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은 시내버스로 모두 연결되어 있다?!
시내버스 덕후이자 세계시민교육 강사가 시내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며 만난 지역, 사회, 사람의 이야기
‘여행’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어떤 목적지가 있고 그곳에서 보고 먹고 즐기는 시간을 떠올리는 게 보통일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 오로지 목적지까지 향하는 그 여정이 목적인 여행이 있다. 이 책 『시내버스 챌린지』는 시내버스 덕후이자 세계시민교육 강사인 지은이가 몇 번의 시내버스 여행과 두 차례에 걸쳐서 3박 4일 시내버스 전국일주를 하며 바라본 지역과 사람,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담은 책이다. 이 책에는 목적지에서 ‘여행’한 이야기는 담겨 있지 않다. 대신 목적지로 향하며 만난 사람들, 그곳에서 본 지역의 일상, 지역 소멸, 돌봄, 고령화와 저출산, 교육, 장애인과 비장애인, 이동권 문제, 환경에 관한 이야기 등이 시내버스를 타고 흔들리는 곳곳에 담겨 있다. 그러니 여행서이면서 여행서가 아니고 사회문제를 다룬 인문서이면서 인문서가 아닌 종합 여행 인문서다. 세계시민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지은이는 시내버스 여행을 하며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역과 지역의 경계를 오가며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신랄하게 전한다. 시내버스는 우리의 일상을 구석구석 통과하면서 어딘가로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소중한 존재다. 그러한 이 버스에서 저 버스로 갈아타며 경계와 경계, 지역과 지역을 넘나들며 지은이가 만난 지금 우리의 모습, 한국 사회의 모습을 이 책에서는 들여다볼 수 있다. 또한 ‘우연히’가 주는 여행의 즐거움과 함께 눈물 쏙 빠지는 위안,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여러 과제와 문제에 새롭게 직면하고 무겁고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시내버스에서 만난 풍경 안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물음표가 가득하다
지금 한국은 서울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인구는 물론 문화, 경제 등 모든 인프라가 한곳에 집중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정작 우리 가까이에서 혹은 멀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직접 내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알기도 쉽지 않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시내버스로 전국을 돌며 자신이 지금까지 몰랐던 이야기들, 어렴풋이 지식으로만 알았던 모습 등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피부로 느끼며 어떻게 하면 나은 세상이 될지 고민한다. 유독 논산을 지날 때 눈에 띄었던 자살 예방 현수막, 오로지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던 승하차도우미를 만났던 함양의 버스정류장, 처음으로 장애인과 함께 버스를 타며 다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생각했던 익산의 버스 등. 지은이는 각 지역에서 보고 느낀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며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여행자의 눈으로 본 어떤 문제의 단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곳에 가서 직접 보지 않으면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 쉽게 정보를 얻고 금세 소비하는 지금 세상일지 모른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학교에서, 동네에서, 일상에서 끊임없이 물음표가 떠오르는 세상이 되어야 그 물음표가 모여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러한 물음표가 시내버스가 달리는 길 위에서 마치 환승하듯이 이어지며 함께 생각해 보자고, 더불어 살아 보자고 말한다.
우연이 우연을 부르는 특별한 여행
이제 전국일주는 시내버스로 떠나자!
『시내버스 챌린지』는 엄연한 여행기다. 여행지의 맛집이나 명소 등을 소개하지는 않지만, 엄연한 여행기다. 목적지까지 향하는 그 길이 바로 여행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전국의 시내버스 정류장과 정류장을 이으며 수많은 사람과 만나며 울고 웃고 위안을 받는다. 버스를 놓쳐 울고 있는 지은이에게 해결 방법을 빠르게 제시하던 할머니, 혹시나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가 없을까 봐 인맥을 총동원해 확인해 주던 버스운전기사님, 젊으니까 뭐든 할 수 있다면서 격려하던 할머니, 70대와 80대를 구분하는 방법을 전수해준 또 다른 할머니 등 그 길 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여행의 ‘우연’이 가져다준 소중한 인연이다. 또한 시내버스를 타고 세상을 느리게 바라보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이야기들이다. 『시내버스 챌린지』의 맛집과 명소는 시내버스 안에서 바라본 풍경,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시내버스 노선도와 시간표를 보는 방법, 여행할 때 챙겨야 할 것 등 시내버스 여행을 준비하는 방법과 추천 코스도 함께 소개한다. 시내버스 여행의 핵심은 일단 어깨는 가볍게. 이번 시내버스에서 다음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달리고, 주저앉고(?), 굴러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조차도 시내버스 여행이 가져다주는 특별한 순간이다. 이제 전국일주는 『시내버스 챌린지』를 들고 시내버스로 떠나 보자. 그리고 지은이가 못다 한 이야기에 나의 이야기를 이어 보자. 바쁘고 정신없는 가운데에서 만나는 세상은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그리고 분명 지금까지는 몰랐던 ‘우연’의 순간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