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불이 있었다
소동
굴뚝의 기분
업힌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면벽의 유령
오후에
망종
선잠
미동
마중
연루
알라메다
사랑의 형태
추리극
제2부
자이언트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빛의 산
역광의 세계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거짓을 말한 사람은 없었다
불씨
표적
지배인
단란
폭풍우 치는 밤에
가끔의 정원
에프트
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거야
시
영혼 없이
풍선 장수의 노래
생선 장수의 노래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실감
아침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제3부
반려조(伴侶鳥)
그의 작은 개는 너무 작아서
덧칠
앵무는 앵무의 말을 하고
검침원
양 기르기
캐치볼
태풍의 눈
측량
묵상
스페어
몫
호두에게
알혼에서 만나
나의 규모
나의 투쟁
구르는 돌
슈톨렌
톱
열과(裂果)
해설|양경언
시인의 말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 시
1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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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446권. 2012년 '창비신인시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쳐온 안희연 시인의 세번째 시집. 시인은 등단 3년 만에 펴낸 첫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창비 2015)로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요즘 젊은 시단에서 주목받는 시인이다. 창작 활동뿐만 아니라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부치는 '304 낭독회' 등 사회활동에도 적극 참여하여 대중적으로 친숙한 시인이기도 하다. 소시집으로 묶은 두번째 시집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현대문학 2019)에 이어서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더욱 깊어진 시적 사유와 섬세한 언어 감각이 돋보이는 서정과 감성의 다채로운 시세계를 선보인다. 삶의 바닥을 바라보며 세상의 모든 슬픔을 헤아리는 "깨달음의 우화와도 같은"(이제니, 추천사) 뜨겁고 간절한 시편들이 공감을 자아내며 가슴을 깊이 울린다. '2020 오늘의 시' 수상작 '스페어'를 비롯하여 57편의 시를 3부로 나누어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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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목차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이 언덕엔 마음을 기댈 나무 한그루 없지만
그래도 우린 충분히 흔들릴 수 있지”
신동엽문학상 수상 시인 안희연 신작 시집
살아 있어서 울고 있는 존재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미더운 손길
2012년 ‘창비신인시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쳐온 안희연 시인의 세번째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이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등단 3년 만에 펴낸 첫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창비 2015)로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하고, 2018년 예스24에서 실시한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시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요즘 젊은 시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인이다. 창작 활동뿐만 아니라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부치는 ‘304 낭독회’ 등 사회활동에도 적극 참여하여 대중적으로 친숙한 시인이기도 하다.
소시집으로 묶은 두번째 시집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현대문학 2019)에 이어서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더욱 깊어진 시적 사유와 섬세한 언어 감각이 돋보이는 서정과 감성의 다채로운 시세계를 선보인다. 삶의 바닥을 바라보며 세상의 모든 슬픔을 헤아리는 “깨달음의 우화와도 같은”(이제니, 추천사) 뜨겁고 간절한 시편들이 공감을 자아내며 가슴을 깊이 울린다. ‘2020 오늘의 시’ 수상작 「스페어」를 비롯하여 57편의 시를 3부로 나누어 실었다.
안희연의 시는 “쇠구슬 같은 눈물”(「연루」)이 차오르는 슬픔의 자리에서 태어난다. “이렇게 많은 물웅덩이를 거느린 삶”(「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이라니. 시인은 세상의 모든 죄를 대속하려는 심정으로 시를 쓴다. 돌이켜보면 모두가 가엾은 존재들의 슬픔을 끌어안으며 대신해서 울어주고, “온몸으로 부딪쳐가며 얻은 이야기들”(「구르는 돌」)을 그들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온 우주가 나의 행복을 망치려”(묵상」) 드는 어둠의 세계에서 살아 있는 자체가 고통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피조물은 견디기 위해 존재하는 것”, 그러니 “그게 무엇이든 무엇도 아니든” “계속 가보는 것 외엔 다른 방도가 없”(「구르는 돌」)다. 그리하여 시인은 “더럽혀진 바닥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열과(裂果)」) 다시 시작하고, 실패와 절망 끝에 남겨진 “나머지의 나머지로서의 나”(「스페어」)를 사랑하며 ‘지금-여기’에서의 삶을 살아가려 한다.
