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열탕’ 같은 삶,
농어촌의 ‘냉탕’ 같은 삶
내가 바라는 건 〈냉탕과 열탕 사이〉, ‘온탕’ 같은 삶…
숨통 트이는 집과 인프라가 있는
나만의 공간을 찾아나선 여정
이 책은 높은 집값, 과밀한 환경 등 여러 숨 막히는 이유들로 서울에서 사는 게 무척 고단해 ‘탈서울’을 생각하면서도,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탈서울 (미리) 체험기 및 Q&A 인터뷰가 담긴 에세이’이다. ‘2040대의 탈도심, 탈서울’이란 말이 지난해부터 방송, 뉴스에 다수 등장하고 사람들의 관심도도 높지만, “좀 더 널찍한 주거공간, 적당한 인프라, 나를 위한 일자리가 있는 도시는 어디인가?”에 대한 답을 다들 뾰족하게 찾지 못하고 있다. 뜨거운 ‘열탕’ 같은 대도시의 삶, 사회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냉탕’ 같은 농어촌의 삶, 둘 중에 선택할 수밖에 없는 ‘수도권 쏠림’ 현실에서 좀 더 쾌적하게 살 만한 중소규모 도시들은 어디일까?
‘탈서울 지망생’인 김미향 작가는 자신보다 앞서 호기롭게 탈서울한 14명을 수소문해 인터뷰하며, ‘나만의 온탕’ 같은 도시를 찾는 방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제각기 다른 여건과 환경의 2040대들이 어떠한 기준과 과정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나갔는지, 막상 탈서울해보니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은 필요하지 않았는지, 중앙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 균등 발전을 위해 어떠한 활동을 해나가야 하는지 등의 실용적인 정보와 메시지를 담았다. “어느 지역에서든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전하는 마음과 그 마음을 실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탈서울 지망생입니다》는, 서울 밖으로의 이주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참고와 도움이 될 것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했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지리적 패자’가 되고 마는 이 승자독식 도시의 나라에서 나는 ‘2등 시민’이 되는 것을 무릅쓰고 기꺼이 지방으로 가서 살 자신이 있는가. 이 책은 어느 지역에서든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전하는 마음과 그 마음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 본문 중에서 -
“열탕 VS 냉탕, 온탕은 없나요?”
1장 험난한 서울살이, 자취만렙의 최후
‘박스 네 개로 시작한 서울살이’. 그것이 스무 살 무렵 작가의 첫 서울생활 시작이었다. 3평 원룸에서 5평 원룸 전세, 취업 후 작은 거실이 달린 10평짜리 1.5룸, 그리고 30년 된 구옥 빌라의 투룸까지. 15년간 서울의 여러 방들을 전전하며 작가는 “탈진 상태”가 되었다고 밝힌다. “좁은 방을 벗어나 인간답게 살려면 서울 밖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라는 뜻밖의 깨달음 같은 질문, 그리고 “숨통 트이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한 동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탈서울을 준비해나가기 시작한다. 1장 <험난한 서울살이, 자취만렙의 최후>에는 작가가 ‘탈서울을 생각하게 된 계기’부터 주중에는 서울, 주말에는 고향인 전북을 오가며 ‘절반 탈서울 생활’을 실험적으로 경험해본 이야기, ‘집값과 근로 의욕이 정확히 반비례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이 등장한다.
작가는 우리가 “열탕 같은 대도시의 좁아터진 삶, 냉탕 같은 사회 기반 부족한 삶” 둘 중에 선택을 강요당할 게 아니라, “둘 다 싫어요, 38도 온탕은 없나요?”라고 되물어야 정상이라고 지적하며, 중간 규모 도시에서 적절한 공간과 인프라를 누리며 쾌적하게 사는 삶을 실현한 사람들을 찾아 만난다. 단순히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벗하기 위해’ 떠났다는 낭만 유의 동기가 아니라, 여러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해 합리적인 선택을 한 그들의 ‘탈서울’은 어떤 것일까?
