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논픽션계의 아쿠타가와상, 나오키상이라 불리는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과
명성 높은 가와이 하야오 학예상을 동시 수상하여
큰 화제를 부른 인류학 명저!
● 세상의 어떤 인간도 신뢰할 수 없다.
그렇기에 오히려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믿지 않아도 연결되는 사회’를 향한 인류학적 상상!
홍콩의 ‘마굴’, 청킹맨션은 국제적인 비공식 경제의 거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짝퉁, 모조품 등과 관련해 동아프리카와 중국 간의 역동적인 비공식 경제를 연구해온 저자는 해외 연구차 홍콩에 가면서 청킹맨션을 숙소로 택한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자칭 타칭 ‘청킹맨션의 보스’ 카라마를 만난다. 탄자니아인인 카라마는 홍콩에서 오랫동안 중고차 중개업을 해온 브로커로, 전 세계 도처에서 모여든 다양한 국적의 청킹맨션 주민들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의지하는 보스였다. 하지만 저자는 곧 그의 다른 참모습도 알게 된다. ‘빅 브러더’ 카라마는 매사 게으르고, 허당미 넘치고, 약속 따윈 밥 먹듯이 어기는 문제적 인간이었다!
보스답지 않은 보스 카라마의 안내로 저자는 이국적인 문화와 정동이 뒤섞인 청킹맨션 탄자니아인들의 삶과 비즈니스 속으로 발을 들이게 된다. 각자 다양한 사정을 가진 이들은 모두 깊든 얕든 그레이존에 걸친 비즈니스나 불법 체류, 불법 노동을 하고 있으며, 매우 부유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 한 끼 챙겨 먹기 힘든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불신’이 디폴트값인 이 세계에서 서로 매우 다른 처지에 놓여 있는 이들 모두가, ‘겸사겸사’ 정신으로 무장하며 느슨한 협동을 통해 커먼즈 비스무리한(?) 삶의 방식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과연, 딱히 뛰어나지 않고 때로는 불성실한 사람일지라도 누군가의 변덕 덕에 살아갈 수 있는 분배경제의 유토피아란 가능할까? 추천의 글을 쓴 한디디 작가의 말대로 이 책은 우리에게 커먼즈와 공유경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러한 관계를 만드는 사람들의 관계를 완전히 다르게 상상하고 실천하는 세계로의 매혹적인 여행을 제공한다.
● “내가 널 도우면 ‘누군가’가 날 도울 거야”
기존의 호혜·증여·분배 이론을 뒤흔드는
‘겸사겸사’의 철학
“왜 나만 도와야 하지?”, “저 사람은 왜 늘 받기만 해?” 오늘날 한국 사회 전반에도 퍼져 있는 이런 불만은 혐오와 복지제도에 대한 비난, 서로에 대한 강박적인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받으면 그만큼 갚아야 하고, 준다는 확약 없이는 줄 수 없는’ 악순환의 호수성(호혜) 속에서 압박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청킹맨션의 탄자니아인들로 말하자면, 우선 이들은 타인의 사정에 깊게 파고들지 않고 서로를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가볍게 서로를 ‘겸사겸사’ 돕는다. 낯선 이를 재워주거나, 비즈니스를 돕거나, 국경을 넘어 동포의 시신을 운구하는 대형 프로젝트까지 ‘겸사겸사’의 느슨한 연대로 이루어진다. 나아가 모두가 ‘겸사겸사’에 편승하고 있음을 표명하기에 도움을 받아도 갚지 않고, 도운 사람도 보답을 기대하지 않는다. 친절에 즉시 답례하지 않기를 지향함으로써 누군가에게 부담이나 권위가 집중되지 않아 다시 ‘상호 부조’가 촉진되는 사회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모든 일상적인 활동과 비즈니스에 녹아들어 있는 ‘겸사겸사’ 정신은 호수성(호혜)이나 증여의 불균형이 문제가 되지 않는 세계를 만들어냈다.
