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토크 VOSTOK 매거진 44호

보스토크 프레스 편집부
2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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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토크 매거진의 이번 호 특집 ‘흑백사진의 기분’에서는 컬러가 아닌 흑백에서만 가시화되는 어떤 세계에 접근한다. 컬러사진과 흑백사진의 결정적인 차이는 단순히 색의 유무가 아니라 각각의 매체적인 특성에 단련된 사진가의 시선과 감각일 것이다. 흑백의 영역에서 빛과 그림자를 섬세하게 다루는 사진가들의 작품에는 컬러에서는 감지하지 못하는 어떤 순간, 현실 세계에서는 놓치고 마는 어떤 장면들이 우리 앞에 매혹적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흑백으로만 가능한 이미지 세계의 특성과 매력이 드러나는 국내의 다양한 사진 작업들을 이번 호에서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그리고 윤해서, 박솔뫼,현호정, 신예슬, 노순택 등의 필자들은 흑백사진과 연결된 내밀한 기억을 꺼내고, 흑백 이미지의 가능성과 한계를 사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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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특집 | 흑백사진의 기분 001 Lake Shore _ Miko Okada 010 섬광기억 / 개념어사전 / 애송이의 여행 _ 권도연 024 검은 깃털 _ 노순택 036 G _ KDK 052 아메리칸 데저트 II _ 이정진 066 Here, in Absence _ Mikael Siirila 078 Gaia _ Jaume Llorens 098 사라짐, 은폐 _ 윤해서 104 기억하고 있는 흑백사진들 _ 박솔뫼 109 이제 너는 날개와 부리를 가져야 하고 _ 현호정 115 흑백, 빛과 그림자, 색 _ 신예슬 122 나의 흑백 흐릿하고 _ 노순택 128 스티븐 쇼어, 컬러로 찍은 미국의 껍질 _ 김현호 136 [연재: 일시 정지] 사진 유토피아: 켄 로치 영화 속의 사진들 _ 서동진 142 [연재: 영화의 장소] 역사를 노래하는 부기우기 _ 유운성 148 Lucid Eyes _ Sarker Protick 162 Ground Noise _ Celine Clanet 174 Darkening, Vanishing _ Dirk Braeckman 186 The Weight of Slumber _ Ryan Frigillana 198 Imperfect Likeness _ CJ Heyliger 212 A Slow Turning _ Boris Snauwaert

출판사 제공 책 소개

흑백사진이 부르는 어떤 기분 그 한쪽 어깨에는 컬러필름이 장전된 카메라를, 다른 어깨에는 흑백필름이 장전된 카메라를 메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처음에는 매번 같은 자리에서 컬러로도, 또 흑백으로도 찍었다.
그런 탓에 두 필름에는 일란성 쌍둥이처럼 약간의 시차를 둔 똑같은 장면들이 담겼다. 하지만 찬찬히 바라보면 그 두 장면은 이란성 쌍둥이처럼 서로 달랐다. 아무리 같은 장면을 찍어도 한쪽은 컬러이고, 다른 쪽은 흑백이니 결과물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카메라를 바꾸는 그사이에도 광선이나 공기는 수시로 변했기에 두 장면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달랐다. 게다가 비록 같은 장면 앞에서라도 컬러일 때와 흑백일 때 나는 조금씩 다르게 반응했다. 컬러일 때는 프레임 안에 하늘이 많이 차지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흑백필름일 때는 하늘의 비중이 커질수록 섀도 부분의 노출에 신경을 썼다. 자칫하면 실루엣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노출을 더 주거나 플래시를 사용하기도 했다. 한 프레임 안에 녹색과 빨간색 피사체가 함께 있다면, 흑백필름에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흑백에서는 둘다 모두 블랙으로 표현될 테니까. 하지만 컬러필름일 때는 보색인 두 색감이 조화를 이룰지 더 신경 써야만 했다. 시간이 지나자 두 카메라는 점점 같은 장면을 찍지 않게 되었다. 이런 순간에는 컬러보다 흑백이, 저런 순간에는 흑백보다 컬러가 더 효과적이라는 나름의 경험치가 쌓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컬러와 흑백 두 카메라가 향하는 곳이 아예 다르다는 걸 결과물을 통해 확인한 이후로는 굳이 반복해 셔터를 누르지 않았다. 흑백필름일 때 나의 시선은 땅바닥에 붙어 있었고, 컬러필름일 때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했다. 그렇게 찍은 장면들 중에서, 물이 마른 분수대에 헤엄치는 콘크리트 물고기 조형물의 처량한 아이러니는 컬러필름이었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것 같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에는 카메라를 준비하고 매직아워를 잔뜩 기다리곤 했는데, 흑백필름이었다면 그 짧은 시간 동안 하늘이 지닌 모든 색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컬러에서만 보였던 순간들, 흑백에서만 볼 수 있었던 장면들, 어깨에 매달린 두 카메라는 나의 눈동자를 서로 다른 세계로 이끌었다. 다분히 사진적인 재현으로만 가능했던 컬러의 세계와 흑백의 세계에서 나는 현실이라면 보이지 않거나 놓쳤던 것들을 붙잡아 바라볼 수 있었다. 이번 호의 여정은 사진으로만 시각화되는 어떤 사실을, 흑백에서만 가시화되는 어떤 진실을 다시 떠올리면서 출발한다. 그것이 현실의 사실과 진실에 그대로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흑백사진의 세계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어떤 기분을 선사해 주기를 기대하면서.

이 작품이 담긴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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