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던 아버지가 고독사했다!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게 된 나, 다시 잘 지낼 수 있을까?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까. 게다가 가정불화의 원인 제공자이자 한동안 연락이 두절되었던 아버지가 고독사를 맞이하고, 이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면? 아버지의 고독사라는 소재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삼십대 여성의 삶과 우울, 성장을 그린 만화 『기분이 없는 기분』이 출간되었다.
『기분이 없는 기분』은 ‘아버지의 딸’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서 깊이 숨겨두었던 감정을 아버지의 고독사 이후 걷잡을 수 없는 우울증에 빠지며 마주하게 된 혜진의 이야기이다. 우울증으로 인해 별안간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기분, ‘기분이 없는 기분’에 빠지게 된 혜진의 삶은 만성화된 아픔과 우울에 고통받으며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진심 어린 공감을 호소한다. 이 작품으로 우리 앞에 새롭게 등장한 만화가 구정인은 한 여성의 서사를 다루면서도 현대사회에 만연한 노인 고독사 문제와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성찰하는 솜씨를 보여준다. 그 결과 자신의 첫 단행본인 이 작품을 통해 우리 만화의 다양성 제고와 작가 발굴을 목표로 한 ‘2019 다양성만화 제작지원사업’ 선정 만화가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군더더기 없는 흑백의 그림체로 삶을 회복하는 여성의 의연한 여정을 섬세하고 정직하게 그리는 이 만화는 억압과 우울이라는 어둡고 긴 터널에서 벗어나 새로운 용기를 찾으려는 독자들에게 정확한 위로와 응원의 손길을 건넨다.
냄새나는 유품, 빚, 그리고 우울증.
아버지의 고독사 이후 남은 것들
“기분이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기분이 없는 기분이었다.” - 본문에서
서울에 사는 삼십대 중반의 혜진은 남편과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여성이다. 그러던 어느날 혜진은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왕래 없이 지내던 아버지가 고독사했고, 방치된 시신이 이웃의 신고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혜진은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할 생각이 없다. 가출과 외도를 일삼으며 사업과 주식에 몰두하다 가산을 탕진한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혜진은 아버지의 존재와 기억을 지우고만 싶다. 하지만 장례를 치르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아이를 돌보는 일도, 끼니를 챙기고 다른 이를 만나는 일도 어렵다. 오래되다 못해 젓갈 냄새가 나는 유품과 빚만을 남긴 아버지의 고독사 앞에서 방황하던 혜진은 급기야 극단적인 상상을 하기도 한다. 완전히 나락에 빠졌다고 느낀 혜진은 드디어 용기를 내어 남편과 병원, 상담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혜진의 소망은 예전처럼 바깥에 나가 걷고, 햇볕을 쬐고, 아이와 손잡고 어디로든 가보는 것이다. 일상을 회복하고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상태를 직시하고, 어떤 기분인지 찬찬히 살펴야 한다는 것을 혜진도 잘 안다. 하지만 마음을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기분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사실만을 확인하는 혜진. 과연 혜진은 잃어버린 감정을 회복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조용히 분투하고, 여전히 성장하는
오늘의 우리, 혜진
『기분이 없는 기분』은 지금, 여기 한국을 살아가는 삼십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나쁜 친구』 『올해의 미숙』 등 지금까지 출간된 창비 여성서사 만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2017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새로운 발견상’을 수상한 만화가 앙꼬의 『나쁜 친구』는 어두운 십대를 통과하는 여성 청소년의 초상을 담았고, 황정은·신미나 두 작가의 응원을 받은 만화가 정원의 『올해의 미숙』은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젊은 여성인 장미숙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준 바 있다.
그렇다면 어른이 된 『나쁜 친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올해의 미숙』의 주인공 미숙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운다면, 그 삶은 어떤 모습일까? 『기분이 없는 기분』의 차별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주인공 혜진의 모습은 어른이 된 『나쁜 친구』 혹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며 평범한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미숙의 미래와 닮아 있다. 세월을 지나 힘겨운 분투가 일상이 된, 혜진이라는 삼십대 여성의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모두의 이야기다. 우울증으로 평소처럼 작업에 몰두하지 못하고, 집안일도 못하게 되어 남편과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낀 혜진이 급기야 “스스로 너무 쓰레기 같아요.”(176면)라고 토로하는 장면은 워킹맘으로서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 수행에 힘겨워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춘다.
오늘날의 여성은 어떻게 오래된 가족주의의 폐단과 우울을 이겨내고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혜진이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잊을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는 것이다. “너무 살아 있는 내 딸과 너무 죽어 있는 내 아버지”(24면) 사이에서, 미래와 과거 사이에서, 이 여성은 어떻게 원망도, 그리움도 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 『기분이 없는 기분』은 혜진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여성의 질문이기도 한 이 거듭된 물음들에 성실히 응답한다. 독자들은 여전히 성장하는 혜진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각별히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새로운 삶의 용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잘 지내기 위해
한없이 정확한 위로를 건네다
“우리 목표가 약을 끊는 것은 아니잖아요?