한편 이들이 애당초 타인을 ‘겸사겸사’ 돕는 이유는 동포이기 때문이 아니라, 타인의 알 수 없는 참모습을 ‘미지의 가능성’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타인을 돕는 행위에는 쾌락이 있다. 그리고 내가 준 도움이 돌고 돌아 나중에 어떤 기회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뼛속까지 장사꾼인 이들은 그 쾌락과 나중에 돌아올지도 모르는 기회에 대한 느슨한 기대를 바탕으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타인을 돕기로 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중요한 건 낯선 타자들의 다양성 속에서 자신의 ‘기회’를 발견하는 감각이다. 고위 관료나 부자만이 아니라 ‘비합법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과도 ‘겸사겸사’ 도움을 주고받으며 선뜻 연결되려 하는 이러한 실천은, 우리가 이질적인 타자를 배제하지 않고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공존의 모델을 제시한다.
“이렇게 비즈니스에 관한 이기적인 관심과 타자에 대한 이타적인 행동을 분간하기 어렵게 맺어져 있는 구조가 구축되면, 누군가가 내게 베푼 친절에 직접 갚아주지 못하더라도 이게 그 사람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으며,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제공한 친절에 상대방이 직접 갚지 않더라도 나는 이미 기회를 붙잡았을지도 모르는 세계가 구축되어간다. 즉, 여기에도 ‘부담’을 애매하게 만들며 자발적인 도움을 촉진함으로써 ‘분명 누군가가 도와준다’라는, 국경을 초월한 거대한 안전망을 형성하는 장치가 있는 것이다.”_본문에서
● 단순한 자본주의경제의 대안을 넘어
설령 완벽한 ‘좋은 시민’이 아니어도
환영하는 공유경제 시스템,
청킹맨션 브로커들의 ‘TRUST’
최근 10여 년간 테크놀로지가 발전하고 자본주의경제가 초래한 문제들이 더욱 두드러짐에 따라 공유경제와 커먼즈가 자본주의경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에 관한 논의들이나 탄생한 공유경제 플랫폼들은 대체로 시민 사회의 논리에 기초한다. 에어비앤비나 우버, 음식 배달 등의 공유경제 플랫폼은 ‘주기’, ‘받기’, ‘갚기’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자를 배제하는 평가경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좋은 시민들’ 간의 공유경제나 커먼즈에서 누락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자는 “예금 0원, 주소 불명, 직업은 사기꾼, 취미는 방랑”이라고 회원 가입란에 써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청킹맨션의 탄자니아 브로커들의 거래 방식은 상상 이상으로 ‘현대적’이다. 이들이 SNS를 이용해 구축한 통칭 TRUST라는 시스템은 돈벌이 플랫폼일 뿐 아니라 크라우드 펀딩 등의 기능을 통해 개개인의 최저한의 생활을 보장해주는 안전망이다. 또, ‘신용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은 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SNS에서 엿볼 수 있는 개개인의 변해가는 인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 거래하고 돕는다. 탄자니아인들은 인간에게 ‘불변의 자아’란 없다고 생각한다. 설령 배신당한 적이 있어도 상대방이 처한 상황에 따라 몇 번이고 다시 믿어보고 손을 잡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자세야말로 현대의 부조리하고 불확실한 세계를 살아나가는 데 매우 합리적인 태도다.
“이들이 말하듯이 특정 브로커를 ‘신뢰할 수 있는 상대’와 ‘신뢰할 수 없는 상대’로 분류하기보다는 ‘누구도 신뢰할 수 없고 상황에 따라서는 누구라도 신뢰할 수 있다’는 관점에 입각해, 개별 브로커가 처한 상황을 헤아리며 한 번 배신당했더라도 상황이 변하면 몇 번이든 믿어보겠다는 태도가, 본인의 노력 여하에 관계없이 실패하거나 재난에 맞닥뜨릴 수 있는 부조리한 세계를 살아가기 쉽도록 만드는 게 아닐까.”_본문에서
한편 역설적으로, 이들은 “우리는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다, 돈을 버는 건 좋은 일이다, 우리는 어떤 기회도 자신의 이익으로 바꿀 수 있다”라고 공언하기에 가볍게 서로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상대방의 요청을 어떻게 해서 ‘윈윈’의 이익으로 변환할지,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의 즐거움으로 바꿀지는 장사꾼으로서 각자의 기지에 달린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증여경제나 분배경제를 단순히 자본주의경제의 ‘대안’으로 보지 않고, 증여경제나 분배경제에 내포된 부정적인 측면이 자본주의경제에 의해 잘 활용될 수 있는 실마리가 있음을 역설한다.
