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미학을 공부하려 하는가?
미학과 인간에 대한 이해는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
거장들의 미학적 성찰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플라톤에서 바움가르텐을 거쳐 리오타르까지
거장들의 미학 이론과 그 비판적 성찰
이 책을 관류하는 두 가지 이념적 지향,
미학의 열정과 감성적 인간학
1부와 2부의 글들은 집필 과정과 성격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글들의 저변에는 어떤 공통적인 문제의식, 공통적인 이론적 이념이 관류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미학의 열정’과 ‘감성적 인간학’을 향한 지향이다. 이 책의 모든 글들은 저자가 미학자로서 추구하는 이념, 즉 미학의 열정과 감성적 인간학을 향한 작은 고백들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헤겔의 『피히테와 셰링 철학체계의 차이』에 나오는 “철학의 욕망”이라는 화두를 ‘미학의 열정’과 연결한다. 미학의 열정 또한 철학의 욕망과 마찬가지로 어떤 문제적인 상황에서 출현하는 욕망이라고 보는 것이다. 독자적인 학문으로서 미학에 대한 의식이 처음 분명하게 등장한 18세기 중반 근대 유럽에서는 여느 시대와 마찬가지로 삶의 모든 영역에서 대립과 갈등이 존재했다. 이때 미학의 열정이 추구한 목표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 개인의 개성과 창의성, 학문과 예술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미학의 열정은 근대 철학에서 시작되긴 했으나 시대적인 한계로 충분히 전개되지 못한 사유의 가능성 또한 실현하고자 했다. 이 사유의 가능성이 바로 ‘감성적 인간학’이다. 감성적 인간학은 인간을 이성이나 지식이 아니라 감각, 지각, 감정을 중심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새로운 학문적 기획이다. 이는 인간을 총체적이며 전인적으로 포괄해야 한다는 새로운 인간학의 기획이었으며, 이 기획은 아직도 완결되지 않은 과제이다.
개별 사상가들의 미학 이론뿐만 아니라
서양 미학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감성과 예술을 향한 사유의 시선들이 각 장에 사상가별로 소개되어 있지만, 그 글들이 시대순으로 정리되어 있어 서양 미학이 어떤 흐름으로 전개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고대와 중세 시기’, ‘르네상스와 근대 초기’, ‘근대 미학의 시기’, ‘현대 미학의 시기’ 등 네 시기로 구분한 후 각 시기의 특징을 따로 정리해주어 개별 사상가들의 미학 이론뿐 아니라 서양 미학사의 큰 흐름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대와 중세 시기’는 시적 모방의 위험성을 경고한 플라톤, 시적·예술적 모방을 복권하려 한 아리스토텔레스, 빛과 형상의 감각적 힘을 긍정한 플로티노스와 더불어 기독교를 근간으로 앞선 사상가들의 미학적 성찰을 통합한 중세 미학에 관한 글로 구성되어 있다. ‘르네상스와 근대 초기’에는 통합 지성의 모범이라 할 수 있는 알베르티와 새로운 조화의 우주론과 인본주의 운동을 주도한 섀프츠베리의 미학적 성찰이 담겨 있다. ‘근대 미학의 시기’(18세기 초반~19세기 중반)에는 바움가르텐, 레싱, 하만, 헤르더, 칸트, 실러, 헤겔의 미학 이론이, ‘현대 미학의 시기’(19세기 중반~오늘)에는 피들러, 니체, 하이데거, 벤야민, 아도르노, 메를로-퐁티, 리오타르의 미학 이론이 소개된다. 미학의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이들을 살피지 않고서는 미학의 역사적 전개와 이론적 성취를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이들의 미학적 성찰은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살아 있는 현재로서 언제든 새로운 미학적 사유를 산출할 수 있는 이론적 원천이다.
국내 연구자가 서양 미학사 전체를 조망한
최초의 미학 입문서
서양 미학사의 주요 사상가들을 소개하는 책들은 이미 여러 권 나와 있다. 하지만 서양 미학사를 전체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하는 책은 대부분 번역서이고, 국내 연구자들이 쓴 책은 주로 특정 시대의 미학이나 사상가를 주제로 하고 있다. 저자는 국내 연구자가 서양 미학사 전체에 관해 독자적 해석을 담은 책을 집필하고자 했다. 즉, 앞서 이야기한 ‘미학의 열정’과 ‘감성적 인간학’이라는 저자의 고유한 관심을 이 책을 통해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모두 저자가 서양 미학사의 거장들을 읽고 스스로 해석하여 쓴 ‘사유의 초상화들’이다. 독자들에게 거장들의 사유가 왜 여전히 흥미롭고 중요한지 일깨워줄 수 있다면, 나아가 독자들이 이 책에 실린 초상화의 일면성이나 문제점을 지적하려 한다면, 이 책은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10년 이상 진행해온 미학 강의를 말한다. ‘서양 미학의 역사적 전개와 개별 사상가들의 탁월한 성취를 어떻게 하면 학생들과 흥미로우면서도 균형감 있게 공유할 수 있을까?’, ‘어려운 미학 이론들의 핵심 내용과 사상적 의의를 그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고민 속에서 잉태된 사유의 작은 결실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관심은 있었지만 너무 어려워서 미학에 다가가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책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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