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솜땅4.0안정적인 카메라와 정갈한 구도! 그리고 보기 편한 시선들이 너무 좋았다. 영화 전반에 걸쳐 음산하게 깔리는 음악. 그 안에서 남녀와 감정없는 얼굴의 한남자! 거대한 성의 이모저모가 눈에 들어오며 이야기 속으로 점점 들어가지만, 미련가득하게 사랑하는 그 남자의 잠식이 영화 전체에 퍼져나갔다. 61년도 황금사자상의 저력을 과시하는듯한 압도적인 느낌이 가득하다. #21.10.3 (1182)Like53Comment0
상범3.5흘러간 인과와 공간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은 속성으로 저편에 머물러 있기에 지나간 기억들에 있어 주인공은 결국 기억을 회상하는 주체이다. 허나, 조각난 유리잔처럼 쪼개진 기억의 편린들의 사실을 도출하기 위해선 타자와의 상호작용이 있어야 할 터, 그렇지 못한 일방향적인 본인의 기억들은 왜곡된 최면 혹은 픽션에 머문다.Like39Comment0
Sleep away4.5사람이 무언가 말을 하면 그게 거짓말이든 뭐든간에 말을 했던 그 장면만큼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손에 닿지 않는 과거로 남는다. 그럼 말의 내용은 어떻게 될까? 엎질러진 물은 담을 수가 없고 한번 발화된 말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받아들여짐의 측면에서는 그렇다. 심지어 즉각적인 반박이 있었다고해도 마찬가지다. 원칙적으로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래에 그 말이 사실로 받아들여질 모호한 가능성만은 남게된다 이미 입증이 끝난 수 많은 사회적 편견들이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서사와의 싸움은 도무지 끝나질 않는다 과학적 원칙처럼 두터운 동의의 기반이 있을때 조차 때때로 과거의 학설들이 뒤집히는 경우는 생긴다 이게 가치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그래서 안심하고 있다가는 언제든 뒤통수를 맞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치에 대한 싸움은 멈추면 안된다고들 하는 것이다 하물며 확실한 동의의 기반이 적을 수 밖에 없는 사적인 기억에서는 더욱 기묘해진다 암튼 이걸 영화로 보면 더 극단적으로 기묘해지는데 한번 보여준 장면은 그 영화의 과거가 된다 즉, 그것이 그 순간에는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장면이었다고 할지라도 나중에 사후적으로 서사적 인과관계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지는 것이다 그러니 관객이 그 장면에 영향 받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은 더욱어려워진다 실제로 추리 영화 장르에서는 이런식의 사후적 인과관계의 형성이 아예 장르의 법칙이기까지 하다 이 영화에서 한 남자는 한 여자에게 가서 당신은 지난 해 자신과 만났었다고 주장한다 여자는 처음엔 코웃음을 치지만 남자의 말은 끝없이 이어지고 서사는 점차 진지해진다 그러면서 초반에 거의 무작위적인 몽타주처럼 보여졌던 이미지들에도 희미하게 나마 서사적인 의미들이 부여된다 물론 정확하게 딱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암튼, 여자는 계속해서 남자의 말을 부정하려들지만 장면이 많아질 수록 남자의 말이 이 영화안에서 중심 서사가 되어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결국 여자는 점점 확신을 잃고 어느샌가 그 서사에 스스로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보게된다 이는 영화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게임같다. 먼저 시작한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그런데 여자가 참여하면서부터 서사의 방향도 점점 남자의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 남자는 때때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서사가진행되어 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그럴때 남자는 화를내며 억지를 부리고 그와 함께 서사도 혼동상태에 빠져 들게된다 엉뚱한 전개를 일으키기도 하고 심지어는 거의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과정들 또한 이 영화의 서사가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긴장감은 서사가 계속 이어지기는 하지만 애초에 불확실하고 모호한 과거를 기반으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라 언제든지 서사에 파열과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데에서 온다 실제로 이 영화의 서사는 파열과 균열과 오작동의 순간들을 포함하고 있다 말 그대로 영화에 그런 장면이 나오는 것이다 마지막 나래이션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두 사람은 틀림없이 미로에 빠져 있긴하다 그런데 이 미로는 완성된 미로가 아니다 즉 출구는 아예없을 수도 있고 구멍이 숭숭 나있어서 반대로 출구가 수없이 많을 수도 있다 그들은 미로를 헤매다니면서 동시에 미로를 생성하고 있는 중이기도 한 것이다 안 그래도 미래는 불확실한데 불확실한 과거를 기반으로 생성되고 있는 미래가 더욱 불확실해지는 것은 말할필요도 없는 일. 이 영화는 완결된 서사를 가지고 있는 영화가 아니다 차라리 서사가 생성되는 과정을 서사로 옮긴 것 같은 영화이다 물론 이 서사생성의 과정은 직업 작가의 머릿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맺는 모든 관계속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차라리 우리 뇌의 작동방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즉 이 영화는 그 영화적 표현방식에 있어 매우 독창적일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유익한 매우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Like34Comment0
Cinephile5.0하나의 정답을 위한 질문은 논리적 인과에 바탕할 것을 전제로 할텐데, 이 영화는 그 전제부터 거부하며 다양한 답변의 가능성을 질문 단계에서부터 확보한다. 화자의 완전치 못한 기억들로 만들어진 루빅스 큐브가 관객에게 주는 유희의 가능성이 놀랍다.Like33Comment0
볶음너구리
5.0
인,과의 평행선 사이를 표류하는 기억의 좌표들.
STONE
4.5
기억을 미궁처럼 존재하게 만드는 시간의 공백, 시각과 언어의 불일치. 가정법적인 현재들을 구현하는 영화의 무수한 가능성이 보였다.
