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2019년 7월 그날의 기록
2019년 7월, 우리는 손안의 지옥을 보았다
텔레그램 대화방의 가해자들과 그들의 정신적 지주
N번방 사건 기사화, 해도 될까?
피해자 ‘본인’인가요?
경찰과 불꽃의 대화방 개설
우리가 도움이 될까요?
텔레그램은 못 잡는다고요?
성착취 가해자들의 연대기
절대 잡힐 일 없다던 와치맨
지인능욕
피해자 A의 추적기
가해자들의 추모제
언론이라는 한줄기 빛
제 2의 N번방
‘웰컴 투 비디오’ 풀려난 자들이 날아간 곳
우리는 텔레그램을 지울 수 없었다
박사에게 돈을 쥐여준 자, 누구인가
국회에 대한 신뢰마저
N번방 추적기와 박사 검거
타닥타닥 불씨가 피어오르다
2부 불와 단의 이야기
1장 만남
2장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뭔가 불편한 것 같은데
3장 나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다
4장 어디로 가야 나를 다시 만날까
5장 취재를 시작하며
6장 N번방 보도, 그 후
7장 추적단 불꽃의 시작
3부 함께 타오르다
2020년을 시작하며
박사 검거 일주일 뒤 우리는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일상의 성범죄
피해자는 우리 옆에 있다
‘아웃리처’ 연대의 시작
“당신들은 이쪽 사람이 된 거야”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지 말 것
당할 만해서 당하는 피해자는 없다
피해자 지원, 잘되고 있나요?
내가 정말 갓갓의 피해자였구나
N번방 방지법? 사각지대 못 막아
존경하는 재판장님, 국민들 생각은요
이건 또 뭐야
서울중앙지검 간담회에서
두 번의 강연
끝내며-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에필로그-우리의 대화방
부록 1-다시 쓰는 사법 정의, 성폭력·성착취 근절 시민법정(집회) 발언문
부록 2-“미성년자 성착취물 파나요?”…‘텔레그램’ 불법 활개(N번방 최초 취재기사)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320p

N번방 최초 보도자이자 최초 신고자, 추적단 불꽃. 평범했던 두 여성의 가장 뜨거운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디지털 성범죄는 더욱 잔인한 범죄로 악화될 것을 잘 알기에 책을 통해, 당신에게 한번 더 용기내 손을 내밀기로 했다고 말한다. 불과 단, 두 사람은 이 책에 언론에 보도된 적 없는 N번방 추적기와 자신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담았다. N번방 추적기는 1부에, 불과 단의 일상이지만 평범할 수 없었던 이야기는 2부에, 피해자들과의 연대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는 3부에 담았다. 처음 N번방 사건을 취재하며 공론화하기까지 불꽃은 꽤 오랜 시간 둘이서만 싸워야 했다. 취재하면서 생긴 트라우마는 온전히 둘이서 감당해야 하는 상처였다. 불꽃은 그래도 둘이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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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 2020년 3월, 전 세계가 ‘N번방 사건’에 경악했다! 2020년 3월 17일,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대화방 ‘N번방 사건’의 핵심 운영자인 ‘박사’로 추정되는 피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3월 25일 ‘박사’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되었다. 포토라인 앞에서 거만한 표정으로 엉뚱한 사람들에게 사과를 했다. 피해자에게는 사과 한 마디 없었다.경찰은 박사, 갓갓 등 주요 운영진을 포함해 총 664명을 검거했고, 이 중 68명이 구속되었다(2020년 5월 27일 기준). 박사 조주빈과 갓갓 문형욱의 나이가 이십 대 초중반이라는 점, 초범이라는 점,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이라는 점 등을 들어 N번방 사건이 터진 시점을 봤을 때, 이는 음모론이며 이들 뒤에 거대한 범죄조직이 똬리를 틀고 있다는 분석이 앞다투어 나왔다.대한민국은, 평범해보이는 이십 대 심지어 십 대들이 미성년자를 잔혹하게 착취하고 이득을 취했다는 사실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언론은 가해자의 나이나 어린시절 등을 조명하며 가해자 서사를 만들기 바빴고, 법원은 초범 디지털 성범죄자에게 1년 6개월 형을 선고하는 기존 법률에 입각해 판결했다. 대한민국은 제4차 산업혁명에 발빠르게 준비하며 IT 강국임을 자랑하지만, 디지털 범죄에 있어서, 특히 디지털 성범죄에 취약했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누구인가 되묻게 했다. 