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몸부림을 쳐도
벗어날 수 없는 나의 몸, 나의 고통, 나의 과거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 작가 강화길 4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강화길의 소설은 핏줄 속에서 보내온 초대장 같다.
(……) 우리는 핏줄을 따라 정신없이 떠돌다가
소설의 심장을 만지게 될 것이다”_임솔아(소설가·시인)
한겨레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백신애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형 여성고딕소설’의 정점에 오른 소설가 강화길의 신작 장편소설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치유의 빛》은 그간 작가가 천착해온 긴밀하고 폐쇄적인 공동체―가족과 학교, 지방 소도시, 종교 단체―와 여성과 여성 사이에서 발생하는 밀도 높은 감정―동경과 애증, 질투와 소유욕―을 다시 ‘안진’이란 장소에 펼쳐놓으며 끝장을 향해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벗어날 수 없는 지독한 과거로부터 시작된다. ‘지수’는 작고 마른 몸으로 존재감 없이 지내던 자신이 갑자기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순간을 회상한다. 열다섯 살 가을. 감당할 수 없는 식욕과 함께 급속도로 거대해진 체구를, 지수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적나라하게 직면한다. 어린아이에게 쏟아지는 타인의 시선은 곧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된다. 지수는 점점 더 움츠러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거대해진 몸 덕분에 오래 동경해오던 ‘해리아’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불리게 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발생한 수영장 사고로 인해 지수는 고향 안진뿐 아니라 자신의 몸―끔찍한 통증을 떠안고 있는 덩어리들―을 벗어던지려 무던히도 애를 쓴다. 그런 의미에서 《치유의 빛》이 품고 있는 물리적 공간은 여성의 ‘몸’ 그 자체로 재조립된다.
고딕 소설에서 ‘공간’은 인물을 가두고 옭아매는 장치로 작동한다.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몸부림을 쳐도 벗어날 수 없는 소설 속 공간은 현재를 살고자 하는 인물들의 발목을 붙들어 단단히 동여맨다. 앞서 강화길이 ‘한국형 여성고딕소설’의 정점에 올랐다고 언급한 이유는, 그의 소설 속 주요 인물들이 일종의 ‘사회적 감옥’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 감옥은 천륜으로 얽힌 가족이 되기도, 태어난 고향이 되기도, 모태신앙으로 떠안게 된 종교가 되기도 한다. 나의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없었던 것들. 세상에 나와 보니 이미 내 것이 되어 있는 것들. 이런 의미에서 《치유의 빛》 속 인물들의 기억이 십대에 묶여 있는 이유 또한 의미심장해진다. 작가는 부모와 사회의 보호 아래에 있어야만 하는 아이들. 그 보호가 사랑인지 구속인지 판단할 수 없지만 일단 그 안에 머물러야 하는 아이들. 그래서 서로의 여린 부분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가장 먼저 탐하고, 가장 먼저 동경하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깊숙이 파고들며 묘파한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벗어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가장 비극적인 감옥”(전청림 문학평론가)에 갇혀 압도적인 서스펜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 또한 그 감옥을 내내 짊어져 왔으므로. 내내 짊어져야만 할 것이므로.
“사람들은 왜 동경하는 만큼 사랑하고, 사랑하는 만큼 질투하고 증오할까. 그래서 갖고 싶어 하고, 가질 수 없으면 부숴버리고 싶어 하고. 불쌍해하다가 미워하고, 안타까워하다가 꺾어버리고 싶어 할까.”(70-71쪽)
“있잖아. 그때 왜 죽지 않았어?”
그해 가을, 네 친구를 둘러싸고 벌어진 끔찍한 사고
동경과 질투, 애증으로 점철된 서늘한 서스펜스
지수는 자신을 몰아세우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 “경력을 향한 목표. 성취감과 쾌감. 숨 막힐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끝에 누리는 강렬한 자극”에 중독되어 있다.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완벽하게 통제할 때 느껴지는 희열. 지수의 애인 ‘태인’은 지수에게 말한다. “너한테는 항상 일이 전부지. 일 이외에 의미 있는 게 있기나 해?” 하지만 지수는 개의치 않는다. 일 이외에 의미 있는 일이 지수에게도 있다는 걸 태인은 모르기 때문이다. 176센티미터에 50킬로그램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는 ‘지수’는 심각한 거식증과 폭식증을 앓고 있다. 경우에 따라 식욕억제제까지 먹는다. 태인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몰라야만 했다.
