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된다

해럴드 슈와이저님 외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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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돌 6권. '시간의 지속'(체험되는), 즉 '기다림'이라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피해야 할 것으로 간주하는) 시대에 기다림의 실존적 의미를 탐구한다. 현대 문명이 시간의 압축화라는 인간 삶의 근거를 새롭게 만들었기 때문에 현대인의 시간 감각, 지식과 정보의 습득, 타인에 대한 이해와 수용 등 시간을 매개로 한 경험이 이전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 해럴드 슈와이저의 문제의식이다. 그리고 여기서 나아가 '기다림'의 시간과 경험이 왜 여전히 중요한 의의를 가질 수 있는지를 문학과 예술, 인문학을 경유하여 풀어낸다. 사뮈엘 베케트의 문제적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보여주었듯이, '기다림'은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기보다는 어쩌면 우리 삶 자체를 은유할지도 모른다(31쪽). '기다림'의 탐구가 인간학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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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기다림이라는 생의 시간 5 1장 누구도 기다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15 왜 기다려야 해? 17ㆍ시간은 돈이다 20ㆍ<삼등열차>, 가난한 사람들의 시간 23ㆍ속도의 빛 25ㆍ고도를 기다리며 29 2장 설탕 한 조각이 녹는 동안 - 기다림에 관한 짤막한 이론 37 기다리는 사람은 시간을 견딘다 39ㆍ기다림이라는 음악 44ㆍ왜 기다리는 사람은 가만히 있지 못할까 50ㆍ기다리다 또는 지속하다 56ㆍ기다리는 사람의 시선이 불안한 이유 63 3장 대기실에서 - “나는 어쩌다 여기에 오게 된 걸까” 71 엘리자베스 기다리다 73ㆍ케이트 크로이 기다리다 75ㆍ기다리는 사람의 신체 79ㆍ말들의 그림자 82 4장 페넬로페의 잠 못 드는 밤 87 시작을 기다리며 89ㆍ기다림의 매혹 91ㆍ오디세우스의 조바심 97ㆍ베 짜는 페넬로페 100ㆍ페넬로페의 잠 못 드는 밤 107ㆍ페넬로페의 기다림이 지닌 수수께끼 115ㆍ기다림의 결말 119ㆍ기다림의 결말(계속) 123 5장 머무르기, 지체하기, 곱씹기 - 머무르는 자의 눈이 구원한다 131 머무르기, 기다림의 특별한 방식 133ㆍ우리가 거저 얻은 그 조금의 몫 136ㆍ우리가 체류한 그 정도의 크기 141ㆍ머무르는 자의 눈이 구원한다 147ㆍ진리를 기다리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 150ㆍ머무르는 시선, 개별성, 낯섦 156 6장 죽음을 지켜본다는 것 - 페르디낭 호들러 죽어가는 연인을 그리다 161 고통 받는 사람을 바라보기 163ㆍ타인의 고통에 참여하는 행동 166ㆍ더 이상 바라볼 수 없는 얼굴 179ㆍ“나 여기 있어” 185 7장 기다림 그리고 희망 -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일 195 대기실의 시간과 끝없는 혼돈의 시간 198ㆍ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로 206ㆍ창문 높이 비쳐오는 희미한 햇살 214 마치며 기다림의 선율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220 옮긴이의 말 오래오래 책에 머무르면서 곱씹는 시간을 가지시길 226 찾아보기 230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시간이 돈이고 규범인 시대, 한시도 가만히 놓아주지 않는 세상에서 ‘머무름’과 ‘기다림’의 태도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다림, 시간의 선율과 공명하는 마음의 산책 ―문학과 예술, 인문학을 경유하여 탐색하는 생의 비밀스런 사건 “기다림은 몰입이고, 집중이다. 내면의 깊이요, 관심이다.” ● 찰나의 문명ㆍ가속 사회에서 ‘기다림’의 시간과 경험은 왜 중요한가?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된다―기다림에 대하여』(원제: On Waiting)는 ‘시간의 지속’(체험되는), 즉 ‘기다림’이라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피해야 할 것으로 간주하는) 시대에 기다림의 실존적 의미를 탐구한다. 현대 문명이 시간의 압축화라는 인간 삶의 근거를 새롭게 만들었기 때문에 현대인의 시간 감각, 지식과 정보의 습득, 타인에 대한 이해와 수용 등 시간을 매개로 한 경험이 이전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 해럴드 슈와이저의 문제의식이다. 그리고 여기서 나아가 ‘기다림’의 시간과 경험이 왜 여전히 중요한 의의를 가질 수 있는지를 문학과 예술, 인문학을 경유하여 풀어낸다. 사뮈엘 베케트의 문제적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보여주었듯이, ‘기다림’은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기보다는 어쩌면 우리 삶 자체를 은유할지도 모른다(31쪽). ‘기다림’의 탐구가 인간학인 까닭이다. ● 머무름과 기다림이 허용되지 않는 한, 시간은 우리 것이 아니다 머무름과 기다림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시간이 더 이상 우리 것이 아님을 뜻한다. 