피해자에게 사과 한 마디없는 조주빈의 태도가 지금 대한민국의 태도는 아닌가, 전 국민을 분노하게 했던 2020년 3월이었다.‘이것이 나라냐’라는 여성들의 분노와 지속적인 외침에 9월 15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권고 형량을 기본 5~9년, 최대 29년 3개월로 정했다. 이런 2020년 너머에는 세상에 텔레그램 N번방의 실체를 밝힌 두 대학생의 노력이 있었다. 바로 ‘추적단 불꽃’의 ‘불’과 ‘단’이다. ● 1년 전 그들은 취업을 준비하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1년전인 2019년 7월, ‘불’과 ‘단’은 취업을 준비하던 대학생이었다. 기자지망생이었던 불과 단은 대한민국의 여느 대학생들과 다름없이 취업스펙쌓기를 위해 공모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뉴스통신진흥회의 ‘탐사 심층 르포 취재물’ 공모전에 응모하기로 하고, 그동안 관심있게 지켜보던 ‘불법촬영’을 주제로 취재를 시작한다. 취재팀 이름은 ‘불꽃.’ ‘불법촬영’이 주제가 된 이상, 불꽃의 취재현장은 인터넷이었다. 불꽃은 구글에서 검색 10분 만에 ‘와치맨’이 운영하는 AV-SNOOP이라는 구글 블로그를 발견한다. 이 블로그에서 N번방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다.AV-SNOOP의 링크를 따라 텔레그램의 한 대화방인 ‘고담방’에 잠입한 불꽃은 이 방에서 파생방 수십 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파생방에 잠입한다. 불꽃은 파생방 한 군데에서만 2,500개의 불법촬영물이 오가는 현장을 목격한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파생방 참여자들이 불법촬영물을 주고받는 이유에는 N번방 입장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비교적 쉬운 인증조건을 내건 참여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 불꽃은 마침내 N번방 중 1번방에 잠입하게 된다.불꽃은 그때의 심정을 이렇게 기록한다.“이게 정말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인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우리와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이들이 벌이는 짓인가.”(23쪽)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끔찍한 범죄가 벌어지고 있음을 목격한 불꽃은 ‘기사 하나 쓰자고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경찰에 신고한다. 그게 기사보다 먼저였다고.평범했던 두 대학생은 취재와 경찰협조를 동시에 진행하며 <N번방 추적>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결코 평범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이 시대의 위대한 평범성추적단 불꽃 앞에는 ‘N번방 최초 보도자이며 최초 신고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불꽃은 ‘최초’라는 말이 갖는 상징성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말이 붙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분노한다. 불꽃은 취재 중에 N번방의 존재와 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범죄행위 관련글이 이미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신고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N번방 사건과 같은 성착취 피해는 2016년부터 트위터 등에서 꾸준히 발생했던 것으로 불꽃은 파악하고 있다. 오랜 시간 자행되어온 범죄가 2020년 3월에야 공론화되어 불꽃에게 ‘최초’라는 수식어를 부여한 것이다.추적단 불꽃이 ‘최초 신고자’라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이 사건에서 불꽃이 본능적으로 ‘피해자’에게 집중했음을 알 수 있다. N번방 사건은 모든 피해자가 여성인 사건이다.“신념 하나로 버티느라 가해자들에게 받는 정신적 충격이 가랑비에 옷 젖듯 우리에게 스며드는 줄도 몰랐다.”(34쪽)“우리는 피해를 목격한 게 아니라 경험했으니까.”(301쪽)언론이 가해자 보도에 집중할 때, 추적단 불꽃은 피해자 편에 섰다. 