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다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온 해변으로 돌아와 일종의 자화상과 같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영화와 이미지, 르포르타주를 인용하면서 스스로를 상영한다. 그녀는 무대 사진작가와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으로서의 출발, 자끄 드미와 함께 한 삶, 페미니즘, 쿠바, 중국, 미국으로의 여행, 독립 프로듀서로서의 삶, 가족생활을 유머와 감동 속에서 펼쳐 보인다.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흐름인 프랑스 ‘누벨 바그’. 아녜스 바르다Agnes Varda는 1960대 초에 형성되었던 누벨 바그의 일원으로 소개되어온 유일한 여성감독이다. 그리고 장 뤽 고다르Jean Luc Godard와 더불어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감독이다.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은 여든 살이 된 그녀가 자신의 삶과 작업을 그려낸, 일종의 자화상과 같은 다큐멘터리다. 마치 시간을 거스르듯 해변의 모래사장을 뒤로 걷는 그녀는, 자신을 열어보면 ‘해변들’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통통하고 수다쟁이인, 몸집이 작은 나이든 여자를 연기하고 있다고 밝힌다. 아녜스 바르다는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이 녹아있는 브뤼셀의 해변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녀의 삶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준 해변들을 찾아간다. 브뤼셀과 파리, 그리고 쿠바, 중국, LA에 이르는 그 여정은 파도가 지워버린 모래위의 글씨들을 물결을 거슬러 다시 새겨내는 것과 같은 작업이다. 바르다의 영화 장면들과 사진들, 그리고 도서관과 미술관에 있는 오래된 자료들이 재배열되면서 그녀의 삶의 단층들을 구성했던 순간들과 기억들, 상상과 백일몽, 삶의 궤적을 만들어낸 역사적 배경, 그리고 그것들과의 관계망 속에 놓여 있는 작업 세계를 설명해준다. 이 어느 수다쟁이 ‘왕년의 예술가’가 펼쳐놓는 단순한 회고조의 자서전에 멈추지 않는 지점은, 회고의 장면들을 풍부하게 현재화하는 표현방식이다. 다양한 이미지와 화면분할, 설치물들, 새롭게 만들어진 세트와 분장 등 다채로운 시각적 장치들에 삶의 연륜이 배어나오는 지혜의 언어들이 어우러지면서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은 유머와 서정성 넘치는 다큐멘터리로 완성되었다. 영화 전편에 넘쳐나는 아이디어와 그 바탕을 이루는 유희정신을 지켜보고 또한 함께 나누다보면, 어느덧 그녀를 사랑하게 될 뿐더러 함께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사실에 흐뭇해진다.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이며 시각 예술가이자 설치 예술가인 아녜스 바르다의 영상 초상화는 무릇 예술이란 도구를 갖고 노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권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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