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와 소니 만이 게임기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골수팬들 만이 좋아하는 회사 취급이었던 세가도 분명히 여러 훌륭한 게임기들을 만들고 있었다.
20세기 게임기 전쟁 시대에 영원한 2인자였던 세가의 처절한 분투를 회고한 기록 서적이 드디어 등장!
글로벌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인 세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 우리나라에 새롭게 선보여진다.
40년간 계속되어 온 세가 게임기 투쟁의 이야기
본 서적 는 1994년부터 약 30년 동안 세가의 직원으로 활동하던 저자 오쿠나리 요스케가 세가 내부 인물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의 역사와, 이른바 ‘게임기 전쟁’으로 불렸던 과거 20세기말에 게임기 개발사들 간의 경쟁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서적이다.
흔히들 가정에서 즐기는 게임기라고 하면 닌텐도의 스위치나 DS 같은 소위 ‘닌텐도 게임기’들이나, 소니에서 계속 이어가듯 만들어오면서 브랜드화된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 같은 쪽이 일반적으로 먼저 떠오르는 게임기들일 것이다. 물론 잘 꾸민 고사양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 게임기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닌텐도나 플레이스테이션일 것이다.
가정용 게임기가 등장하기 전인 오락실 시대에 인기를 모았던 여러 게임개발 회사들 중에서 세가는 오락실 만이 아니라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도 손을 뻗었던 경우로, 닌텐도와 함께 게임기 시장에 일찍 도전하여 그 닌텐도와 직접적으로 경쟁했었다. 이후 1990년대 중반에 소니가 게임기 시장에 새로이 도전해서, 3파전이 되었을 때에 세가는 분명히 후발주자인 소니보다도 더 오랜 경험과 실적으로 앞서나갔던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세가는 지난 20세기 게임기 전쟁의 시대에 안타깝게도 닌텐도와 소니에게 밀려서 게임기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따지고 보면 여러가지 이유와 악재가 겹친 끝에 일어난 결과였지만, 사람들은 세가의 노력을 무시하지 않았고 그 패배에 가까운 결과 조차 경쟁을 통한 게임기 시장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졌다는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뒤에 깔고, 20세기 말 게임기 전쟁의 한참 이전부터 오락실의 중요한 한 축이었던 개발사 세가가, 1970년대 이후로 비디오 게임 업계에서 겪고 벌인 여러가지 행동과 투쟁의 이야기를, 세가 내부인 시점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본 서적의 주된 내용이다.
세가가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시장에 뛰어들기 이전인 1970년대 스페이스 인베이더로 시작된 비디오 게임 붐을 시작으로 해서, 1980년대 초기 가정용 게임기 사업 시장에서의 이야기 및, 이후 대형 히트작과 게임 잡지와 공략본 등의 매체를 통한 비디오 게임의 전성기로 이어지며, 이후 글로벌 인기에 힘입은 사업 확장 및 휴대형 게임기에의 진출, 광 디스크 매체 시대의 개막과 전환 및, 그리고 세가가 피워올린 마지막 불꽃과 게임기 사업에서의 철수 및 그 이후의 게임 산업 관련 등등 약 40여년에 걸친 비디오 게임의 역사를 들여다 볼 수도 있는 책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단순히 세가가 만든 게임기들의 스팩을 비롯한 특징 이외에도 게임기들을 대표하는 여러 게임들에 대한 소개 및 세가 게임기의 역사에 대한 부분들도 최대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세가가 게임기 경쟁에서 져서 도태되었다 같은 사실 만이 중요한게 아니라, 보편적인 재미를 주는 노력의 과정에서, 남들과 다른 방향을 모색하며 차별화된 개성의 재미를 추구하던 2인자의 노력을 되새겨볼 가치가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우리나라 게이머들이 입소문이나 해외 자료 등의 간접적으로 전해져 온 여러 세가 관련 뒷이야기들을 실제 관련자 시선에서 직접 생생한 이야기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자체만으로도 보다 쉽게 빠져들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최근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세가의 재도약이나, 몇년 전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클래식 게임기들의 복각 기기들 출시에 관여했던 저자의 이야기들도 다루고 있으며, 세가 사원으로의 경험 및 과거 선배 세가 사원들로 들은 앞 이야기 및 여러 자료등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세가 관련 내용들의 깊이를 더했다.
