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 9
제1장 가까워질수록 멀어지고 멀수록 가까워지는 사람들 / 18
I am my past. / 바람 부는 제주에는 / 동네 한 바퀴 / 구천당 한의원 앞 / 200만 원짜리 피아노 / 자기만의 방 / 엄마의 장래희망 / 부모 / 암모나이트, 태아 /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묻는다면 / 오라이, 오라이 / 그것이 바로 사랑, 사랑, 사랑이야 / 크레타인의 오류 / 이족(離族)소송 / 물가에 내놓은 연애 / 62색 크레파스 / HBD / 이소라를 좋아하시나요? / 후암동 남산도서관 / 어른이 되려다 보니 / 언제든 울 준비가 된 / 꼬맹이 / 웨인이N /Y C / 누구의 이모도 아닌 이모 / 의릉 / 누구나 가슴 속에 삼만 원쯤은, / 고요하고 치열한 언어 / 춘사월
제2장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 94
이상형 / 이상형 2016 / 이상형 2014 / 사생활 침해 / How to Dive (in Love) / 남녀삼석식론 / 상상연애 / 조물주 개새끼 / 이촌동 말고 동교동 덮밥집 / 물고기 초밥 / 버니니 위드 스트로베리 / 불량식품 / 치, 치 / 금남(禁男)목록 / 취중진담 / 에어플레인 모드 / 궁색한 변명 / 잠수대교 / 견인생심 / 오래된 농담 / 모텔 / 모텔 2 / 모텔 3 / 유리구슬 / 가난한 사랑 노래 / G에게, / 가난한 사랑 노래 2 / 팥, 바닐라, 생강 / 짝사랑 / 유실물 센터 / 힙스터 / 쓰레기 콜렉터 / 초면에는 피임하세오 / 오빠 믿지? / FwB / 키스 포지션 101 / 이성의 사정 / 군침 / 첫 단추의 의미 / 여자로 만 25년, / 여자로 만 29년, / 침실 예절 / Manners maketh man / 시간을 기억하는 방식 / Enfant terrible / 영화는 영화 / 사회화 1 / 글 쓰는 남자-신승은의 “여자들을 만나야만 곡을 쓰는 뮤지션 얘기”를 듣고 / 속셈 / 서랍 / 브루클린 브릿지 /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사랑이 끝나는 저주에 관해 / 정이 든다는 건 / HBD 2 / 지각의 변 / 중력 가속도 / T에게 부쳐 / T에게 부쳐 2 / 묘비 / La Petite Mort
제3장 30 is not the new 20 / 186
나와의 화해 / Knock, knock / Call Me by My Name / Well-aged / 너 같은 딸을 낳아보라는 사람들에게 / 서울 탱고 / 외로움의 속도 초속 20,000킬로미터 / 미워할 용기 / 능금관 고흐 / 선생님, 나의 선생님 / 거기서 거기 / 나르시시스트로 늙음에 대하여 / 가사분담 / Life is full of tragic comedies / Happily Ever After / 사연부심 / 기호식품 / Eve / 자기 객관화의 중요성 / 나는 중립국으로 가겠소 / 존재감 / 설 립(立) / 재능 발견 / 속물근성 / 부채의식 / 습관성 가난 / 골든 레시피 / 사회화 2 / 두툼하고 친절한 사전 / 나를 파괴하지 않을 권리
나오는 말 / 241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김나연
254p



자꾸만 내 무언가를 치유하려드는 힐링 에세이가 지겹다면, 더 이상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라 내 우울과 불안과 허무를 가만히 듣고 재밌게 웃어넘겨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면 김나연 작가를, 그 작가의 첫 책을 권한다. 이 책은 은근한 온기로 나를 데워주거나, 꽁꽁 얼은 마음을 녹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공감의 힘은 놀랍다. 저자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이유 모를 단단함이 상처로 쌓아올린 당신의 벽을 무너뜨려줄 것이다. <모동섹> 안에는 언제나 ‘내’가 있다. 분명히 내가 겪은 이야기가 아닌데도, 수천 독자들은 그녀가 “말주변이 없는 나를 대신해서 또박또박 떠들어주고, 숨기고 싶은 내 구석구석을 똑바로 바라보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 안에서 미처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고. 그녀의 글은,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한 불투명한 유리창 같다. 자꾸만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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著者/訳者
レビュー
100+目次
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전국 동네 서점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바로 그 책!