시인은 그토록 오랜 세월 “많은 말들이 떠올랐다 가라앉는 동안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시인의 말)고 말한다. 그러나 “미로는 헤맬 줄 아는 마음에게만 열리는 시간”(「추리극」)임을 알기에 저 너머 “다른 세계로 향하는 계단”(「스페어」)이 있으리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그리하여 절망과 슬픔 속에 묻히기에는 “너무 커다란 우리의/영혼을 조망하기 위해”서 “뒤로 더 뒤로” “멀리 더 멀리 가보기로”(「자이언트」) 한다. 시인은 “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것”이라 자탄하지만 조금도 슬퍼하지 않는다. 슬퍼하다니. “물거품처럼 사라질”(「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거야」) 이야기일지라도 절망 뒤에 오는 더 큰 절망을 기꺼이 껴안으며 “최선을 다해 산 척을 하는”(「업힌」) 마음으로 삶을 견디어가는 시인의 노래는 오히려 삶의 “고요한 맹렬”(양경언, 해설)이자 희망일 것이다.
안희연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
- ‘핀 시리즈’로 선보였던 소시집을 포함하면 세번째 시집인 셈입니다. 출간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시집이 나오는 일은 회를 거듭한다고 해서 익숙해지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여전히 떨리고, 걱정스럽고, 아득합니다. 첫 시집을 묶을 때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다신 그렇게 울 일이 없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시인의 말’ 마지막 문장을 쓰자마자 눈물이 터져나와서 스스로도 많이 놀랐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시집이 어떤 방향, 어떤 속도, 어떤 온도로 걸어가 어떤 이들을 만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 〔문학3〕 기획위원, 304낭독회 일꾼 등 평소 바쁘게 지내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외적인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과 동시에 시를 쓰는 일상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봄부터는 대외활동이 많이 줄었고요. 보통 집에서 한끼 식사를 정성들여 해 먹거나 동네를 산책하는 일로 하루를 보내곤 합니다. 시 쓰는 일은 혼자 해야 하는 일이고 상당한 고립을 요하는 일이다보니 외로울 때가 많아요. 그럴 땐 또 사부작사부작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습니다. 안쪽과 바깥쪽의 균형을 잘 맞추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한데요, 그 균형을 유지한다는 건 언제나 어렵단 생각이 드네요.
- ‘시인의 말’ 중 “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것이고, 이제 나는 그것이 조금도 슬프지 않다”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시집을 엮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나 특징은 무엇인가요?
시집 제목처럼, 독자 분들을 ‘여름 언덕’으로 초대하고 싶었습니다. 첫 시집의 마지막 시가 「기타는 총, 노래는 총알」인데 거기 이런 구절이 있어요. “절벽이라고 한다면 갇혀 있다/언덕이라고 했기에 흐르는 것”. 고립된 절벽이 아니라 흐르는 언덕이라는 점이 제겐 중요했어요. 우리 삶의 기반이, 반복되는 하루의 끝이 매 순간 절벽 위라면 그건 너무 힘겨운 일이잖아요. 죽음의 기억에 지배당할 때, 세상이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들 때, 무의미와 권태, 슬픔이 제집인 듯 맹렬히 들이닥칠 때 ‘나는 절벽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언덕을 오르고 있다’고 생각해보는 거죠. 여름 언덕을 오르는 일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무더위와 목마름, 그 밖의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과 싸우는 일일 테지만, 언덕에 오르면 시원한 바람이 불고 머리칼이 흩날릴 테니까. 언덕 위에서 세계를 바라보다보면, 무거웠던 것들이 조금은 옅어지기도 하고, 다시 힘을 내 언덕을 내려갈 시간이 찾아오기도 하니까요.
