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지구는 둥글고……
일은 끝이 없고……
그래도 최애는 고귀해!”
애착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그 감정의 세밀한 묘사
19세 『엄마(かか)』로 문예상 등단, 2020년 최연소 미시마 유키오상 수상!
21세 두 번째 작품 『최애, 타오르다』 2021년 아쿠타가와상 수상
★★★ 2021년 일본 베스트셀러 1위, 50만 부 돌파!!! ★★★
“온 힘을 쏟아 빠져들 대상이 내게도 있다는 사실을 최애가 가르쳐주었다.”
_본문 중에서
2020년 여름 가와데쇼보 문예지 『분게이(文藝)』에 발표되자마자 SNS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연재 종료와 동시에 출간된 우사미 린의 『최애, 타오르다』가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현재 대학생인 1999년생 우사미 린은 2019년 『엄마(かか, 출간예정작)』로 문예상을 받으며 등단, 2020년 사상 최연소로 미시마 유키오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과 언론의 주목을 뜨겁게 받고 있는 화제의 신인 소설가다. 2020년 9월에 출간한 『최애, 타오르다』는 2021년 1월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이후 일본 서점가의 1위를 줄줄이 꿰찼으며, 2020년 11월 24일부터 5월 21일까지 약 6개월간의 일본 내 도서 판매 집계 결과 1위, 누계 발행부수 50만 부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최애가 불타버렸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강렬하다. 원제를 그대로 살린 제목처럼 ‘불타다’는 온라인상에서 비난, 비판 등이 거세게 일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는 뜻이다. 어느 날 밤, 아카리가 좋아하는 최애 아이돌 마사키는 온라인상 논란의 중심에 선다. 그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전부를 알고 싶어서, 그의 말이라면 한마디도 빠짐없이 블로그에 기록하고 해석을 해온 아카리는 ‘팬을 때렸다’는 논란에도 최애만을 걱정할 뿐이다.
흔히 한 시절의 열정이나 무모함, ‘현실 도피’나 ‘의존’으로 가볍게 치부되는 마음에 대해 우사미 린은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오로지 살아야 할 유일한 이유’인 최애를 사랑하는 아카리의 곁으로 독자들을 불러 앉힌다. 우리는 왜 최애를 만들고 응원하는가. 전 세계의 문화코드로 ‘덕질’을 널리 공유하는 게 일상인 이 시대에, 무언가를 애착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그 감정 자체를 깊이 파고든 문학작품은 잘 보이지 않았다. 더불어 사랑의 탄생과 소멸의 과정을 ‘통증’으로 열렬히 앓는 아카리의 심정을 따라가다 보면 무대와 객석 사이, 스타와 익명의 팬 사이라는 거리감이 주는 안정감 안에서 마음껏 애정만을 쏟을 수 있는 관계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고 마는 순간이 온다.
우사미 린은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상대에게서 내가 생각한 것과 비슷한 질량의 감정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일방적이라고 해서 ‘틀렸다’는 손가락질을 받거나 야유를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카리는 ‘살아만 있어도 주름처럼 여파가 밀려오는 마이너스 상태’에서 제로 혹은 1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노를 젓기 위한 원동력으로, 최애를 응원함으로써 움직이고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익명의 악의보다 SNS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는 99년생 작가가 세밀하고 생생히 포착해낸 ‘최애의 세계’에 대해 『편의점 인간』의 작가 무라타 사야카는 “소설 속 모든 단어에서 이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신경과 세포가 생생하게 전해졌다. 이는 곧 읽는 즐거움으로 이어졌다”고 감상을 밝히며 강력 추천했다.
“세태를 생생하게 그려낸 걸작. 미래 고고학자가 꼭 발굴해주길 바란다.”
― 아사이 료(148회 나오키상 수상작 『누구』 작가)
“강력히 추천한다. 스물한 살, 감탄스러운 재능이다.”
