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 소설
3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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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연수에게 1991년은 '세계관의 원점'이었다. 역사를 회의하고 진실을 열망하게 된 분기점이었다.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몇 겹의 눈으로 들여다본 그 시절의 이야기이다. 작중화자는 1991년 여름 이른바 '5월투쟁'이 끝난 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던 대학생 '나'. 하지만 '나'는 어쩐지, 1990년대의 굵직한 사건들을 마치 다큐멘터리라도 감상하듯 한 발짝 물러나 있다. 뜻하지 않게 방북 학생 예비대표 자격으로 독일로 가게 된 '나', 일본군에 학병으로 징집돼 남양군도까지 가야 했던 할아버지, '나'가 독일에서 만나게 된 강시우(=이길용)와 독일인 헬무트 베르크, 그리고 여자친구인 정민의 삼촌까지. 작품 속에는 1990년대를 살았지만 그 주변부에 자리했던 수많은 인물과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역사적 기록의 틈새에 박힌 개인의 진실을 파고들어, 역설적으로 공동체의 내면을 밝히고자 한다. 텍스트 전체의 화자인 '나'는 이야기의 한 주인공이자 작중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는 청자인 동시에, 무수한 이야기들을 수집가이자 편집자, 그리고 논평자이다. 수많은 개인들의 기이한 이야기들은 끝도 없이 끼어들고 중첩되고 증식하며, 그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는 일관되고 필연적인 인과관계조차 부여되어 있지 않다. "시작도 끝도 없이 한없이 이어지는" 일종의 '라운지 소설'을 의도했다고 밝혔듯, 작가는 장편소설의 장르적 유연함을 한껏 활용하여 시공간을 종횡무진 넘나들고, 다양한 개인의 수많은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단행본 출간 전 2005년 겨울부터 2007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이란 제목으로 연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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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단 하나의 실낱같지만 확실한 무엇 그리고 대뇌(大腦)와 성기(性器) 사이에 라디오의 나날들 사랑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으니 모든 게 끝장나도 내겐 아직 죽을 힘이 남았어 내게 조국은 하나뿐입니다, 선생님 그 누구의 슬픔도 아닌 지옥불 속에서도 붐붐할 수 있는 건포도 폭격기와 낙타의 역설 비둘기도 바다 건너 산을 건너서 門 열어라 꽃아, 門 열어라 꽃아 그리고 그의 이름은 헬무트 베르크 인간이란 백팔십 번 웃은 뒤에야 겨우 한 번 베를린, 레이, 십 그램의 마리화나 뒷산에서 놀러 내려왔던 원숭이 바쿠도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그러면 존재하는 현실은 무너지리라 커다랗고 하얗고 넓은 침대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1991년 여름, 이른바 '5월투쟁'이 끝난 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던 대학생 '나'는 학생 예비대표 자격으로 베를린으로 건너간 후에도 갑작스런 학생운동 지도부의 붕괴와 교체 와중에 잊혀진 존재가 되고 만다. 북한으로 들어가게 될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지, 아니면 독일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할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독일 체류기간 동안 '나'는 삶의 허무와 우연성에 맞설 수 있는 하나의 방편으로 노트를 하나 사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 노트에는 '나'가 베를린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로부터 들은 기구한 사연들, '나'가 기억하고 상상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다. 거기에는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뒤 죽은 동료의 이름으로 개명하고 제3세계 망명객들의 후원자가 된 헬무트 베르크의 이야기, 떠돌이 일용직 노동자에서 '광주의 랭보' 이길용으로, 다시 혁명적 문화운동가 강시우로 "이 세상에 두 번 다시 태어"난 사람의 기막힌 사연, 모범적인 고등학생에서 느닷없는 폭행으로 망가져 자살에 이르는 정민 삼촌의 비극 등 역사의 우연한 폭력에 의해 삶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사람들이 이야기에서부터, 평생을 무주 산골에 살면서 세상천지 안 가본 데가 없다는 정민 할머니 등의 이야기들이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역사의 공적 기록은 필경 개인의 사적 진실을 누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역사가 누락한 인간적 진실을 추적하고, 개별자들이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스스로 말하게 하는 것이 소설이 할 일일 것이고, 그 역할을 이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단 안팎에서 작가 김연수룰 두루 높이 사는 것은 그가 기존 문학을 안심시키면서도 향후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90년대 작가이면서 21세기의 작가이고, 한국의 작가이면서 국경을 넘어설 수 있는 작가이며, 정통적·전통적 글쓰기를 수행하면서도 새로운 상상력의 촉수로 문학의 영토를 넓혀가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으로 작가는 한층 더 넓은 자신의 문학적 영토를 보여주었다. 한 작품 한 작품 발표할 때마다 더욱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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