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생 40주년, 처음으로 직접 밝히는 브랜드 철학의 모든 것 |
★ 가나이 마사아키 회장 서문 수록 ★
만든 이의 마음이 느껴지는 기획부터
로컬에서 시작되는 미래까지,
일상의 힘을 믿습니다
심플한 제품으로 생활의 미학을 파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MUJI’. 이곳에서 우리는 옷과 신발, 침구를 비롯하여 식기와 문구 심지어 레토르트 식품까지 생활에 쓰이는 거의 모든 물건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무인양품은 단순히 잡화점보다는 철학을 나누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는 브랜드로서 존재하고자 한다. ‘기분 좋은 생활’을 목표로, 어떻게 ‘사람과 사회에 도움’이 될지를 고민하며 건축과 도시 재생, 커뮤니티 기획 등 계속해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
『무인양품의 생각과 말』은 무인양품의 40년 경영 철학을 브랜드의 입으로 직접 공개한 최초의 책으로 탄생의 원점부터 철학을 이루는 핵심 키워드, 기획과 발상, 조직문화를 아우르며 구성원들에게만 공유해온 내용에 더해 앞으로의 일과 비전,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까지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오롯이 담겼다. ㈜양품계획 가나이 마사아키 회장이 직접 구성하고 서문을 썼으며,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이자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가 기획에 참여하고 한국어판 디자인 감수까지 마쳐 더욱 의미 깊다. 세계인의 공감을 얻는 브랜드가 되기까지, 무인양품이 거듭한 사유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 책은 변화와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기 중심축을 지켜낸다는 것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며,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관한 새로운 고찰을 전해줄 것이다.
“세상을 위해 제대로 기능하며
사용하는 이에게 기쁨을 전달하는,
브랜드의 역할은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_ 양품계획 가나이 마사아키 회장, 인터뷰 중에서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스며든
마이너스 미학의 비밀
개인이 삶의 목표를 위해 일상에서 반복하여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가 처음 정립한 ‘라이프스타일(Style of life)’이라는 이 개념은 전 세계적으로 밀레니얼이 구매력 있는 집단으로 성장하면서 기업들에 더욱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그들은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거나 지향하는 삶의 철학을 가진 기업의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그 스토리와 문화를 내 것으로 흡수하고 싶어 한다.
모노톤의 단정한 옷, 간소한 가구와 가지런하게 정돈된 방, 적당한 습도와 쾌적한 공기. 무인양품은 ‘인간은 욕심쟁이이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생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만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사는 사람들을 ‘좋은 생활자’로 상정, 그들이 영위할 법한 창조와 지속의 생활양식을 그려낸다. 『무인양품의 생각과 말』에 따르면, 갖고 싶은 것을 마음껏 욕망하던 80년대의 일본 사회에서 상표가 아닌 사상과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무인양품의 탄생은 고도의 소비 사회에 대한 안티테제와도 같았다. 자본 논리가 만들어낸 과도한 소비 지향의 사회에서, 기본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그들의 시작은 단 40가지의 상품을 다루는 마트 내 PB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7,000여 가지 품목을 취급하며 미국, 유럽, 중국 등 30개국·지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무인양품의 모든 물건에는 ‘마이너스의 미학’이라는 공통된 무(無)의 철학이 스며들어 있다. 특별하지 않기에 그 어떤 것과도 자연스레 어우러질 수 있고, 비어 있기에 모든 것을 담는 포용력을 가질 수 있다.
무인양품이 기획하는 방식을 잘 들여다보면, 왜 무(無)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힌트는 서로 다른 부서의 사람들이 팀을 이뤄 소비자의 집을 방문해 서로 다른 관점으로 소비자의 생활을 관찰하는 ‘유저 옵저베이션’ 시스템에 있다. 어떤 집에서든 어떤 물건과도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으려면 필연적으로 기능과 장식을 덜어내고 본질만 취해야 했기 때문이다.
“제게 있어 무인양품은 흰밥입니다.
