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귄터 그라스의 대표작
강렬한 언어와 암시적인 이미지, 반어와 역설, 풍자로 가득한 서사
1996년 최신판을 옮긴 국내 최초의 완역본
독일 슈타이들 사와 독점 계약한 유일한 한국어판
귄터 그라스의 그림이 실린 풍부한 컬러 화보 수록
최신 독일어판을 원본으로 번역한 유일한 한국어본
199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귄터 그라스의 대표작 『양철북』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양철북은 문고판 등으로 몇 차례 번역되긴 했으나, 최신 독어판(슈타이들, 1996)을 원본으로 완벽한 번역판을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 경위에서, 스웨덴 한림원은 그라스의 『양철북』이 “20세기 가장 위대한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한림원은 “그라스가 양철북을 통해 인간들이 떨쳐 버리고 싶었던 거짓말, 피해자와 패자 같은 잊힌 역사의 얼굴을 장난스러운 블랙 유머 가득한 동화로 잘 그려 냈다”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1959년 초판이 발행된 양철북은 출간 이전부터 화제를 뿌리던 작품이었다. 시인으로 데뷔한 그라스는 1954년에 당시 독일 전후 청년 문학을 대표하는 ‘47그룹’에 가입한다. 1958년 당시 미완성인 『양철북』 초고를 47그룹에서 강독하게 되는데, 그라스는 이 강독만으로 같은 해 ‘47그룹 문학상’을 수상한다. 이때부터 이 작품은 전후 독문학, 특히 당시 불모지와 다름없던 서독 문학에 대한 세계적인 주목을 끌며 게오르그 뷔히너 상, 폰타네 상, 테오도르 호이스 상 등 권위적인 문학상을 휩쓸게 된다.
비범하고 강렬한 언어구사, 암시적인 이미지, 반어와 역설 그리고 풍자로 가득 찬 서사적인 표현은 이 작품이 가진 미덕으로 꼽힌다. 발표 당시 교회와 신성 모독, 외설적인 성 묘사 등으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기도 했지만, 포르노라든지 신성 모독이라든지 하는 비난은 이 위대한 작품의 표피적인 수용에 불과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 작품을 독일 리얼리즘의 적자라고 평가한 엔첸스베르거는, 이 소설이 “양철북을 두들기는 빌헬름 마이스터”, “자유시 단치히의 전설”이라고 말하면서 그 문학사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이 소설은 영웅의 발전 과정을 기록하지는 않는다. 이 소설의 배경은 단치히이고, 대상은 겁많고 평범한 소시민들이며, 주인공은 정신 병원에 수감되어 지난날을 회고하는 오스카다. 그리고 전통적인 리얼리즘의 방식으로 서술된 오스카의 회고 속에서 지난날 개인을 추상적으로 만들었던 것들, 가령 가톨릭이라든지 전쟁, 섹스 같은 기억들이 생생하게 복원된다. 오스카의 이 전통적인 서술 표본은 종횡무진하는 상상력과 언어력이라는 이름으로 자주 회자되곤 하는 “소설의 위기”에 맞서 대항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고, 비평가들은 귄터 그라스의 이러한 서술 양식에 대해 시적 리얼리즘의 진실한 수단으로서의 그로테스크라는 정당한 평가를 내려 주었다. 즉, 그의 서술이 지닌 부조리성이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주장과는 달리, 세계의 현실에 대해 리얼리즘 시학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는 것이다.
1999년 노벨문학상이 그에게 수여된 것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일이다. 그것은 『양철북』이라는 위대한 고전을 기억하려는 문학적 선택이기도 하지만, 20세기 내내 재야에 머무르며 정치적 양심을 호소했던 작가에 대한 배려라는 인상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양철북』 이후 발표되는 작품마다 세계인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바로 그의 작품이 지니는 논쟁적인 성격 때문이며, 최근 발표된 신작 『나의 세기』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도 바로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
“나의 이야기는 내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다.”
『양철북』은 정신병원에 수감된 난쟁이 오스카 마체라트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정신병원을 무대로 한 현재 시점과 오스카가 북을 두들기면서 회상하는 1899~1954년의 독일 역사가 이중적으로 교차하고 뒤섞인다. 1부는 오스카의 어머니 아그네스의 출생에 얽힌 이야기에서 시작해 오스카의 탄생과 아동기를 거쳐 정치적 파국, 즉 단치히에서 ‘수정의 밤’ 사건이 일어나는 시기까지를 다룬다. 2부는 단치히의 폴란드 우체국 방어전이 발단이 된 전쟁 시기부터, 과거 애인이자 지금의 의붓어머니인 마리아와 오스카가 의붓동생(혹은 그의 아들)인 쿠르트를 데리고 러시아군에 점령된 단치히에서 탈출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3부는 전후 시대를 배경으로 뒤셀도르프로 온 오스카의 개인적 운명과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는 무명지 사건 등으로 이어진다.
『양철북』은 전후 독일 소설 중 가장 광대한 서사적 교양소설로, 주인공 오스카의 시선을 통
해 단치히를 중심으로 벌어진 여러 사건과 시대의 흐름에 따른 사회 변천상을 상세히 묘사
한다. 작자 귄터 그라스는 성장이 멈춘 불구자 오스카를 화자로 삼아 나치를 악마적 형상으
로 부각하고 이에 맞서 소시민적 삶에 내재하는 작은 진실들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전후 독일 문학의 위대한 성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우리 시대 비판적 휴머니즘과 실
천적 글쓰기의 한 전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철북』을 통해 인간들이 떨쳐 버리고 싶었던 거짓말, 희생자와 패자 같은 잊힌 역사의 얼굴을 블랙 유머가 가득한 동화로 잘 그려 냈다. ─ 스웨덴 한림원,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
권터 그라스는 우리 시대의 비판적인 휴머니즘과 실천적 글쓰기를 대표하는 특출한 지성
이다. 그의 글쓰기는 약자들의 보호막이 되고, 자유라는 가치를 열정적으로 옹호하는 미
학을 추구하며, 현대 민주주의 체제의 버팀목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 《르 몽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