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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김건형 시선과 수치심, 권력과 아름다움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심사 경위 … 339
심사평 … 342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성해나님 외 6명 · 소설
372p

2010년 제정된 이래 해를 거듭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젊은작가상이 어느덧 15회를 맞았다. 저만의 문제의식과 치열한 언어로 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데뷔 십 년 이하 작가들의 눈부신 발돋움을 조명하고자 마련된 젊은작가상은 지난해까지 모두 62명에 이르는 새로운 얼굴을 소개하며 한국문학에 생기를 더했다. 올해 젊은작가상에 이름을 올린 수상 작가는 김멜라 공현진 김기태 김남숙 김지연 성해나 전지영이다. 이 상의 수상자로는 처음 이름을 올린 공현진 김기태 김남숙 성해나 전지영 다섯 명의 등장이 반갑고, 작품세계를 경신하며 세번째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는 김지연의 성취가 뜻깊다. 무엇보다 2021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다가 올해 마침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의 영예를 안은 김멜라의 쾌거가 값지다. 우리 삶의 한 장면을 흥미진진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이 일곱 편의 소설은 독자에게 밀도 높은 공감을 안길 뿐 아니라 독서 그 자체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하는 새봄의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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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우리의 스토리가 마음에 드셨습니까?”
우리 삶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는 N가지 상상력
2010년 제정된 이래 해를 거듭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젊은작가상이 어느덧 15회를 맞았다. 저만의 문제의식과 치열한 언어로 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데뷔 십 년 이하 작가들의 눈부신 발돋움을 조명하고자 마련된 젊은작가상은 지난해까지 모두 62명에 이르는 새로운 얼굴을 소개하며 한국문학에 생기를 더했다. 올해 젊은작가상에 이름을 올린 수상 작가는 김멜라 공현진 김기태 김남숙 김지연 성해나 전지영이다. 이 상의 수상자로는 처음 이름을 올린 공현진 김기태 김남숙 성해나 전지영 다섯 명의 등장이 반갑고, 작품세계를 경신하며 세번째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는 김지연의 성취가 뜻깊다. 무엇보다 2021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다가 올해 마침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의 영예를 안은 김멜라의 쾌거가 값지다. 우리 삶의 한 장면을 흥미진진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이 일곱 편의 소설은 독자에게 밀도 높은 공감을 안길 뿐 아니라 독서 그 자체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하는 새봄의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
김멜라의 「이응 이응」은 성적 욕망을 해소해주는 기계가 발명된 시대를 배경으로, 타인과의 교류 없이도 편리하게 욕구를 해소하게 되었음에도 공허함을 느끼는 인물의 감정선을 좇는다. 반려 가족을 상실한 주인공 ‘나’가 사라진 존재와의 신체 접촉을 깊이 그리워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냄으로써, 섹슈얼리티는 다채로운 정서적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아름답게 펼친다. “여전히 김멜라의 고안과 발명들로 반짝이면서도 그간의 어느 작품보다 그리움과 상실의 정서들로 감정과 감각을 흔들어놓는 소설”(심사평, 소설가 최은미)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공현진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는 수영 센터의 강습반에서 꼴찌를 도맡아 하는 주인공 ‘주호’와 ‘희주’가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저만의 속도로 호흡하며 꿋꿋하게 연대해나가는 “사랑스럽”고도 “진중한(심사평. 문학평론가 김건형) 작품으로, 망해가는 세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한다. 김기태의 「보편 교양」은 고전읽기 수업을 맡은 국어 교사 ‘곽’이 어느 날 학부모에게서 민원을 받은 후 평온했던 그의 내면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을 포착한 문제작으로, 정교하고 촘촘한 문장에 녹아 있는 지식인 화자의 위선이 크나큰 아이러니를 불러일으킨다. 김남숙의 「파주」는 화자 ‘나’의 남자친구 ‘정호’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군대 후임 ‘현철’의 복수 서사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 선생인 ‘나’가 겪어온 자기혐오의 문제를 겹쳐놓으면서 폭력의 구조를 질문케 하고 인간관계의 역학을 확장시키는 수작이다. 김지연의 「반려빚」은 전 애인과 동거를 하면서 생긴 일억 육천의 빚을 마치 가족인 양 ‘반려빚’으로 여기는 ‘정현’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 사랑하는 관계에서조차 이해타산과 채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사회의 비극과 그 구조의 약자인 청년 세대의 고통을 통렬하게 펼쳐 보인다. 성해나의 「혼모노」는 몸주로 모시고 있던 장수 할멈 신이 홀연히 떠나 이른바 ‘신빨’이 다해버린 삼십 년 차 박수무당 ‘문수’와 그의 앞집으로 들어온 ‘신애기’의 기 싸움이 인상적인 활극으로, 무속 문화라는 독특한 세계를 실감나게 그려냄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신 앞에 선 인간의 믿음과 불신, 진정성을 질문하는 강렬한 소설이다. 전지영의 「언캐니 밸리」는 야간 택시 운전기사 ‘나’가 과거에 태웠던 한 손님이 염산 테러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벌어지는 고딕풍 스릴러이다. 사건의 무대를 부유층이 주로 거주하는 폐쇄적인 마을로 설정함으로써 부자와 빈자, 미와 추, 정상성과 비정상성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의 불안과 나약함을 형상화한 야심 넘치는 이야기이다.