부디 이 시집이 여러분들의 언덕 행(行)에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시집을 덮은 뒤엔 틀림없이 무언가 달라져 있기를 바라요. 그것이 아주 사소한,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일 리 없는 변화라 하더라도.
- 이번 시집에서 특별히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와 이유를 부탁드립니다.
시집 가장 마지막에 수록된 「열과」라는 시를 꼽고 싶습니다. 어쩌면 이 한권의 시집은 「열과」의 첫 구절, “이제는 여름에 대해 말할 수 있다”라는 문장에 도착하기 위한 여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집 안에는 들끓는 마음을 가진, 어느 것도 용서할 수 없는, 한없이 공허한 채로 언덕을 걷고 있는 한 사람이 수시로 출몰하지만, 시집의 마지막 장에 도착했을 땐 그가 좀 가벼워져 있기를 바랐습니다. 읽어주시는 독자 분들도 함께 가벼워질 수 있기를 바라요.
- 앞으로의 활동 방향이나 삶의 계획 등이 궁금합니다.
계속 쓰는 사람의 자리에 있겠다는 다짐 외엔 어떤 말도 사족일 것 같습니다.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생수를 내어줄 수 있는 손. 머리칼을 흔드는 바람. 의자, 혹은 나무그늘 같은 시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시집을 만나주시는 분들에게 미리 깊은 감사를 전해요.


팜므파탈캣💜
3.5
내가 쓴 시들 같아 소름이 돋았다. 특히 1부와 몇몇 키워드가 주는 심상은 내 마음을 그러쥐고 꼬옥 꼬옥 짜낸 정수같아 공감하고 허전하게 울었다. 나의 10대가 생각났다. 아무도 모를 말로 다친 내 마음을 써두고도, 그래도 누군가는 이 세 다리를 건너 알아봐주기를 바랐던 어린 시인. 보이지 않는 것에 형태를 부여하는 수수께끼같은 말맛도 너무 반가웠다. 250312 (3.6) - 1. 오랜만에 정말 시를 음미하며 시집을 읽었다. 쭈욱 읽고 다시 읽고 또 다시 머릿속에 완전해진 그림 안에 운율을 곱씹으며 소리내어 읽어보는 방식으로... 너무 좋았다. 2. "기침할 때마다 흰 가루가 폴폴 날린다. 이것 봐요 내 영혼의 색깔과 감촉. 만질 수 있어요 여기 있어요 - 소동 中" 감수성 좋다. 뭔가 나를 보는 것 같아. 1-20대의 나. 해방되고 싶어 잔뜩 안으로 소동하던 그 때의 나 같아 3. "너는 모든 것이 너를 조롱하고 있다고 느낀다. 의자가 놓여 있는 방식. 달력의 속도. 못 하나를 잘못 박아서 벽 전체가 엉망이 됐다고 - 굴뚝의 기분 中" 4. "깨어진 꽃병이 가장 찬란했다는 것을 모르고. 심장에 기억의 파편이 뺴곡히 박힌 줄도 모르고 - 굴뚝의 기분 中" 와 진짜.. 내 감수성이야... 뾰족하고 외롭고 여리고 예민하고 파르르 떨리던 그 감수성 5. "애벌레는 무사히 무당벌레가 될 수 있을까. 무당벌레는 자신의 무늬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까 - 업힌 中" 와 진짜... 나같은 묘사법.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게 하지만 누군가는 그 세 다리를 건너서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와 .. 진짜... 작가님 내적 친밀감이 생긴다고 6. "아가야, 나는 이것을 작게 만들어야 한단다. 그리고 아주 깊숙한 곳에 감추어야 하지. 어디가 깊은 곳인데요? 얘야, 지척에. 흘러가버리는 순간순간에 -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中" 와 진짜... 진짜 이 묘사법... 너무 소름돋게 뭔가 ... 와 ... 너무 동질감 느껴지고 와 .. 너무 반가워 7. "보기에 좋아야 한단다 아가야, 허물 수 없다면 세계가 아니란다. 