그럴수록 시간에 얽매여 산다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시간을 살지 못하고 시간의 덧없음을 한탄할 따름이다. 페넬로페가 낮에 베를 짜고 밤에 다시 풀어낸 것은 구혼자들의 청혼(공공의 요구)을 물리치고 남편의 귀환을 계속 기다리기 위함이었다. 그녀가 기다림의 의식을 치른 밤의 시간은 자기 윤리를 지킨,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오직 그녀만의 시간이었다(4장 「페넬로페의 잠 못 드는 밤」). 우리에게 그런 시간이 있는가? ● 기다림은 낯설지만 충만한 경험이다 미국 시인 엘리자베스 비숍이 일곱 살 적 치과병원에서 이모를 기다리던 일을 기억해내는 「시」Poem는 이 책의 라이트모티프로 삼을 만하다. “나는 느꼈다. 너는 하나의 나/ 너는 한 명의 엘리자베스/ 너는 그들 중 하나라고./ 왜 너도 그들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 거지?/ 나는 감히 마주볼 엄두를 내지 못했어/ 그때 내가 무엇이었는지를.”(155쪽) 이 시는 “어른들,/ 방한화와 코트,/ 램프와 잡지”에 둘러싸인 어린 엘리자베스가 최초로 ‘자기’(의식)를 발견한 순간(“너는 하나의 나”에서 “왜 너도 그들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 거지?”라는 물음으로까지 가는 인식의 전환)을 포착한 시로, 이 시간은 시인에게 평생의 원체험이었을 걸로 추정된다. 이 시는 어린 소녀로 하여금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자신이 “한 명의 엘리자베스”에 불과하다는 ‘실존적 충격’(75쪽)을 안겨주면서, 생을 스스로 낯설게 바라보는 계시의 시간을 간결한 언어로 불러낸다. 그리하여 또다시 이어지는 질문, “도대체 나는 어쩌다 여기에 오게 된 걸까/ 저들처럼(……)?”(75쪽). 어린아이일지라도 ‘나’를 처음으로 낯설게 의식한 순간만큼은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를 ‘근본적 자아’와의 조우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공공의 시간 영역(페넬로페에게는 ‘낮의 시간’)에서는 쉽사리 이루어질 수 없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문자 그대로의) 시적 에피파니가 사람들 틈에 끼여 무심하게 기다리고 있던 시인에게 찾아왔다. 여기서 삶과 예술의 경계는 무화된다. 시적(예술적) 계시의 낯선 순간이 삶에서 가장 충만한 시간으로 기억된다. 머무르는 시선만이 개별자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전체와 보편에 휘둘리지 않고 낱낱의 존재를 밝히기 위해서는 머무름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마치 역사가 드러내지 못하는 실재를 예술이 표현하듯이. ● 기다림, 타인을 향한 관심 그리고 희미한 희망의 가교 기다림은 ‘타인’에 대한 태도에서도 중요하다고 하는데, 저자는 스위스 화가 페르디낭 호들러가 그린, 죽어가는 연인의 초상화들을 통해 기다림이 어떻게 해서 타인에 대한 관심이자 타인의 고통에 참여하는 행동이 될 수 있는지를 추적한다. 연인의 죽어감이 그로 하여금 수많은 초상화를 그리게 하였으며, 그래서 이 그림들이 다급하게 그려졌다는 점, 그리고 오직 그녀의 죽어감에 그림이 집중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그의 창작 행위가 “타인의 고통에 쏟는 관심”(179쪽)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화가가 “뒤쫓는 것은 고통의 견딤, 병을 앓는 몸의 움직임과 몸의 내부를 휘젓고 있는 병의 자취다.”(183쪽) 그럴 수 있었기에 호들러가 그린 초상화들은 “감상성”에 떨어지지 않고 “동정”이나 “호기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특정한 “미학적 이념”에 봉사하지 않는, 연인의 죽음과 그 고통을 함께 앓는 행동이 될 수 있었다. 화가는 연인 곁을 지키며(기다리며) 죽음을 함께했다. 타인에 대한 관심, 가까운 사람에 대한 인간적 도리는 곁에 있어주는 것, 다시 말해 ‘기다림’인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절망과 희망의 인간 드라마의 양극단에서도 기다림의 진자가 운동한다. 어린 아들이 생일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 대기실에서 밤을 보내는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레이먼드 카버의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일」을 통해 저자 해럴드 슈와이저는 부부에게 가해지는 참담한 기다림의 시간을 반추한다. 그런 기다림의 시간이 영원할 거 같을 때, 이 소설이 간직한 반전은 역설적으로 또 다른 기다림의 시간으로 채워진다. 아들의 생일 케이크를 찾으러 간 빵집의 주인(자식이 없는)이 그들에게 내놓은 시나몬 롤빵. 그리고 빵집 주인은 그들이 빵을 다 먹을 때까지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부부가 “막막한 기다림 속에 남겨지지 않게끔”(219쪽) 옆에서 가만히 기다린다. 이 기다림은 누구나 살면서 겪게 되는 절망과 희망의 진자 운동의 궤적 어디쯤에 위치하면서 “창문 높이 비쳐오는 희미한 햇살”(216쪽)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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