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 시적 모험, 관능적인 희열이 넘치는 작품, 지배적인 문명 너머 또 그 아래에서 인간을 탐사한 작가. _ 2008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
‘현대 프랑스 문단의 살아 있는 신화’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로 불리며 200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르 클레지오의 작품으로, 현대 문명의 난폭함과 현대인의 정신적 공황을 다뤘던 초기 작품과 달리 서양 문명을 탈출하여 자연으로 회귀함으로써 인간의 강인한 생명력과 원시의 힘을 그려낸 후기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나고 자랐는지도 모른 채 예닐곱 살에 인신매매단에 납치되어 숱한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세상을 표류하던 한 어린 소녀의 ‘근원 찾기’를 작가 특유의 서정적 언어로 아름답게 그려낸 이 작품은 1997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순수문학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장기간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지켰다.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
1997년 장 지오노상 수상
프랑스 현대 문단의 살아 있는 신화로 불리는 르 클레지오의 『황금 물고기』는 1997년 프랑스 갈리마르 사에서 출간되자마자 순수문학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장기간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지킨 작품으로, 예닐곱 살 때 유아 인신매매단에 납치돼 팔려간 한 소녀의 인생역정을 다루고 있다. 물화되고 기능화된 현대 도시문명의 공격적인 현실 앞에서 인간의 자리와 삶의 의미에 대한 전면적인 회의를 수행하는 과정을 다룬 초기 작품들에서, 파나마 등지에서 인디언들과의 생활을 통과제의처럼 치르고 난 뒤 기계문명의 부정적인 그림자를 뒤로하고 인간의 본원적인 감성과 자연의 매혹이 영원한 침묵 속에 배어 있는 시원의 땅으로 찾아들어간, 필력 30년을 넘어선 작가 르 클레지오의 사상적 변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왜 언젠가는 달아나지 않을 수 없는가”
“예닐곱 살 무렵에 나는 유괴당했다.” 소설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밤'이라는 뜻의 라일라라는 이름의 이 소녀에게 남은 어린 시절의 기억, 그러니까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 밝혀주는 유일한 기억은 햇살이 내리쪼이는 눈부시게 하얀 거리, 비명처럼 고통스레 내지르는 까마귀 울음소리, 그리고 어린 그녀를 잡아 검은 자루 속에 집어넣는 커다란 손뿐이다. 그녀는 랄라 아스마라는 노파의 집으로 팔려가 그 집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지만, 그녀에게는 세상 전부인 그곳에서의 삶도 언제나 그녀의 여린 육체를 탐하는 노파의 아들이 있고 그녀를 학대하는 며느리가 있기에 그리 녹록치 않다. 노파가 죽고 나자 오갈 데 없어진 라일라는 우연히 알게 된 거리의 여자들이 살고 있는 수상한 여인숙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그 아름다운 ‘공주님’들(라일라는 창녀들을 그렇게 부른다)과 살면서 세상에 눈떠간다. 숱한 역경과 고난을 거쳐 프랑스로 밀입국한 라일라의 삶에, 그때부터 자기를 찾기 위한 기나긴 항해가 시작된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언젠가는 달아나지 않을 수 없는가?”
표류가 끝나는 곳, 그곳에서 그녀는 황금의 물고기로 다시 태어났다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처럼 언제나 다른 사람, 다른 사물들 사이를 누비며 살아가고 싶어하는 그녀. 그러나 그녀는 발 딛는 곳 어디에서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이방인임을 절감하며 끊임없이 표류한다. 프랑스를 전전하다 미국으로 그곳에서 다시 프랑스로, 그리고 아프리카로. 마침내 아프리카의 모래 먼지 자욱한 땅, 그녀의 조상이 수천 년 전부터 간단없는 삶을 살아왔던 그 땅에 발디딘 순간, 그녀는 본디 자기가 서 있어야 할 곳, 나고 자란 그곳에 돌아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이제까지의 기나긴 표류가 결국 이곳으로 돌아오기 위한 오랜 항해였음을 깨닫게 된다. 세상이라는 탁류에 휘말린 물고기이지만 그녀에게는 원래부터 황금 비늘이 달려 있었고, 아프리카 모래사막 위에서 그녀는 드디어 그 황금 비늘을 번뜩이는 황금 물고기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제 그녀의 기억은 그녀가 유괴되었던 15년 전을 뛰어넘어 영겁의 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말라붙은 소금처럼 새하얀 거리, 부동의 벽들, 까마귀 울음소리 가득한 사막에서 그녀는 자신의 흑진주처럼 까만 속살 아래 메아리치는 심장 박동 같은 북소리, 그녀 부족의 노랫소리를 듣는다. 유럽인들이 짐승 굴이나 진배없는 지하동굴 속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을 무렵에 이미 문명화된 삶을 누렸던 이들이 부르는 시원(始原)의 노래, 우리 시대의 랭보 르 클레지오가 들려주는 것은 바로 이 생생한 태고의 노랫소리이다.
SH
4.0
스포일러가 있어요!!
Laurent
3.5
아무도 내게 이런 선물을, 내 이름과 신분이라는 선물을 준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 눈먼 노인이 닳아서 반들반들해진 손가락 끝으로 내 얼굴과 눈썹과 뺨을 만지던 감촉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단 한번도 엘 하즈 할아버지는 착각한 적이 없었다. 그는 나를 마리마라 불렀지만, 그것은 머리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내게 이름과 여권과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물고기
3.0
“오, 물고기여, 작은 황금 물고기여, 조심하라! 세상에는 너를 노리는 올가미와 그물이 수없이 많으니!” - 서문 “라일라야, 너는 아직 어리니까 조금씩 세상을 알아나가기 시작할 거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는 도처에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될 테고, 멀리까지 그것들을 찾아 나서게 될 거야.” - p.147 결단이 지연되고 있을 때 읽은 책. 수많은 일들을 겪고 오로지 자신이 늙은 것 같다고만 말하는 라일라의 말이 아팠다. 랄라 아스마의 교훈, 비자, 여권, 책, 대화, 음악. 누군가는 그녀를 탐모함과 동시에 친절했고, 누군가는 그녀에게 이름과 자유를 주었다. 시몬은 라일라처럼 도망치지 못했다. 떠나고도 여전한 족쇄에 같혀 과거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를 이끌어준 사람들을 헤아렸고 지금의 나는 시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분주하지도 침착하지도 않게 읽어내렸다. 무엇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것 마냥. 그렇기에 대조되는 책 서문과 엘 하즈 말 주목 하다 그냥 둘을 동일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사랑을 담아. 사랑을 담아.
Jihye Kim
3.5
테스와 제인에어의 어린 버전.
Jake
4.5
처음으로 나는 자유로운 것 같았다. 이제 나는 아무 구속도 받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이었다.
영화일기장
2.5
내가 될 수 있었던 가능성들, 그리고 되어야 했던 것.
GW
3.5
어디론가 떠남-새로운 사람들을 만남-성폭행 당함-떠남 의 지겨운 반복.. 여자 삶에서 겪는 고난과 역경이 성폭행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만 같다.백인 남자가 쓴 글이란 걸 생각하면 징그러울 때가 종종 있음. 그럼에도 묘사력과 서정성이 뛰어난 글.
100
4.5
바닷물에 손을 담그면 물살을 거슬러올라가 어느 강의 물을 만지게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사막 먼지에 손을 올려놓으며, 나는 내가 태어난 땅을 만진다. 내 어머니의 손을 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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