“밥 몇 숟가락에 반찬 조금. 아니면 빵 한 조각. 계란 하나. 당근이나 오이. 방울토마토. 그게 나의 주식이라는 걸 절대 몰랐다. 그와 함께 있을 때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먹었으니까. 밥 한 공기를 야무지게 싹싹 먹어치웠으니까. 몸무게를 신경 쓰는 여자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아니, 원래 마른 몸을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그랬다.”(40쪽)
중차대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지수는 급속도로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한다. 너무 무리해서 그런 거라고, 피로가 쌓인 것일 뿐이니 좀 쉬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하며 휴가차 고향인 ‘안진’에 내려간다. 지수의 엄마는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온 딸에게 밥을 차려준다. 너무 말랐다며 걱정을 내비치는 엄마를 앞에 두고 지수는 떠올린다. 비만이었던 열다섯의 자신을 엄마가 얼마나 난처해했는지, 그런 자신을 앞에 두고 친척들이 얼마나 쑥덕거렸는지. 한편 지수의 엄마는 자신이 참여하는 요리 세미나 ‘채수회’에 채소를 조달해주는 청년의 아내가 지수의 동창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신아. 지수는 오랜만에 듣는 이름에 묻어두었던 학창 시절을 회상한다. 자신이 동경했던 해리아와 해리아 주변을 맴돌던 아이들―신아와 지연을.
“참 뻔했다.
어쩌면 이렇게 모든 것이 예상대로니 신아야. 세월이 이만큼 지났는데 말이야. 너나 나나 참,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 수 있니.
아니지. 나는 아니야. 나는 달라졌어.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알아.
내가 달라졌다는 걸 말이야. 신아야. 응?
하지만 전혀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이신아는 언제나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는 것.”(60쪽)
해리아. 그 당시 지수의 관심사는 오직 해리아였다. 지수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그랬다. 심지어 학교 선생들까지도. 큰 키와 가늘고 쭉 뻗은 두 다리로 운동장을 질주하던 아름다운 해리아. 공부도 잘하고 심지어 다정하기까지 했던, ‘우리’ 모두의 해리아. 신아는 오히려 지수의 걸림돌이었다. 해리아 곁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던 신아는 지수를 늘 경계했다. 영직동을 사이비 소굴로 만들어버린 조칠현 교회의 신자. 사실 신아만 조칠현 교회의 신자였던 건 아니다. 해리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해리아는 절대 자신이 조칠현 교회의 신자라는 것을 밖에서 티 내지 않았다. 그래서 해리아는 늘 소문의 중심에 있었다. 그 공부 잘하는 애. 107동 사는 걔. 지수는 엄마의 핸드폰을 뒤져 신아의 흔적을 찾아낸다. 그때도 지금도, 지수의 관심사는 신아가 아니다. 오직 해리아. 나의 해리아. 그렇게 신아와 해리아의 이름이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오른 다음날 아침. 지옥이 시작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 시간에 언제나 잠들어 있다. (……) 마음을 지치게 만드는 것들. 기억들. 가슴을 쿡쿡 찌르는 단어들. 그런 것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무의식이라는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을 둘둘 말고 있다. 부러워. 그렇게 쉴 수 있는 사람들. 마음 편히 잠들고 개운하게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56쪽)
“더 끈질겨지고 더 간절해졌다. 더 적나라하고 더 무섭다.
강화길의 이 작정은 마침내 연서가 되었다.”
방향을 정한 강화길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빠르게 내달린다. 멈추지 않는다. 《치유의 빛》은 ‘몸’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내세우며 하나의 덩어리―몸―에 갇힌 인물들의 서사를 묵직하게 쌓아 올린다. 가족, 타인의 시선, 학교, 도시, 마을, 종교 등 여성을 둘러싼 억압의 레이어를 중첩시키고 도려내듯 다시 벗겨낸다. 표출하지 못해 짓눌린 감정. 통증으로 뒤덮인 신체.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
rushmore
3.5
그러니까 예로부터 셋이 놀지 말라고.. 홀수로 다니지 말라고 했잖아 얘들아
tough cookie
1.5
화길아, 왜 그랬어.. 재미있는 소재를 가지고 왜 뒤죽박죽 얼기설기 지저분하게 썼어? 등장인물은 또 왜 이렇게 많아? 흩뿌려지듯 종이 위에 존재하기만 하고 아무 역할도 없는 캐릭터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아무리 봐도 분량 채우려고 늘여 쓴 게 분명한 문장들은 다 뭐야? 정말 실망이구나. 제발 이제는 좀 끝나길 비는 심정으로 욕하면서 읽었다. 아아 읽는 내내 지루하고 지겹고 짜증나고ㅜ 뫄뫄야 왜 그랬어? 뫄뫄야 정말 그랬던 거야? < 이런 말투가 계속 반복되는데 정신 이상해지는 거 같음...
