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희는 고향에서 낭송 전문 무대 배우였다고 했다
2. 이제 앞으로 두 번 다시 예전과 같은 형태로는 만나지 못할 우리는 지금 이 생에서 저 생으로 떨어지고 있는 참매들인 걸까요?
3. 나는 너를 열망해버릴 것이다
4. 고립으로부터의 이 독특한 거리
5. 이것이 정녕 밤인가?
6. 그 광경은 경희에게, 오래전 아침 등굣길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주운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열심히 읽었고 그날 저녁 부모들과 함께 셋이서 〈감마선은 달무늬 얼룩진 금잔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The Effect of Gamma Rays on Man-in-the-Moon Marigolds)〉라는 영화를 보았던 어느 날을 무의미하게……
7. 나는 스스로 낮은 언덕의 루핀이 된다
―작가의 글
서울의 낮은 언덕들
배수아 · 소설
312p

배수아의 13번째 장편소설. 현실에는 없는, 낭송극 전문 무대 배우라는 주인공의 직업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며 그가 어느 날 문득 태어나고 자란 도시를 떠나 먼 나라 낯선 도시와 낯선 사람들을 방문하는 여정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언제부터인가 '에세이형 소설', '소설과 에세이의 혼종'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배수아만의 비서사적 소설세계 가장 깊숙한 곳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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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견고하고 독보적인 문장,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서사
작가 배수아의 새로운 장편소설
“더 이상은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막연하고도 암울했으며,
더 이상은 아무런 행복도 불행도 느낄 수 없었고, 그러므로 불가능하게도
그를 찾아서, 걸어서 여행을 떠나야겠다”
2011년 봄부터 여름까지 자음과모음 인터넷카페에 연재된 배수아의 13번째 장편소설 『서울의 낮은 언덕들』이 출간되었다. 현실에는 없는, 낭송극 전문 무대 배우라는 주인공의 직업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며 그가 어느 날 문득 태어나고 자란 도시를 떠나 먼 나라 낯선 도시와 낯선 사람들을 방문하는 여정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언제부터인가 ‘에세이형 소설’, ‘소설과 에세이의 혼종’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배수아만의 비서사적 소설세계 가장 깊숙한 곳까지 이어진다.
한국문학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귀중한 마이너리티의 감성, 배수아
배수아, 19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흐름 속에도 유난히 낯설고 독특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이 작가는 그후 18년 동안 6권의 소설집, 13권의 장편소설, 1권의 에세이, 여러 독일어 번역문학을 쉼 없이 선보이며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로, 번역문학가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갔다. 그 과정에서 배수아는 내러티브 소설 작법에 따르지 않고 배수아 고유의 독특하고 견고한 문학적 세계를 창조했다. 그 세계에서 ‘소설’이란 구체적인 서사구조와 인물 없이도, 미문이나 아포리즘에 기대지 않고도, 작가와 화자의 의도적인 중첩 속에 사유와 문장을 쌓아나가는 방식으로 완성되는 이야기다. 그리하여 배수아의 소설은 언제나 양극단의 반응을 얻었다. 그의 소설이 지루하고 난해하여 읽는 것이 아니라 해독해야 한다고, 그의 문장이 번역투의 비문이라고 하는 ‘대중’이 존재했고, 또 그의 소설이 일관되게 담고 있는 단단한 언어적 사유와 상상력에 기반한 미적 성취에 열광하는 ‘매니아’가 존재했다. 꿈과 환상이라는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전작 『북쪽 거실』(2009) 이후 그보다 더 심화되고 확장된 모습으로 완성된 세계가 이번 장편소설 『서울의 낮은 언덕들』이다. 서사를 압도하는 진술체의 문장은 이제 ‘낭송극’이라는 무대로까지 나아간다. 사유의 문장을 통해 서사가 아닌 서사를 만들어냈던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는 문자를 통해 음성(낭송)으로 감정과 감각을 확장시키려 한다.
“도시와 언어를 바꾸어도 소용이 없었다.