추적단 불꽃에 붙는 ‘최초’라는 수식어는 ‘피해자 편에 선 최초 보도자이자 최초 신고자’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기자지망생이었던 두 명의 대학생은 그 누구보다 보도준칙에 충실했기에 자신들의 보도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했고, 피해 사실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에 경찰에 신고했고, 피해자들에게 피해사실을 알리며 함께 피의자 검거에 나서기도 했다. 우리가 잊고 있던 평범함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불의에 분노하고 약자에 공감하는 모습 말이다.N번방 사건으로 우리는 한나 아렌트가 나치 전범을 두고 말한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기 바쁘다. 하지만 불꽃은 우리에게 ‘위대한 평범성’을 보여줬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범죄자들의 평범성이 아니라, 평범한 이들의 위대함일 것이다.불꽃의 취재와 경찰협력 방식은 성착취가 일어나는 수십 개의 대화방을 지켜보며 증거가 될 만한 내용을 캡처해 신고하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들은 ‘추적단 불꽃이 어린 애들 탐정 놀이 하듯 증거를 수집했다’며 비웃었다고 한다. 불꽃은 말한다. 대화방의 대화 내용을 전부 캡처하면서 그렇게라도 전진해야 했다고. 2019년 7월 N번방을 처음 발견한 이후 2020년 3월 공론화되기까지 약 9개월의 시간동안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 홀로 싸우고 있다는 외로움과 과연 세상이 나아질까 하는 무력감을 느끼던 추적단 불꽃이다. 너무나 평범한 시작, 너무나 평범한 방식, 너무나 평범한 두 대학생의 분노와 좌절, 그리고 공감.추적단 불꽃은 이렇듯 우리 시대에 ‘가장 위대한 평범성’을 선사한 이들이다. 그렇기에 불꽃은 그 누구도 아닌 평범한 당신을 부르는 것이다. ‘우리’가 되자고. 평범한 ‘우리 불꽃’도 평범한 방식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이다.● 당신을 우리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이 시작되었습니다“추적단 불꽃 영상만 보면 화가 나요.”얼마 전 추적단 불꽃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추적단 불꽃은 지금도 디지털 성범죄 취재를 계속 이어가며 SNS에 성범죄 관련 내용을 알리고 있다. 범죄사실을 알리는 일이 누군가에게 좌절로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불꽃 스스로도 가해 사실을 반복적으로 증언할 때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하지만 불꽃은,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디지털 성범죄는 더욱 잔인한 범죄로 악화될 것을 잘 알기에 책을 통해, 당신에게 한번 더 용기내 손을 내밀기로 했다고 말한다.불과 단, 두 사람은 이 책에 언론에 보도된 적 없는 N번방 추적기와 자신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담았다. N번방 추적기는 1부에, 불과 단의 일상이지만 평범할 수 없었던 이야기는 2부에, 피해자들과의 연대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는 3부에 담았다.처음 N번방 사건을 취재하며 공론화하기까지 불꽃은 꽤 오랜 시간 둘이서만 싸워야 했다. 취재하면서 생긴 트라우마는 온전히 둘이서 감당해야 하는 상처였다. 불꽃은 그래도 둘이어서 다행이



김규식
4.5
읽지 않으면 안 될 책. 읽는걸 미룰수록 세상에서 도태 될 뿐이다.
Laurent
4.5
텔레그램에 상주하던 회원들은 박사의 신상이 공개되는 순간 대거 탈퇴했다. 이후 몇 개월간은 수사기관의 단속이 심해서 성착취 영상 제작이나 유포는 줄었지만, "시국이 시국이니, 이 정도로 만족하죠"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지인능욕 범행과 불법촬영물 유포는 멈추지 않았다. 박사가 잡히고 6개월이 지난 2020년 9월에도 우리가 텔레그램 대화방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pp.72-73) * 범죄를 예방하는 일은 여성들 각자의 일이 될 수 없다. 여성 혐오범죄의 해결은 국가의 일이다. (p.107, 불의 이야기)
Fitz
4.0
"어린 여자아이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강력한 여성으로 변해 당신의 세계를 박살 내러 돌아온다."
덩경
4.0
여성학자 권김현영의 추천사가 무척 강렬했다. 'N번방의 관전자 중 누구도 자신들이 저지르는 일이 잘못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자신들이 안전할 거라 믿었다. 그 믿음을 깬 추적단 불꽃에게 깊이 감사를 드린다.'
