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서양미학의 계보를 그려내는 야심찬 기획
미메시스에서 시뮬라시옹까지 미학적 사유의 흐름을 그린 미학사 입문서
독일의 문예학자 베르너 융이 쓴 서양미학사 입문서로, 2006년에 출간되었다가 절판되었으나 탁월한 미학 입문서로 입소문이 나 인문학 독자들이 재출간을 기다려온 책이다. 많은 미학입문서가 미학사에서 중요한 몇몇 사상가들의 삶과 사유를 소개하는 데 방점을 둔다면, 이 책은 고대부터 탈근대에 이르기까지 미학이라는 분과학문이 발전한 역사를 연대기 순으로 적으며 총망라한다. 융은 겸손히 이 책이 “입문에 해당할 뿐, 심화 강좌라든지 철학적 혹은 문헌학적 연구를 대신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이 책은 미학사를 제대로 입문하고픈 독자에게는 교양서로, 미학사를 다시금 정리할 필요가 느끼는 학생들에게는 기초를 다잡는 학술서로 용이하다.
베르너 융은 방대한 지식과 사유로 미학사의 흐름을 따라가며, 수십 명에 달하는 사상가들의 사유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지적 계보를 그려 나간다. 미학사를 줄기째 그리며, 같은 시대에 산 철학자들의 사유가 어떻게 동시다발적으로 뿌리를 뻗어나가는지 윤곽을 그려내서 비교한다. 또한 아도르노와 루카치의 리얼리즘 논쟁 등 그 시대에 일어난 지적 논쟁 등도 빼두지 않고 생생히 그려내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미학사를 만나게 한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 값진 경험이다. 더불어 베르너 융은 게오르크 짐멜, 타타르키비츠 등 위대한 미술사가들이 미학사를 어떻게 서술했는지도 이 책에 안내하며 미학사를 종합한다. 대륙철학을 중심으로 서술한 기존 미학사 책들과 달리 영미권에서 형식주의 미학이 어찌 발전했는가를 다룬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비트겐슈타인, 단토, 굿맨, 시블리 등등 우리에게 다소 낯선 영미권 미학 논의도 함께 다루며 시야를 넓혀 준다. 이처럼 미학사를 통째로 아우르는 총체적인 텍스트를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