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선보이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출간!
대상 수상작에 안보윤 「애도의 방식」 선정
‘문학적 사유’를 발견하게 하는, 가산(可山) 이효석 작가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명실상부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이효석문학상의 수상작품집이 올해부터 교보문고의 새로운 출판 브랜드 ‘북다’에서 출간된다. 제24회째를 맞이하는 이효석문학상 선정은 심진경(문학평론가), 이경재(문학평론가), 정이현(소설가), 박인성(문학평론가)이 심사위원단이 되어 진행되었다. 2022년 6월부터 2023년 5월까지 기성 문예지 및 웹진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한 결과, 강보라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김병운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김인숙 「자작나무 숲」, 신주희 「작은 방주들」, 안보윤 「애도의 방식」, 지혜 「북명 너머에서」가 최종심에 올랐고,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안보윤의 「애도의 방식」을 제24회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오늘날 우리에게 진지한 삶의 태도를
묻고 답할 수 있는 ‘멈춤의 순간’을 제공하는 작품
대상 수상작 안보윤의 「애도의 방식」은 학교폭력 가해자의 사망 이후 남겨진 피해자와 그 유족의 각각의 애도의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나(동주)’가 일하는 ‘미도파’라는 찻집은 늘 소란 속에 있지만 소란스러워지지 않는 “최적의 공간”이자, 그곳은 폐건물에서 떨어져 죽음을 맞은 승규와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유일한 목격자인 ‘나’가 모든 의심 어린 질문에 응답하지 않기 위해 도달한 침묵과 멈춤의 공간이다. ‘미도파’라는 공간 안에서 ‘나’는 옥상 끝에 서 있던 그날의 순간으로 끝없이 회귀해 다른 결말의 가능성을 상상해보며 결코 완료될 수 없는 윤리적 책임을 감당하는 것으로, ‘승규의 엄마’는 미도파에서 일하는 ‘나’를 찾아와 으깨진 함박스테이크를 한 번 더 으깨놓은 것으로, 각자 자신만의 ‘애도’에 도달하고자 한다.
이처럼 「애도의 방식」은 지금까지 학교폭력을 다룬 보통의 서사(사적인 사연이나 복수의 서사)와 달리 폭력의 굴레와 그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강요된 질문에 다른 방식으로 응답하고자 노력한 소설이다. 또한 “단순히 소재적인 강렬함이 아니라, 그것을 소설적으로 형상화하는 놀라운 조형적 성취로써 격식 있게 극복하며 소설적 주제와 동시대적인 메시지를 동시에 달성”(심사평 중에서)하고 있다. 그럼으로 이 소설이 가진 진정한 가치는 오늘날 우리에게 진지한 삶의 태도를 묻고 답할 수 있는 ‘멈춤의 순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납작하고 왜소해진 개인의 삶의 가능성을
복원하는 입체적인 이야기들
강보라의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은 우붓이라는 이국적 장소에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취향의 우월성을 유지하려는 주인공 ‘나’의 심리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취향의 계급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우리 시대 고급문화에 대한 허영과 자존감 사이에 놓인 개인 심리의 미묘한 저울질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김병운의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성적 소수자인 ‘진무 삼촌’의 생존 사실을 알고서 그를 만나러 가는 주인공 ‘나’와 친구 ‘장희’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퀴어 서사에 대한 관성적인 이야기 문법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세대의 퀴어로서의 삶을 새롭게 교차하는 더 넓은 의미에서의 교차성을 보여준다.
김인숙의 「자작나무 숲」은 어느 것도 자신의 혈족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지 않는 ‘쓰레기 호더’ 할머니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할머니의 집, 그런 할머니를 바라보는 손녀의 애증 섞인 시선과 신랄한 서술만으로도 독자를 압도하는 강렬한 작품이다. 사회적인 시선에서 가치 없는 것들을 버리지 못하는 할머니의 욕망과, 상속이라는 이름의 부의 대물림 혹은 끈질기게 무언가를 영속하길 바라는 손녀의 욕망 사이의 치명적인 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신주희의 「작은 방주들」은 암호화폐 전자지갑 회사인 ‘더 코인 아크’에서 방주를 뜻하는 ‘아크(ark)’의 홍보를 맡았던 친구 ‘진주’가 실종되고, 주인공 ‘나’ 역시 갑자기 무보직 대기 발령을 받으면서 사회로부터 실족하게 되는 이야기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우리 시대의 개인이 꿈꾸는 저마다의 방주라는 미약한 구원의 형태와 그 (불)가능성을 탐문해나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지혜의 「북명 너머에서」는 가장 클래식한 단편소설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나’가 북명백화점에서 일했던 시절을 반추하며, 그때의 애틋함의 기억을 복원해나가는 서술이 시대적인 분위기와 당대의 장소성과 맞물려 더욱 매력적으로 읽힌다. 마지막으로 2022년 제23회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김멜라 작가의 자선작 「이응 이응」도 함께 실려 있다. 혼자서도 성적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기계인 ‘이응’이 통용되는 사회에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실제적인 접촉(이를테면 뺨을 대거나, 포옹하거나, 반가운 마음에 상대를 안아서 들어 올리는)을 느끼고 싶은 주인공 ‘나’는 ‘우리의(we)의 포옹’이란 뜻이 위옹 클럽에 가입한다. 느슨한 S자 곡선을 그리는 것처럼 겉으로는 성장을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생장하는 인간관계의 친밀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제24회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 「애도의 방식」은 물론이고, 이 책에 함께 수록된 우수작품상 수상작들은 한껏 납작해지고 왜소해진 개인의 삶의 가능성을 다시금 부풀려서 입체적으로 복원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동시에, 관성에 의해 떠밀려 가는 삶의 가운데에 멈추어 서서 상상하는 순간을 발견하게 한다.