다솜땅
4.0
안정적인 카메라와 정갈한 구도! 그리고 보기 편한 시선들이 너무 좋았다. 영화 전반에 걸쳐 음산하게 깔리는 음악. 그 안에서 남녀와 감정없는 얼굴의 한남자! 거대한 성의 이모저모가 눈에 들어오며 이야기 속으로 점점 들어가지만, 미련가득하게 사랑하는 그 남자의 잠식이 영화 전체에 퍼져나갔다. 61년도 황금사자상의 저력을 과시하는듯한 압도적인 느낌이 가득하다. #21.10.3 (1182)
Jay Oh
4.0
해몽보다 꿈. Undefined as is.
상범
3.5
흘러간 인과와 공간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은 속성으로 저편에 머물러 있기에 지나간 기억들에 있어 주인공은 결국 기억을 회상하는 주체이다. 허나, 조각난 유리잔처럼 쪼개진 기억의 편린들의 사실을 도출하기 위해선 타자와의 상호작용이 있어야 할 터, 그렇지 못한 일방향적인 본인의 기억들은 왜곡된 최면 혹은 픽션에 머문다.
조종인
4.5
(26. 01. 14 첫 감상) 플롯을 관객이 마음껏 갖고 놀 수 있는 루믹스 큐브처럼 설계했다.
Sleep away
4.5
사람이 무언가 말을 하면 그게 거짓말이든 뭐든간에 말을 했던 그 장면만큼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손에 닿지 않는 과거로 남는다. 그럼 말의 내용은 어떻게 될까? 엎질러진 물은 담을 수가 없고 한번 발화된 말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받아들여짐의 측면에서는 그렇다. 심지어 즉각적인 반박이 있었다고해도 마찬가지다. 원칙적으로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래에 그 말이 사실로 받아들여질 모호한 가능성만은 남게된다 이미 입증이 끝난 수 많은 사회적 편견들이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서사와의 싸움은 도무지 끝나질 않는다 과학적 원칙처럼 두터운 동의의 기반이 있을때 조차 때때로 과거의 학설들이 뒤집히는 경우는 생긴다 이게 가치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그래서 안심하고 있다가는 언제든 뒤통수를 맞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치에 대한 싸움은 멈추면 안된다고들 하는 것이다 하물며 확실한 동의의 기반이 적을 수 밖에 없는 사적인 기억에서는 더욱 기묘해진다 암튼 이걸 영화로 보면 더 극단적으로 기묘해지는데 한번 보여준 장면은 그 영화의 과거가 된다 즉, 그것이 그 순간에는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장면이었다고 할지라도 나중에 사후적으로 서사적 인과관계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지는 것이다 그러니 관객이 그 장면에 영향 받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은 더욱어려워진다 실제로 추리 영화 장르에서는 이런식의 사후적 인과관계의 형성이 아예 장르의 법칙이기까지 하다 이 영화에서 한 남자는 한 여자에게 가서 당신은 지난 해 자신과 만났었다고 주장한다 여자는 처음엔 코웃음을 치지만 남자의 말은 끝없이 이어지고 서사는 점차 진지해진다 그러면서 초반에 거의 무작위적인 몽타주처럼 보여졌던 이미지들에도 희미하게 나마 서사적인 의미들이 부여된다 물론 정확하게 딱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암튼, 여자는 계속해서 남자의 말을 부정하려들지만 장면이 많아질 수록 남자의 말이 이 영화안에서 중심 서사가 되어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결국 여자는 점점 확신을 잃고 어느샌가 그 서사에 스스로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보게된다 이는 영화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게임같다. 먼저 시작한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그런데 여자가 참여하면서부터 서사의 방향도 점점 남자의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 남자는 때때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서사가진행되어 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그럴때 남자는 화를내며 억지를 부리고 그와 함께 서사도 혼동상태에 빠져 들게된다 엉뚱한 전개를 일으키기도 하고 심지어는 거의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과정들 또한 이 영화의 서사가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긴장감은 서사가 계속 이어지기는 하지만 애초에 불확실하고 모호한 과거를 기반으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라 언제든지 서사에 파열과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데에서 온다 실제로 이 영화의 서사는 파열과 균열과 오작동의 순간들을 포함하고 있다 말 그대로 영화에 그런 장면이 나오는 것이다 마지막 나래이션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두 사람은 틀림없이 미로에 빠져 있긴하다 그런데 이 미로는 완성된 미로가 아니다 즉 출구는 아예없을 수도 있고 구멍이 숭숭 나있어서 반대로 출구가 수없이 많을 수도 있다 그들은 미로를 헤매다니면서 동시에 미로를 생성하고 있는 중이기도 한 것이다 안 그래도 미래는 불확실한데 불확실한 과거를 기반으로 생성되고 있는 미래가 더욱 불확실해지는 것은 말할필요도 없는 일. 이 영화는 완결된 서사를 가지고 있는 영화가 아니다 차라리 서사가 생성되는 과정을 서사로 옮긴 것 같은 영화이다 물론 이 서사생성의 과정은 직업 작가의 머릿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맺는 모든 관계속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차라리 우리 뇌의 작동방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즉 이 영화는 그 영화적 표현방식에 있어 매우 독창적일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유익한 매우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Cinephile
5.0
하나의 정답을 위한 질문은 논리적 인과에 바탕할 것을 전제로 할텐데, 이 영화는 그 전제부터 거부하며 다양한 답변의 가능성을 질문 단계에서부터 확보한다. 화자의 완전치 못한 기억들로 만들어진 루빅스 큐브가 관객에게 주는 유희의 가능성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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