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호녀
好男好女
1995 · 로맨스/드라마 · 대만, 일본
1시간 48분 · 전체

대만의 20대 중반 여성 리앙 칭은 4,50년대의 대만을 배경으로한 영화 <호남호녀>의 주연을 맡게 되었지만, 사생활은 편치 않다. 꽃집을 운영하는 언니는 자신의 내연의 남편 아 시와 리앙 칭의 친근한 관계에 질투를 느낀다. 게다가 그녀의 비밀 일기장을 누군가가 훔쳐가서는 전화와 팩스로 귀찮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마음 속에는 헤어진 애인 아 웨이가 계속 떠오르는 리앙 칭. 마피아와 갈등이 있었던 아 웨이는 결국 그녀가 보고 있는 가운데 댄스 홀에서 총을 맞고 목숨을 잃는다. 1940년 대만. 두 연인 치앙 비유와 청 하오퉁은 간단히 결혼식을 치른 후, 중국 본토에서 일어난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대륙으로 떠난다. 그들은 광동의 한 군부대에 들어가게 되고, 산악부대를 조직하라는 명령과 함께 아들까지 다른 이에게 맡긴다. 전쟁이 승리로 끝난 후 두 사람은 대만으로 돌아와 평화로운 시간을 갖는다. 그렇지만 다시 2·28 사건이 일어나고, 1949년 가을, 두 사람이 체포된다. 그 후 치앙 비유는 석방되나 청 하오퉁은 1950년 10월에 총살당하고 만다.
폐허 위에 세워진 또 하나의 신앙
‘28일 후 트릴로지’ 패키지 30% 할인 중!
왓챠 개별 구매
폐허 위에 세워진 또 하나의 신앙
‘28일 후 트릴로지’ 패키지 30% 할인 중!
왓챠 개별 구매
Jay Oh
3.5
남/녀, 과거/현재, 현실/예술. 다름보다도 그 같음에서 찾은 아픔, 위로, 의미. There is pain, solace, and meaning to be found in the bridging of these dualities.
권영석
5.0
근대사의 아픔이 그리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란듯이. 대만의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슬픔을 병치하여 근대의 비애를 더욱 생동감있게 나타낸다. 근대를 나타내던 영상은 극초반을 제외하고는 흑백으로 진행되다, 어느 순간 자연스레 컬러로 돌아오면서 현대와의 구분을 지워버린다. 결국 근대의 혼동은 현대에까지 지속되며, 그 혼동의 서사를 여성 중심으로 한 점은 더욱 의미가 있는 듯하다. . 중국 근대사의 아픔을 다룬 영화는 많이 봤지만, 토종 대만인의 입장에서 겪은 중국 근대사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가령 초반 장면에서 독립운동을 위해 대만을 떠나 중국의 독립군에 합류했을 때 통역관이 필요했던 잘면이라던지... 또한 중국에서는 대만인으로, 대만에서는 사회주의자로서 언제나 이방인일 수밖에 없던 그들의 아픔을 감성적으로 잘 마무리하여 스토리적으로도 훌륭했다. . +) 현대 3부작은 복원 안하나? 다른 작품들은 복원되어 있거나 그럴꺼라는 썰이라도 들었다만... 개똥같은 화질로 보느라 눈만 아프고...
샌드
4.5
허우 샤오시엔의 모든 영화를 좋아하는 제게 있어서 이 영화는 너무나도 좋아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딱 그만의 공기가 느껴지는데, 이는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어떤 경지에 오른 듯한 느낌을 받게까지 합니다. 개인의 삶과 역사가 하나하나 맞닿으며 이어지고 풀어지는 데서 오는 깊이감이 상당합니다.
Ordet
5.0
리앙 칭과 치앙 비유의 삶이 더 이상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순간 과거의 역사는 비로소 현재화된다. 영화와 현실, 과거와 현재, 흑백과 칼라가 마구 뒤섞이며 새로운 차원의 역사 영화가 완성된다. 현대 영화의 신경지를 개척한 작품. (2020.1.31 재관람)
OhJoonHo
3.5
삶은 이토록 폐곡선을 그리며.
