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_“백화점에서 ‘사람’을 본 적 있나요?”
1부 백화점 노동의 이면
아름다운 백화점, 그 안의 위태로운 노동
서비스 판매직, 여성의 노동?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백화점, 그 안의 노동자들
성할 날 없는 몸과 마음
오래 일하고, 적게 벌고
아름다움도 노동의 일부
백화점에는 첫째, 둘째, 막내가 있다?!!
2부 백화점 서비스의 이면
친절이 몸에 밸 때까지 교육, 또 교육
감정노동 이야기
떴다! 미스터리 쇼퍼
백화점의 법도, ‘매출’
3부 백화점 공간의 이면
하나의 공간, 두 개의 세계
하루에 세 번 이상 가기 어려운 그곳
‘직원들은 탈 수 없는’ 엘리베이터
나가며_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될 권리
후주

![[광고] 위기브 고향사랑기부제 보드배너](https://an2-img.amz.wtchn.net/image/v2/30n2nHWSAw51zVsHKabnBg.png?jwt=ZXlKaGJHY2lPaUpJVXpJMU5pSjkuZXlKd0lqb2lMM1l5TDNOMGIzSmxMM0J5YjIxdmRHbHZiaTh4TlRBeU9USTRPRE14T1RJek9EUTNOU0o5LnJhWnI0MTlmU3o2TFBzZVVyemhLQksxRjdUZG1GMkZMYkJiWWhYVWR1cmM=)
![[광고] 위기브 고향사랑기부제 보드배너](https://an2-img.amz.wtchn.net/image/v2/eG_9e_QNuoozo-T-wRT1vw.png?jwt=ZXlKaGJHY2lPaUpJVXpJMU5pSjkuZXlKd0lqb2lMM1l5TDNOMGIzSmxMM0J5YjIxdmRHbHZiaTh4TURReE56ZzBNemd6TlRFM09UUTVNU0o5Lk5oMmExaFA3U3JLeVVpZWdRbl9ET0NjSzRQMVczWExMV2RDVUR6eFVRcU0=)
최근 몇 년 사이, ‘백화점 갑질’이라는 제목의 영상과 증언들이 SNS를 타고 전해졌다. 이 영상들에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백화점 노동자의 뺨을 때리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무릎 꿇고 사과하기를 강요하는 이른바 ‘진상’ 고객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런가 하면, 극심한 감정노동과 매출 압박으로 노동자들이 자살을 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겉보기에 번듯하고 화려한 공간인 백화점은 어느샌가 모욕과 죽음의 공간으로 변해 가고 있다. 이 책은 휘황찬란한 백화점 공간 이면에서 고강도의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건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귀한 시대”에, 이 책은 우리에게 친절하게 물건을 건네주는 사람, 바로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하여 언제나 ‘상품’을 향해 있던 우리의 시선이 ‘사람’에게로 향할 수 있게 한다. 열두 명의 백화점 노동자가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는, 우리가 “물건을 사이에 두고” 비인간적인 고객과 무력한 노동자가 되도록 조장하고 있는 백화점과 사회의 이면을 낱낱이 일러준다. “지갑을 가진 존재로만 규정되는” 고객과, 매출을 위해 “모든 것을 받아 줘야 하는 존재”인 노동자들은 사회가 규정해 놓은 각본을 깨고 서로 만나야만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서로에게 공감하며, ‘연결’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저자/역자
코멘트
1목차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온갖 상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 그곳,
소비의 즐거움과 노동의 피로가 함께하는 그곳,
우리는 오늘, 백화점에 ‘사람’을 만나러 간다
“백화점 노동자의 숨은 얼굴을 보지 못한다면,
우리는 긴 쇼핑의 시간 동안 결국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한 것이다.”
“우리의 시선을 저 높은 곳에서 거두고 맞은편에 둔다면,
무한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에서 유한한 사람의 노동으로 눈길을 옮긴다면
나와 아주 닮은, 외로운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백화점 갑질’이라는 제목의 영상과 증언들이 SNS를 타고 전해졌다. 이 영상들에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백화점 노동자의 뺨을 때리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무릎 꿇고 사과하기를 강요하는 이른바 ‘진상’ 고객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고객들은 구매한 지 몇 개월, 심지어는 몇 년이 지난 상품을 가져와 환불·반품해 달라고 하는 등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하며 폭언을 퍼부었지만, 이러한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요구를 어느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그저 가장 힘없는 매장의 노동자들만이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연신 반복해야 했다. 한편, 이러한 감정노동과 날이 갈수록 더해 가는 매출 압박은 백화점 노동자들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겉보기에 번듯하고 화려한 공간, 그리고 최상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백화점은 어째서 이러한 모욕과 죽음의 공간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인가?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라는 말은 얼핏 당연한 진술문처럼 보이기도 한다. 백화점은 많게는 하루 몇만 명 되는 고객들이 드나드는, 그야말로 ‘사람들로 넘쳐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고객들의 시선은 언제나 ‘상품’을 향한 것이었지,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로 향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책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는 휘황찬란한 공간 이면에서 고강도의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건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귀한 시대”에, 이 책은 우리에게 친절하게 물건을 건네주는 사람, 바로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차별받고 있는 여성들과 함께 오랜 시간 운동해 온 한국여성민우회, 백화점 노동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 이야기를 통해 여성들을 만나고 연결해 온 안미선 작가, 그리고 용기 내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 준 열두 명의 백화점 노동자들이 이 책의 공동작업자이다. 공동의 노력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이 이야기들은, 우리가 “물건을 사이에 두고” 비인간적인 고객과 무력한 노동자가 되도록 조장하고 있는 백화점과 사회의 이면을 낱낱이 일러준다. “지갑을 가진 존재로만 규정되는” 고객과, 매출을 위해 “모든 것을 받아 줘야 하는 존재”인 노동자들은 사회가 규정해 놓은 각본을 깨고 서로 만나야만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서로에게 공감하며, ‘연결’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과로 사회’, 그리고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백화점
“1월, 5월, 9월 행사 집중 기간에는 집에서 서너 시간만 겨우 자고 출근해야 해요.” (최지은, 백화점 화장품 매장)
“종일 무조건 정자세로 말없이 기다리고 서 있으라는 거예요. 그게 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한번은 억울해서 울었어요.” (박정아, 백화점 잡화 매장)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 시간이 길어지면서, 늦은 시각까지 영업하는 곳들이 늘어 가고 있다. 식당, 편의점, 마트 등 여기저기 그야말로 ‘불야성’이다. 백화점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들은 노동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노동의 공간’인 곳들로 찾아 들어간다. 여가를 즐길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은 ‘소비’를 통해 여가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고된 노동의 스트레스를 푼다.