털실의 길이는 제각기 달랐지만 어떤 뭉치든 빛과 어둠의 총량은 같았다 -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中" 와 진짜.. 진짜 반가워 8. "너무 늦게 그곳으로 갔다 숲에는 수백개의 나무둥치만 남아 있었다. 뒤덮을 흙이라면 충분했다 얼마든 달아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똑똑히 보았다 숲은 날개 없는 새가 되어갔다 날아오르려다 주저앉고 날아오르려다 주저앉는 소리 때문에. 한밤중에도 우두커니 앉아 있을 때가 많았다 이 숲을 완성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 미동 中" 너무.. 공감가. 나도 모르게 쉽게 가버린 길이 뜨악하니 나를 베고 있다는 그 불안의 묘사 9. "길 잃은 양을 봤어 홀로 숲속을 헤매다 늑대를 만났는데 저도 모르게 와락 끌어안더라 - 마중 中" 캬... 알 것 같아... 10. "빛의 살점 같은. 제법 깊은 곳까지 떠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출발할 수 없다고 했다 - 마중 中" 캬.. 이런 이런 트위스트 알지알지... 너무 반가워. 어떻게 나는 한 번도 이런 느낌의 시를 못 봤을까? 온통 초록초록 순수하고 맑고 예쁜 시들만 봐서 지겨웠는데, 이런 감수성 반갑다 11. "덫에 걸린 사슴의 발이 검게 썩어들어갈 때. 당신은 수없이 지나다니던 방문턱에 걸려 넘어지고. 붉을 대로 붉어진 사슴이 절뚝이며 당신에게로 돌아올 때. 당신은 수백개의 신발이 강물에 떠내려오는 꿈을 꾼다 - 연루 中" 진짜.. 알 것 같다구.. 뭔가 자신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구간 구간 다른 뷰파인더를 들이대며 타자화하는데 사실 그 심상은 너무 잘 알고 있는거지... 12. "만년설을 녹이기 위해 필요한 건 온기가 아니라 추위 아닐까. 안에서부터 스스로 더 얼어붙지 않으면 - 추리극 中" 진짜 계속 인용하고 싶어 너무 좋다. 인류애를 잃어가는 와중에도 100번째 양이 되지 않으려는 반대편의 마음 하나를 이렇게라도 으쓱하고 싶은거 ㅠ 13.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中" 2부는 확실히 색채가 달라! 14. "이 질문은 무게가 없어요 이런 슬픔으로는 어디에도 닿을 수 없어요 그런 말들에 발이 묶인 채 - 빛의 산 中" 내 감정을 하잘없이 묘사해서 그렇게 동정어린 눈으로 나를 봐주세요 하는 그 감수성 ㅠㅠ 알 것 같아 15. 오 연작시도 있으신가봐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가 2부에도 있어. 다른 시들에서 언급되던 "반딧불이 부락"과 수많은 "신발"과 작디작은 먼지같은 "영혼" 그리고 묻어진 "얼굴"을 이해할 수 있는 시야. 결구 영원을 몰라 퍼덕이지 못하는 영혼들을, 믿지 못하겠는 그 이름들을 할아버지가 바구니에 모아 빵으로 다시 돌려보낸다는 내용. 크.. 다른 시들이 다 빌드업이었어 16. "거짓을 말한 사람은 없었다"는 또 다른 인류애 상실과 희망편이야 ㅠ 같은 결이야 17. "얼음은 녹기 위해 태어났다는 문장을 무심히 뱉었다. 녹기 위해 태어났다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 표적 中" 사람도 죽기위해 태어났는 걸... 18. "흰쥐, 한마리 흰쥐의 가여움. 흰쥐, 열마리 흰쥐의 징그러움. 흰쥐, 수백마리 흰쥐의 당연함. 질문도 없이 마땅해진다 - 표적 中" 와.. 가여운 이들의 불행에 대해 불쾌해하고 또 잊게되는 19. "할아버지, 이 땅엔 노래가 없어요. 울음을 터뜨리는 내게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벌거숭이의 노래를 가져왔구나, 얘야. 그건 아주 뜨겁고 간절한 노래란다 -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中" 같은 제목의 비슷하고도 다른 세계관의 시들이 나오는 거 좋다. 