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판타지 문학의 최고봉
경전을 얻기 위한 5048일, 81고행 수행의 과정
지난 2013년 10월, 너도밤나무에서는 ‘한 권으로 읽는 중국고전’ 시리즈를 론칭하면서 ‘新 사대기서’로 《초한지》, 《삼국지》《수호지》, 《금병매》를 내걸었다. 판타지 성격이 강한 《서유기》 대신에 중국 역사의 흐름을 보다 잘 잇는 《초한지》를 그 목록에 넣었던 것이다. 이 ‘신 사대기서’ 시리즈는 발간 이후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이에 더하여 한 권으로 《서유기》를 읽고 싶다는 독자의 요청에 힘입어 애초에 전체 시리즈로서 발간 예정 목록에 없었던 이 작품을 발간하게 되었다.
영화나 만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접할 기회가 많은 《서유기》는 그래서 독자들에게 친숙한 중국고전이다. 그러나 원전이 지닌 판타지적 성격 때문에 각색이 얼마든지 가능해 원전을 제대로 살린 작품은 거의 드물뿐더러 각색 작품으로 만나 보기 쉽다는 점에서 그 원전을 읽어 본 사람이 오히려 매우 적은 편이다. 《서유기》는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와 삼장법사로 대표되는 인물이 서천으로 경전을 구하러 간다는 원대한 목표 아래 겪게 되는 81가지의 난을 다룬 소설로 단순한 모험 이야기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막상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 작품이 담고 있는 깊은 뜻에 놀라게 될 것이다. 너도밤나무의 《서유기》는 100회 중 전체 분위기를 살리는 주요한 사건을 간추려 수록하여 원전의 큰 흐름을 놓치지 않고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꾸몄다. 기상천외한 구상과 천변만화한 스토리 전개로 동양 판타지 문학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이 작품 속에 담겨 있는 철학적.종교적 메시지를 독자 여러분들이 놓치지 않고 읽어내길 바란다.
평생에 한 번은 꼭 읽어야 할
불멸의 중국 고전을 한 권으로 만난다
고전에서 찾는 인간다운 삶의 의미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밤낮 구분할 것 없이 바쁜 일상을 살고 있다. 나아질 줄 모르는 경제난 속에서 돈벌이를 하느라 바쁘고, 학업에 치이느라 바쁘고,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스마트폰의 세계에 빠져 있느라 바쁘니 가만히 앉아 책을 읽을 여유도, 생각도 없다.
그러나 이런 때야말로 인간답게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그 실마리는 다름 아닌 고전에서 찾을 수 있다. 고전은 어렵고 험한 길을 살아온 선인들이 들려주는 인생 지침서로서,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에게 검증받아 온 책이다. 과거로부터 현재를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역경을 슬기롭게 풀어낼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대인은 늘 바쁘다. 바쁜 와중에 읽어야 할 양이 어마어마한 고전이라니! 그 가치는 알겠지만 접근할 마음이 도무지 생기지 않는다. 이처럼 완역본을 읽기에 버거움을 느끼는 독자들을 고전 속으로 이끌기 위해 〈한 권으로 읽는 중국 고전〉시리즈를 기획하였다. 원저를 십분의 일 분량으로 축약하여 짧은 시간에 중국 고전 전체의 맥락과 주요 장면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아무리 축약본이라고 해도 고전은 고전답게 읽어야 풍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만화처럼 술술 읽혀서는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이 시리즈는 축약이 되어 있으나 가볍지 않은 문체 덕분에 묵직한 맛이 느껴지는데다가 고사성어의 스토리가 그대로 살아 있어 고전이 가진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동양적 상상력, 감성, 판타지의 집약본 《서유기》
서양에 《반지의 제왕》이 있다면 동양에는 《서유기》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동양 판타지 문학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신마소설神魔小說의 대표 작품으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풍부한 상상력과 과장법을 동원하여 천상과 지상을 넘나들며 초현실적인 사건을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을 원숭이, 돼지, 괴물 등으로 우화함으로써 고도의 상징성을 품고 있으며, 또한 동양 고대 신화와 전설뿐 아니라 유교, 불교, 도교가 아우러진 환상의 세계를 그려낸다.
《서유기》는 당의 고승인 현장玄奘이 서천으로 도를 닦으러 갔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민간에서 오랜 세월 구전, 전승되던 이야기를 명대明代의 오승은이 취합,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100회의 장회소설章回小說(장, 회로 나누어 서술하고 회마다 회목을 다는 소설로서 중국 고대 장편소설의 형식)로, 내용에 따라 이야기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너도밤나무의 《서유기》는 그중 전체 분위기를 살리고 주요한 사건만을 간추려 수록해 작품 전체의 내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13년 10월, 너도밤나무에서는 ‘한 권으로 읽는 중국고전’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서유기》를 판타지 성격이 너무 강해 중국의 역사적 흐름을 파악하는 데 부적합하다고 판단, 과감히 4대 기서의 반열에서 제외하고 그 대열에 《초한지》를 대신 넣음으로써 고전 해석에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후 독자의 요청과 작품 자체가 지닌 가치를 인정하여 《서유기》를 전체 ‘한 권으로 읽는 중국고전’ 시리즈에 편입시킴으로써 처음 기획할 때부터 목록에 없던 작품을 발간하게 되는 이례적인 행보를 다시 한 번 보이게 되었다. 이는 이 작품이 이처럼 화제를 몰고 다닐 수밖에 없는 위대한 작품임을 보여 주는 반증이 아닐까.
이미 수차례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각색되어 우리에게 친숙한 《서유기》는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로 대표되는 주인공들의 단순한 모험담이라기보다 수없이 많은 고행 속에도 꺾이지 않고 그에 맞설 수 있는 용기와 수행을 지속해 나가는 인내의 과정을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또한 직접적인 질타와 비난보다는 우회적인 표현을 통해 지배자의 부패와 타락 등 당대 세태를 풍자하며 고발하는 우아함까지 지녔다. 이처럼 중국 고전에는 인간관계의 기본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력한 방법들,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지혜가 녹아 있다. 이 시리즈를 통해 개인의 일상에서 참다운 인간적 가치를 실현하고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혜안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