이혜원
3.5
보기가 좀 무서워서 스포일러라도 찾아 본 다음에. 요샌 뉴스도 죄다 씨씨티비 아니면 제보 동영상이 있어서 가끔 충격받는데...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지금의 20대들은 나의 시절보다 더 개 ㅈ같고 ㅈㄹ염ㅂ하는 시대를 보내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온라인성범죄에 떨어본 적은 없거든. 이념의 속박이 적어진 것과 반대로 여자를 협박할 수단은 더 많아졌다니 아 스ㅂ 아이티 강국의 열등감 해소법이란. ------_---------------------------------------------_____ 1 디지털 성범죄의 종류는 적어도 수백 가지는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름 붙일 수 있는 것들만 보자면 디지털 성착취,지인능욕, 딥페이크, 불법촬영,온라인스토킹, 온라인 그루밍 등이 있다. 이 온갖 끔찍한 범죄는 삽시간에,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우리나라는 202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디지털 성범죄를 '범죄'로 인식하게 되었다. 정부와 사법기관은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엄벌에 처한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고작 그 정도로는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 2 조주빈이 정확히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세상은 몰랐다.기사에 '텔레그램','박사','성착취','모네로' 라는 단어가 왜 같이 나오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루이틀 사이 한겨레 신문, 국민일보가 연재했던 '박사방', '엔번방' 관련 기사가 재조명받았다.(...)텔레그램 성착취가 만연할 때 기사 한 번 내지 않던 대다수 언론이 조주빈이 잡히자 이렇듯 태도를 바꿨다. 3 우리는 목격자이자 피해자였다.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이 너무 강한 탓인지 각성 상태가 지속됐다. 수집한 자료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됐다.덕분에 기자가 '가해자가 이런 말을 했다던데,자료가 있나요?'하고 물으면 그 대화는 다른 맥락에서 나온겁니다.자료도 함께 보내드릴게요.'라는 식으로 빠르게 답할 수 있었다.우리의 뇌에 앨범 기능이라도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 머릿속에는 캡처한 사진과 사진의 맥락을 둘러싼 기억들이 여전히 생생했다.깜깜한 가해 현장에서 멈췄던 우리의 시간이 햇빛을 받아 흐르기 시작하고 두 다리와 마음은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4 단은 변상욱 앵커의 "지난해 7월부터 N번방을 취재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받아들이기 힘든 피드백도 있었느냐?"는 질문에 답을 하다 울컥, 눈물이 터졌다. 연신 사건 관련 질문만 답하다가,우리 활동 중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려니까 갑자기 감정이 끓어올랐다. 사실 2019년 9월 우리의 첫 보도 후 수개월 동안 피드백은 없었다. 그러다 7개월만인 2020년 3월에 우리의 보도가 2차 피해를 유발하는 거 아니냐, 오히려 N번방을 홍보하는 셈이다,라는 선배 기자들의 피드백을 받았던 터이다. 5 고담방의 공지는 말하자면 N번방의 홍보문구였다.고담방 운영자인 와치맨은 공지를 띄워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정작 신입이 'N번방을 어디서 볼 수 있냐'고 물으면 면박을 줬다.이처럼 와치맨은 공지글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바람잡이 노릇을 하면서 성착취 동영상을 보려고 몰려드는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자 했다. 또한 자신은 블로그와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N번방을 홍보하는 통로 역할을 할 뿐, '갓갓'처럼 성착취물을 직접 제작하지는 않으니 죄가 없다는 논리를 펴는 이중적인 성범죄자였다. 와치맨은 방장이다 보니 방에 있는 가해자들에게 여러 질문을 받았는데, (.. )결혼했느냐는 질문에는 "학원에 애들 많은데 굳이 결혼을 왜 하는지?"라고 답했다. (.. ) 고담방에 모인 가해자들은 종종 N번방에서 벌어진 일이 비현실적이라 영상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지 않았다고 떠들어댔다. 