흰밥 자체로만 보면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여러 반찬과 함께 어우러져 근사한 맛을 냅니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지요.”
_ 경영전략 전문가 구스노키 겐, 인터뷰 중에서
‘도움이 되자’는 대전략 아래
‘기분 좋은 생활’을 제안하다
“마케팅은 하지 않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이것이 가장 좋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무인양품은 화려함보다는 편안하고 기억에 남을 일상적 요소를 만드는 데 골몰한다. 『무인양품의 생각과 말』이라는 제목 그대로, 책을 통해 우리는 철저한 관찰에서 시작되는 기획에서 생산, 경영, 문화,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무인양품의 모든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진짜 내 생활을 보다 좋게 갖추고 싶다는 바람이 기획의 시작이라는 ‘일단은 자신에게 마케팅’, 일상에서의 사소한 만남과 발견을 응원하는 ‘잡담이 곧 전략회의다’, 무인양품 디자인의 정체성과 미학을 설명하는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이 있다’ 등. 자타공인 무인양품을 가장 잘 아는 사람, ‘미스터 무지’라 불리는 가나이 회장은 누군가 흘리듯 중얼거린 말, 직원이 조직을 떠나며 남긴 쓴소리, 평소 메모했던 생각들, 대화나 회의에서 나왔던 말, 위기 때마다 던진 질문과 이를 통해 가다듬은 키워드의 정수만을 모아 무인양품의 일관성과 사상성을 나타내는 53가지의 브랜드 철학으로 정리했다. 그에 의하면, ‘무인양품의 생각과 말’ 그리고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무리를 짓되 질서 정연하게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떼처럼, 같은 사상을 공유하고 실현하며, 일관되게 유지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강조한다.
제1장 ‘발상은 언제나 근원적이며 단순하다’에서는 인간의 속성을 고찰하며 무인양품을 이루는 뼈대와 그 원형을 살핀다. 제2장 ‘생활이 아름다워지면, 사회는 나아진다’에서는 경제는 수단일 뿐 진짜 목표인 ‘기분 좋은 생활’을 다시금 다지던 노력을 돌아본다. 제3장 ‘무인양품이 만드는 방식’은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들, 사소한 일상을 재발견하고 아이디어를 얻는 즐거움에 대해 말한다. 제4장 ‘무인양품이 생겨난 문화와 조직’에서는 무인양품의 사람들, 그들만의 특별한 조직문화와 사회를 향한 비전을 공개한다. 제5장 ‘무인양품은 비어 있다, 그래서 무한하다’에서는 새로운 분야로 가능성을 한없이 넓혀가는 무인양품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인양품의 특별한 가치는
고객이 무인양품에 대해 엄격하다는 점이 아닐까 하고 저는 늘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무인양품의 생각에 찬성하고 공감하는 한편,
‘그걸로 충분해?’라는 엄격한 눈으로 늘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한 기업 가치가 있을까요.”
_ 아트 디렉터 후카사와 나오토, 본문 중에서
소중한 가치를 고수하면서도
위기 속에서 살아남는 법
현대 경영학의 세계적인 석학 마이클 포터 교수는 “전략이란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선택하는 것”이라 말했다. 2001년 닥친 최악의 위기에서 무인양품을 구한 것 역시 ‘무인양품답지 않은 것’을 포기하는 지혜였다. ‘무인양품은 20세기와 함께 끝났다’는 업계의 평가, 과감한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이 찾은 해답은 자기다움이었다. “기분 좋은 생활을 위해 진짜 필요한 제품을 만들고, 인간의 생활이 시작된 자연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원점이다”라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공유하며, ‘그것이 무인양품다운가?’와 같은 질문을 수시로 던짐으로써 기본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무인양품이 책이나 청과물을 팔고, 건물을 짓는 것 역시 무분별한 부문 확장이 아닌, 그들의 철학을 지속해서 상품화한다는 맥락에서 그 궤를 같이한다.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