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의 첫번째 소설. '묘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오래된 마을 교회 뒤편에 자리한 공원 묘지, 낮이면 햇빛이 가득 쏟아지는 이곳은 여느 도시의 묘지가 지닌 숙연한 그늘이 없다. 마을 사람들이 저녁 산책을 하고, 주말이면 젊은이들이 모여 늦게까지 술판을 벌이기도 했던 곳이지만 33년 전 발생한 카타리나 사망 사건 이후, 일몰이 지나면 묘지는 정적에 잠겼다. 눈에 띄는 아름다운 용모이지만 마을에서 유명한 바보 취급을 받는 피터가 이 묘지의 관리인이다. 일찌감치 이곳을 떠난 부모에게서 묘지관리인인 할아버지가 그를 맡아 키웠다. 부모 없이 할아버지와 묘지에서 산다는 이유로 어려서부터 친구들에게 괴롭힘과 놀림을 받고 자란 그에게 묘지는 집이자 놀이터였고 세상의 전부였다. 할아버지가 죽은 후 피터는 묘지관리인이 되어 살아간다. 그곳은 도시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탈락한 이들, 노숙하는 이들의 아늑한 쉼터이기도 했다. 그런 피터에게 친구가 생긴 건 할아버지가 죽은 이후, 정확히는 한나를 만난 이후였다. 그즈음부터 밤마다 찾아오는 조금 특별한 여인들 덕분에 한동안 외로움을 모르고 지냈다. 33년 전 카타리나가 묘지 뒤편의 부엉이숲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기 전까지는. 그 이후 더 깊고 어두운 고독에 잠겨 적잖은 세월 동안 홀로 보냈다. 혼자서 말하고 묻고 답하며 늙어갔다. 누군가에게 그의 이름을 불리는 일도 없이. 그러던 어느 날 젊은 사내가 찾아와 그의 이름을 부른다. "피터 토레스씨? 저는 묘지관리인인 피터 토레스씨를 찾아왔습니다만……"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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