“각주까지 재미있는 책은 네가 처음이야”
“이 책 언제 입고되나요?” “모동섹 또 품절입니다.”
전국 동네 서점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모동섹(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이 드디어 정식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제목에 이끌려 책을 집어 들었다가 어느새 맘에 남는 문장을 받아 적은 독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수천 독자들이 입소문을 냈고, 몇 달 만에 없어서 못 파는 책이 되었다.
모든 절정 뒤에는 바닥을 모르는 우울과 공허함이 찾아온다고 한다. 어린애를 앞에 두고 사탕으로 장난치는 어른처럼, 달콤한 희망을 안겨줬다 가차 없이 돌아서는, 인생은 참 고약하다. 저자 김나연은 그럴 때마다 글을 썼다. 전부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삶에 염증을 느낄 때마다, 우울하거나 외로울 때마다 글을 썼다. 쓰고, 쓰고, 또 썼다. 너덜너덜한 자신의 얘기를 쓰기도 하고, 가끔은 누군가 길에 흘린 얘기를 주워다 말끔하게 닦아 쓰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비관적이고 우울한 문장들이 이렇게나 사랑스럽다니.
“이 글들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에세이라고 부르기도 모호하고, 소설이라고 부르기도 모호합니다. 책을 닫고 나올 때쯤엔 결론이 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자는 스스로 이 글들이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모호하다고 말한다. 기억은 모두 미화되거나 추화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아직 모동섹을 만나보지 못한 더 많은 독자에게 담담한 손짓으로 초대장을 내민다. “물론 여전히 엉망진창이지만,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제 엉망진창에 초대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위로하려고 애쓰지 않는 책,
우울, 불안, 허무로 가득하지만 사랑스러운 책
자꾸만 내 무언가를 치유하려드는 힐링 에세이가 지겹다면, 더 이상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라 내 우울과 불안과 허무를 가만히 듣고 재밌게 웃어넘겨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면 김나연 작가를, 그 작가의 첫 책을 권한다. 이 책은 은근한 온기로 나를 데워주거나, 꽁꽁 얼은 마음을 녹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공감의 힘은 놀랍다. 저자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이유 모를 단단함이 상처로 쌓아올린 당신의 벽을 무너뜨려줄 것이다.
저자는 스스로의 인생을 롤러코스터 압축판이라고 설명한다. “유복한 집에서 태어나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속 화초로 자랄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모텔 골목 월세 세입자 신세가 된다든가, 반 년 넘게 짝사랑 하던 사람과 처음으로 함께 밤을 보내던 날, 나란히 누워 그의 전 여자친구 얘기만 듣다 집에 돌아온다든가, 28년 만에 찾은 꿈을 좇으려 3년이나 미뤘던 퇴사를 실행에 옮긴 날 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져 졸지에 백수 가장이 된다든가 하는 일들이 그 롤러코스터의 일부”였다.