해서 이 책은, 꼭 세가 팬이 아니더라도 과거 20세기의 게임기 전쟁 시대를 겪거나 그 시대의 게임들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단순한 흥미 거리 이상의 재미와 여러 이야깃거리를 담은 좋은 내용과, 또한 놀이 문화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다시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본 서적은 한국판 만의 특전 페이지로 저자에게서 ‘한국 독자들에게 드리는 말’ 부분을 추가하였으며, 흑백 인쇄였던 원서에서 컬러 인쇄로 바뀌면서 사진 등을 전부 컬러 소스로 교체하는 등의 추가 작업이 진행되었다. 원서보다 보기 편하고 한국판 만의 자료적인 가치를 늘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였다.
막연한 성공보다는 이유 있는 실패의 이야기
본서 <세가 게임기 투쟁사>는 현재에 와서는 패배자 취급이지만, 여전히 살아 남아서 팬들을 유지하고 있는 게임 개발사 세가에 대한, 게임의 역사 중에서 내부적 가치와 역사적 의의를 정리하고 있는 서적이다.
단순히 일개 개발사로의 세가 관련으로 천편일률적인 찬양과 띄워주기를 하는 책이 아니라, 비디오 게임기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시점이었던 20세기 말 게임기 전쟁 시대에서 한 축을 담당했던 중요한 위치였던 세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담고 있다.
닌텐도나 소니 같은 현재까지 게임기를 만들고 있는 ‘승자조’와는 분명히 그 역할과 크기가 다르지만, 어쨌든 세가는 독자적인 루트를 쫓아오면서 비평적 성공과 상업적인 이득을 보기도 했으며 그 만큼 큰 투자나 여러가지 경영적 문제를 맞이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여러 세가가 만들어냈던 이슈들이 게임기 사업에서 부침과 장애가 되기도 했음을 본 서적을 읽으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반드시 틀린 방법은 아니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세가가 거쳐온 행보를 통해 증명되고 있는 것이고 이 책은 그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세가의 경쟁사였던 닌텐도가 한우물을 파는 장인 정신으로 망할 수가 없을 정도의 완벽함을 추구했다거나, 소니가 기존 전자제품 시장으로 쌓은 자금력을 통한 거대한 마케팅과 문화적 어필을 통한 승리를 가져왔다는 식으로 막연하게 미화된 성공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재미없어 보인다. 이 책에서는 세가의 성공보다는, 노력과 그 과정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닌텐도와 소니하고는 달리 세가는 오락실 시장에서부터 대규모 체감형 기체 등의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독자적 재미를 추구해 왔으며 그들이 쌓아온 기술력을 통한 게임 문화적 노하우가 세가의 개성이자, 세가가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을 위해서 노력해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 노력이 반드시 승리 같은 결과 만으로 돌아오진 않았더라도, 그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세가의 게임들이 게임 역사 속에서 갖는 가치 만큼이나 세가의 이유 있는 실패 이야기는 가치있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것은 세가 팬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던 간에 세가는 지난 20세기의 게임기 전쟁 동안 그들이 거쳐온 행보를 통해서 자신들의 노력을 증명했으며, 그 노력 끝의 안타까운 결과를 감수해야 했다. 이는 단순히 과거에 세가가 만들었던 게임과 게임기가, 여러 경쟁사들의 게임보다 덜 팔리고 평가가 조금 나빴기 때문이 아니라, 시대를 타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앞서간 부분이 있는 면이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좀 옛스럽지만 천지인(天地人)이란 삼재(三才)에 맞추어 비유를 한다면, 세가는 오락실이라는 기반 토대로 땅(地)의 이치와, 다양하고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人)의 의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