그러면서 N번방에서 일어난 일은 일본 성인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법한 내용이므로 국내 언론은 믿지 않을테고,따라서 기사화될 일은 절대 없을거라며 마음을 놓았다.그들은 이 일이 잔인한 '성착취 사건'임을 잘 알고 있었고 바로 그런 이유로 안심했다.'텔레그램','디지털 성범죄','N번방'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도 사건과 관련된 기사 한 줄 나오지 않았다. 6 5분 뒤 화장실에 다녀온 애인이 자리에 와 앉았다.그때부터 옆 탁자에 앉아 있던 A와 B의 표정이 굳어졌다. "저 여자도 곧 연애탈출 하겠지." B가 한 말이었다. A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우리는 저 사람에 비하면 잘 살고 있는거야,곧 저 여자도 알게 되겠지.이런 대화들이 이어졌다. (.. ) 머리 길이 하나만으로 나를 자신과 같은 부류로 여기고 친근하게 눈인사를 했다가, 애인이 나타나자마자 내가 배신이라도 한 것처럼 구는 모습이 당황스러웠다. (.. ) 숏컷을 했을 때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숏컷을 하고도 남자 친구가 있다고? 그러다 너 때문에 나까지 성적 대상화 당하면 어떡해."나보다 먼저 머리를 짧게 자른 친구였다. 자기처럼 머리를 짧게 잘랐다면서도 남자 친구가 있으면 숏컷 스타일을 한 다른 여자가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 ) '가부장제' 타파를 위해 당신은 이것도, 저것도 하면 안됩니다'라고 주장하며 여성을 타자화하여 지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서글프다. 7 '너는 페미니즘 운동을 할 자격이 없다'며 누군가 나를 뭍으로 밀쳐낼 것만 같았다. 두려웠다. '독립적이고 당당하고 혼자서도 잘하는 여성'이라는 새로운 페르소나에 '눈치 보는'이라는 수식어가 더해졌다. 뚜렷한 주관 없이 누군가에게 떠밀리듯 세운 '독립적인 나'라는 목표 때문에 '진짜 나'를 잃어버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그저 청개구리처럼 반대로만 행동한 것이다. 그것이 내가 선택한 자유라고 믿었다. 8 언젠가 공영방송 라디오에서 아빠 연배의 남성 진행자가 우리 두 사람을 걱정하는 말을 했다.'아마추어, 어린 여자 대학생은 손을 떼고 기성 언론이 이어 받아 취재해야 할 것'이라는 뜻이 내포된 말이었다. 불은 어이없어 했고, 나는 욕을 했다. 그동안 N번방 취재를 해달라고 제보할 때는 조용하다가, 격려라며 하는 말이 손을 떼라니. (.. ) "(.. )그것도 둘 다 여자분? 그렇다면 더 훌륭하시네요." 우리에게 무언가를 요청하기 위해 연락한 분이 건넨 첫인사였다. 그는 우리가 여자라서 '더' 대단하다고 말했다.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9 그동안 우리 사회는 피해자에게 "그러게 왜 밤늦게 돌아다니냐" " 왜 짧은 치마를 입었냐" 같은,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식의 말을 서슴없이 해왔다. 또는 "성범죄를 당한 사람이 그렇게 웃고 나설 수 있냐" "나라면 부끄러워서 평생 말 못한다" "증거 있어?꽃뱀이네" 같은 말로 피해자의 입을 막기도 했다. 피해자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의 삶을 피해 사실 하나로 재단하지 않고 개인의 삶 자체를 존중하는 태도다.우리는 성범죄 피해자가 증언대에 나설 수 있도록 함께 할 것이다. 우리가 걷는 길에 여러분도 동행해주면 좋겠다. 온라인 가해 형식이 낯설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는 만큼 디지털 성범죄의 양상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의 사례를 소개한다. 10 피해자들은 법률 지원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트라우마와 피해 사실을 반복 설명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트라우마를 다루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전에 체력이 동난다고 호소했다. 수사 기관에 출석하는 일만으로도 벅차 심리 상담이나 법률 지원 등 피해자가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하기도 한다. 정부에서 원스톱 지원 체계를 갖춘다면,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대리 설명할 수 있는 조력자가 동행하는 등의 지원이 가능해진다. 11 (이수정 교수 인터뷰 중) "분명하게 얘기하자면,이 주장이 민간인 사찰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거에요. '모든 사람을 수사권을 이용해서 사찰한다'는 말이 아니고, '아동을 유인하는 사람들을 골라내겠다',다시 말해 아동을 성적으로 도구화하고 성착취를 하려 드는 사람들을 처벌하겠다는 겁니다. 