― 히라노 게이치로 (12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일식』 작가)
“뾰족한 신발 끝에 심장을 걷어차였을 때, 주인공이 느낀 것은 도취나 충격이나 동경이 아니라 통증이었다. 최애를 통해 자기 육체를 정화하려는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도 애절했다.”
― 오가와 요코(104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임신 캘린더』 작가)
현실에서 아카리는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늘 가라앉는 기분이다. 학교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집에서도 누구에게나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짐짝 같은 취급을 받는다. 아카리는 자신의 존재가 무겁고 성가시다.
그런 아카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오로지 ‘최애를 파는 데’ 있다. 어린 시절 최초의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던 초록색 사람 모양에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는 피터 팬을 똑바로 마주한 열일곱의 어느 날로부터 최애를 향한 사랑은 시작되었다. 사랑을 감각한 뒤에야 아카리는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제일 먼저 느낀 것은 통증이었다. 순간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예리한 통증, 그다음엔 밀쳐졌을 때 오는 충격과도 비슷한 통증. 창틀에 손을 올린 소년이 방 안으로 몰래 들어와 짧은 부츠를 신은 발끝을 달랑달랑 흔들었을 때, 그의 작고 뾰족한 부츠 끝이 내 심장을 파고들더니 무심하게 걷어찼다. (중략) 하나의 통점으로부터 쫙 퍼지듯이 육체가 감각을 되찾았고, 조악한 영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색과 빛으로 세상이 선명해졌다. (15~16면)
피터 팬이었던 아역배우 최애는 어느새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되어 있었다. 그를 다시 발견한 순간부터 아카리는 그에게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오롯이 CD를 사고, 굿즈를 사고, 콘서트를 가기 위해 쏟아붓는다. 아카리의 일상은 최애의 활동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가족도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과도 쉽게 관계 맺지 못하는 아카리는 최애를 통해 휴대폰 창 너머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인사를 나누고, 월요일 아침에 는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통근이나 통학을 하고, 금요일에 ‘최애를 예뻐하는 모임’이라는 구실로 마음에 드는 자기 최애 사진을 마구 올리며 이것도 귀엽고 저것도 귀여워서 미치겠다고 재잘대며 같이 밤을 새우다 보니 화면 너머로 생활을 공유하는 가까운 존재가 됐다. 여기에서는 내가 차분하고 야무진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통하듯이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실제 자신과는 조금씩 다를지도 모른다. 그래도 반쯤 픽션인 나로 참여하는 세계는 따스했다. 모두 최애를 향해 사랑을 외치는 것이 일상생활에 뿌리를 내렸다. (41면)
그러던 어느 날, 최애가 온라인상에서 논란에 휩싸였다. 팬을 때렸다고 한다. 일파만파 퍼지는 말들 사이에서 아카리는 판단이 어렵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최애가 걱정이 될 뿐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최애를 더욱 철저하게 응원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최애’를 원동력 삼아 무기력함 속에서 가까스로 버텨온 아카리는 어떤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
아카리에게 모든 것을 빼고도 남은 ‘척추’가 최애라면, 아쿠타가와상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 우사미 린은 “소설이 저의 척추이고, 소설이 있어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앞으로도 변치 않고 전력으로 써나가겠다”는 포부를 당당히 밝혔다.
대상이 무엇이든 그 누구든 ‘최애’로 삼고 사랑하고 그들의 성취를 함께 느끼며 ‘최애의 시절’을 보내고 있을 사람들에게는 『최애, 타오르다』 속에서 자신의 일상 모습을 발견하고 소름이 돋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의 세상’ 속 사람들의 간절함이 마침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이해에 다다를 수도 있다. 그것은 어쩌면 문학 작품에 주어진 역할일 것이며, 2021년 이 시대 최신의 세태소설로 이 한 권의 소설은 더없이 완벽하다.
리뷰)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며 웃기를
문학평론가 황예인
『최애, 타오르다』는 십대 여학생 아카리가 아이돌 그룹의 멤버 마사키를 사랑하면서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어른들의 몰이해를 버텨나가다가, 그 사랑이 끝나자 결국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