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인 여자와 한 유부남은 우연히 만나 연인이 된다. 질투나 미래에 대한 약속 없는 가벼운 만남. 이것이 이들 사이의 암묵적 계약이다. 시간과 계절의 흐름에 따라 깊어지는 연인의 사랑은 쥴리엣 그레코의 샹송 <라 자바네즈>의 선율과 어우러져 파리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만남이 거듭될수록 그들의 감정은 이 암묵적인 계약에 의문을 제기한다. 에릭 로메르의 계보를 잇는 프랑스 감독 엠마누엘 무레는 <어느 짧은 연애의 기록>에서 본인들의 관계를 끊임없이 분석하고 자문하는 이 연인에게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짓궂게 덫을 놓는지를 관찰한다. 상드린 키베를랭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즐겁고 쿨한 여성 역을, 뱅상 맥케인은 우디 앨런의 캐릭터처럼 불안에 떨며 실수를 연발하는 역을 맡았다. 때늦은 사랑에 아파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뱅상 맥케인의 고백 장면에서 눈물을 참기 힘들 것이다. (서승희) [2022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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