무엇인가가 끊임없이 나를 빨아대는 이 어질어질한 현기증의 느낌”
주인공은 ‘경희’라는 이름을 가진 30대의 여성. 그녀는 낭송극 전문 무대 배우로 오래 활동해왔으나 점차 성우, 아니운서 등에 밀려 일거리가 줄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의 독일어 선생이었던 이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받고 “더 이상은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막연하고도 암울했으며, 더 이상은 아무런 행복도 불행도 느낄 수 없었고, 그러므로 불가능하게도 그를 찾아서, 걸어서 여행을 떠나야겠다”라고 충동적으로 결심한 경희는 먼 나라, 먼 도시로의 여행을 떠난다. 단출한 여행가방을 들고 낯선 도시의 공항에 도착한 ‘경희’는 그곳에서 ‘미스터 노바디’, ‘마리아’, ‘반치’, ‘치유사’ ‘동양인 남성’ 등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특정한 이름으로 좀처럼 호명되지 않으며 어떤 존재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종종 화자는 명확한 기준 없이 주인공 ‘경희’에서 갑자기 ‘우리들’이라는 구체적으로 정의되지 않는 주체의 복합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그리고 낯선 꿈으로 이루어진 숲속에서 길을 잃어버리듯, 경희의 목소리를 따라 이 아름다운 혼란과 낭송의 소설을 읽어가던 독자의 눈앞에 어느 순간 ‘경희’라는 존재는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녀의 흔적과 기억을 더듬으며 그녀를 찾아나서는 ‘우리들’의 목소리로 서사는 가득 차오르면서 소설은 마지막 순간에 한 편의 낭송극 무대로 변신하여 막을 내린다.
“내가 고민하는 것은 그 스토리를 전달하는 비서사적 진술 방식의 발견이며, 내가 저항하는 것은 스토리텔링을 소설의 명품 필수 아이템 정도로 생각하는 사고 자체이다. 『서울의 낮은 언덕들』은 종결되었지만, 앞으로 나는 어떤 형태로든 이 이야기의 후속편 혹은 보완편을 쓰게 되리라는 예감이다” (배수아)



ge0nw00
5.0
제발트의 기술은 매혹적인 듯 아직 잘 모르고 칼비노의 도시들은 허공에 뜬 듯 멀었으나, 배수아, 배수아, 배수아. 그녀가 기술하는 도시들은 황홀하다.
정수지
3.5
내 가슴은 누설할 수 없는 불분명한 이유로 항상 터질 것 같으니……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은 없다고 안심시키는 두려운 꿈의 속삭임.
레오 카레라이스
4.0
배수아가 자신의 작품들과 어느 인터뷰에서 제발트 언급을 반복적으로 한데에 호기심이 생겨서 나도 제발트 <토성의 고리>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시도해보았는데, 아직까지 제발트 작품은 나에게 깊이 와닿지 않았고, 다만 제발트에게 받은 영감으로 이런 멋진 이야기를 써내려간 배수아 작가가 더 좋아졌을 뿐이다.
오예 겐자부로
4.0
이 생에서 저 생으로의 여행이 벌어지면서 같은 인물이 동시기에 다른 연식으로 중첩한다. '직업'은 붙박이를 만드는 구속이지만, '낭송 무대 전문 배우'는 대한민국에는 없는 직업이기에 경희는 그런 구속에서 자유롭다. 그 정도가 과도해 미래의 실현을 인식하는, 인식을 넘어 함께 존재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현재의 축으로 다른 시간을 생각하는 작업은 각각의 도시에 머무르지 않고서도 주소를 갖는 일이다. 도시의 공용어, 공통 기호가 그 모든 도시를 정겨운 고향으로 변환한다.
L.
5.0
“그러므로,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어요. 너무나 격하고, 너무나 과잉되고, 너무나 무겁고, 너무나 들뜨고, 너무나 카오틱 하고, 너무나 거슬리고, 너무나 현기증이 나는, 너무나 많은, 너무나 결핍된, 소용돌이치는, 깃털을 잡아 뜯는, 모든 일과 사물에 대해 소리 내어 우는,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는, 아무것도 아닌, 그런 극단적인 종류의 감정 속으로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죠. 감정이나 정신의 현기증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단지 추상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랍니다. 구체적인 형체와 냄새가 있어요.” “미래의 어느 날 인간은 저절로 자연스러운 기계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재라는 시간은 이미 그 미래의 일부이며, 자연적인 토양과 직접 교통할 영혼이 없는, 혹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기계적 생물체의 최초 단계가 바로 '도시인'인 것은 아닌지.”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 내가 있는 모든 종류의 문자들을 집과 거주지, 도시와 잠, 흐름과 유동, 방문과 떠남의 기록으로 이해하기 시작한 거야. 삶이 ‘구상된 공간’ 그 자체 라는 느낌.” 삶은 유랑이다. 이곳저곳 떠돌며 낯설음에 몸을 맡기고, 도시의 익명성에 기대고, 집에 머물며 동시에 방랑하고.
Agent Lost
3.0
난해하다. 장편소설로 분류되어 있고 겉모습은 언뜻 그렇게 보이기도 하지만 소설보다는 차라리 언어적인 실험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베르니케 실어증을 앓는 사람이 하는 말을 계속해서 듣고 있는 느낌이랄까. 문법에 맞춰 무언가를 또박또박 말하지만 들어 보면 무의미한 문장들이 계속해서 나열되고 있을뿐 스토리라고 할 만한 무언가로 수렴되는 것은 없다. 독보적으로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는 책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다시 마주치고 싶은 스타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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