이 의지가 분명하다면, 아동을 위장하는 가상공간-현실공간 수사 기법을 반대할 이유는 없는 거죠." "지금 박사방에서 제일 큰 문제는 돈을 주고 가장 높은 등급에 올라간 사람들의 행위잖아요. 예컨대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기법으로 굳이 소지를 하지 않고 관람만 한 사람들은 그럼 무고하다는 얘기냐? 불법 영상물 소지죄로 잡아들일 수도 없잖아요.신종 범죄까지 양형 기준에 포괄할 수 있느냐,이게 큰 숙제로 보여요." "가상이냐 현실이냐 차이가 있을 뿐 사실 우리 사회가 아동 청소년의 인권을, 또 성적 자기결정권을 얼마나 침해했느냐 하는 점에서 두 사건의 본질은 동일해요. 버닝썬 사건에서 소위 '유저'들은 하나도 검거되지 않았다면, N번방 사건의 경우 그래도 유저들의 개인 정보까지 파악했고 일부는 공범으로 처벌받기도 했고요. 이런 차원에서 보면 현저히 각성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런 흐름을 이어가려면 언론이 성착취 실태를 계속 보도해줘야 하고요, 시민들도 다같이 호응을 해줘야 합니다." "(.. )피해자분들도 좀 더 담대하게 마음먹을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사람은 성장을 합니다. 어느 시점이나 나이 대에 한 실수로 인해 그대로 멈춰 있는 게 아니에요.인생은 계속 흘러가고 우리는 그만큼 나이를 먹고 더 성숙해지는 거죠. 지난 실수를 되새기며 자책할 필요가 없어요. 이 범죄는 사회현상이었고 우리 모두의 과오였기 때문에, 또 기성세대 잘못으로 아동 청소년이 끔찍한 피해를 당한 거니까 절대 혼자서 비관할 필요가 없어요. 자책해야 하는 사람들은 기성세대다,이렇게 생각하시고 혼자서 고민하지 마세요.다 같이 연대해서 어떻게든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주셨으면 해요." "현장에서 오랫동안 연구해온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조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입을 수 있어요.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피폐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 시도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가면서 이 일을 해야 해요.(.. )" 12 중학생 때까지 남자의 성기가 여자의 성기에 닿기만 하면 임신이 되는 줄 알았다. 어려서부터 올바른 성교육을 받지 못한 탓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성'은 '대놓고 말하면 안 되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특히 여성이 성욕을 표출하는 일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이다보니 음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들 중 일부는 성적 자기결정권(내 결정으로 내 책임하에 상대를 선택해 섹스할 권리)을 갖지 못한 채 SNS를 통해 성욕을 표출하는 쪽을 택했다.(.. ) 청소년 시기에 자아를 표출하고 타인의 관심을 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그런 청소년의 심리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행위가 잘못이다.당연한 이야기다.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피해자가 '일탈계'를 했다더라, '스폰 알바'를 구했다더라, 그런 애들이 범죄의 빌미를 제공한 거 아니냐,하며 피해자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 ) 변호사에 따르면 일탈계를 한 청소년들이 아동청소년법이나 정보통신법에 따라 처벌받을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피해자가 범죄의 빌미를 제공했으니 그런 일을 당해도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법이 왜 존재하는가? 피해자가 한 행동이 상식에 부합하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 피해자도 잘못이 있다는 인식 때문에 성범죄 피해자는 세상에 쉽게 나서지 못한다. 13
ralla
4.5
저자들은 꼭 부자 되시길 바란다. 피해자들은 꼭 일상을 찾기를 바란다. 가해자들은 남은 생과 죽은 후에도 어디에서건 걷는 걸음마다 지옥을 살기를 바란다.
푸코
4.0
디지털 성범죄, 우리 모두의 일이다. 2021년 7월14일 242.
토리
4.5
외면하지 않고 읽는 것 만으로도 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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