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7주기 헌정 도서
언론인 손석희, 배우 오민애, 작가 최현숙, 방현석 추천
옴니버스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아홉 편의 생애사
나와 가까운 사람의 생애를 듣는 것의 의미
읽고 나면 쓰고 싶어지는 책, 『우리들의 드라마』
오랜 침묵의 흔적, 말해지지 않았던 시간들
내 가까운 사람의 드라마
이 책을 읽고 시작될 당신의 첫 페이지
고깃집 장사로 20년, 봉사자, 요양보호사로 20년을 쉬지 않고 일해 온 70대 여성
― 나의 시어머니 이야기
아내 간병을 마지막 운동으로 삼고 있는 전교조 출신 남편
― 나의 아버지 이야기
수십 년간 한순간도 쉰 적 없었던 봉제 노동자
― 내 선배의 아내 이야기
마음껏 청춘을 누리지 못한 봉제인이자 판소리 예술가
― 어쩌면 내가 즐겨 입던 옷을 만들었을 사람 이야기
두고 온 아들의 얼굴을 잊어버릴까 걱정인 탈북 여성
― 내가 일하던 곳의 미화 반장님 이야기
부당 해고에 맞서 10년을 싸운 해고 노동자
― 집회에서 자주 보던 사람 이야기
나서기 좋아하고 불합리한 일을 못 견디는 요양보호사
― 내 편이라면 세상 든든할 것 같은 사람 이야기
마사지사로 일한 올 블랙 라이더 노동자
― 내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이야기
자식을 잃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아버지
― 나의 남편 이야기
그리고 계속 이어질 내 주변의 이야기들
이 책을 읽고 당신이 쓰게 될 드라마들
우리가 타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이런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조명이 비춰지자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각본의 모노드라마가 펼쳐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마지막 아홉 번째 드라마에 이르러 고(故)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인 이용관 님의 목소리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 땅의 모든 유가족들의 독백처럼 들려오며 무대의 막이 내려오면, 독자들은 이제 열 번째로 나 자신의 모노드라마를 써 볼 차례라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오랜 시간 기록자와 관계를 맺어 온 가족이거나 가까이 있던 사람이다. 너무 가까워 오히려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던 삶에 귀 기울이고, 오랜 침묵의 흔적을 따라 말해지지 않았던 시간들을 다시 짚어 가며 기록한 글들을 엮었다. 나와 가까운 이의 생애를 듣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기록’이라는 형식을 통해 익숙한 존재를 낯설게 바라보고 그 삶을 언어로 옮기는 특별한 경험이 담긴 글들은, 저마다 관계가 새롭게 재구성되고 묵혀 둔 감정이 재배치되며 때로는 닫혔던 마음을 여는 이해와 화해의 길이 열린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 결과 전문 작가도, 숙련된 연구자도 아닌 사람들은 ‘기록자’라는 이름에 한 걸음 더 다가섰고, 그 결과물인 이 책 『우리들의 드라마』는 ‘기록의 첫걸음’이자, 가장 가까운 존재로부터 시작된 기억의 재구성이 되었다.
이 책에 실린 아홉 편의 생애사를 읽다 보면, 거리에서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이들도 저마다의 드라마를 간직한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의 깊은 단면과 진실을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증언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면 패배한 자, 침묵을 강요당한 자, 평범한 사람들은 어디에 그들의 이야기를 남겨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지워진 목소리, 잊힌 이름,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삶을 다시 불러내고자 끈질기게 시도하는 ‘구술 생애사’는 하나의 응답이 된다.
“권력자나 기득권자가 아닌,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삶을 기록하고 드러내는 일”은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신념이자 실천이기도 했다. 2023년 봄 어느 날, 노회찬재단이 기획한 〈실천하는 인문예술교실〉의 ‘구술생애사 강좌’로 첫발을 내디디며 기록되지 않은 삶에 귀 기울이려 한 작은 시도는 예상을 뛰어넘는 큰 호응을 얻었고, 다양한 삶을 살아온 이들이 모여 열띤 배움의 장을 만들었다. “그 누구의 삶도 가볍게 지나치지 않겠다”는 데 뜻을 모은 기록자들과 노회찬재단은 그 뒤 1년여의 시간에 걸쳐 기록의 여정을 걸었다. 이 책 『우리들의 드라마』는 구술자와 기록자, 주인공과 응원자,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진실되게 말하고 그 이야기를 온전하게 담고자 했던 아홉 쌍의 ‘우리’들이 일군 빛나는 성취이기도 하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 모든 생애는 기록될 가치가 있습니다. 이 작은 목소리들이 더 큰 울림이 되어, 더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드라마를 용기 있게 꺼내고 기록하기를 바랍니다. 이 기록이 그 용기와 마음을 전하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서문에서
주인공
최구름, 정양언, 김현옥, 배서연, 이경희, 박미희, 김인자, 우상택, 이용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