오세일
4.0
영화의 오프닝, 리앙의 집 TV에서 오즈 야스지로의 <만춘>이 재생되고 있다. <만춘>은 전후의 일본을 배경으로 삼지만, 그 어디에서도 패배의 정서가 드러나지 않는다. 가족의 죽음 혹은 잃어버린 터전에 대한 아픔 대신, 그 자리에는 딸을 시집보내기 위한 아버지의 필사적인 노력이 소박하게 깃들어 있을 뿐이다. 그에 반에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는 역사와 전면으로 마주한다. <비정성시>가 그랬고, <호남호녀> 또한 그렇다. 딸을 시집보낸 뒤 텅 빈집 안 홀로 남겨진 자신을 보며 결국 삶은 혼자임을 되뇌는 노리코의 아버지와는 다르게, 리앙과 치앙은 전쟁의 참상으로부터 기인된 '동반자의 상실'이라는 비극에 줄곧 무방비로 내던져진다. 그런 40년대 대만의 근대사가 앓은 상처는 역사를 타고 전이되어, 90년대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통증을 남긴다. 역사의 과도기에 휘말린 가장에게 때때로 아이는 신념의 투쟁에 거슬리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이는 90년대의 남녀에게도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어쨌든 아직까지도 살기 힘든 사회. 수직적 계급의 구조는 노동자들의 삶을 핍박하며, 그렇다 할 능력이 없는 90년대의 청춘들은 방황한다. 40년대의 투쟁은 자국의 독립을 위한 애국의 목적이 우선이었다면, 90년대의 투쟁은 좀 더 사적인 이유가 된다. 나라를 위해서가 아닌 개인의 존립을 위해서 행하는 투쟁. 하지만 두 시대의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투쟁에서 공통된 성질을 찾아볼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희생의 위치에 놓인 여성. 사회 운동을 위해 집을 담보로 내놓는 40년대의 남성과, 어떻게든 삶을 영위하기 위해 범죄를 결심하는 90년대의 남성. 두 남성들은 여전히 깨닫지 못한 것일까. 그녀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신념이나 돈이 아닌 바로 곁에 있어 줄 수 있는 누군가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누군가는 곧 자기 자신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마치 서대문 형무소를 떠올리게 하는 감옥의 내부. 그 내부를 묵묵히 비추는 카메라의 침묵 속에서 이내 내레이션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한국전쟁의 참상으로 반공투쟁의 최전선이 되어버린 대만의 모습을 언급하는 리앙(치앙). 그녀(들)의 목소리에는 이로 말할 수 없는 씁쓸함이 묻어난다. 타국의 개입에 그저 힘없이 일관할 수밖에 없었던 대만의 20세기. 이런 대만의 역사는 마치 한국의 역사와 닮아 있기도 하다. 일본의 식민지화, 미국의 개입, 그로 인한 가족의 상실까지 모두 어째선지 기시감이 든다. 비록 <비정성시>의 미학적 완성도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호남호녀>의 카메라는 대만의 20세기를 담아내겠다는 감독의 야심이 돋보인다. 그리고 그 야심은 동시에 기록이 되기도 한다. 잊혀 가는 기억들을 필름으로 붙잡고, 영사를 통해 불멸의 기억으로 박제하겠다는 숭고함. <호남호녀>에서 느껴지는 이런 허우 샤오시엔의 결단만큼은, 단연코 <비정성시>의 그것에 비견된다.
Hoon
4.5
비애는 결국 현대사까지 스며든다.
byulbyulbam
3.5
흑백으로 시작한 <호남호녀>는 컬러로 끝난다. 특정 시대를 지칭하는 흑백과 컬러는 두 시기의 차이를 부각하기보다는 역사적 친밀성을 강조한다. 리앙 칭은 불현듯 찾아온 대답없는 전화와 일방적인 팩스를 받는다. 이는 3년의 시간이 묻어둔 사건을 기억하게 한다. 망각했다고 믿었던 그 지점이 현재에 호출되어 현재의 감각을 장악한다. 그리고 이는 다시 흑백 영상으로 이어진다. <호남호녀> 속 영화 <호남호녀>는 1940년대~1950년대에 이르는 치양비유와 하오뚱의 삶을 재연한다. 한 달동안 치앙비유를 준비하는 리앙 칭은 "나는 치앙비유가 되어버릴 것만 같다"고 중얼거린다. 이는 <완령옥>에서 장만옥이 완령옥의 이야기를 들으며 했던 "저랑 많이 비슷하지 않나요?"와 닮아 있다. 과거와 현재, 컬러와 흑백이 연결되며 한 인물의 삶이 구축된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한 인물의 삶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완령옥>(관금봉, 1991)과 닮아 있다. <비정성시>와 <희몽인생>이 역사적 변동을 현재에 중심을 두었다면, <호남호녀>는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역사적 변동과 1990년대를 연결한다. 이는 창작자의 강제적 봉합이라기보다는 유사성의 단서를 통한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혼돈에 가깝다. 즉, 과거는 현재의 반복이 아니라, 마치 유령처럼 현재에 스며들어 불현듯 등장하여 현재를 흔든다. (2021.06.06) (2021.06.07)
더 많은 코멘트를 보려면 로그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