★
젊은작가상은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십 년이 넘지 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한다. 계간 『문학동네』의 계간평 코너를 맡은 박서양, 이소, 임정균, 전승민 평론가가 2023년에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성실하고 꼼꼼하게 검토해주었고, 이 작업을 바탕으로 성현아, 전청림, 최다영 평론가가 각자의 추천작을 더하고 함께 선고심을 진행해 총 스무 편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본심 심사위원으로는 김건형, 황종연 평론가와 김인숙, 배명훈, 최은미 소설가가 위촉되어 2024년 1월 26일에 본심 심사가 열렸다.
김멜라의 「이응 이응」은 성에 대한 대담한 상상력과 ‘반려’와 ‘사랑’에 대한 천착이 두루 지지를 받으며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김지연의 「반려빚」과 공현진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는 청년 세대의 현실과 그 고투를 생생하게 그려낸 점에서 눈길을 끌었고, 김기태의 「보편 교양」과 성해나의 「혼모노」는 위선과 위악을 세밀하게 포착하면서도 재치 있는 문장으로 주목받았다. 김남숙의 「파주」와 전지영의 「언캐니 밸리」는 인간의 폭력성, 불안이라는 주제를 인물들의 관계와 공간을 통해 효과적으로 형상화하는 솜씨가 돋보였다.
이렇게 일곱 명의 수상자를 꼽고 나서 보니, 젊은작가상을 처음 수상하는 신인 작가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결과가 또한 반가웠다. 이들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된다. 재기 넘치는 젊은 작가들의 활약을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이번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도 독자 여러분에게 즐거운 독서의 시간을 선물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_‘심사 경위’에서
★
김멜라, 「이응 이응」 성적 끌림과 정서적 끌림이 분리될 수 있는지, 만지고 싶은 마음과 성적 쾌감이 분리될 수 있는지 물으며,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는 반려를 잃은 상실감과 그 이후의 생에 대한 질문들을 남긴다. (…) 여전히 김멜라의 고안과 발명들로 반짝이면서도 그간의 어느 작품보다 그리움과 사랑과 상실의 정서들로 감정과 감각을 흔들어놓는 소설이었다. _최은미(소설가)
“나는…… 다른 인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를테면, 뺨을 맞대거나 포옹하거나, 아니면 반가운 사람이 상대를 안아서 들어올릴 수도 있겠죠. 너무 반가우니까. 반갑고 좋으면 개는 오줌을 싸잖아요. 물론 인간은 팬티를 입지만. 이를테면, 반가운 마음에 상대를 안고서 빙글빙글 돌면……”(문장웹진 2023년 5월호)
■ 2014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적어도 두 번』 『제 꿈 꾸세요』, 장편소설 『없는 층의 하이쎈스』, 산문집 『멜라지는 마음』이 있다. 문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2021년, 2022년, 2023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공현진,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수영 센터 강습생으로 우연히 만나 친분을 쌓아가는 그들에 관한 서술은 지구 멸망에 대한 예감을 배경에 두고 있으면서도 전반적으로 밝은 어조다. 그것은 결국 어떤 대파국 앞에서도 건재한 사람의 살고 싶은 욕망을 따뜻하게 긍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_황종연(문학평론가)
