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에 대해 이보다 더 쉽게 알 수 있는 책은 없다!
34년간 고군분투해온 당사자 가족의 실전 경험과,
세계적 권위자의 조언을 한데 녹여낸 투병생활 가이드북
“34년 동안 조현병을 앓아온 우리 엄마도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조현병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
동서고금 어디에서나 100명에 1명꼴로 나타나는 질환, 조현병.
환자도, 가족도, 우리 사회도 조현병을 정확히 알고 제대로 마주하게 해주는
수많은 당사자와 세계적 권위자의 감수로 엮은 만화 가이드북!
조현병 환자와 가족의 눈높이에서, 가장 믿음직하고 가장 친절한 책을!
조현병은 결코 희소한 병이 아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100명에 1명꼴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한국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 수는 12만 명(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2019년 기준)이지만 실제로는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조현병이 무엇인지,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를 환자와 가족의 눈높이에서 ‘쉽게’ 알려주는 책은 거의 없다. 조현병이란 ‘현악기의 줄을 적절히 조율해서 정확한 음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는 뜻이고, 약을 먹으면서 일상생활에 주의를 기울여 증상을 제어해가면 되는 병이다. 하지만 양성 증상과 음성 증상, 급성기와 휴식기를 오가는 환자 자신은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있는 집중력을 갖추기 어렵고, 가족은 가족대로 혼돈과 시행착오 속에서 기진맥진하기 십상. 우리 사회 또한, 어쩌다 일어나는 정신질환자 관련 사건사고들에 대한 무지하고 무책임하며 선정적인 언론보도 탓에 무지와 공포와 차별과 혐오의 악순환에 빠져들 우려가 없지 않다.
이 책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 34년째 조현병을 앓아온 엄마를 둔 작가, 연인이 조현병을 앓게 되면서 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된 책들을 뒤지고 뒤졌던 번역자,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환자와 가족, 모임과 단체들, 의료 및 복지행정 현장의 당사자와 전문가들이 뜻과 힘을 합쳐 가장 친절한 조현병 가이드북을 만들고자 애썼다는 것. 거기에 더해, 영어 schizophrenia의 번역어 ‘정신분열병’ 탓에 정신이나 인격이 여러 조각으로 쪼개진 것 같은 잘못된 이미지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서 2011년 ‘조현병’으로 병명을 바꾸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조현병의 세계적인 권위자 권준수 교수가 감수를 맡았다.
백화점 직원 수진이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고
조현병은 10대, 20대에 발병할 확률이 높다. 백화점 직원 1년차 사회초년생인 주인공 수진은, 친구에게 남친을 빼앗기고 직장 일에 과몰입, 그러다가 실수를 저질러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게 된다. 지켜보던 엄마의 부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찾아가 진찰을 받지만, 그다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만화는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수진의 가족 이야기를 먼저 보여준 다음 ‘내비게이터’ 유미네 가족을 등장시켜 문제의 원인과 대처방법, 꿀팁을 정리해 알려준다.
그 외에도 갑작스러운 재발이나 돌발상황, 약 복용을 중단했다가 병이 악화된 경험, 부작용, 생활상의 이런저런 장애와 같은 다양한 문제상황이 제시되어 있으며 각각의 대처방법, 임신과 출산, 부모로부터 독립해 살기 위해 필요한 것, 취업 정보,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사회제도에 대해서도 정리되어 있다. 수진의 가족은 내비게이터 유미네 가족이 알려주는 대로 차근차근, 자신의 병과 마주하고 다양한 방법을 실천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일상을 되찾아간다.
무려 다섯 쪽에 걸쳐 깨알같이 세세한 제목을 모두 적어둔 차례, 그리고 본문 위쪽에 또 낱낱이 달아놓은 제목은 ‘찾아보기’ 쉽도록, 환자와 가족이 늘 옆에 두고 필요한 상황에서 언제든지 바로 펼쳐볼 수 있도록 궁리한 결과다.
당사자들이 직접 쓰고 그리고, 번역하고, 검토하여
이 책에는 한국과 일본의 수많은 조현병 관련 당사자들과 전문가, 현장 실무자들의 뜻과 정성과 바람과 노력이 녹아들어 있다.
지은이 나카무라 유키는 34년째 조현병을 앓는 엄마와 부대껴온 딸로, 전작 『우리 엄마는 환자입니다』와 속편 원고를 집필하던 중, 자신이 쓰고 그린 원고의 내용조차 어머니가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약에 대한 설명을 몇 번이나 들어도, 머리가 멍해 있으니까 금방 잊어버려. 스스로 공부하면 좋겠지만, 전문서적은 어렵기도 하고 집중력이 떨어져서 문장으로 된 책은 머리에 들어오질 않아.” 그래서, “엄마가 손쉽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을 쓰고 그렸다. “한국에 계신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한국어판을 위해 몇몇 그림도 다시 그리고, 수정하고, 한글로 서명을 해 보내왔다.
옮긴이 김성우는 조현병에 걸린 일본인 아내를 둔 한국인 남성이다. 아내를 위해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된 조현병 관련 서적을 뒤지고 뒤진 끝에 이 책을 만나 큰 도움을 받았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한국의 조현병 당사자들도 이 책으로 도움을 받기를 바라며, 직접 작가와 일본 출판사에 연락하고, 한국어로 번역하고, 한국 출판사를 찾아 한국어판을 출간하기까지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어판을 만들 때도 올바른 지식과 정보와 대처방법을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 군마대학 신경정신의학과 후쿠다 마사토 교수를 비롯해 수많은 조현병 당사자들의 감수와 검토를 거쳤지만, 편집부는 한국어판을 위해 다시 한국의 조현병 환자와 가족, 조현병의 세계적 권위자인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이효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정신건강간호사의 감수와 검토, 확인과 취재를 통해 의학지식 전반, 항정신병약물의 효과와 표준용량, 사회복지제도와 법규, 재활복지시설 등을 한국 상황에 맞추어 가다듬었다.
모두의 바람은 오로지, “조현병으로 너무나도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내시고, 그 가족분들도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작가), 이것이다. 그리고 조현병 환자와 가족으로 구성된 모임 ‘심지회’의 김금숙 어머니대표는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조현병 환자와 가족이 겪는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소개하고 있는 부분이 특히 유익하고, 우리 가족도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직접 시도해보려고 한다. 조현병 환자가 실제로 겪는 부작용과 대처법, 사회복지 제도 소개, 의사와 현명하게 소통하는 방법 등 조현병 환자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 조현병 당사자를 딸로 둔 엄마가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