“탈서울과 탈도시는 다르다”
2장. 한 달이라도 살아보자
햇볕이 넉넉하게 들어오는 거실, 바람이 잘 통하는 부엌, 서울의 좁은 원룸에선 바랄 수 없었던 보송보송 말린 이불, 작가는 탈서울을 감행하기에 앞서 고향인 정읍에서 한 달 살이를 하며 탈서울의 삶을 쪽잠처럼 누려본다. 걸어도 걸어도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는 산책로, 산뜻한 바람으로 목욕하는 듯한 한낮의 여유로움은 기분 좋지만, 저만의 색채를 가린 채 들어선 관광모텔촌과 턱없이 부족한 교통편이 다시 복잡하지만 편리한 서울을 떠올리게 만든다.
2장 <한 달이라도 살아보자>에는 수도권으로 쏠리게끔 만드는 지방 소멸도시들의 현실을 되짚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깊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들을 시사한다. “복잡하지만 편리한 삶, 묵묵히 숨통을 열어주지만 조금 불편한 삶” 사이에서 사람들이 계속 주저하게 되는 한, 지역 균등 발전은 오래도록 묘연한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욜로가 아닌 현실로서의 지방행”
3장. 탈서울 체크리스트
서울을 떠난 각종 로컬살이를 다룬 책, 영화 들은 대부분 귀농과 귀촌을 말한다. “대도시 생활에 회의를 느낀다고 해서 갑자기 농사를 선택할 사람은 많지 않은데도”, 대부분 지방에서의 생활을 지나칠 정도로 낭만적이고 단순하게 묘사한다. 3장 <탈서울 체크리스트>에는 ‘현실로서의 지방행’에 필요한 요건들과 진지하게 생각해볼 질문들이 여러 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잘 정리돼 있다. ‘욜로!’ 하는 로컬생활이 아닌 직장과 학교, 대중교통과 생활 시설을 누리는 삶,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김태리의 삶”이 아니라 “직장에서 퇴근해 슈퍼에서 장을 봐오는 평범한 삶”이 가능한 소도시를 진지하게 함께 찾고 고민해보게 되는 파트다.
“소도시에서 산다는 것”
4장. 서울 아닌 곳에서 행복을 찾은 7인의 기록
4장 <서울 아닌 곳에서 행복을 찾은 7인의 기록>에는 탈서울을 감행한 사람들의 심층적인 동기와 시행착오, 그들이 전하는 실질적인 조언들이 소개된다. 서울의 ‘미친 집값’ 때문에 소도시로 이사해 주거 문제를 해결한 가족, 서울 밖에서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고 업그레이드한 취미 생활과 복지를 누리는 가족, 모든 게 레드오션인 서울을 떠나 지방의 자영업자가 되어 누리는 새로운 기쁨을 발견한 가족 등 일곱 개의 사례가 펼쳐진다. 이천, 춘천, 양양, 창원, 전주 등 곳곳의 지방으로 거처를 옮긴 이들의 경험담에서 탈서울을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진다. 특히 사례의 끝마다 등장하는 부분은 실제 부딪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이어서 매우 유용하며 독자의 막막함을 상당 부분 해소해준다.
“이런 게 온탕일까, 중간지대를 찾아서”
5장. ‘나만의 온탕’에 필요한 조건들
살던 도시를 기반으로 형성한 모든 것을 버리고 새 지역으로 간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작가는 “내 일,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 내가 좋아했던 일상들을 떠나 새롭게 만나는 생활이 과연 즐거울 것인가”라는 고민 속에서 ‘나만의 온탕’에 필요한 조건을 숙고하며 탐색해나간다. 그리고 ‘서울이냐 서울이 아니냐’라는 질문보다 중요한 게 ‘내 삶에 꼭 갖추고 싶은 요건이 무엇이냐’임을 깨닫는다. 주거지의 평온함과 일터의 활기가 공존하는 곳, 회사로 가는 편리한 교통편과 자전거로 갈 수 있는 산과 강, 그리고 맛있는 빵집 등이 자신만의 ‘온탕’ 조건임을 발견해낸 작가처럼, 독자들은 모든 새로운 시도와 만남을 거친 1~4장의 끝, 5장에서 자신만의 ‘온탕’을 더욱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된다.
“2년 뒤, 4년 뒤, 10년 뒤의 우리는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여전히 탈서울로 가는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미래를 위해 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