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시시포스의 형벌을 받는 인간, 왜 모든 노력은 대부분 수포로 돌아가는가
심리학과 신경과학, 조직이론을 융합해 밝혀낸 마음의 매커니즘과 실용적 대안
그리스 신화에는 제우스를 속인 죄로 매일 무거운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굴려 올리는 형벌을 받은 시시포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는 애써 거대한 바위를 꼭대기에 올려놓지만 결국 그것이 다시 굴러 떨어지는 모습을 끝없이 지켜보아야 했다. 시시포스의 신화는 영원히 쳇바퀴처럼 같은 일을 반복하는 행위의 괴로움과 우울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쩌면 지금, 우리도 시시포스보다 나을 게 없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닐까?
신년에 세운 계획은 늘 수포로 돌아가고, 다이어트는 항상 요요현상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간신히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걱정거리가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애써 무언가를 이루었는데도 그 기쁨은 채 3시간을 가지 못한다. 조직은 혁신을 외치고 변화를 위한 새로운 관리기술을 도입하지만, 오래지 않아 옛 습관으로 다시 돌아가 버린다. 왜 우리는 이처럼 ‘현대판 시시포스의 형벌’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걸까.
세계적인 코칭 기업 CTI(Coaches Training Institute)의 쉬르자드 샤미네 회장은 최근 집필한 『긍정지능(생각연구소 刊)』을 통해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타인이나 환경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그 모든 노력이 흐지부지되는 이유는 스스로 자신을 방해하기 때문이라는 것.
마음은 때로 나를 돕는 가장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 성공과 행복을 강력하게 방해하는 최악의 적이 되기도 한다. 마음이 ‘방해 공작’을 벌이면 일은 대개 실패로 돌아가는데, 쉬르자드 회장은 개인이든 조직이든 20%는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는데 반해 나머지 80%가 시시포스처럼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기서 찾았다.
그렇다면 마음을 적이 아닌 친구로 활동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긍정지능(Positive Intelligence)이다. 긍정지능이란 마음이 우리를 돕는 시간, 친구로서 활동하는 시간의 비율을 의미한다. 책은 긍정지능을 높이면 높일수록 마음속에 아직 눈뜨지 않은 막대한 능력과 역량을 깨울 수 있고, 나아가 다른 사람도 그렇게 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한다.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쉬르자드 회장은 긍정지능 이론의 토대를 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 가져왔다. 또한 세계적인 코칭 기업의 수장으로 일하며 만난 수백 명의 경영자와 중역, 그들 가족의 사례를 통해 그 원리를 고안했다. 책은 심리학과 신경과학 이론을 기초로 긍정지능 원리의 효과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긍정지능의 탄생,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책을 쓴 쉬르자드 회장은 어린 시절 가난하고 폭력적인 환경에서 자랐다. 그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갓 문을 연 식료품점이 도산해 빚에 쫓겨 잠적해버렸다. 다른 가족들은 매일 빚쟁이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의 탄생이 아버지에게 불운으로 작용했다고 믿은 어머니는 그에게 충분한 사랑을 베풀지 않았다. 육체적, 정서적으로 만족을 얻지 못한 그는 우울이라는 껍질 속에서 세상을 향한 분노를 떨쳐내지 못한 채 청년기를 보냈다. 그러다가 문득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불안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먼저 마음에 관한 연구에서 답을 찾기로 했다. 심리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원하던 답을 얻지는 못했다. 결국 다른 사람들처럼 직업적으로 성공해서 행복을 찾기로 마음먹고 유명한 전기통신회사의 연구소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며 전기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꼬박 4년을 바쳤다. 회사에서도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았고, 공부하는 동안 수석을 놓치지 않았지만, 쉬르자드는 여전히 행복하지 않았다.