주호는 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밀려오는 자신이 이상했다. 그런 충동은 죽음에 대한 충동과 짝을 이루는 것 아닌가. 삶이, 살아 있음이 자연스럽다면 살고 싶다는 충동 자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주호는 최근 들어 죽음에 대한 충동이나 갈망 없이도, 살고 싶다는 충동에 절실하게 시달렸다. 살고 싶다. 더욱 살고 싶다.(『악스트』 2023년 3/4월호)
■ 공현진 2023년 단편소설 「녹」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김기태, 「보편 교양」 위선으로 가득찬 한 지식인의 초상이 그려진다. 이 위선은 얼마나 정교한가. 소설은 또 얼마나 정교한가. 호흡 하나, 단어 하나 어긋남 없이 꽉 차 있다. (…) 이 완벽한 위선과 서술은 그 완벽함 때문에 곧 무너지게 되리라는 점에서 일종의 블랙코미디로 읽히기도 한다. _김인숙(소설가)
명백한 수업권 침해였다. 수강생들이 수업을 외면할 수는 있지만



정지연
5.0
이번 젊작상 정말 최고다…. 김기태까지 읽고 그냥 오점 줘야겠다고 생각함…. 김멜라는 이응 이응으로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했다. 소설도 해설도 정말 귀하다. 이토록 다정하고 급진적인 상상력을 사랑해. 이런 소설이 정말로 퀴어한 소설이 아닐까. 우리의 사랑은 끊임없이 흐르고 가변적이고 무한하니까. 공현진의 무해한 소설처럼 살아가고 김기태의 보편성을 믿으며 문학에 오래 머물고 싶다.
벵말리아
4.0
이번 작품집 고르게 모든 단편이 재밌다.
이승준
4.5
김멜라 빼고 다 좋음
지흔
3.5
이제 김멜라는 젊작상 공무원 같음 서재페 공무원 라우브처럼
ㅎㅈ
4.0
최애작은 김기태 <보편교양>이다. 늘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의 모습이 참 현실적이고, 결말은 더없이 현실적이다.
minnn
4.0
드디어.. 한동안 같은 자리만 맴돌던 젊작상이 앞으로 나아갔다. 너무 좋다.
Liemoon
3.5
<이응이응> 인간은 기계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지만 가장 솔직한 꿈 속에서 간절히 바란 것은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밟는 소리, 머리를 헝클이는 거센 바람, 발목을 할퀴는 나뭇가지, 진흙투성이가 된 발. 나와 비슷한 소망을 가진 존재와의 만남, 하고 싶은 것과 받고 싶은 것에서 오는 쾌락이 아닌 간직한 것, 그리운 것에서 오는 온기, 위안, 벅차오름, 사랑. 그리고 마침내 카타르시스. 첫 단편집에서부터 퀴어, 젠더, 섹슈얼리티를 가장 전위적인 방식으로 그려온 작가답게 이번 작품 역시 섹슈얼리티와 젠더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빛난다. 별것 아닌 것과 별것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플롯과 별것이 별것이 되는 이유를 기어코 찾아내는 메시지가 마음에 꼭 든다. 테크닉적 진보가 확실히 느껴지는 작가가 초창기의 패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마음을 울리는 법까지 익혔을 때 오는 감동.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주호와 희주, 두 캐릭터가 상징하는 바가 너무 또렷한데 둘 사이의 대비 역시 너무 극명하다. 한 줄로 요약하면 완전히 다른 성질의 두 사람이 자신의 인간성에 상처가 나는 일련의 사건을 겪은 뒤, 엉망이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서사인데 두 인물의 서사가 균등하게 펼쳐지다 보니 어느 하나에도 깊게 이입이 안 되고, 인물은 납작하게 느껴지며, 그러다 보니 등장인물이 하나같이 가짜처럼 느껴진다. 몰입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웠던 단편. 부고 옆에 쓰인 이름을 난생처음 보는 듯한, 생경함에서 비롯되는 공포, 삶이 통째로 뒤흔들리는 서슬퍼런 인식에 휩싸이는 희주의 장면은 좋았다. <보편교양> 그 모든 배반 중 가장 뼈아픈 배반은 자기배반일 것이다. 좀 나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좀 다른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막상 까고 보니 생각보다 후질 때 별 볼 일 없을 때 사람은 ‘파괴된다’. 그런 의미에서 곽은 파괴되지만 패배하지 않는, 헤밍웨이의 인간론에 부합하는 인간이다. 