<모동섹> 안에는 언제나 ‘내’가 있다. 분명히 내가 겪은 이야기가 아닌데도, 수천 독자들은 그녀가 “말주변이 없는 나를 대신해서 또박또박 떠들어주고, 숨기고 싶은 내 구석구석을 똑바로 바라보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 안에서 미처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고. 그녀의 글은,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한 불투명한 유리창 같다. 자꾸만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 책을 먼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각주까지 재밌는 책은 네가 처음이야.”(hye_ri00)
“같이 읽고 싶은 사람들이 수도 없이 생각난다.”(baesiso)
“이 책 끝내준다. 왜 다들 이렇게 그만두지 못해 살아가는지 늘 의문이었는데 이 책에 답이 있다.” (ming_soong)
“클럽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명상하고 나온 기분이다. 자극적인 제목에 끌려서 읽었지만 솔직한 글에 내 자신을 빗대어보며 마치 저자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눈 듯한 에세이.”(hana.unnee)
“오밤중에 다시 보고 싶어서 꺼냈다. 이렇게 아름다운 말이 세상에 있다. 세상엔 이렇게 아름다운 말들이 많다.”(lee_nina__)
“나연 씨, 저랑 술 한잔 해요.”(lady_dongeun)
“묘한 매력이 있어 사람을 자꾸 끌어당긴다. 그래서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면 다 읽어버리고 남은 게 없다. 삶에 염증을 느낄 때마다 글을 썼던 작가의 이야기에 많은 공감이 된다. 다들 잘 살고 있는 것 같고, 나만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책 추천한다.”(서점 오키로미터)
“말로 표현할 수 없어 떠다니던 감정을 문장으로 이렇게 옮겼구나.”(ji won822)
“누군가의 기억과 글을 들여다보며, 나를 들여다보는 일. 그게 독서를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s_ _jonini)
“누군가를 위로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위로받을 수 있구나.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아이러니. 홀린 듯이 다 읽었다.”(5n**)
“이 책 진짜 좋네. 욕 많이 나오는 에세이. 작가 쿨내 진동.”(nataliebangg)
“마지막 장까지 덮었는데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녀의 생각을 더 알고 싶다. 마음을 끄는 문장에 줄을 긋다 관뒀다. 너무 많아서. 김나연, 그녀는 나를 이 책으로 안아주었다. 한동안 가방에 계속 넣고 다닐 거다. 우리는 그렇게 계속 살아갈 거니까.”(ru bel_719)
“발가벗은 솔직한 글들이 마음에 자꾸만 남는다.”(be_yureeful)
“책장을 넘길수록 다음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싶어 궁금해져 단숨에 읽었다. 재밌는 글이 이런 거구나.”(kyungmin1104)
“두 번을 읽었고, 올해 들어 가장 많은 페이지를 접었다. 접었다가 다시 폈다. 때론 더 이상 의미 없는 일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는 무언가 대척점인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는 어느 페이지의 모서리에는 분명 내가 있고, 당신이 있고, 결국 우리 모두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충분히 더 불편해지는 활자들 사이에서, 불편한데 그래서 좋은 이야기들. 자신의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내게도 묻는 것 같은. 글이란 아마 이런 게 아닐까. 그런 책이라서, 추천.”(memo.jang)



석미인
4.0
모든 동물은 섹스 외 2권 잘 받았읍니다. 좋은 수치플레이였습니다 택배송장 나으리
신혜미
4.0
1. 난 이렇게 예민한 감성을 가진 유쾌한 사람이 좋다. 이런 분들이 글을 계속 쓰셔야 한다 ㅋㅋㅋ 2. 이상형 하니 나도 이상형을 떠벌리고 다닌 기억이 난다. 2014년에 작성한 이상형 리스트 : 학문에 열성이 있는 사람, 세상에 분노와 연민을 동시에 느끼지만 그걸 승화시켜 자신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 어느 장소에 함께 있든 이야기만으로도 종일 데이트가 가능한 사람, 기본적으로 이성적이고 냉철하지만 날 위해 기꺼이 애새끼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 뭐 이런 거였던가 ㅋㅋㅋㅋ 앜ㅋㅋ ---------발췌------------ - 너랑 처음 말을 섞던 날, 낯선 방에 둘이 뱉은 호흡만 가득 찼던 날, 나는 네가 나라는 책을 시작도 하기 전에 끝장부터 봤다고 생각할 줄 알았어. 볼 장 다 봤다고. 말이 좀 통할 것 같은 사람을 겨우 찾았는데 또 잃었나. 지레 쫄아서 속상했는데 너는 거기가 프롤로그라고 생각했더라. 그게 우리 장기연애의 비밀이랄까. - 야해야 될 때와 진지해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좋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진지한 게 섹시해보이고 그렇더라고. "우리 침대에선 반말해요. 그게 야해." - 나는 인생이란 각자의 백과사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단어 간의 미묘한 차이를 체감하고 자신만의 정의를 정교화해 그에 가장 적합한 용례를 수집해두는 일. 그렇게 생각하면 왜 우리는 같은 일을 겪고도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갖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설명이 친절해 필연적으로 두툼하고 다정한 백과사전을 가진 사람이 좋다. 내 단어를 다 껴안고도 남을 만큼 많은 단어를 가진 사람.
