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용3.0모든 것은 IMF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외국 자본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IMF가 우리 경제를 쥐락펴락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 본질적으로, IMF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바로 ‘미국’이다. ‘정규직’과 ‘평생 직장’이라는 말이 당연했었지만, 그 이후에는 ‘비정규직’과 ‘실업’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되었다. 통계적으로, 하루에 일하다가 죽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무려 3명이다. 산재 처리를 받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그 죽음에 대해서 국가도, 기업도,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냥 소리소문 없이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다. ‘기계화’, ‘무인화’, ‘자동화’에 대해서도 우리는 재고를 해야 한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정말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일하던 것을 기계가 대체하는 순간 그 노동자는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노동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니 갈수록 기업 자본가들의 배만 불리는 측면이 존재한다. 이렇게 ‘억압’과 ‘착취’의 경제 구조를 가진 지가 20년이 넘어간다. 우리는 지금 너무나 무감각하다. ‘비정규직’과 ‘실업’은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구조적인 문제를 혁파할 ‘숙제’를 갖고 있다. 반드시 비꿔야 하는 것이다. 2019년 12월 5일 목요일 ‘가장 보통의 죽음’ 고려대학교 중앙광장 ccl eventhallいいね13コメント0
pizzalikesme4.0노조가 이 모든 일들의 원죄다, 라는 얘길 많이 하거든요. 순진한 사람을 충동질해서 노조가 이렇게 만들었다, 그분들은 노조가 필요 없는 사람들이죠. 그 이야기는 자기가 인격을 무시당할 일이 평생 없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거거든요. 인권이 필요 없는 사람들이 (서울대의) 대다수이기 때문에 인권에 대해서 한번도 고민해보지 않은 분들이다... (일하면서) 그런 얘기까지 들었어요. '당신들 토플 보지 않았지 않느냐' 씨리얼, <직업으로 우리의 삶을 속단하는 당신들에게>いいね12コメント0
HBJ3.5'언더그라운드'는 부산 지하철의 노동자들의 현장을 바라보는 다큐멘터리다. 자가용이 없는 서울 시민으로서 지하철은 정말 필수적인 교통수단이다. 비록 그 안에서는 많은 시간을 폰을 보면서 보내기는 하지만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내 일상의 정겨운 일부이기도 하며,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발이 되어주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의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가끔 슬픈 소식들이 들려올 때를 제외하면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기도 하다. 여기서는 부산의 지하철 노동자들을 바라보긴 하지만, 이 분들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를 이 영화를 통해 좀 더 알게 된 것 같다. 차고지에서 차량들을 정비하는 분들, 지하철을 직접 운행하시는 기관사, 역사를 청소하시는 미화원들, 새벽에 나와 선로와 스크린도어를 점검하시는 분들. 이 영화는 빠짐없이 매일매일 안정적으로 지하철이 달리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며 일하시는 노동자들의 삶의 현장을 기록한다. 24시간 내내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지하철이 운영되기 위해 일을 하는 이 분들의 작업을 영화는 묵묵히 지켜보며, 우리가 미처 몰랐던, 혹은 별 생각없이 지나쳤던 이 분들의 소중한 노고를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이 분들의 땀구슬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직업과 일에 대한 자긍심이 있기에 더욱 열심히 하고, 여가 시간에는 체육 활동을 하거나 낮잠을 청하기도 하고, 점심시간에는 꿀 같은 밥을 먹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는 감독에게 말을 걸며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여기서 영화는 분명한 사실을 하나 말하고 있다. 이 모든 사람들은 '모던 타임즈'에서 표현하는 거대한 공장의 부품들과도 같은 존재들이 아니라,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고, 두려움도 있고 꿈도 있는 인격체들이다. 영화는 이 분들을 평범한 일상을 살며 소박한 행복을 꿈꾸며 신성한 노동을 최선을 다해 하는 사람들로 보여주며, 상당한 존경심을 표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영화는 이 분들의 어려운 현실과 미래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며 정규직과 임금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자긍심을 가지고 매일 임한 일들이 하나 하나 기계들에 의해 대체돼가는 씁쓸한 흐름에 대한 이 분들의 생각들을 인터뷰의 형식으로 영화는 귀 기울인다. 