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사한 아저씨의 심리적 부검

조은일 · 에세이
2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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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골 말단 포병 부대에서 포수로 복무하게 된 육군 이등병 조은일. 거친 사람들과 험한 부대 분위기 속에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요즘 들어 부쩍 자주 하게 된 죽는 상상은 그를 더욱 위험하게 만든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겪은 일과, 각 시기마다 머릿속을 지배하던 상상이 시나리오 형식으로 구현된 “평행 우주”로 이루어져 있다. 평행 우주에서는 그가 군대에 가지 않는가 하면, 절대 일어나지 않길 바라던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조은일은 거기서 죽었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나. 선임? 간부? 어쩌면 군대에 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책은 우울증 환자의 정신 건강과 외부 환경 간의 복잡한 역학 관계와 투쟁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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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의 말 1부 평발로 공익 간 121번 훈련병 열심히 해도 오히려 손해만 / 훈련병의 면도날 / 평발은 그냥 달고 사는 수밖에 없어 / 굳이 육군을 택한 이유 / 마음의 편지의 파워 / 불침번 / What is Love? / 열외는 용기다 / 팔굽혀펴기 가라와 결과에 흔들리지 않는 윤리관 / 좌좌좌 우좌좌 / 수료식 / 자대 배치 / 평행 우주 I 2부 아침 먹고 침대에 누워 유튜브 보는 조 이병 알파의 문화 / 공부로 앞서 나가자 / 취침 갈갈이 / 대대장님께 건의한 세 가지 / 여자친구 가슴 크기를 묻는 선임과 아무런 저항도 안 한 나 / 군대에서 아프면 서럽다는 말의 이유 / 병영 생활 상담 I & II / 평행 우주 II 3부 신관과 함께 폭발한 조 일병 출타자 보고 갈갈이 / 수신용 전화기와 마음의 편지 / 폐급 / 동기 갈갈이 / 보직 변경 / 스마일 배지 / 후임에게 찔리다 / 외로움 / 평행 우주 III 4부 행정반 한가운데서 목 맨 조 일병 경작서 갈갈이 I / 경작서 갈갈이 II / 새로운 시대가 오는가 / 새로운 병영생활 상담관 / 응급처치 경연대회 / 내가 그리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구나 / 조모상으로 인한 청원 휴가 / 맞후임 증발 / 사단 정신과 / 평행 우주 IV 5부 거울에 머리 박고 죽은 조 상병 박치기 / 이사 / 면담 기록 조회 / 먹혔나 싶은 순간 이미 / 착한 사람 / 자살하고 싶습니다 / 힐링캠프 프로그램 / 메뚜기의 종류 / 평행 우주 V 6부 하천에 떠내려 간 조 병장 선임들의 전역 / 말출 / 커다란 실망 / 평행 우주 VI 쿠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충 성!” 대대장님이 지나다니면 한 명씩 손을 내밀어 악수한다. 우린 관등성명과 함께 앞으로의 군 생활에 대한 짧은 각오를 말해야 한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같은 식상한 말은 싫다. 내 다짐은 이거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임하겠습니다." 벌써부터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서다. 강원도 산골에 위치한 작은 포병 부대에서 포수로 복무하게 된 육군 이등병 조은일. 모르는 것이 많아 일단 주특기 공부에 매진해 보지만 험한 부대 분위기와 거친 사람들에게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 누구나 한 번쯤 군 생활에 찾아오는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그는 행정 분과로 보직을 옮긴다. 하지만 이미 부대 사람들에게 박힌 ‘폐급’ 이미지를 지우기란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요즘 들어 부쩍 자주 하게 된 죽는 상상은 그를 더욱 위험하게 만든다. 입대 전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할 때도, 훈련소에서도, 그리고 자대에서 계급별로 신인성 검사를 할 때도 ‘그 문항’을 항상 보았다. 조은일은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 온 사람이다. 입대 전부터 그는 “까라면 까”로 대변되는 상명하달식 명령체계 속에서 자신이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훈련소에서부터 또다시 위험한 생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낸다는 말이 있다. 그렇듯 조은일도 힘든 일 없냐며 걱정해 주는 사람에게,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는지 묻는 심리 검사지에 성실히 답하여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려 했다. 그러나 이는 좋은 판단이 아니었는데. 상담을 하면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왠지 우울해지기만 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힘든 일이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나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진다고. 그러나 예외가 있다. 바로 자신을 우울한 사람이라고 단정해 버리는 자들이다. 스스로를 우울한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나면 그 이외의 모습은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도 주변에 잘 맞는 사람이 없어 외롭다고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바로 자신의 행복한 모습을 자기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정말로 그 사람은 자기가 만들어 놓은 우울함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버릴지도 모른다. 조은일도 마찬가지다. 상담을 받아 보면 어떻겠냐는 조언,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 보라는 권유는 전부 다름 아닌 그를 위하는 마음에서 왔을 것이다. 그러나 우울한 자기 정체성 안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다면 이는 소용이 없다. 그 사실을 직접 깨닫기까지는 너무나도 오랜 시간과 고통이 필요했다. 지금도 군대 꿈을 꿉니다. 어찌어찌해서 지금까지 사회에서 겪은 시간이 전부 휴가였고, 전역 절차를 위해 부대에 복귀한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왜 입대 꿈을 안 꾸는 걸까요. 거기서 뭔가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물리적으로는 전역했지만, 심리적으로는 전역이 이루어지지 않은 겁니다. 어쩌면 그때 거기서 내가 죽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사망한 조은일의 심리적 부검에 참여하고 계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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