최승필
4.0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황당했었다.. ‘제목이 뭐 이따구야?’ 그리곤 일고의 가치도 없이 잊어버렸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만날 일 없던 책이 왓챠의 ‘연결’의 힘 덕분에 만나서 다행히 내 삭막한 감성이 +1 상승했다.. 제목은 제목대로 도발적인데, 책의 안쪽은 안쪽대로 간단치가 않다.. 같은 자리에 있으면 안되는 이질감의 연속적인 병치는 당황스럽다.. 엄마가 쓰러졌던 때의 심각한 이야기에는 ‘진짜 씨발 내 인생’이라는 구절도 들어있다.. 그것도 같은 마침표의 한 문장 안에 말이다.. 물론 어딘가에서 설명을 해주긴 한다.. ‘그러니까 나한테는 욕이 기호식품인 거야.’ 이 땅의 ‘사회화’의 희생양이므로 하고싶은 말을 늘 삼켜낸다고 말하더니, ‘이상형’이라는 제목의 글 아래엔 ‘침대에서 독서와 섹스를 함께할 수 있는 남자를 찾습니다.’라고 덤덤히(?) 내뱉는다.. 앞에선 ‘내 인생이 지긋지긋했다’고 하고, 뒤에선 ‘저는 지금의 제가 맘에 듭니다’라고 한다.. 자신이 불쾌했던 기억을 기록했으니 읽는이가 불쾌한건 당연하다고 하면서도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 사람은 타인을 온전히 받아들이거나 사랑할 수 없다.’는 절정고수급 명언을 같은 책에 담아낸다.. ‘무너진 중산층의 꿈’과 ‘비정상 가족’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었다고 스스로 마무리 글에서 설명하지만, 정작 독자인 내게 더 인상적인 것은 가상의 딸에게 해주고 싶다는 이야기들이다.. ‘사실 세상은 그보다 더 다양하다고 반박할 줄 알았으면 더 좋겠네요.’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패배의식과 싸울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존경하는 학부시절 H쌤이 제대로 꿰뚫었다.. ‘나연 학생의 색은 단색이 아니고 여러 색의 모자이크 같아요’ 초보작가의 글은 어쩌면 교활하기도 하다.. 그런데, 그걸 또 스스로 까발리는 심보다.. ‘글은 선악과 열매 위로 기어 다니는 뱀 같다. 누군가의 손가락이나 혓바닥을 빌리지 않고는 아무런 힘도 가질 수 없으면서 저와 눈 마주친 사람을 잡아먹으려 든다. 밑도 끝도 없이 탐욕스럽다.’ 20200312 (20.05) 덧) @Jazz님이 추천하신 재즈앨범 'Kind of Blue'를 아침 출근길에 처음 감상하는 행운이었다.. 출근길에 이 책을 읽으면서..묘하게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
doi
3.5
세상의 시류와 상관없이 나홀로 침전할 수 있는
예 인
4.5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 위로를 듣고 고마워해야 한다는 건 힘든 마음 자체보다 더 소모적이다. 2018.11.23.
