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아시아의 역사’로 함께 읽는 한·중·일 3국의 근현대사
- 병렬의 삼국지를 넘어 3국의 관계사로 읽는 동아시아사
2001년 일본의 위험한 교과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한·중·일 3국 역사학자가 만났다. 국경을 넘는 역사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공동의 역사책을 만들자는 데 합의, 그 첫 결과물이 2005년 《미래를 여는 역사》가 출간되었고, 그리고 2012년 두 번째 결과물이 나왔다. 첫 작품이 3국이 각자 들려주는 근현대사였다면, 이번에는 ‘관계사’에 주목했다. 개항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중·일 3국은 전근대 시기보다 더 복잡한 관계를 맺어왔다. 일국의 역사만으로는 왜 한반도에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일어났으며, 그 파장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이 책은 각국사의 한계를 넘어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근현대 동아시아사를 국제 관계사의 맥락을 통해 살펴봄으로써, 일국사를 넘는 역사 인식의 확대뿐 아니라 한국사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힌다.
2. 테마별로 읽는 3국 민중의 삶과 교류의 역사
국제 관계를 통한 역사 서술에서는 다루기 어려웠던 3국 민중의 삶을 8개의 주제, 즉 헌법·도시·철도·이주·가족·교육·미디어·전쟁 기억 등을 통해 들여다봄으로써,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3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근대의 제도와 문물이 3국 민중의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비교사적으로 고찰했다. 또한 근대에 들어 크게 늘어난 3국 민중의 교류와 상호작용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3. 한·중·일 3국의 역사학자가 6년간 함께 집필한 결과물
2006년 11월 교토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역사학자의 회의에서 두 번째 공동 역사책 집필을 결정했다. 이후 공동 역사책 집필 과정은 수많은 논의를 거쳐 진행되었다. ‘관계사’와 ‘민중의 삶’을 드러내기 위해 어떠한 집필 방식을 취할 것인가, 각 장의 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누가(어느 나라가) 집필할 것인가,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 어떠한 시선으로 읽을 것인가, 어떤 글쓰기 방식을 취할 것인가, 어떤 역사 용어를 사용할 것인가, 사실 관계의 오류는 없는가를 논의하고 점검하기 위해 2012년 5월까지 19회의 국제회의와 60회가 넘는 국내회의, 그리고 수많은 이메일과 전화를 주고받으며 토론과 공유 과정을 거쳤다. 6년간 때로는 부닥치고 때로는 동의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이 책에는 3국 공동 집필의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4. 국경을 넘은 역사 인식의 확대,
동아시아 역사 화해와 평화를 위한 디딤돌
21세기에 들어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침략과 지배를 둘러싼 반성과 보상 문제,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 영토 문제, 역사 교과서 문제 등 수많은 역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들 역사 문제는 외교 관계까지 규정하는 독립 변수로 바뀌어가고 있다. 한·중·일 3국의 역사 화해가 더욱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이러한 때 공동의 역사책을 만들고 역사 인식을 공유하는 일은 3국의 역사 화해를 위한 노력으로, 그 의의 또한 크다. 서로 다툰 기억, 얽혀 있는 역사 사건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3국의 차이를 드러내고 인정하며 공동의 역사 인식을 담아내고자 노력한 이 책은 역사 갈등을 넘어 화해와 평화를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다.
*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한·중·일 교과서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고, 20세기 침략과 저항의 역사에 대한 아시아 공동의 역사인식을 만들기 위해 2001년 4월 시민·사회 단체, 학자, 교사 등이 모여 결성했다. 한·중·일을 비롯한 동아시아 여러 국가 간 역사 갈등 해결과 평화로운 역사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각종 대중·연구·출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 여러 시민·사회·연구 단체와 함께 과거사 청산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역사 인식의 문제는 자라나는 세대의 미래에 관한 문제라는 생각에 중·일과 공동 역사책 편찬, ‘청소년역사체험캠프’, ‘역사 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 등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홈페이지 www.ilovehistory.or.kr
5. 저자, 책을 말하다
한중일 세 나라 역사학자의 모임인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가 《미래를 여는 역사》(이하 《미래》)를 출간한 지 6년 만에 두 번째 공동 역사책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1·2)를 출간했습니다. 두 번째 작업의 의의에 대해 한국 측 위원회 대표인 신주백 선생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정리 : 최세정)
▶ 선생님 반갑습니다. 6년간의 집필 기간을 거쳐 드디어 두 번째 공동 역사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이번에는 두 권의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분량도 꽤 됩니다. 그런데 여러 독자분이 궁금해할 듯합니다. 이 두 권의 책 또한 《미래》와 동일한 시기인 개항기부터 현재까지 한·중·일 3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세 나라 역사학자들이 동일한 시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또다시 들려주게 된 까닭이 궁금합니다.
먼저, 이 책을 출간하게 된 배경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중·일 3국은 서로의 역사에 대한 생각을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2001년 일본의 우익 단체에서 만든 중학교 역사 교과서(후소샤에서 출간한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말합니다.)가 출판되었을 때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교과서는 근대 일본이 아시아 이웃 국가들을 침략한 사실을 부정하고 황국사관을 찬양하고 군국주의를 변호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조선을 근대화했다면서 침략과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고 있는 이들이 일본인의 역사 인식을 지배하는 한, 한국과 중국은 영원히 일본과 화해할 수 없을 것이고, 동아시아의 미래는 안정과 협력보다 갈등과 대결의 시대로 향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한 역사학자와 교사들이 2002년 ‘언제까지 이렇게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싸우고만 있을 것인가. 서로 만나 이야기하면 함께할 수 있는 역사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입니다. 그리고 4년간 노력한 끝에 2005년 《미래》를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3국이 처음으로 공동 집필한 책으로,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각국이 들려주는 자국사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즉, 각 시기마다 한국인은 한국사를, 중국인은 중국사를, 일본인은 일본사를 소개하는 형식인데요, 그것이 당시 3국의 협력 수준이었습니다. 따라서 병렬적이고 나열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었습니다. 같은 역사 사건에 대해 공유하는 바보다 각자가 바라보는 시선에 충실한 것이어서, 한·중·일 3국의 관계를 제대로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는 이러한 형식과 내용 면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2단계 작업을 하기로 결의했습니다. 그때가 2006년 11월 교토에서였습니다. 우리에게는 4년 동안 공동 작업을 하면서 쌓은신뢰와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3국의 역사 인식의 차이를 살펴보면서 근현대 시기 3국의 ‘관계사’에 주목하기로 했습니다. 그 구현 과정은 힘들었지만, 무척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는 구성과 내용, 그리고 작업 방식에서 《미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결과물이라고 봅니다. ‘근현대’라는 동일한 시대를 선택한 것은 일본의 위험한 교과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기본 취지를 살리는 것, 그리고 앞선 결과물의 발전된 버전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는 점, 두 가지를 들 수 있겠습니다. 같은 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미래》가 ‘각자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라면, 이번 책이 책 제목처럼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라는 커다란 차이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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