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에서 매월 간행되는 「월간 해인」의 컬럼 '유마의 방'에 1988년부터 2002년까지 실렸던 글 중 스물네 편을 가려 엮은 산문집이다. 리영희, 이문옥, 윤구병, 노무현 등 시대의 양심으로 불리웠던 이들부터 이윤기, 유홍준, 김훈 등 다양한 독자층으로부터 사랑받아온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필진만큼이나 글도 지적이다. 백종하의 서정적인 사진도 이런 분위기를 거든다. 윤구병은 '빗속에서 얻은 깨달음'에서 사랑 없는 삶의 허무함을 담백하게 이야기 했다. "사랑이 없이 하는 일은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가 아무리 위대해 보이더라도 결국 쭉정이만 남는 듯합니다. 이제까지 살아왔던 그 많은 세월이 빈 쭉정이로 폭풍 속에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모자라는대로 가꾸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담담하게 서술한 이철수, 아름다운 우리의 당산나무에 대해 쓴 권정생, 소박하고 자연 친화적인 영적 품성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믿음을 조용하면서도 단호하게 펼쳐보인 김봉준 등 수록된 글 모두에서 경중을 논하기 어려운 무게가 느껴진다. 제목에서 짐작가는 것과는 달리 불교적 색채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해인사는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에 있는 그 '해인사'를 넘어서는 공간이다.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이 마음의 휴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할까. 일상과 인생, 이웃과 시대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소박하고 진솔한 산문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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