새힘
4.5
나를 온전히 표현하는 것, 부러운 재능이다.
이혜원
5.0
1 다섯 살쯤부턴 혼자 씻을 수 있었지만, 할머니가 목에 턱받이처럼 수건을 둘러주는게 좋아서 가만히 있었다. 내 나름의 어리광이었다. 계모인 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무서웠던 엄마 앞에선 숨도 제대로 못 쉬었지만 할머니랑 있을 땐 그렇게 어설픈 어리광도 부릴 줄 알았다. 2 거짓말은 나쁜 거라고 가르쳤던 엄마는, 거짓말이 들통나면 내 몸 여기저기 피멍이 들 때까지 때리던 엄마는, 내게 거짓말을 부탁했다. 그때부턴 전화 벨만 울리면 덜컥 겁이 났다. 내 편은 아빠 뿐인데 누군가 아빠를 잡으러 오려나보다, 아빠를 도와주려면 나는 거짓말을 하는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하는구나. 3 엄만 내가 스물이 넘어서야 그때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해줬다. 엄마는 아빠를 통근버스에서 만나 4년간 연애했다. 그리고 심심하면 엄마를 때리고 구박하고 못살게 굴던 두 삼촌과 딸에게 무심한 외할머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을 선택했다. 결혼이 아니면 그 집에서 나올 방법이 보이지 않았고 네 아빠가 아니면 그 나이에 누군가를 다시 만나서 또 연애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고. 그리고 당신의 딸은 절대, 탈출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4 부부싸움 소식이 이모 할머니들 귀에까지 들어가면 할머니들은 늘 그러셨다. "얘네 아빤 속을 모르겠어. 아주 의뭉스럽다니까." 할머니들 등쌀에 떠밀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이제사 헤아려본다. 5 가족과도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부부만 이혼할 수 있게 해 놓은 현재 시스템은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친인척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를 묵과하고 있다. 6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엄마는 급격하게 술이 늘었다. 별 이유 없이 나에게 손찌검하는 날도 늘었다. 그때부터 누구한테든 이 상황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과 엄마가 제발 엄마 인생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함께 했다. 우리 때문에 이혼도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도 못 한다고 대성통곡을 하면서 날 팰 게 아니라 빚 늘리는 재주밖에 없는 아빠와 이혼하고,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 봤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한테 화풀이를 할 게 아니라 차라리 친구를 만나서 재미있게 놀다 오면 낫지 않겠는가? 6학년 때 처음 그런 생각을 해 봤고, 여전히 한다. 7 그래도 크레파스를 나눠 쓰는 건 싫었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색, 그러니까 삼원색으로 만들기 어려운 색만 골라 "한번만 써볼게" 라던 애들. 그래놓곤 종이 울리면 반토막난 크레파스를 돌려주는 애들이 너무 너무 미웠다. 하지만 나는 질문에 대한 답이 "응" 아니면 "네" 밖에 없는 세상에서 자란 애. 화는 커녕 부탁을 거절할 줄도 몰라 겉으로 웃으면서 괜찮다 말하고 하굣길 내내 혼자 우는 애. 반짝거리는 크레파스를 실컷 쓸 수 있어 좋았지만 아끼는 물건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랐고, 내 것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에겐 화를 내도 된다는 사실을 배우지 못해 괴로웠던 미술 시간. 8 요청한 적도 없는 배려와 선의를 베풀고 나서 너는 왜 제대로 보답을 하지 않느냐고 호통치는 사람들. 9 마가 뜨는 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의 어색함에 자신이 더 민망해지는 사람들. 그 어색함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해서 굳이 웃기지 않아도 될 상황에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하곤 기꺼이 광대가 되는 사람들. 