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닌 사람, 라이너 쿤체.
그의 시는 모든 생명 있는 것들, 아름다운 것들을 따뜻하게 바라본 후 만들어졌습니다. 쿤체 시인의 시들 중 가장 울림이 큰 작품 70여 편을 최선을 다해 고르고, 정성을 다해 옮겼습니다. ― 전영애(옮긴이)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시대의 문제들을 올곧고도 섬세하게 증언하는 시인 라이너 쿤체의 시들은 쉽고 친근한 말들로 이루어져, 시가 특별하고 우아하고 낯선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먹고 마시고 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오고 또 그들 속에 존재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것임을 보여줍니다.
그의 전체 시들 중, 1 삶에 대한 성찰이 담긴 시들, 2 낮고도 따뜻한 시 본연의 목소리로 저항과 비판을 노래한 시들, 3 사랑시들, 4 시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시들, 5 한국에 대한 시들, 6 특유의 간결한 시구에 삶의 깊이와 성찰의 무게를 더한 시들, 이렇게 여섯 묶음으로 나누어서 시인의 시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중 특히 사랑시 모음인 〈푸른 외투를 입은 그대에〉에는 시인의 아내 엘리자베트 쿤체가 국경이 삼엄했던 냉전시절, 동독 라디오에서 쿤체 시인이 읽은 시를 듣고 체코에서 보내온 편지로 시작하여 400여 통의 편지가 오간 후 만나보지 못한 채로 청혼하고 지금도 함께하고 계신, 그이들의 험난하고 행복했던 시간들 그리고 노년의 애틋한 사랑이 잘 담겨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시들 모음인 〈메아리 시조〉에는 쿤체 시인이 2005년 짧은 한국 방문 후 시인의 예리하고도 애정 어린 눈길에 포착된 한국의 면면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 시집에 대한 최선의 소개는 쿤체 시인의 개성이 잘 드러난 시들을 직접, 여러 편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져, 총 여섯 묶음에서 가장 대표적인 시 1~2편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시인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닌 사람, 라이너 쿤체.
그의 시는 모든 생명 있는 것들, 아름다운 것들을 따뜻하게 바라본 후 만들어졌습니다. 쿤체 시인의 시들 중 가장 울림이 큰 작품 70여 편을 최선을 다해 고르고, 정성을 다해 옮겼습니다. ― 전영애(옮긴이)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시대의 문제들을 올곧고도 섬세하게 증언하는 시인 라이너 쿤체의 시들은 쉽고 친근한 말들로 이루어져, 시가 특별하고 우아하고 낯선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먹고 마시고 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오고 또 그들 속에 존재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것임을 보여줍니다.
그의 전체 시들 중, 1 삶에 대한 성찰이 담긴 시들, 2 낮고도 따뜻한 시 본연의 목소리로 저항과 비판을 노래한 시들, 3 사랑시들, 4 시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시들, 5 한국에 대한 시들, 6 특유의 간결한 시구에 삶의 깊이와 성찰의 무게를 더한 시들, 이렇게 여섯 묶음으로 나누어서 시인의 시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중 특히 사랑시 모음인 〈푸른 외투를 입은 그대에〉에는 시인의 아내 엘리자베트 쿤체가 국경이 삼엄했던 냉전시절, 동독 라디오에서 쿤체 시인이 읽은 시를 듣고 체코에서 보내온 편지로 시작하여 400여 통의 편지가 오간 후 만나보지 못한 채로 청혼하고 지금도 함께하고 계신, 그이들의 험난하고 행복했던 시간들 그리고 노년의 애틋한 사랑이 잘 담겨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시들 모음인 〈메아리 시조〉에는 쿤체 시인이 2005년 짧은 한국 방문 후 시인의 예리하고도 애정 어린 눈길에 포착된 한국의 면면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 시집에 대한 최선의 소개는 쿤체 시인의 개성이 잘 드러난 시들을 직접, 여러 편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져, 총 여섯 묶음에서 가장 대표적인 시 1~2편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1. 삶에 대한 성찰이 담긴 시편묶음 명상
<은엉겅퀴>
뒤로 물러서 있기
땅에 몸을 대고
남에게
그림자 드리우지 않기
남들의 그림자 속에서
빛나기
2. 낮고도 따뜻한 시 본연의 목소리로 저항과 비판을 노래한 시편묶음 키큰 나무숲
<지빠귀와의 대화>
지빠귀네 집 문을 두드리다
지빠귀는
흠칫하며
묻는다, 너니?
내가 말한다, 조용하구나
나무들이
애벌레들의 노래를 칭찬하고 있어, 지빠귀가 말한다
내가 말한다. … 애벌레들의 노래라고?
애벌레들은 노래를 못하는데
노래를 못해도 괜찮아, 지빠귀가 말한다
걔들은 초록색이잖아
3. 연시묶음 푸른 외투를 입은 그대에게
<둘이 노 젓기>
둘이 노 젓기
배 한 척을,
하나는
별들이 훤하고
또 하나는
폭풍들이 훤하고
하나가
별들을 헤치며 이끌면
또 하나는
폭풍들을 헤치며 이끌리
그리하여 끝에 가서는 아주 끝에 가서는
바다가 추억 속에서
푸르리
<당부, 그대 발치에>
나보다 일찍 죽어요, 조금만
일찍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혼자 와야만 하는 이
당신이 아니도록
4. 시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시편묶음시
많은 답(答)들이 있지만
우리는 물을 줄 모른다
시(詩)는
시인의 맹인 지팡이
그걸로 시인은 사물을 짚어 본다,
인식하기 위하여
5. 한국에 대한 시편묶음 메아리 시조
<동아시아 손님>
그녀 배가 고픈가?
아뇨
그녀 배가 고픈가?
아뇨
그녀 배가 고픈가?
약간
세 번
산(山)에다 대고 문 두드려야 한다
세 번째에야
열린다—
틈새 하나
6. 특유의 간결한 시구에 삶의 깊이와 성찰의 무게를 더한 시편묶음나와 마주하는 시간
<뒤처진 새>
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 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이 깊고 정갈한 시편들이, 시를 아끼는 독자들의 따뜻한 손에, 무엇보다 뒤처진 새 같은 마음에 가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