그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혹시 MBA가 돌파구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스탠퍼드대학교 MBA에 도전했다. 그리고 ‘대인관계 역학’ 과목을 들으며, 학생들과 함께 둥그렇게 앉아 ‘다른 사람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기’를 하다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한 학생이 그를 향해 ‘자신을 멋대로 짐작해서 판단하는 듯해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쉬르자드는 유용한 조언을 해줘서 고맙다며 정중하게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그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지, 이 멍청아! 넌 이 그룹에서 가장 한심한 놈이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여학생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또 정중히 감사를 표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녀가 이 그룹에서 두 번째로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어 다른 모든 학생이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는 화가 났고, 여전히 그들의 조언을 무시했다. 하지만 그때, 그가 유일하게 존경하던 사람이 넌더리가 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곁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다른 사람의 조언을 불성실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실망해서 더 이상 옆에 앉아 있는 것조차 견딜 수 없다는 말을 남긴 채. 그리고 그 순간, 평생 ‘선입견’의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았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재단(裁斷)하기’라는 방해꾼(saboteur)의 힘을 느꼈다.
이 사건으로 그는 행복 혹은 성공은 자라온 환경이나 일에서의 성공, 학업적 성취와는 상관 없는 곳에서 온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된다. 그리고 사람을 행복, 불행, 성공, 실패로 이끄는 마음의 기제를 연구하기로 한다. 그는 그것을 ‘긍정지능’이라고 명명했다.
괴로울 만치 열심히 일한 뒤에 오는 성공이 더 값진 법?
나를 괴롭히는 것, 내 행복을 가로막는 것은 바로 나 자신…
미국 500대 기업 현직 CEO들이 직접 체험하고 감탄한 바로 그 강의, 책으로 만나다
책은 마음이 우리를 방해하는 대신 도와주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내 그 비율을 향상시키라고 조언한다. 그것이 바로 긍정지능의 핵심이다. 그리고 세 가지 방향에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우선 마음속에 존재하는 방해꾼의 정체를 파악하라는 것. 그리고 둘째는 방해꾼에 맞서는 ‘현자’를 알아내라는 것.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방치했던 뇌의 근육을 단련시켜 방해꾼을 약화하고 현자를 강화하며 긍정지능을 높이라는 것.
방해꾼이란 결국 내부의 적이다. 그것은 습관적이고 무의식적인 사고방식의 집합으로 그 하나하나가 자기만의 목소리, 신념 그리고 이익에 반대로 작용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방해꾼은 인간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방해꾼이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내면에 어떤 방해꾼이 존재하며 그것이 얼마나 강력한가이다. 쉬르자드는 책에서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는 대표적인 방해꾼 열 가지를 제시한다. 그것은 재단하기(judge), 결벽, 아첨, 과잉 성취욕, 피해의식, 과도한 합리성, 과민 반응, 과잉 행동, 통제 욕구, 회피다. 책은 열 가지 방해꾼을 제압하고 마침내 내부에서 제거하는 방법을 실제 사례를 통해 구체적이면서도 상세하게 보여준다.
방해꾼이 내면의 적을 상징한다면 현자(sage)는 마음 깊은 곳의 현명한 부분을 대변한다. 싸움에 굴복하지 않고 극적이거나 긴장된 순간에 휩쓸리지 않으며, 방해꾼이 속삭이는 거짓말의 희생자가 되기를 거부한다. 방해꾼은 ‘열심히 일한 뒤에 오는 성공이 더 값지고, 고통 끝에 오는 행복이 더 달콤하다’고 속삭이지만, 현자는 단호하게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받아친다. 쉬르자드는 현자가 지닌 다섯 가지 순수한 힘을 제시한다. 자신과 타인에게 ‘공감’하는 것, 깊은 호기심으로 ‘탐구’하는 것,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 여러 선택지를 검토해 마음 깊은 곳에 품을 가치와 목적에 맞게 최선의 항로를 ‘모색’하는 것, 그리고 결과를 위해 의도한 바대로 ‘행동’하는 것이 그것이다. 책은 현자의 다섯 가지 순수한 힘을 어떻게 사용하고 강화하는지 실천 방법까지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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