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색 : 미술 분야의 다큐멘터리즘

히토 슈타이얼
2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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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작가이자 저술가 히토 슈타이얼의 (Die Farbe der Wahrheit: Dokumentarismen im Kunstfeld, 2008) 한국어판이 출간됐다. 이 책은 부제와 달리, 미술을 넘어 현실 세계에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다큐멘터리 형식 및 표현에 초점을 맞춘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다큐멘터리는 “실제로 있었던 어떤 사건을 사실적으로 담은 영상물이나 기록물”을 이른다.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 허구가 아닌 실제를 담는다고 자처하는 다큐멘터리적 표현은 그 영향력을 꾸준히 키워 왔다. 오늘날 다큐멘터리 이미지는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전쟁과 주가 폭락, 소수 민족의 박해와 전 세계적 구호 활동을 일으킨다.” 2019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짜 뉴스가 현실에 개입하는 방식을 떠올려 보면, 이제 다큐멘터리 이미지가 현실을 표현하는 대신, 현실이 다큐멘터리 이미지를 통해 만들어지는 시대를 산다고도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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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다큐멘터리의 불확실성 원리: 다큐멘터리즘이란 무엇인가? 증인들은 말할 수 있는가?: 인터뷰의 철학에 대해 기억의 궁전: 기록과 기념비 ? 아카이브의 정치 조심해, 이건 실제 상황이야!: 다큐멘터리즘, 경험, 정치 실 잣는 여인들: 기록과 픽션 중단된 공동체: 쿠바의 집단 이미지 건설의 몸짓: 번역으로서의 다큐멘터리즘 예술인가, 삶인가?: 다큐멘터리의 본래성의 은어들 화이트 큐브와 블랙박스: 미술과 영화 유령 트럭: 다큐멘터리 표현의 위기 사물의 언어: 다큐멘터리 실천에 대한 유물론적 관점 공공성 없는 공론장: 다큐멘터리 형식과 세계화 후기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다큐멘터리는 진실을 담을 수 있는가 히토 슈타이얼에 따르면 다큐멘터리에 대한 의심은 전혀 새삼스러울 게 없다. “우리가 보는 것이 진짜인지, 현실에 충실한지, 사실인지에 대한 괴로운 불확실성, 지속적인 의심은 다큐멘터리 이미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이러한 의심은 부끄러워하면서 감춰야 할 결함이 아니라 동시대 다큐멘터리 이미지의 본질이다. 보편적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는 다큐멘터리 이미지에 대해서 이렇게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이 진실인지를 늘 의심한다.” 이것은 다큐멘터리 형식이 언제나 철학적 질문을 동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만성적인, 아마도 영원히 해결 불가능할 이런 의심보다 시급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미 우리가 영상 자체가 현실과 통합되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 것이다. 서두에서 히토 슈타이얼은 걸프전 당시 CNN 특파원이 방송에 내보낸 한 영상을 언급한다. 전쟁을 생중계한다는 도취감에 흥분한 특파원은 이렇게 외친다. “이런 영상을 여러분은 이제까지 보신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영상에서는 보이는 게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해상도가 낮아 화면은 뿌옇게 보일 뿐이었다. 저자는 묻는다. “이 영상들은 다큐멘터리적인가? 지금 통용되는 다큐멘터리의 정의에 비춰본다면 그 답은 ‘아니다’이다. 실제와 그 영상 사이에는 유사성이 전혀 없고, 우리는 그것이 객관적으로 제시되는지 아닌지를 전혀 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상들이 진짜처럼 통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거기에서 아무것도 식별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전쟁의 생생한 느낌, 이성이 아닌 감각에 호소하는 다큐멘터리 이미지의 작용을 체험한다. 저자는 이런 현상, 즉 리얼리티에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같을수록 이미지가 더욱 흐릿해지는 현상을 일컬어 “현대 다큐멘터리즘의 불확실성 원리”라고 부른다. 다큐멘터리 표현이 처한 위기 실제와 이미지 사이의 연관성이 점점 덜 중요해지는 현상은 현재 다큐멘터리 표현이 처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걸프전 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당시 미국 외무장관 콜린 파월이 제시한 자료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이라크가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자료들은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논증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위성사진 속의 흐릿한 대상들은 알아보기 힘들고, 무기를 실었다고 여겨지는 화물 트럭들은 컴퓨터로 렌더링한 스케치들이었다. 