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을 타고

김이강 · 시
1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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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시와 세계』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적 환상의 황홀과 불안을 섬세하게 그리며 독자와 평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김이강 시인의 세번째 시집 『트램을 타고』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첫 시집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문학동네, 2012)와 두번째 시집 『타이피스트』(민음사, 2018)에 이어 6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 시적 언어와 이미지 매체의 접목을 통해 세계의 명암을 조율하며 독창적인 언어를 구사해온 시인은 앞서 2016년, “기억과 현실의 접면을 형성하면서 특정 담론으로의 귀속이나 환원을 한사코 거부하며 서정적 불투명성을 심미적으로 구축해가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제2회 혜산 박두진 젊은 시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총 42편의 시를 3부로 나누어 묶었다. 이국적인 풍경의 안팎과 너머를 가로지르며 천천한 몸짓으로 삶의 목적을 채워나가는 존재들. 쏟아지는 빛의 눈부신 중첩으로 두려움을 사르고 스스로 운명을 빚는 존재의 시간을 더듬어나가는 시인의 족적을 유감없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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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1부 우리의 뼈였던 것 나와 클레르의 오후 운하에 모이기 다르의 새벽 타이피스트 클레르의 빛 여름 잎사귀 해방촌 언덕 혜화동, 테라스 작업 우리의 뼈였던 것 낮잠 어느 가족 운하에 모이기 창경궁에 갔다 카즈미 없이 잘 알지도 못했지만 2부 서머타임 해수욕 평희에게 말했다 서머타임 벨파스트의 시청 앞 바흐 이덴 실측 산들바람처럼 서머타임 클레르 서머타임 클레르 휴가 계획 앵무새 피노키오 타자기 지중해 창덕궁에 갔다 아키타 정동, 테라스, 사건들 세리머니 우리가 남아서 걸어가면 3부 운하에 모이기 데이빗 안젤라 티리에 호숫가 호수 공원 보수공사 보수공사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 버스 정류장 여름 정원 타일 계단이 있는 야외 테이블 깃털들 새로운 서막 해설 빛의 시제・조대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클레르의 빗물에는 이상한 색들이 섞여 있고 그런 게 모여 클레르가 되었던 것이구나 생각하면 클레르는 비로소 사랑을 할 수 있다” 희붐한 전경을 채우는 천천한 몸짓 쏟아지는 빛의 중첩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존재들 시간의 접점에서 운명을 기록하는 타이피스트 김이강의 세번째 시집 2006년 『시와 세계』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적 환상의 황홀과 불안을 섬세하게 그리며 독자와 평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김이강 시인의 세번째 시집 『트램을 타고』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첫 시집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문학동네, 2012)와 두번째 시집 『타이피스트』(민음사, 2018)에 이어 6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 시적 언어와 이미지 매체의 접목을 통해 세계의 명암을 조율하며 독창적인 언어를 구사해온 시인은 앞서 2016년, “기억과 현실의 접면을 형성하면서 특정 담론으로의 귀속이나 환원을 한사코 거부하며 서정적 불투명성을 심미적으로 구축해가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제2회 혜산 박두진 젊은 시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총 42편의 시를 3부로 나누어 묶었다. 이국적인 풍경의 안팎과 너머를 가로지르며 천천한 몸짓으로 삶의 목적을 채워나가는 존재들. 쏟아지는 빛의 눈부신 중첩으로 두려움을 사르고 스스로 운명을 빚는 존재의 시간을 더듬어나가는 시인의 족적을 유감없이 읽을 수 있다. 어쩌면 이 세계에 기록되지 않았을 그들은 시인이 바라보는 오렌지빛 석양의 편린 속에서만, 끝나지 않는 빛의 계절에 잠시 생겨났다 사라지는 가상의 서머타임 속에서만, 오랜 관찰의 시선과 그보다 긴 행간의 침묵 속에서만, 유예된 망설임과 아름다운 예감의 문장 사이에서만 현현하는 존재인 듯싶기도 하다. ―조대한, 해설 「빛의 시제」에서 시간과 빛이 혼재된 ‘전미래’의 시공간 고요한 아름다움의 정동과 그 이면의 섬뜩함 유일했던 그 이름으로 그곳에 입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두드리지 않아도 지금쯤 문은 열려 있을 것이다. 닫혀 있는 동안에만 그곳에 갈 수 있음을 그는 깨닫는다. ―「바흐 이덴」 부분 김이강의 시의 시적 화자는 트램을 타고 낯선 마을을 둘러보듯 시간을 우회해 세계를 통과한다. 