잘― 지내는 것. 그게 우리 목표예요.” - 본문에서
세상에는 좋은 위로가 많다. 다정한 사람들이 건네는 배려, 다 괜찮아질 거라는 긍정의 말들이 한순간을 살아내는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없는 우울과 불안 증세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에게 이 위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공허한 기분에 허덕이는 사람 앞에서는 힘을 내라는 응원도, 다 괜찮아질 거라는 막연한 희망도 듣는 사람이 아닌 말하는 사람의 자기 위안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혜진은 안온한 위로를 구하지 않는다. 살아서 다시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 잃어버린 기분을 되찾겠다는 의지의 발로에서 적극적으로 주변의 도움을 청한다. 남편을 포함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리고, 심리상담가를 찾아가 마음을 털어놓는다. 정신과에서 체계적인 검사를 받고 정량의 약을 처방받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혜진은 정신과 약 중독을 걱정하는 친구의 말에 숨은 우울증에 대한 편견을 발견하기도 하고, 스스로 약을 끊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혜진은 우울증에 관한 흔한 염려와 편견을 이겨내고 마음의 회복을 위해서만 정성을 다한다. “기침은 어때요?” “코막힘은요?”(140면)라고 감기 환자에게 묻듯이 가볍고 정확하게 혜진의 마음 상태를 질문하는 담당 의사와 늘 무덤덤하지만 한결같은 태도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담가의 조력은 혜진에게 큰 힘이 된다. ‘스스로 잘 지내는 것’ 자체가 소중한 목표임을 배워가는 혜진의 의연한 자세와 조력자들의 태도를 통해 독자들은 한없이 정확한 위로를 얻을 수 있다.
이 만화를 다 읽고 나면 책을 덮고 주변을 돌아보기를 권한다. 그동안 눈에 띄지 않던 수많은 혜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를 잘 지내는 것’을 목표로 삼은 혜진을 응원하는 일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그건 혜진만이 아닌 나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이기도 하다.
홍승민
5.0
이번엔 이 책의 추천사를 옮겨볼까 한다. - "미워하던 부모가 고독사로 죽으면 어떤 기분일까? '기분이 없는 기분'은 슬픔 없는 애도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예상치 못한 죽음 앞에서 작가는 성급히 용서하지도, 죄책감에 휩싸이지도 않는다. 다만 끊임없이 자신의 삶에 집중하며 스스로를 돌본다. 갑자기 닥친 일에 어떤 마음을 느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운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단단하고도 섬세하게 마음을 살피는 혜진의 여정이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 서늘한여름밤(작가) - - 이 책이 별이 다섯 개인 이유는, 그 2018년과 2019년을 보내고 있는 날 위해
제프박
4.0
작가가 우울증에 빠지게 된 계기와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이야기해줘서 심리적인 고통을 겪고 있거나 겪어본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좋은 만화.
mimi
4.5
많이 공감할 수 있었던 책. 그것만으로도 위로 받았던.
은진
4.0
표지처럼 나를 향한 빛이 있음에도 어둠에 고개를 박고 있는 날들이 있다. 어쩌면 내 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조금 슬퍼졌는데 어쩐지 고마움을 전하는 작가의 말에서 울컥했다. 그 이름들이 작가에게 또 나에게 있어서 다행이다.
콩몽
4.5
무기력, 우울증, 기분이 없는 기분을 솔직하게 잘 그려낸 책이다. 주인공(작가)이 다시 잘 지낼 수 있도록 응원하게 된다.
박상아
3.5
껍질 한겹없이 있는 그대로를 드러낸 작가의 책을 읽으면 나도 그럴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긴달까 2019.09.11 언니가 선물 준 책
소심한관종
5.0
스포일러가 있어요!!
코스믹아울
5.0
나도 아버지의 죽음을 경찰에게서 전화로부터 알게됐다 다행히 아버지의 직장 동료가 함께 약주를 하고 잠들어서 고독사는 면할 수 있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언젠가부터 시작된 나의 무기력증과 깊어진 우울증으로 툭하면 화를 내거나 울기 시작했고 고집을 부리다가 겨우 병원에 다니게 되었다 아주 똑같다고 얘기할 순 없지만 꽤 비슷한 혜진의 과정에 많은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무기력해서 누워만 있을 수 밖에 없었던 나날들, 아무일도 아닌 것에 화가 나고 울고 싸우고 했던 시간들, 그러다가 내 자신이 너무 싫고 한심해서 죽고 싶었던 순간들 다시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건 제대로 된 검사와 꾸준한 약 복용 그리고 친구들의 지지 덕분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잘 살아있을 수 있는듯... 슈퍼히어로나 신의 도움으로 반짝! 하고 각성하지 않았듯이 모두가 결국 그 힘든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제일 어려운 부분이지만... 혜진도 나도 잘 견뎌낸 시간들을 스스로 기특하다고 여겨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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