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최유진

최유진

5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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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책 ・ 2020

평균 3.5

오랜만에 이야기 하나 하나 꼭꼭 씹어먹고 싶을 정도로 알찬 책을 만났다. 지명이나 숙어 표현 등이 어디서 왔는지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꽤나 흥미로웠던 책. 어원만 놓고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니, 이 저자에게 존경심을 표한다. 정말 많은 단어들의 탄생, 진화 배경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으며, 풍부한 유머를 곁들여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유럽과 미국의 언어들은 유구한 역사를 거치며 서로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 받은 듯하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언어들도 많은 부분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듯) 유럽의 역사라던가, 인접한 국가들의 지리를 잘 알지 못해 사실 종종 무슨 인물에 대한 이야기, 어디에서 벌어진 이야기인가 싶었던 에피소드들도 많았다. 어쨌건 긴긴 역사 속에서 생긴 사건과 당대의 시대상을 담고 있는게 언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언어라는 것이 당대의 생각을 담는 도구라면, 후대에는 그것이 또 생각의 근간을 만들어내는 틀이 되는 것 같다. 결국 언어는 단순히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류의 생각의 합계인 '문화 유산'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 가령 brainwash라는 단어를 보자. 이 표현은 중국의 표현 세뇌(洗腦)라는 표현에서 온 표현으로, 영어로는 도무지 표현해 낼 방법이 없어 뜻을 가져와 새로 만든 표현이라고 한다. 중국식 사고 방식이 언어에 고스란히 담겨있고, 이게 영어로 편입되며 이 세계관이 그대로 옮겨졌다. ​ 이렇듯 언어가 문화권을 넘나들며 영향을 미치기 쉬워진 세계에 살게 된 우리는 좀 더 생각을 표현하는 틀이 다양해졌으며, 생각 자체도 다양한 방식으로 하게 된 것 같다. 때로 영어에는 없는 어떤 개념을 국어에서는 찾을 수 있기도 하고, 국어에 없는 어떤 개념을 영어에서 찾을 수 있기도 하니깐. 외국어를 하나 익힌다는 것은 기존의 세계관에서 새로운 세계관 하나를 더하는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