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편의 시와 몇 줄의 문장으로 쓴 서문
내 나이 서른다섯
지금도 슬픈 생각에 고요히 귀기울이면
내리 내리 아래로만 흐르는 물인가, 사랑은
갠 강 4월에 복어는 아니 살쪘어라
내일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고 나면
그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은은 고령 사람인데
사공서는 다시 노진경을 만났을까?
Ten Days of Happiness
추운 국경에는 떨어지는 매화를 볼 인연없는데
아는가, 무엇을 보지 못하는지
시간은 흘러가고 슬픔은 지속된다
밤마다 나는 등불 앞에서 저 소리를 들으며
중문바다에는 당신과 나
한 편의 시와 (살아온 순서대로) 다섯곡의 노래 이야기
이따금 줄 끊어지는 소리 들려오누나
청춘을 그렇게 한두 조각 꽃잎을 떨구면서
등나무엔 초승달 벌써 올라와
잊혀지면 그만일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네
제발 이러지 말고 잘 살아보자
백만 마리 황금의 새들아, 어디에서 잠을 자니?
알지 못해라 쇠줄을 끌러줄 사람 누구인가
진실로 너의 기백을 공부로써 구제한다면
앞쪽 게르를 향해 가만-히 살핀다
서리 내린 연잎은 그 푸르렀던 빛을 따라 주름져 가더라도
어둠을 지나지 않으면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하느니
매실은 신맛을 남겨 이빨이 약해지고
검은 고양이 아름다운 귀울림소리처럼
그대를 생각하면서도 보지 못한 채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 그림자, 언제나 못에 드리워져
이슬이 무거워 난초 이파리 지그시 고개를 수그리고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244p



등단 이후 여섯 권의 소설을 펴냈으며 2003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김연수는 올해 서른다섯이다. 꾸준하게 잰 걸음으로 나아가는 그에게 첫 번째이자 마지막인(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산문집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서문에서 "내가 사랑한 시절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내 안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진 것들, 지금 내게서 빠져 있는 것들"을 기록했다고 고백한다. 김연수는 지나온 안팎의 풍경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되새김은 다시 앞으로 달려가기 위함이다. "이제 다시는 이런 책을 쓰는 일은 없을 테니까"라는 말 속에는 지나온 반생에 대한 결산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책에 실린 32편의 산문 중 절반 이상이 새로 쓴 것이다. "이제 나는 서른다섯 살이 됐다. 앞으로 살 인생은 이미 산 인생과 똑같은 것일까? 깊은 밤, 가끔 누워서 창문으로 스며드는 불빛을 바라보노라면 모든 게 불분명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살아온 절반의 인생도 흐릿해질 때가 많다. 하물며 살아갈 인생이란." 작가는 유년의 추억, 성장통을 앓았던 청년기, 글을 쓰게 된 계기 등을 차분하게 풀어놓는다. 이백과 두보의 시, 이덕무와 이용휴의 산문, 이시바시 히데노의 하이쿠, 김광석의 노랫말 등 자신의 젊은날을 사로잡았던 아름다운 문장들과 함께. "삶을 설명하는 데는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라고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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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rent
4.0
그 공허감이란 결국 새로 맞닥뜨려야만 하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피해 들어가는 자폐의 세계였던 것이다. 번데기가 허물을 벗듯이, 새가 알을 깨듯이 우리는 자폐의 시간을 거쳐 새로운 세계 속으로 입문한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결국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leo
4.0
담백하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청춘의 기록들
감정수업중🤔
4.0
시인이란 다른 시각을 가져야 하는 것. 인간이란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고 할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는 존재다. 잊고자 애쓰는 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거.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그렇게 흘러가던 세월의 속도다. 그 시절이 아니다. 이슬이 무거워 난초 이파리 지그시 고개를 수그리듯 삶이란 그런거다. 울어도 좋고 서러워해도 좋지만 다시 돌아가겠다고 말해서는 안되는게 삶이다. - 그가 경험한 기억들과 추억들을 소중히 고이고이 간직해 글로서 그 감정을 진솔하게 얘기한다. 어떻게 그런걸 다 기억할까 싶을정도로 그는 그런 것들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하루하루를 모두 소중히 여기기에 그런가보다.
이한겨울
4.0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그리운다,
하승엽
4.0
청춘에 대한 회고록. 젊은 시절 자신을 뜨겁게 했던, 따뜻하게 울렸던 문장들을 경험에 녹여 하나씩 소개한다. 작가의 어린 시절을 더듬으며 나의 청춘에 대해서도 뜨겁게 고민하게 만든 책이었다. 책 속의 한문장. ‘사실은 지금도 나는 뭔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하기만 하다. 그 모든 것들은 곧 사라질 텐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oowtiz
4.0
고3 때 이 책을 내게 생일선물로 줬던 친구와 더는 연락하지 않지만,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그 친구를 한 번 꼬옥 안아주고 싶다.
Hangyu
5.0
때로 쓸쓸한 가운데 가만히 앉아 옛일을 생각해보면 떨어지는 꽃잎처럼 내 삶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인다. 어린 시절이 지나고 옛일이 그리워져 자주 돌아보는 나이가 되면 삶에 여백이 얼마나 많은지 비로소 알게 된다.
Sumi Kim
4.0
그의 글은 빛났으나 한시는 공감하기 쉽지 않았다. 몇 갑절의 행간을 읽어낸다는 게... . 음악이나 학창시절이야기는 동시대를 함께 살아온 덕분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 서른다섯 언저리의 풋풋한 김연수에 비해 나의 청춘은 매우 안정적이고 어쩌면 재미없는 단조로운 시기였지만 문득문득 강렬한 기억은 살아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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