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과거의 실록으로, 현재의 본보기이자 미래의 지표이다.”
- 「초판 간행사」에서
13년 만의 재탄생, 『뿌리 깊은 한국사 샘이 깊은 이야기』 시리즈
<조선 후기편> 전면 개정판 출간!
‘역사’가 역사의 시험대 한가운데 섰다. 역사 인식이라는 큰 틀을 두고 이른바 ‘뉴라이트’ 국사 교과서 문제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가운데, 2017학년도부터 국사는 수능 필수 과목이 되었다. 심지어 임용고시, 공무원 시험, 한국사 능력시험 등의 공채 시험에 국사 과목을 필수로 지정하는 등, 한국사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사실 한국사를 선택 과목으로 돌린 것부터가 잘못된 선택이며, 이제라도 잘못 끼워진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민족의 발자취를 배우고 익히는 일은 나의 정체성을 바로세우는 데에 아주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올바른 역사를 인식하게 교육하는 일은 국가의 책무 가운데 하나이며,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배운다는 측면에서도 역사 교육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뿌리 깊은 한국사 샘이 깊은 이야기』(이하 『뿌샘』) <조선 후기편> 전면 개정판 출간은 참으로 시의적절해 보인다. 2002년 초판 출간 이래 전례 없이 풍부한 원전 사료의 인용과 교과서적이지만 꼼꼼하고 깔끔한 해설로 임용고시와 공무원시험 준비생들 사이에서 필독서로 이름 높았던 전설의 『뿌샘』 시리즈가 지난 10여 년간의 축적된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여 보다 알찬 내용과 깔끔한 편집으로 새 단장을 하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특히 이번 <조선 후기편>의 경우 다른 편과 달리 구판을 ‘전면 개정’하였다. 이 연작물의 다른 편 개정판들이 모두 같은 저자에 의해 구판을 수정.증보하여 펴내는 ‘개정 신판’임에 비해, <조선 후기편>은 구판 필자의 사정으로 인해, 박평식.이재윤.최성환 등 3인의 필자가 기존의 구판을 전면 폐기하고 새로 작업한 성과를 담아 엮었다.
양란 이후부터 조선의 개항까지,
사대부의 나라 조선의 역사 속으로!
이번에 출간된 『뿌샘5』(조선 후기)에서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부터 조선의 개항까지, 1,000년 이상 장구하게 지속된 중세 체제가 무너지고 근대로의 이행을 준비하던 격변기의 조선 후기 역사를 정치, 경제, 사상, 사회 등 4가지 분야 38개 주제로 나누어 개략적으로 탐색한다. 북벌과 실학, 안동 김씨의 세도 정치, 천주교 박해, 강화도 조약,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 농민 운동, 한글 소설의 등장 등 조선 후기 사회를 뒤흔든 사건들이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뿌샘』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인 풍성한 사료는 <조선 후기편>에서도 여지없이 빛을 발한다. <조선 후기편>에서는 무엇보다 해설의 심층적인 이해와 자료의 해독력을 높이기 위해 자료의 원문 수록에 초점을 두었다. 『여유당전서』, 『농가집성』, 『비변사등록』, 『성호사설』 등 조선 시대를 가감 없이 기록한 정통 사료를 풍부하게 싣고, 한자 원문까지 그대로 싣고 있어 훨씬 입체적이고 현장감 있는 역사 공부를 가능하게 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국가와 민생을 위한 유신을 지향하는 실학의 이념을 강조하고 성리학의 폐단을 비판한 정약용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는 『여유당전서』의 한 대목을 <자료샘>에서 소개한다.
옛날에는 도道를 배우는 사람을 사士라 이름하였는데, 사란 ‘벼슬하다[仕]’의 뜻이다. 위로는 공公에게 벼슬하고 아래로는 대부大夫에게 벼슬하여 임금을 섬기고 백성에게 은택을 베풀면서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사람을 사라 하는 것이다. … 지금 성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은사라고 자칭하면서 거드름을 피우고 있다. … 이들 사가 벼슬하는 경우를 보면, 경연經筵의 강설관講說官이나 세자의 보도관輔導官에만 추천할 뿐이다. 만약 이들에게 재정, 군사, 형정, 빈상 등의 일을 맡기면, 떼 지어 들고 일어나서 ‘유현儒賢의 대우를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떠들어댄다. … 주자는 육경六經을 깊이 연구하여 진위를 변별하였고 사서四書를 표장하여 심오한 뜻을 열어보였다. 그리고 조정에 들어가 관각의 벼슬에 임명되어서는 올바른 말과 격렬한 논쟁으로 생사를 돌보지 않은 채 임금이 은밀한 허물을 공격하고 권신들이 꺼리는 것을 침범하였으며, 천하의 대세와 군사상의 기미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논하면서 복수하여 치욕을 씻음으로써 대의를 역사에 펴려고 하였다. 외직으로 나와서 주군州郡의 수령이 되어서는 인자한 규범을 세우고 백성들의 은미한 고통을 속속들이 살펴 부역을 공평하게 하고 흉년과 역병을 구제하였다. … 주자가 어찌 일찍이 지금 선비들 같은 짓을 한 적이 있는가? 지금 세속 학문에 빠져 있으면서도 주자를 끌어대어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자들은 모두 주자를 무함하는 사람들이다. 주자가 어찌 일찍이 그런 적이 있었는가? 비록 이들이 외모를 꾸미고 행실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 방종하고 음란함을 즐기는 자들보다는 나은 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알맹이 없는 고고한 마음으로 스스로 옳다고 오만을 떨고 있으니, 끝내 이들 성리학 하는 사람과는 같이 손잡고 요순과 주공, 공자의 문하로 들어갈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성리학이라 하겠다.
_『여유당전서』 1-11권, 오학론
10여 년의 연구 성과가 오롯이,
『뿌리 깊은 한국사 샘이 깊은 이야기』 시리즈의 전설은 계속된다
개정 신판 『뿌샘』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10여 년간의 알찬 연구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의(主義)나 주장, 담론이나 논쟁보다는 오로지 사료와 원전 해석에 충실을 기함으로써 ‘자료로 읽는 한국사 수험서’의 새로운 지평을 연 역사서답게, 『뿌샘』 개정 신판 역시 복잡하고 골치 아픈 한국사의 커다란 흐름을 꿰뚫을 수 있게 해주는 친절한 통사로서의 역할에 여전히 충실하다. 특히 구판을 전면 개정한 <조선 후기편>은 양란 이후 격변하던 조선 후기 전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욱 넓힘과 동시에 다양한 분야에 걸친 각종 주제에 관해 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내용을 보여준다.
고조선·삼국 / 통일신라·발해 / 고려 / 조선 전기 / 조선 후기 / 근대 / 현대 등 총 7권으로 구성된 『뿌샘』 시리즈는 임용고시나 공무원 시험 준비생 등 수험생에 국한되지 않고 기성세대와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키우는 역사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다해줄 것이다.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인 독도를 ‘분쟁 지역’이라고 표기하여 일본의 입장을 대변한 교과서조차 등장한 오늘, 객관적인 사료에 근거해 우리 역사를 학습할 수 있게 한 『뿌샘』 시리즈의 존재 가치는 더욱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