시민들의 이동과 안전을 책임지는 이 분들의 일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아무도 안 알아주고 오히려 이들을 무인화하려는 흐름에 대해 영화는 노동자들과 함께 깊은 한숨을 쉬는 듯하다. 이에 대해 무작정 비난을 하는 것이지만, 너무 매정하게 이들을 대체하는 현상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것이다. 여기서 앞서 영화가 묘사한 노동자들의 모습과 사회가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의 간극이 돋보인다. 영화는 노동자들을 각자의 인생과 희로애락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바라보지만, 사회는 안타깝게도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기계 부품들로 대하며, 별 생각 없이 이들을 더 좋은 기계로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 그 흐름은 막을 수 없지만, 이 과정을 좀 더 인간답게 할 수 없을까, 그리고 노동의 신성성에 대한 존중을 좀 더 가질 수 없을까, 영화는 묻는다. 이 시간에도 자신의 삶과 꿈을 위해 노동의 현장으로 들어갈 준비하는 어린 학생들의 기대감에 가득찬 표정을 바라보며, 영화는 부디 이 아이들은 자신들의 땀이 더 대접받는 세상이 오길 빌며, 그런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다같이 고민해보자고 한다.いいね9コメント0
미르3.02022. 10. 27. 쉰 번째 영화 : 언더그라운드 일상에 지치고 사람에 지쳐 영화를 좋아했던 마음들이 점차 사그라드는 게 아닌가 싶어 조금은 서글펐다. 헬스라는 새로운 취미가 생기기도 했고 전만큼 우울하지 않은 탓인지 영화를 점차 멀리하게 됐다. 여러 현실적인 이유들로 영화제도 많이 참여 못하게 됐고.. 그래도 이런 우연한 자리에서 좋은 영화를 만나는 일은 아직도 반갑다. 전북지역에서 이 년째 진행하는 ‘비정규노동 생각주간’에 기획을 맡아 언더그라운드 공동상영을 함께 하게 되어,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대학생 때 어느 집회에 참가한 일이 있었다. 수많은 깃발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그 멋에 넋이 나간 내게 '너 왜 저렇게 많은 단위들이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가하는지 아니?'라고 나를 집회에 데려온 선배가 물었다. 알 길이 없던 나는 당연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그 선배는 '깃발은 우리가 어디 아래로 모여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꼭 필요한 거야.'라는 말을 남겼다. 그 때는 그 말이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으나 서른을 조금 넘긴 지금에서야 그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에게 이런 영화는 '깃발'과도 같다. 조합원들의 고충을 일일히 해결하고,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교섭을 진행하고, 그저 많은 머리 수를 위해 집회에 나와주십사 조합원들을 조직하다보면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운동이 맞는지, 나는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내 운동의 정체성을 잃을 때가 많다. 그러나 이런 영화들은 우리가 어떤 기치 아래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준다. 가끔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또 우리가 같은 깃발 아래 있을 수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더라도 학습은 전체 운동이라는 큰 틀 안에 우리가 어디쯤 자리하고 있으며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짚어준다. 그리고 결국은 우리가 큰 틀 안에 함께하는 동지임을 인식하게 해주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운영위 자료 작성이, 조합원의 푸념을 들어주는 전화가, 산별 간부들과 커피 한 잔,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는 모든 총체가 무엇을 위함인지를 명확하게 해준다. 영화가 뚜렷하게 무언가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저 현상을 열거할 뿐.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는 우리가 선택할 문제처럼 덩그러니 놓아둔다. 깃발이 그러하듯, 그 아래로 모여 우리가 무엇을 할지는 온전히 우리의 몫. 어쨌든 이 영화 덕분에 내가 민주노총에서 일하는 게 무엇을 위함이었나를 다시금 상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좋았다. 하루하루 밥 벌어 먹고 사는 식충이가 아니라, 활동가로서의 삶을 택한 내가 지금 전체운동이라는 큰 틀 아래 어디쯤 있으며,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줘 고맙다. 가르치려 하지 않지만 가르침을 사사받는다는 느낌이 이런 걸까. 좋았다.いいね8コメント0
이동진 평론가
3.0
우리가 디디고 선 도시 아래로 흐르는 땀을 또박또박 묵묵히 담아낸다.