하지만 이러한 고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백화점의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혹은 그보다 더 긴 시간을 백화점에 머물러야만 한다. 백화점의 불이 꺼져도, 그날그날의 매출 정보를 입력하고 마감하는 노동자들의 손은 늦게까지 분주하다. 길어진 노동 시간만큼 대가는 주어지지 않고,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명목하에 강도 높은 감정노동을 수행해야 한다. 백화점에서 말하는 ‘고객만족’이란, ‘고객을 충분히 만족시켜 지갑을 더 많이 열게 하는 것’이다.
대다수 백화점 노동자들의 휴무는 일정치 않고, 백화점의 정기휴무는 월 1회에 불과하다. ‘여가와 저녁이 있는 삶’은 포기한 지 오래이며, 주로 여성인 노동자들은 일과 가사노동이라는 이중의 부담 속에서, “서너 시간만 겨우 자고” 일터로 나서는 일상을 보내기도 한다. 그야말로 금전적, 시간적, 삶의 질적인 면에서 모두 빈곤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고객의 말과 매출이 곧 ‘법도’인 곳
▶ 서비스에 대한 강조와 집착
“고객들은 직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도 다 수용되는 경험들을 통해 ‘그렇게 해도 된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본문 136쪽)
백화점은 대중 광고와 홍보물을 통해 ‘쾌적한 쇼핑 공간과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러한 백화점의 이미지는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모아” 쌓이는 것이다. 고객을 만족시키고, 매출을 증진시키기 위한 서비스 교육은 거의 매일같이 반복된다.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고양시키도록 롤플레이(role play) 식의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가짜 고객’이 불시에 방문하기도 한다. 이러한 평가는 노동자들이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직원들의 인사 고과에 영향을 미치고, 해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백화점이 이렇게 ‘서비스’를 강조하는 것은, 인터넷 쇼핑 등의 활성화로 인한 매출의 하락을 극복하기 위해서이다. 실제 서비스 교육 현장에서, “승부할 건 서비스밖에 없다”는 말이 오가기도 한다. 백화점은 매출의 책임을 노동자 개개인에게 지우고, 수시로 점검하며, 재촉한다. 모든 매뉴얼은 ‘판매’ 증진을 위한 것으로, 비합리적이고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고객들을 적절히 응대할 만한 내용의 매뉴얼은 없다.
“고객한테 세 가지 용어를 하면 안 돼요. ‘안 돼요’, ‘몰라요’, ‘없어요’.” (주은아, 백화점 의류 매장)
매뉴얼에 따르면, 백화점 판매직 노동자들은 고객에게 ‘안 된다’는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고객의 모든 요구를 들어 주고, 만족시키라는 백화점의 지시는 ‘진상 고객’들의 횡포를 일상적으로 감내하게끔 만든다. 백화점 노동자들이 받는 감정적 상처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 노동자들의 돈으로 만들어 내는 ‘가(假)매출
월초에 백화점은 각 매장의 목표 매출액을 정해 준다. 기준은 언제나 ‘지난해의 매출보다 높게’이다. 전년도의 성과가, 올해에는 노동자 자신의 발목을 붙잡는 격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매출은 늘 갱신되며, 백화점 본사는 ‘무한 이윤’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높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때로는 노동자들의 카드를 이용해 ‘가매출’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마치 판매가 이루어진 것처럼 카드를 긁고, 목표한 매출액이 채워지면 해당 달이나 다음 달에 이를 취소하는 것이다. 이는 겉보기에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행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백화점 관리자들에 의해 공공연하게 종용되고 있는 관행이다. 한 달에 150만 원 전후의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가매출을 올리기 위한 명목의 카드값은 때때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빚이 되기도 한다.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가매출 관행은, 생계를 위해 일터에 나선 노동자들을 도리어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고객과 상품을 위한 공간은 있어도, 일하는 사람을 위한 공간은 없는 곳
“소파가 찢어지든지 발이 하나가
더 많은 코멘트를 보려면 로그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