더블에이
1.5
음.. 지연과 이영 챕터는 왜 들어간걸까? 그 부분이 없었다면 더 나았을거같다 그 사건으로 지수 신아 해리의 삶이 바뀐건 나름 납득이 가는데 그 둘까지…? 좀 과하다 생각 다들 조금씩 미쳐있는 여성들이 잔뜩 나오는건 나쁘지 않은데 밍숭맹숭하다
보보
3.0
선망하는 이야기 건강한 몸을 누군가를 나도 저 사람 옆에 있기를 그래서 나도 그냥 강화길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끝까지 읽었다 주인공들과 같이 정신병걸릴 뻔 했지만 다행히 병원가기전에 끝을 냈다.
이보미
3.5
모든 인물이 다 정병 몸과 통증에 관한 이야기 그 통증은 모두 최초의 기억에서 기인 한 것들. 학창시절, 여학생의 몸과 동경의 그 아이와 수치심에 대하여… 장면 묘사하는 흡인력이 엄청나게 대단함. 뻔하지 않은 것 같은 구성이 나름 마음에 듬. 근데 선생님과 그 제자 챕터(짧지만) 굳이 왜 있는지 모르겠음.
힁숭
2.5
223p 어른이 된 지금, 저는 열여섯 살 그 아이의 마음을 생각해봅니다. 아마 떠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우리처럼요. 그렇지 않나요? 우리는 우리의 몸을 떠나고 싶어 하잖아요. 오래된 통증과 상처, 질긴 고통, 지루한 외로움. 이것을 버리고 새로 시작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새 몸을 가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그래서 여기까지 찾아오시지 않았나요?
안태준
2.5
가제본으로 읽었던 1부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수의 이야기, 몸의 강박에 관한 내용이었다면 2부와 3부는 1부에서 느끼기 시작한 오른쪽 날개뼈 부근의 통증으로 5년 동안 지옥에서 살다가 ‘채수회관’에 가게 된 지수의 이야기가 드러난다. 특히 3부는 이야기보다는 시간 구분이 무의미한 과거 기억들의 모음이라 페이지라는 숫자 또한 무화되어 마치 덩어리처럼 뭉텅이로 읽힌다. 몸과 마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몸의 고통이 물리적으로 치료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 즉 몸이 한계에 이르렀을 때 통증에 관한 최초의 기억, 동굴로 가 정신으로 한계를 넓힘으로써 육체를 치유한다는 채수회관의 방침에 따라 지수는 자신의 과거 기억들을 써나가게 된다. 특히나 중학생 시절 그 수영장에서 있었던 사건에 관해. 그러면서 동시에 이 채수회관을 만든 해리아(벗)와 신아(심우)를 만나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트라우마처럼 무의식에 남아 통증을 불러일으키게 된 특정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고, 치유를 위해 기억에 집중하다보니 과거 회상이 빈번하게 등장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같은 회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느껴지는 피로감이 많이 아쉬웠다. 그 동굴 밖으로 나가기 위한 최초의 기억이 다른 기억들에 겹겹이 싸여있는, 독자도 지수도 몰랐던 기억, 그 자체가 씨앗이고 최초로 느껴지는 충격적인 기억이 아니라 이미 앞에서 자세하게 서술된 사건이라서인지, 후반부의 집요한 서술이 동일한 사건의 반복처럼 느껴졌다. 그 사건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서사로 3부를 채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이야기는 1부에 주로 등장하고, 지옥 같은 5년에 대해서도 2부와 3부 초반에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지금의 지수를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특히 3부에서는 3인칭으로 안지연과 김이영, 채수회관의 지우가 등장하는데, 지수와 지수가 벌인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3부의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이 고통의 이야기에서 유일하게 믿어온 지수라는 인물을 갑자기 배반시키는 것 같아서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믿을구석이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채수회관이라는 공간도 의심쩍고 시간대도 의심쩍은 이 시점(그래서 긴장감이 있긴 하지만)에서 인물까지 의심하게 만들어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한 사건이 여러 인물에게 남긴 파열음을 서술하려는 의도라면, 이 소설의 여러 인물을 3인칭으로 고르게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나았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채수회관이라는 공간과 시스템에 대해서도 많이 아쉬웠다. 3부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원동력은 바로 이 믿을 수 없는 공간 채수회관이다. 