집에 돌아가면 맥을 못 추고 있는 사람들. 10 사물이든 사람이든 저마다 익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을 키우는 데에도 시간이 든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에게 팥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11 임테기를 쓸 때마다 나는 세상이 정말이지 너무 불공평 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콘돔은 썼다. 하지만 그 이상의 피임을 하고 싶진 않았다. 피임약을 타러 병원에 가는 것도, 처방전을 내미는 것도, 다 싫었다. 루프도 생각해봤지만 몸에 플라스틱 위시본 같은 걸 넣어 둔다는게 영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콘돔을 선택했다. 콘돔은 모두를 위한 최소한의 세이프가드였다. 누구라도 5천 원만 있으면 편의점에서 콘돔을 사서 안전하게 섹스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콘돔을 써도 1 ~ 3%의 임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건 삼신할매 마음이겠지. 그리고 그 1 ~ 3% 때문에 매달 공포와 절망감 속에서 오매불망 생리를 기다리는 건 여자다. 사전 피임만 해도 그렇다. 건강한 여성의 난자는 28일마다 배출된다. 건강한 남자의 (...) 그럼 정말 일촉즉발의 임신공격이 가능한 쪽은 남자다. 근데 왜 남성용 사전피임약은 아직도 널리 보급되지 않고 있느냔 말이다! 12 나는 연애만 하면 살이 쪘다. 만나면 하는 일이라곤 먹고 마시는 것 뿐이었다. 지루했다. 물론 영화도 보고 전시도 갔다. 그래도 종국엔 "우리 그래서 이따 뭐 먹지?"였다. 혼자 있을 땐 식사를 잊을만큼 흥미로운 일을 더 많이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둘이 되면 먹고 싶지 않을 때 먹어야 하는 일이 잦았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같이 있을 동안 무료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자꾸 뭘 먹자고 했다. 만나지 않았으면 될 것을 왜 그랬나 싶다. 13 근데 친구가 될 정도로 가까워지고 나면 섹스를 어떻게 하지? 섹스가 하고 싶을 정도로 이성적호감이 있는 관계는 그냥 연애하면 되는 거 아니야? 아니면 이성적 호감이 없어도 섹스는 할 수 있나? 그럼 그냥 집에서 자위하면 되잖아? 아니 도대체 무슨 소리지? 연애랑 fwb가 그럼 뭐 대단한 차이인 건데? 사람들은 의지할 수 없는 사람이어도 친구라고 불러? 아닐 거 아니야? 서로 믿을만하다고 생각하고 대화도 잘 통해야 친구가 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정서적으로 교류가 잘 되는 사람인데 몸까지 잘 맞으면 사귀지 않을 이유가 뭐야? 그리고 몸은 섞는데 마음에 안 섞여? 로봇이야? 게다가 한쪽이라도 감정이 생기면 숨긴 채로 계속 만나야 될 거 아니야. 14 키스 포지션101 (p153 옆구리나 배를 만지는 남자에게 하는 말인가 봄) 15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던 순간 이미 모든 호감과 성욕이 짜게 식어 집에 가고 싶었지만 섹스를 너무 기대하는 상대방을 면전에서 거절하는게 더 힘들어서 그냥 정말 "대준" 사람들. 조금 격하게 표현하자면 내가 나를 강간하는 느낌이었다. 상대에겐 잘못이 없었다. 내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한 건 내게 폭력을 가한 건 나 자신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교양있는 현대 여성"이어야 한다는 나의 슈퍼에고가 내 입을 틀어막았다. 내면 깊숙한 곳에 현명한 나는 '당장 여길 벗어나'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현실 속 나는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죄송합니다 저는 싫어요" 한마디면 될 일인데 죄송의 지읒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내 머릿속에선 자신에 대한 보호 본능이나 자유 의사보다 사회화와 교육의 목소리가 더 컸다. '상대의 체면과 사정을 먼저 헤아려야 착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지.' 