JY
장면간 전환이 어색하거나 날카롭지 않고 안정적이다 감정적이지 않은 영화의 태도도 좋다 차기작이 기대된다
JJS
3.0
편견 속 살아가는 모든 분들에게. .용산CGV 시사회
필용
3.0
모든 것은 IMF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외국 자본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IMF가 우리 경제를 쥐락펴락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 본질적으로, IMF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바로 ‘미국’이다. ‘정규직’과 ‘평생 직장’이라는 말이 당연했었지만, 그 이후에는 ‘비정규직’과 ‘실업’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되었다. 통계적으로, 하루에 일하다가 죽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무려 3명이다. 산재 처리를 받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그 죽음에 대해서 국가도, 기업도,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냥 소리소문 없이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다. ‘기계화’, ‘무인화’, ‘자동화’에 대해서도 우리는 재고를 해야 한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정말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일하던 것을 기계가 대체하는 순간 그 노동자는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노동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니 갈수록 기업 자본가들의 배만 불리는 측면이 존재한다. 이렇게 ‘억압’과 ‘착취’의 경제 구조를 가진 지가 20년이 넘어간다. 우리는 지금 너무나 무감각하다. ‘비정규직’과 ‘실업’은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구조적인 문제를 혁파할 ‘숙제’를 갖고 있다. 반드시 비꿔야 하는 것이다. 2019년 12월 5일 목요일 ‘가장 보통의 죽음’ 고려대학교 중앙광장 ccl eventhall
pizzalikesme
4.0
노조가 이 모든 일들의 원죄다, 라는 얘길 많이 하거든요. 순진한 사람을 충동질해서 노조가 이렇게 만들었다, 그분들은 노조가 필요 없는 사람들이죠. 그 이야기는 자기가 인격을 무시당할 일이 평생 없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거거든요. 인권이 필요 없는 사람들이 (서울대의) 대다수이기 때문에 인권에 대해서 한번도 고민해보지 않은 분들이다... (일하면서) 그런 얘기까지 들었어요. '당신들 토플 보지 않았지 않느냐' 씨리얼, <직업으로 우리의 삶을 속단하는 당신들에게>
카이
2.5
미처 몰랐던 지하 세계 이야기 나레이션의 부재.. 나열식 전개로 지루함+ 용산cgv 8.12시사회-
HBJ
3.5
'언더그라운드'는 부산 지하철의 노동자들의 현장을 바라보는 다큐멘터리다. 자가용이 없는 서울 시민으로서 지하철은 정말 필수적인 교통수단이다. 비록 그 안에서는 많은 시간을 폰을 보면서 보내기는 하지만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내 일상의 정겨운 일부이기도 하며,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발이 되어주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의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가끔 슬픈 소식들이 들려올 때를 제외하면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기도 하다. 여기서는 부산의 지하철 노동자들을 바라보긴 하지만, 이 분들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를 이 영화를 통해 좀 더 알게 된 것 같다. 차고지에서 차량들을 정비하는 분들, 지하철을 직접 운행하시는 기관사, 역사를 청소하시는 미화원들, 새벽에 나와 선로와 스크린도어를 점검하시는 분들. 이 영화는 빠짐없이 매일매일 안정적으로 지하철이 달리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며 일하시는 노동자들의 삶의 현장을 기록한다. 24시간 내내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지하철이 운영되기 위해 일을 하는 이 분들의 작업을 영화는 묵묵히 지켜보며, 우리가 미처 몰랐던, 혹은 별 생각없이 지나쳤던 이 분들의 소중한 노고를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이 분들의 땀구슬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직업과 일에 대한 자긍심이 있기에 더욱 열심히 하고, 여가 시간에는 체육 활동을 하거나 낮잠을 청하기도 하고, 점심시간에는 꿀 같은 밥을 먹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는 감독에게 말을 걸며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여기서 영화는 분명한 사실을 하나 말하고 있다. 이 모든 사람들은 '모던 타임즈'에서 표현하는 거대한 공장의 부품들과도 같은 존재들이 아니라,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고, 두려움도 있고 꿈도 있는 인격체들이다. 영화는 이 분들을 평범한 일상을 살며 소박한 행복을 꿈꾸며 신성한 노동을 최선을 다해 하는 사람들로 보여주며, 상당한 존경심을 표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영화는 이 분들의 어려운 현실과 미래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며 정규직과 임금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자긍심을 가지고 매일 임한 일들이 하나 하나 기계들에 의해 대체돼가는 씁쓸한 흐름에 대한 이 분들의 생각들을 인터뷰의 형식으로 영화는 귀 기울인다. 