 도덕성으로 구원받는 듯했지만, 그의 각성은 비참한 실패로 끝난다. 그는 수많은 죄를 지으며 비겁하고 구질구질한 삶을 전전하지만, 흠결 많은 그에게서도 때로 신비로운 신성과 사랑이 묻어난다. 어리석고 미약하며 불완전한 그는 때때로 인간으로 태어나 빈곤의 진흙탕에서 타락한 예수의 현신처럼 보인다. 그의 죽음은 또한 시작부터 불평등한 자본주의 계급 구조와 가부장적 역할론에 대한 조롱이다. 그는 옛 아내를 찾아갔다가 흠씬 두들겨 맞는데, 더러운 판자촌 흙바닥에 뒹굴고 군중에게 비난받는 처참한 그의 몰골 위로 바흐의 경건한 마태 수난곡이 흐른다. 다음 장면, 아카토네는 리어카에 누워 햇살을 쬔다. 카메라는 하늘에서부터 천천히 틸트다운되며 하얀 건물들을 오래 비추며 내려온다. 묘한 성스러움이 흐른다. 마치 신이 그를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그는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해 헐벗은 예수의 형상처럼 보이고, 몽환적인 꿈 시퀀스에서 모래 위에 나체로 죽은 포주와 폭력배들은 순교한 성인처럼 보인다. 매춘에서 도망친 스텔라를 위로하고 보듬는 그의 모습은 위대한 성자처럼 자애롭다. 가장 낮은 곳에서 비치는 신성함이야말로 인간의 실제 삶과 가깝다고 믿은 파졸리니의 진실성은 잔혹한 충격으로써 경이로운 울림을 준다. 그는 극단적 경계를 무너뜨린 혁명가이자 구원의 부재 속 절망, 삶의 쓸쓸함을 진심으로 이해한 예술가였다. 마지막, 죽은 아카토네의 얼굴 위로 눈 부시게 시린 햇살이 비친다. 그 황홀한 빛이 드리운 검은 그림자는 그 자체가 신인 인간이란 존재의 자화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