결국, 상대의 기분이 상할까 봐, 나 때문에 여기까지 나오게 한 게 미안해서, 내가 갑자기 마음이 변했다고 하면 이 사람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어서, 그 어떤 경위로 나를 협박할지 알 수 없어서, 성적 끌림 이외의 '복잡한 심경' 때문에 섹스했다. 섹스 후 몰려들었던 자책감과 자괴감. 결국, 자해의 흔적으로 남은 밤들. 할 수만 있다면 생살을내 몸에서 도려내서라도 내 몸에서 지우고 싶은 기억. 16 여자가 첫 섹스를 열심히 해서도, 잘해서도 안 되는 것 같다. 품에 안고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하며 머리 쓸어 넘겨주던 개새끼들. 17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연애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늘어나는 건 연애 기술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지식이다. 나는 이런 인간이구나, 나는 여기까지 밖에 못 하는구나, 난 이건 생각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구나, 난 이건 도저히 견딜 수 없구나. 그런 까닭으로 자신과 화해 하지 못한 사람은 타인을 온전히 받아들이거나 사랑할 수 없다. 18 순탄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낸 친구들은 무방비상태일 때 몸짓이나 눈빛이 달랐던 것 같다. 대화에 끼지 못 할 때 표정, 앉은 자세, 사람들의 만담 속 웃음포인트 같은 걸로 그 친구들의 과거를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다복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표정이나 자세에도 자신이 받고 자란 사랑이 듬뿍 묻어난다. 그런 것엔 늘 이질감을 느꼈다. 이미 내가 이생에선 가질 수 없는 성질의 아우라라 차마 부럽다는 생각도 못 했다. 나는 인정과 포기가 빠르니까. 그리고 이질감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불안감으로 대체됐다. '내 눈에 보이는 거면 다른 사람들 눈에도 내 불행의 흔적이 보이 겠구나.' 아차 싶었다. 방심하면 안 된다고 되뇌었다. 내 환경을 부정하진 않겠지만 굳이 드러내놓고 다닐 필요는 없으니까. TV 속 부모들이 왜 자식들에게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를 만나라고 딸내미,아들내미 등짝을 후려치는지 알 것 같았다. 19 하지만 엄마와 달라지고 싶다. 어떻게든 다른 삶을 살고 싶다. 가족이라는 허울뿐인 이름으로 혈육이 내게 휘두르는 폭력을 참지 않을 거고, 배우자의 경제적 무능함과 반려자로서의 직무유기를 아이들 핑계로 참지 않을 거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주먹구구식 회유의 탈을 쓴 세상이 내게 불합리를 가하면 반기를 들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다. 당신의 인생을 통째로 바쳐 그렇게 산 결과가 어떤 것인지 몸소 가르쳤다. 20 엄마는 대단한 인생을 살아 냈다. 하지만 엄마가 대단한 건 인생이 던져대는 운명이란 고약한 돌팔매질을 끝까지 버텨냈기 때문이지 엄마가 원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 아니다. 엄마의 삶은 내가 살고 싶은 혹은 살 수 있는 종류의 삶은 아니다. 21 "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 어쩜 하나같이 다 그렇게 낙천적인지. 그런 애들 곁에 있으니 낙천주의가 나한테도 옮더라. 아메리칸 드림이라 지 않은가. 그래서 다시 미대의 꿈을 키웠다. 가구디자인을 하기로 마음 먹었던 것. 미술반 선생님도 충분히 소질이 있다면서 적극 지원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다. 엄마에겐 말하지 않았다. 더는 그만 포기하고 싶었다. 그게 누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내가 아닌 외부의 요인으로 나를 부정하는 일은 그만 하고 싶었다. 나도 주체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야. 일단 시작 하면 잘할 수 있어. 믿음이 생겼다. (...) 