연이어 나오지 않지만 메시지는 어째서인지 이어져 20. "달 없는 밤을 견디기 힘들었다. 고작 무릎까지밖에 안 오는 물웅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가 많았다 - 실감 中" 이렇게 달의 의미도 드러나네. 손댈 수 없는 운명의 온기 21. "오늘도 그는 새를 기다리러 간다. 그의 새장은 아직 비어 있고. 아직 오지 않은 것은 영영 오지 않는다는 것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 - 반려조 中" 비어있어서 오히려 더 완벽한 것일지도 22. "덧칠" 이 심상도 뭔가 너무 공감이 간다. 사랑을 만나 잃고 싶지 않아 가리고 덮고 애지중지해도 언젠가의 한숨하나에 그건 와르르 무너지고 그래서 나는 너가 되어 묻는거지. 더 두터운 하양이어야 한다고. 캬.. 23. 작가님 시에서 "흰"의 메시지도 확실하구나. 흰 접시에 담고픈 누군가의 순간들과 희게 덮어 잊고프지만 결국 회색 웅덩이에서 끝나는 나의 순간들. 가식, 거짓, 노력, 슬픈 가면. 어쩜 이렇게 구간 구간 다 이입이 되고 공감이 갈까? 24. "그래서 왔을 것이다. 불행을 막기 위해 더 큰 불행을 불러내는 주술사처럼. 뭐든 미리 불태우려고. 미리 아프려고. 내 마음이 던진 공을. 내가 받으며 노는 시간 - 캐치볼 中" 너무 공감가... 누가 베기전에 미리 붉게 물들여 나는 나는 조용할 수 있도록 25. "내가 나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서.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두리번거리는 두더지처럼 - 태풍의 눈 中" 그 언젠가 이런 싯구를 썼던 기억이 나... 진짜 소름돋는다 작가님 나 이신가.. 뇌공유라도 한 적 있나 내가? 26. "그런데 말이야, 잘못 배달되지 않은 사랑이 과연 있을까 더구나 생명이라면 - 측량 中" 27. "물을 마시지만 물을 침범하지 않는 사랑을 알고 싶었다 - 측량" 문구들이 예쁘다 이 시 28. "나를 도려내고 남은 나로. 오늘을 살아간다. 여전히 내 안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내가. 나머지의 나머지로서의 내가 - 스페어 中" 이런 가벼운 절망과 허무의 심상... 공감가.. 29. "몫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덜 미워하게 될는지도 ... 영원히 잠든 토끼의 영원히 찾지 못할 영혼을 생각하면. 몫이라는 말 결코 다정하지는 않지만 - 몫 中" 알지 알지... 세월에 무뎌져도 어딘가는 절대 놓을 수 없는 불안이 남아 30. "당신은 무엇을 담는 사람인가요? 물어오는 풍경 앞에서. 나의 규모를 생각한다 - 나의 규모 中" 31. "아픈 기억이라고 해서 아프게만 말할 필요는 없다. 퍼즐 한조각만큼의 무게로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 퍼즐 조각을 수천수만개 가졌더라도 - 슈톨렌 中" 이거지! 이런 마음인거지 32. "칠레의 시인 파라가 모든 시인은 ‘자신의 고유한 사전을 가져야만 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시인이 사물에 다른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그 사물이 품고 있던 다른 세계를 여는 것이라는 생각에 잠긴다. 명명은 시인의 숙명이다" 작가님의 사전이 너무 좋다. 청소년기에 무수히 썼던 시들에서 비슷한 방식의 허무와 절망과 슬픔의 사전을 썼던 터라 너무 동질감 느껴지고 좋다. 33. 같은 제목의 서로 다른 시를 나열해 독자가 이야기를 메꾸게 하는 방식도 작가님께서 자주 쓰는 방식이라고 하시네~
연도
5.0
초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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