송운당
3.0
2024.05.04 오랜만에 읽는 순수문학은 너무 어렵다 ... 그런데 말을 내뱉고나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순수문학이라는 말 자체도 웃기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대중적인 오락위주가 아닌 순수 예술성을 지향하는 문학이라고 나오던데... 하지만 소설의 본질이라는것은 처음부터 오락성이 아니던가.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에서 비롯되어, 아예 처음부터 이야기를 창작해낸것이 소설의 시작이 아니었던가. (애초에 이효석작가의 메밀꽃필무렵같은 소설, 기본적으로 재미있었다) 소설에서 재미를 찾는것이 당연한것임에도 불구하고, 수상작중의 많은 수는 읽는 즐거움보다는 작가가 글에서 의도한바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국어교과같은 읽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좀더 나이가 어렸을때는 그런 코드들도 놓치지 않고 읽어보려고 애쓰던 시절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의 나는 책 말고도 복잡하고 어려운일이 많다... 다만 대상수상작인 #애도의방식 이나 안보윤작가의 자선작인 #너머의세계 는 재미있었다. 소설의 시점 이전에 명확한 사건이 있었고, 소설의 서술은 한꺼풀한꺼풀 그 사건에 조금씩 다가간다. 사실상 추리소설과 같은 구성이라고 봐도 괜찮을것 같다. 나같은 얕게 읽는 사람도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구성이다. 만약 나같은 사람이 심사위원이라고 하더라도 안보윤작가를 대상으로 뽑을 수 밖에 없었을것 같다. 그 밖에 김병운작가의 세월은우리에게어울려나 김인숙작가의 자작나무숲같은것은 소재는 흥미로왔지만, 나로선 뭘 얘기하려는것인지 잘 모르겠더라. 특히 자작나무숲같은것은 이야기의 시점도 여러번 왔다갔다 하면서 더욱 더... ... 가끔 바보가 되지 않으려먼 좀 더 다양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긴하지만, 더이상 생각하려 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보다보면... 그런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 또한 흔한 '실질적 디지털 문맹자'에 가까워지고 있는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2023 #2024독서뤱 전년도 대상작가인 김멜라작가의 이응이응 흥미롭다. 사실상 SF소설이다. 이런 상상력 나는 환영한다.
은갈치
4.5
목차 애도의 방식 | 안보윤 수상작가 자선작 너머의 세계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 강보라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 김병운 자작나무 숲 | 김인숙 작은 방주들 | 신주희 북명 너머에서 | 지혜 이응 이응 | 김멜라 김인숙님이김인숙하고 안보윤님 글은 앞으로 모두 씹어 먹으리다 ! P.27~28 여자가 함박스테이크를 주문한다. 구운 파인애플을 도막도막 잘라놓고 먹지 않는다. 노른자를 터뜨려 끼얹은 고깃덩어리를 죄다 으깨놓고 먹지 않는다. (……) 음식에다 이게 뭔 짓이야. 너 진짜 모르는 사람 맞지? 몰라요. 나는 진심을 담아 말한다. 알 리가 없다. 이미 으깨진 것을 기어코 한 번 더 으깨놓는 사람의 마음 같은 건. p.29 사람이 잘못 알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뭐 대수라고 그건 대수로운 일이다. 사람에 대한 말은 어떤 것이든 다 대수롭다 안보윤 「애도의 방식」 p.55 오 선생이 당항 일을 전부 말해봐요 P.64 계단을 내려가 중앙 현관에 있는 거대한 유리문을 열고 운동장으로 나가는 장면을 연수는 계속 상상하며 걸었다. 그것은 적어도 복도 창 너머 크고 단단한 돌덩이를 상상하는 일보단 나았다. 중앙 현관을 넘고 나면 이제 다시는, 어떤 문 안으로도 몸을 들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연수는 너머의 세계에 있기로 했다. 그것은 부끄러운 선택이 아니었다. 적어도 연수에게는 그랬다. 안보윤 「너머의 세계」 P.154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오늘 장희 군한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요. 삼촌은 절대로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았다고. 곁에 있는 사람을 하루라도 더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삼촌이었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고. 