창밖에 펼쳐진 정경의 밀도가 올라감에 따라 무의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소한 사건들은 시간의 틈을 벌리며 화자를 향해 손을 뻗친다. “그냥 그 자리에 그렇게” 있을 뿐인 바깥세상의 세부가 일순간 양각과 음각을 드러내고 화자는 장면의 일부로 빨려 들어간다. 자신을 찾으러 온 친구들을 향한 “나아! 아직 더 갈 거야아!”란 외침(혹은 선언)이 무색하게, 화자가 존재하는 시간은 이미 현실로부터 유리되어 “공들여 바라보니 모두 다른 애들 같기도 나무 같기도 공터 같기도” 한 기이한 대상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스쳐 지난 시간에 머물며 트램 밖에 펼쳐진 풍경을 떠돌기 시작한 존재의 여정은 “좁고 긴 날들”(「다르의 새벽」)을 지나 새로운 ‘기분’의 세계로 진입한다. 해방촌, 혜화동, 밀라노, 창경궁, 벨파스트, 프라하, 창덕궁, 아키타, 정동 등 드넓은 반경을 그리며 “꿈도 아니고 전생도 아닌 곳에서”(「클레르의 빛」) 조우하는 수많은 존재들. 명, 클레르, 에릭, 남경, 세희, 카즈미, 평희, 카, 세리나, 폴 등 호명만으로도 실루엣이 선명해지는 그들은 시적 화자와 함께 걷거나 짧은 대화를 나누거나 서로를 관찰하며 시간을 보낸다. 때로 화자를 밀어낸 채 장면의 주체로 스스럼없이 움직인다. 끝내 약속 장소에 도착하지 않을 때조차 그들은 시간 저편에서 고유한 생활을 간직한 채 이곳의 혼란을 괘념치 않는 것으로, 온갖 추측을 낳는 부재만으로 화자의 생각을 지배한다(「카즈미 없이」). 김이강의 시에서 화자가 “멀리에 서서 보는 일이 혼란스”(「다르의 새벽」)러워 물리적 거리를 좁히려 타인에게 다가가거나 혹은 타인과 “같은 위상의/다른 것을 하”(「타이피스트」)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무심코 발견한 존재를 향한 이해에 도달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눈앞의 대상이 흘리는 찰나의 표정과 중얼거림을 놓치지 않고 되새기며, 대상이 부재하는 시간에서조차 의중을 살피며 자리에서 기다리기. 김이강의 시는 이렇듯 끝내 하나로 엮일 수도 확신할 수도 없는 관계로부터 멀어지지 않으려는 분투에 가까운 몸짓으로, 세상에 ‘나’를 떨어뜨려 ‘나’를 잃는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세계를 확장해나간다. 어쩌다 가게 되는 창경궁처럼, 돌아서면 다시 궁금해지는 창경궁처럼(「창경궁에 갔다」), 나 아닌 존재의 시공간에 입장해 작은 비밀을 남겨두고 만남을 되풀이하며 사랑으로 나아간다. “한 번 연주가 끝난 스메타나의 음악이 바흐 이덴의 생각 속에서 새롭게 시작되”듯, “유구한 물결”(「바흐 이덴」)처럼 흐르는 미지의 영혼이 나로부터 새롭게 태어날 것임을 시인은 예감한다. 미지에 스며들어 존재하기 좁고 긴 날들을 지나 마주한 무한한 세계 붉고 둥근 모자를 쓴 할머니가 느리게 걸어와 구식 열쇠를 돌려 문을 열었어. 쇠로 된 열쇠를 푹 끼워서 말이야. 그런데 그날 우리 왜 모두 도망쳐버렸을까? 할머니에게 인사하고 모자를 좀 보여달라고 부탁했으면 어땠을까. “그냥 그런 생각을 한다. 문 하나를 여는 일. 열쇠를 푹 끼워서 돌리는 일. 다른 공기 속으로 들어가는 일.”─「앵무새 피노키오 타자기 지중해」 부분 독자는 성급한 동일시 없이 그저 바라보고 귀 기울이는 사이 점차로 가까워지는 ‘나와 너’의 세계를 홀린 듯 따라가게 된다. 눈비에 젖어 몽롱한 겨울과 여름, 새벽과 낮을 넘나들며 걷고 주위의 동정을 살피는 동안 흩어졌다 합류하는 무수한 타인의 얼굴은 창문 너머로 일그러져 보이는 모자와도 같아서 “앵무새로,” “피노키오로,” “타자기로,” “바다로,” 착각되곤 한다. 즐거운 환상이 막 깨지려 할 때, ‘그것(모자)’의 실체가 공개되기 직전에 모두 도망쳐버리고 말았지만 “수심이 깊어 보였던 그것을 열고 들어가는”(「앵무새 피노키오 지중해 타자기」) 모자 가게 할머니는 본능적인 공포를 뚫고 타인을 경유해 세계의 진실에 한 발짝 다가서는 시인을 연상케 한다. 미지에 스며들어 존재하는 김이강식 문법은 둘 이상이 결합된 관계의 또 다른 신비를 드러낸다. “단지 두 개를 사 먹었을 뿐인데” “모자를 벗고 인사”(「운하에 모이기」)하는 아이스크림 장수 할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세희가 두 장 주세요! 하고” 외치자 “활짝 웃는”(「여름 잎사귀」) 마로니에 공원의 매표소 직원이 있다. 분리된 ‘나와 너’가 아닌 ‘우리’가, 예기치 못한 순간 맞닥뜨리게 되는 외부의 환대는 ‘우리’에서 비롯된 파문과도 같은 새로운 기쁨이 탄생했음을 가리킨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조대한의 말처럼 “작품 내 가정된 시적 상황과 비현실적인 시제들은 단순히 꿈과 환상을 형상화한 것이 아니라, 세계의 운명을 앞당겨 선언한 미라보의 그 언명처럼 시인과 독자 사이에 놓인 대화의 장을 이끌고 가는 원동력이자 훗날 도착할 미래의 준거가 되어주는 듯하다”. 순간의 희비가 교차하는 기나긴 여정 끝에 시인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운하다. 시집 3부의 제목 “운하에 모이기”는 1부에 삽입된 두 편의 시 제목과 동일한데 기점과 종점이 같은 마을을 한 바퀴 빙 둘러본 듯한 느낌을 준다. 시인은 “이렇게 멀리에 서서 보는 일”(「다르의 새벽」)의 혼란을 벗어나고 일방적으로 “내가 갈게/내가 다시 올게”(「버스 정류장」)라고 말하는 슬픔을 떠난다. “다시 중간쯤에서” 만나 “각자의 장소로 돌아가”지만 나에게 “항상 오”(「새로운 서막」)는 시간의 물결이 유유히 흐르는 곳, 색이 뒤섞인 채 겹겹의 빛을 받아 반짝이는 운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공기를 맞으며 무한한 세계로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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