내 수업의 유일한 빛인 은재가(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훌륭히 기능하며 결과적으로 뛰어난 성취를 거두었고 곽의 내면적 욕구를 충족시키기까지 했으니), 마르크스를 제대로 이해했다고도 할 수 있는 은재가 실은 자본주의 사회가 허락하는 혜택을 아낌없이 누리는 수혜자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의 화살은 은재에 대한 배신감이나 가르침의 무쓸모로 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모순을 먼저 겨누는 이가 행하는 교육은 언젠가 세상에 두루 미치고 통하게 될까. 소설의 결말이 담지하는 희망 정도로 충분한 듯싶다. <파주> 현철은 아주 살아 있는 것 같다가도 아주 어색한데 이는 초점화자인 윤정의 시선에 따른다. 정확히 말해 윤정이 눈앞에 있는 현철을 묘사할 때 그의 눈에 비친 현철은 좀 더 살아 있는 인간 같고, 윤정의 사념 속 현철-윤정이 궁금해하고 생각하는-은 도무지 잘 섞이지 않는 요소가 뒤엉켜 만들다 만 콜라주 같다. 윤정이 현철을 통과해 마침내 스스로의 ‘시시함’, 허무를 발견한다는 점에서 현철은 윤정에게 매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윤정-현철의 관계에서 현철이 겪은 피해 사실에 대한 연민이 최소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초점화자인 윤정의 서술과 감정을 그대로 따라가기에는 분명 어려움이 있다. 결과적으로 두 인물이 가진 감정의 결이 비슷하다 할지라도 과정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철이 매개에 불과한 설정까지 작가의 의도일까? 결국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마음만 알고 헤아리고 응원할 수 있다는. 씁쓰름한 소설 분위기와 어울리는 플롯이다 싶다가도 찝찝한 기운이 남는다. 봐야 할 장면은 너무 적게 보고, 보지 않아도 될 장면은 너무 많이 본 느낌이랄까. <반려빚> 크게 과한 지점 없이 재밌고 웃기다. 김지연 작가가 이런 쪽에도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장류진 작가의 소설과 비슷한 느낌인데 그보다는 조금 더 사랑 쪽에 애가 닳아 하는 그런 작품이었다. 서일이라는 캐릭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나 정현과 선주가 제 역할을 톡톡이 해내 설정적 결함을 상쇄한다. 툭툭 던지는 문장으로 완성한 장면장면들이 제법 귀여운 단편. <혼모노> 어느 하나 생생하지 않은 장면이 없다. 어떻게 이렇게 꽉 차게 매혹적일 수 있지? 신이 들어오면 들어온 대로 가짜이며(주체의 능력이 아니니) 신이 없으면 없는 대로 가짜인(선무당) 판에서 나로서 진짜이겠다는 이의 결기가 무섭게 번뜩인다. 왠지 그 피를 본 기분이라 섬짓했다. <언캐니 밸리> 불쾌한 분위기가 눈처럼 소복이 쌓인다. 휘몰아치지 않고 은은하게 공기를 메운다. 이인칭으로 시작하는 문장이 주는 거리감, 해침의 주체를 알 수 없는 잔혹한 사건, 해쳤다 말하기에는 좀 뭐한 그렇지만 그래서 더 기괴한 사연. 잔혹한 사건과 기괴한 사연 중 더 커다란 불쾌감을 자아내는 건 의외로 기괴한 사연 쪽이다. 물리적인 폭력을 동반하는 잔혹한 사건은 직접적인 고통을 안기지만 비가시적 폭력은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인간성과 존엄성을 해치는 방식으로).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이 사람으로서 입는 가장 큰 해는 돈에서 비롯된다는 것. 독특한 설정과 지형적 요소를 잘 활용한 영리한 작품이었다. * <이응이응> <혼모노> <언캐니 밸리> <반려빚> <보편교양> <파주>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순으로 좋았고 뒤의 두 편은 좀 아쉬웠다.
autumn
3.0
나의 소설을 읽고, 나의 입력값을 초월하여 당신의 출력값을 내는 일. 이는 나의 성취이자 당신의 성취로, 두 사람이 각자의 특별함을 함께 얻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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