유학을 다녀온 후로 내 안에는 아보카도 씨처럼 단단한 무언가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누가 이끌어주지 않더라도, 쓸모있는 조언을 해주는 어른이 없더라도, 내 삶에선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지면 돼. 어설프게라도 비로소 홀로 선 느낌이였다. 여기서부터 나는 우리 가족과 다르다. 다를 수 있다. 이렇게 가족들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살다보면 '팔자의 저주'가 나만큼은 빗겨갈 수도 있겠다. 그런 안도감과 자신감. 22 엄만 집안일에는 진짜 재주가 없다. 요리를 한번 하면 부엌은 카운터부터 바닥까지 난리고 빨래 개어 놓는 거 이상으로 옷장을 정리하는 건 평생 본 적이 없다. 계절이 바뀌면 커튼을 바꿔 달고, 이부자리를 갈고, 니트류는 모조리 같은 크기로 개서 색깔별로 정리하고, 설거지가 끝나면 마른행주로 그릇을 닦아 뒷정리 하는 사람들을 TV에서 보고 적잖이 놀랐다. 말 그대로 문화 충격이었다. 한번은 "아니 엄마는 도대체 왜 설거지하고 그릇도 제대로 못 엎어 놔?" 하고 잔소리를 했더니 "난 나가서 돈을 벌면 벌었지 집안일은 너무 싫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 딸은 엄마 팔자 닮는다는 말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내가 요즘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은 '저 나가서 돈 열심히 벌 테니까 저녁만 좀 차려 주실 분...' 23 이 나이 먹고 인생의 사연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렇지? 하지만 그렇다고 사연 부심, 불행 부심을 부려선 안 돼. 내가 세상 제일 불행했고 내가 세상 최고 자수성가, 개과천선 인생이라고 재는 건 바보 같은 짓이야. 사연은 그런게 바보 같다는 걸 배우라고 있는 거야. 24 나는 말이야, 간장이라도 하나 살라치면 마트에 진열된 모든 간장의 100ml 당 단가를 하나하나 비교해본다. 그것도 모자라서 네이버에 간장추천을 검색해. 불안한 거야. 겨우 고르고 고른 간장인데 맛이 없을까봐. 그럼 간장이 들어간 음식을 요리 할 때마다 얼마나 슬플 거야? (...) 근데 문제는 간장이 아니야. 나는 돈을 쓸 때마다 그러고 있더라니까. 이젠 아예 그게 내 소비 패턴으로 박힌 거야. 지금 궁핍하지 않더라도 언제 다시 돈이 궁해질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해. 소비의 순간마다 그 불안이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해. 하지만 또 먹고 살려면 소비는 해야 하잖아. 그래서 이제 모든 종류의 쇼핑이 피곤해. 이렇게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소비주체로 살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의 영원한 마이너가 되겠지?
김동원
4.5
'각주까지 재미있는 책은 네가 처음이야' 이게 호들갑이 아니라 진짜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재밌었던 책 . 책의 좋았던 부분들을 발췌해서 옮겨적거나 사진 찍어두길 좋아하는데 너무 많아서 곤란하기는 오랜만 . 섹스는 서로의 가장 유약한 면을 들여다보는 조심스러운 과정이라네 이런 글이 내 유약함을 드러내는 즐거운 합일의 과정이 아닐지. 나도 가만 떠올려보면 이런 얘깃거리 많은데,, 근데 이런 글솜씨가 없어서 아쉽다 . 아래 발췌 . - 인생 좆되는 데에는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 과도한 호기심과 애매한 약함. 그거면 끝. . -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그 사랑의 대상이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무엇보다 자신의 무능력함에 가장 크게 절망한다. . - 사람과 사람은 비밀을 공유하기 시작하면 친밀감이 높아진다. 그래서 억지로 솔직한 척했던 적도 많다. 아직 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저 사람이 궁금해하는 내 비밀을 지금 당장 털어놓지 않으면 그 사람이 내게 흥미를 잃을 것 같았다. 그 사람을 놓칠 것만 같았다. 지금은 내가 뭘 어쩌든 남을 사람은 남는다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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