소설은 채수회관 이야기로 가면서 지수의 모든 과거와 과거 인물들을 버린다. 그만큼 새로운 시도와 사건이 벌어질 거란 기대, 버렸다고 생각했던 과거와 과거 인물들이 여기서 예기치 못하게 연결되면서 벌어질 충격적인 반전도 기대하게 한다. 그래서 일단 이 채수회관의 시스템과 여기에 마련된 다양한 프로그램 같은 설정들이 등장하며 이야기의 볼륨을 크게 만들어줄 줄 알았지만, 지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그런지 지수를 담당하게 된 지우 말고는 다른 인물과의 연결이 없고 이야기 볼륨도 커지지 않는다. 김홍란 씨와 그녀의 딸이 등장하긴 하지만, 치유를 위해 이곳에 온 같은 입장, 처지로 느껴지지 않고 곁다리 인물처럼 느껴질 정도로(마치 지우가 이야기한 다른 환자들의 사연처럼) 상호작용이 없다. 그래서 이 공간감이 외려 축소된다. 그런 상태에서 지수가 수영장에서 해리아를 보았다는 말 한마디로 이곳의 지도자처럼 군림하게 되는 걸 보면서 적잖이 당황했다. 지수가 여기를 망치고 있으니 말려야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던 지우가 지수를 비롯한 채수회관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뜬금없이 화해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과거 심우와의 기억이 재현되는 것 듯해 추억에 잠겼다 해도 그렇게 쉽게 해소되는 긴장이라니, 지우의 자부심인 헌신도 믿기 어려워졌다. 말미에 이르러 지수가 신아와 해리아를 만나게 되는 것도, 거기서 두 친구가 고통을 겪는 것, 죽음이 암시되는 것도 그래서 의아했다. 지수라는 인물이 동굴을 지나 밖으로 나간 것처럼 어딘가에 도착했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거기가 어딘지를 알 수 없어서 이야기가 끝난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이조차도 지수의 환각인 건지 알 수 없었다. 1부를 보며 느꼈던 기대와 만족이 뒤로 가면서 아쉬움으로 변했던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건 힐라리아와 안티오페 서사인 것 같다. 1부에서는 대학생 시절 쓴 소설에서 등장한 가상의 두 인물이 2부에서는 중학생 시절 기억 속에서 만화 원작과 해적판 소설의 인물로 등장하고, 원작과 해적판의 차이점을 토대로 힐라리아보다는 안티오페(곰으로 태어난)에 집중하면서 3부에서 안티오페를 지수의 서사로 편입시키려했던 시도가 좋았다. 소설 말미에 배치되는 안티오페의 서사, 안티오페가 동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수많은 두려움 생각들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팔을 잘라 고통을 유발시키는 장면은 새로웠다. 어떤 역경을 해쳐나가기 위해서는 고통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지수가 겪고 있는 이 지난한 고통 또한 그런 동굴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 많은 의사를 찾고 유사의학에 의존하면서까지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지수의 모습을 통해, 고통을 느낄 때 내가 육체를 갖고 있다는 실감과 이 고통은 나만 안다는 외로움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고통의 표현과 공감으로 그쳐선 안됐던 것 같다. 물질로 닿을 수 없는 차원을 비유로 표현해서 감각할 수 있듯이, 타인의 고통도 내가 겪어본 다른 고통으로 감각하고 이해해보려는 시도가 필요한데, 이 소설은 그런 시도 끝에 서로가 연결되고 그 연결에서 위안과 치유를 찾아 보여줬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에필로그는 그 사건이 있던 시기 그들의 행복했던 우정을 언급하는 것도 같은데, 그것에 좀 더 집중한 이야기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해브
5.0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지 않았다 나는 약하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존재지만 그렇기에 아무런 구원도 필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이런 시궁창 속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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