시민들의 이동과 안전을 책임지는 이 분들의 일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아무도 안 알아주고 오히려 이들을 무인화하려는 흐름에 대해 영화는 노동자들과 함께 깊은 한숨을 쉬는 듯하다. 이에 대해 무작정 비난을 하는 것이지만, 너무 매정하게 이들을 대체하는 현상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것이다. 여기서 앞서 영화가 묘사한 노동자들의 모습과 사회가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의 간극이 돋보인다. 영화는 노동자들을 각자의 인생과 희로애락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바라보지만, 사회는 안타깝게도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기계 부품들로 대하며, 별 생각 없이 이들을 더 좋은 기계로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 그 흐름은 막을 수 없지만, 이 과정을 좀 더 인간답게 할 수 없을까, 그리고 노동의 신성성에 대한 존중을 좀 더 가질 수 없을까, 영화는 묻는다. 이 시간에도 자신의 삶과 꿈을 위해 노동의 현장으로 들어갈 준비하는 어린 학생들의 기대감에 가득찬 표정을 바라보며, 영화는 부디 이 아이들은 자신들의 땀이 더 대접받는 세상이 오길 빌며, 그런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다같이 고민해보자고 한다.
미르
3.0
2022. 10. 27. 쉰 번째 영화 : 언더그라운드 일상에 지치고 사람에 지쳐 영화를 좋아했던 마음들이 점차 사그라드는 게 아닌가 싶어 조금은 서글펐다. 헬스라는 새로운 취미가 생기기도 했고 전만큼 우울하지 않은 탓인지 영화를 점차 멀리하게 됐다. 여러 현실적인 이유들로 영화제도 많이 참여 못하게 됐고.. 그래도 이런 우연한 자리에서 좋은 영화를 만나는 일은 아직도 반갑다. 전북지역에서 이 년째 진행하는 ‘비정규노동 생각주간’에 기획을 맡아 언더그라운드 공동상영을 함께 하게 되어,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대학생 때 어느 집회에 참가한 일이 있었다. 수많은 깃발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그 멋에 넋이 나간 내게 '너 왜 저렇게 많은 단위들이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가하는지 아니?'라고 나를 집회에 데려온 선배가 물었다. 알 길이 없던 나는 당연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그 선배는 '깃발은 우리가 어디 아래로 모여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꼭 필요한 거야.'라는 말을 남겼다. 그 때는 그 말이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으나 서른을 조금 넘긴 지금에서야 그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에게 이런 영화는 '깃발'과도 같다. 조합원들의 고충을 일일히 해결하고,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교섭을 진행하고, 그저 많은 머리 수를 위해 집회에 나와주십사 조합원들을 조직하다보면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운동이 맞는지, 나는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내 운동의 정체성을 잃을 때가 많다. 그러나 이런 영화들은 우리가 어떤 기치 아래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준다. 가끔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또 우리가 같은 깃발 아래 있을 수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더라도 학습은 전체 운동이라는 큰 틀 안에 우리가 어디쯤 자리하고 있으며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짚어준다. 그리고 결국은 우리가 큰 틀 안에 함께하는 동지임을 인식하게 해주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운영위 자료 작성이, 조합원의 푸념을 들어주는 전화가, 산별 간부들과 커피 한 잔,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는 모든 총체가 무엇을 위함인지를 명확하게 해준다. 영화가 뚜렷하게 무언가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저 현상을 열거할 뿐.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는 우리가 선택할 문제처럼 덩그러니 놓아둔다. 깃발이 그러하듯, 그 아래로 모여 우리가 무엇을 할지는 온전히 우리의 몫. 어쨌든 이 영화 덕분에 내가 민주노총에서 일하는 게 무엇을 위함이었나를 다시금 상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좋았다. 하루하루 밥 벌어 먹고 사는 식충이가 아니라, 활동가로서의 삶을 택한 내가 지금 전체운동이라는 큰 틀 아래 어디쯤 있으며,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줘 고맙다. 가르치려 하지 않지만 가르침을 사사받는다는 느낌이 이런 걸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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