김병운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P.178 할머니는 아흔 살까지 호더로 살았고, 아흔한 살인 그때까지도 호더로 살고 있었다. 쓰레기로 가득 찬 집, 쓰레기와 죽은 쥐와 산 쥐와 죽은 벌레와 산 벌레들이 우글거리는 집. (……) 그 끔찍한 집은 그러나 평생 동안 내 삶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내가 할머니의 하나밖에 없는 혈육이라는 것. 그러므로 할머니의 집은 어쨌든 내게 상속되리라는 것. P.190~191 할머니는 쓰레기를 절대로 버리지 않는 사람이니 나를 책임지기로 결정했을지도. 이런 스토리는 평범하지는 않으나 결코 비범하지도 않다. 세상에는 이보다 더 비범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니. 나는 평범하지 못한 사람의 손녀로 살아가면서도 결국에는 비범하지 못한 사람이 되는 운명을 가졌다는 뜻이다. p.195 할머니가 이불 한쪽을 열어주어 그안으로 들어가 등을 돌리고 을기 시작했다. 하나도 버릴 게 없지 않니 ..... 할머니가 등 뒤에서 말했다. 좌절과 부끄러움과 슬픔과 고통이 뒤범벅되어 있는 목소리였다. p197 할머니 밥은 지어먹었어 ? 자작자작 밥 지어 먹었어? 밥이 익을 때 자작자작 마음이 탔어 ? p.202 할머니가 살아 있을 때는 다 버려야 한다고 믿었던 것들인데, 갑자기 무슨 마음인지, 어떤 것은 남겨두라고, 그것만은 안된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이뿌리의 신 침처럼 고였다. p.204 한 껍질 한 껍질 벗으면서도 맨몸이 되지 않는 나무들의 숲. 환한 나무들의 숲.그런 숲에 이르면 나는 마침내 물을지도 모른다.뭐가 그렇게 탔어, 뭐가 그렇게 애타게 자작자작 힘들었어,할머니. 할머니는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죽은 사람은 대답할 수 없으므로. 그러나, 다시 긍금해진다. 죽은 사람은 과연 대답할 수 없는 것일까 . 김인숙 「자작나무 숲」 p.224 꽃이 있다고 치자고. 꽃이 있어서 벌도 있고 나비도 있다고. 꽃도 일을 하고, 벌도 나비도 제 일을 하고. 새벽에 나가서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고 치자고. 근데 꿀은? 여전히 꿀은 벌도 나비 차지도 아니지 않나? 그럼 그 꿀은 어디로 가는데? 허니쿠키가 황당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은재 님! 꿀이 가긴 어딜 가요. 양봉업자에게 가겠죠. 낯선 질문들이 입 속을 맴돌았다. 뭐가 있다고 치는 것. 없는데 있다고 치는 것 .치자,치자,치자, 중얼거리다가 나는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거짓말도 치는 거고, 사기도 치는 거고, 뒤통수도 치는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주희 「작은 방주들」 47
야간비행
5.0
안보윤 작가에게 별 다섯 개. <애도의 방식> 알 리가 없다. 이미 으깨진 것을 기어코 한 번 더 으깨놓는 사람의 마음 같은 건. 28쪽
이창수
4.0
<애도의 방식>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끝끝내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증오스런 존재에 대한 최소한의 애도일까? <너머의 세계> 불안한 심리 묘사가 너무 현실적이라 트라우마 생길 지경임. <자작나무 숲> 인상 깊게 혼란스러운 마지막부분. 취향에 맞지 않는 장르도 있었지만, 그래도 큰 거부감 없었고 신선하고 수준 높은 단편 소설을 접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음
answus
4.5
알 리가없다. 이미 으깨진 것을 기어코 한 번 더 으깨놓는 사람의 마음 같은 건. /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문득 P와 함께 살았던 집 주변을 하염없이 배회하던 밤들이 떠올랐다. 도저히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이대로 떠날 수도 없어서 누군가 내 목에 줄이라도 채워놓은 것처럼 숨 막혔던 밤들. 눈물이 나는데도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보겠다며 걷는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물에 젖었다 그대로 얼어버린 신발이라도 신은 것마냥 비참했던 밤들. 너도? 너도 그런 밤들이 있었어? / 보리차차, 이제 뛰지 않고 나는 거야? 날개로 나는 법을 배운 거야? / 할머니, 밥은 먹었어? 자작자작 밥 지어 먹었어? 밥이 익을 때 자작자작 마음이 탔어? 뭐가 그렇게 애타게 탔어, 뭐가 그렇게 애타게 자작자작 힘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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