증거란 어느 정도 객관적, 과학적 과정을 거쳐 그 증거 능력을 인정받아야 함에도, 파월의 ‘증거’들은 이를 가볍게 무시한다. 출처는 비밀이었고 해석은 불투명했고 전쟁은 일어났다. 다큐멘터리의 중요한 형식 중 하나인 인터뷰의 효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우리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물론, 뉴스를 비롯한 수많은 영상에서 사람들이 나와 자신이 겪은 사실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건을 목격한 증인이 거짓을 말할 수 있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진실되게 말하는 증언조차 그들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있는 그대로 들릴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저자는 장뤼크 고다르와 장피에르 고랭의 영화 「만사형통」(Tout va bien, 1972) 속에 등장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그들을 영화 제작에 참여시키는 것이 반드시 그들에게 말을 시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증인들의 목소리는 이미 정해진 틀에 의해 우리에게 들리기 때문이다. 만약 “인터뷰가 특정한 상황에서는 쓸모없다면, 그것은 다큐멘터리 형식에는 재앙과도 같은 결과가 된다. 왜냐하면 아무도 어떤 사건에 대해서 직접 자기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들은 증인으로서 믿을 만하게 증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급기야 우리는 다큐멘터리 이미지가 처한 위기 속에서 픽션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광경을 목격한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영화 중 하나인 블록버스터 「타이타닉」(Titanic, 1997)은 사실에 기반해 만들어진 픽션이다. 이 영화의 촬영 세트를 찍은 앨런 세큘라의 다큐멘터리 사진들을 통해 저자는 픽션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현실을 보여준다. 배가 침몰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멕시코만에 배의 일부가 실물 크기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순전히 멕시코만의 임금 수준 때문이다. 촬영 세트를 위해 세계 최대의 담수 수조가 만들어졌지만 인근 마을에는 수도 시설이 없다. 또한 촬영이 끝난 후 수조에서 퍼낸 물로 바닷물의 염도가 낮아져 조개 채취로 살아가는 주민들은 생계의 위협을 받는다. “픽션은 현실을 창조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픽션이 실제로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어떻게 세계가 재현 속에서 그려지느냐의 문제는, 어떻게 이미지와 진술과 신호들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가능하게 하느냐는 문제로 이동한다. 문제는 더 이상 현실이 이미지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느냐가 아니라, 그 반대로, 이미지와 음향과 진술이 현실을 만들어내는 데 어떤 영향력을 갖느냐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역설적 과제 저자가 논하는 다큐멘터리 이미지의 세계는 장밋빛이 아니다. 이미지에서 점점 더 볼 것은 적어지는 반면, 이미지는 자체의 순환 에너지를 갖고 사람들의 감정에 직접 호소한다. 의심이 깊어질수록 다큐멘터리 이미지의 힘은 더욱 강해지고, 사람들을 적과 친구로 만든다. 특정한 상황에서 증언은 불가능해지며, 진실은 ‘진실의 정치’에 의해 만들어진다. 역사에 대한 경험은 그 경험의 스펙터클로 대체되고, 공동체는 중단되고, 공론장은 사유화되는 그곳에서, 다큐멘터리 이미지는 세계화와 글로벌 자본주의의 현실 속으로 우리를 편입시킨다. 우리는 더 이상 이미지들과 우리를 구별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큐멘터리가 진실을 담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다소 순진하고 부차적으로 들린다. 그럼에도 저자는 다큐멘터리 이미지들을 어둠 속에 내버려두지 않는다. 세계에 대한 응시를 다시 가능하게 해줄 촬영의 위치를 탐색하고, 불가능함에도 존재하는 증언들을 들려주며, 의도하지 않은 순간 찾아오는 정치적 경험의 순간을 기다린다. 경제와 정치와 종교가 밀어붙이는 분열 앞에서는 “예술도 다큐멘터리즘도 사회의 접착제로 기능할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사물의 번역된 언어로서 빛을 발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역설적 과제를 갈망한다. “다큐멘터리 이미지의 주제는 그러므로 그것의 피사체도 아니고 이러한 리얼리티도 아닌, 대상이 그 앞에서 빛나게 할 수 있는 현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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