● “인생은 여행이다.”
삶의 불확실성을 적극적으로 껴안고
삶을 ‘여행’하기 위한 자유의 기반으로서의 커먼즈
탄자니아인들은 “인생은 여행이다”라고 말한다. 이들이 고향을 떠나 머나먼
KDH
5.0
인류학자의 눈으로 본 홍콩의 탄자니아 거주민들의 특성...이라고 말하면 이 책이 굉장히 재미없게 들리겠지만,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흥미로웠다. 책이 어렵지 않고, 읽힘도 좋다. 그들 삶의 방식을 따라하기는 상당히 어렵겠지만, 시스템에 잠식당한 우리들이 놓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고정규
3.5
상호 간 불신과 무법 외지인들의 집합에서 피어난 호혜주의와 홍콩향약이라는 역설.
생각하고말하고생각하기
3.5
홍콩의 탄자니아인들의 ‘겸사겸사’ 호수성을 통해 자본주의적 인간관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heyyun
4.0
일단 재밌고 흥미진진하다. 기술이 낳은 공유 경제와 비슷한 면이 있으면서도 사실은 전혀 다른 청킹맨션의 삶. 완전한 신뢰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공유 경제와 다르게 이들은 느슨한 관계를 추구한다. 그래선지 점점 기술이 발전하면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25년도의 청킹맨션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더더욱 궁금해짐.. 고정된 자아란 없다는 걸 점점 깨닫게 되는데 이들은 그걸 이미 알고 있었다. 스승으로 모셔야만. 그리고 내가 좋아하진 않아 도 반드시 저 사람은 나를 좋아하고 있다! 정신도 배우고 싶어짐. 주변 사람들은 킹받겠지만.. 스스로도 좀 낯부끄러운 정신이지만.. 또 이런 대안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아니 이건 대안은 아니고 이렇게 살 수도 있다고요. 이런 것도 있는데 어때요? 라고 은근슬쩍 그러나 빠져나갈 틈은 있어서 꽤나 치밀한 이야기를 하는 저자의 태도도 좋았다. 일본 비문학 책들은 늘 읽기 너무 쉬운데 하고 있는 얘기는 마냥 안 쉬움.. 이런 책 한국 저자들도 많이 썼으면 좋겠다. 머 근데 연구 지원비만 해도 불가능이겠죠,,
서주
3.5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같이의 가치를 되짚는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일하고 셈없이 나누며 남는 힘으로 즐거움을 추구하는 여행같은 삶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랴
원기핑
4.5
조건없는 선의도 책임감도 아닌 그 사이의 ‘사려깊은 무관심’ 으로 굴러가는 느슨한 관계. 모든 것을 반듯하게 계산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청킹맨션에서 우리 사회에서 자취를 감춘 호혜의 원칙을 다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내가 널 도우면 너가 날 도와줄 것이다’가 아니라 ‘내가 널 도우면 누군가가 나를 도와줄 것이다‘ 인류학은 정말 재밌는 학문인듯..
은순
3.0
리터럴리 공유경제란 이런 것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 책. 전혀 몰랐던, 타지에 사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알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다연
4.0
카라마와 동료들은 "저 사람은 지금 잘나가니까 돈을 빌려줘도 괜찮아", "저 사람은 지금 수입한 천연석 품질이 나빠서 크게 손해를 보고 있으니까 조금 주의하는 게 좋아", "저 사람의 연인도 함께한다면 그는 좋은 녀석이니까 놀러가"라고 '지금'의 상황에 한정하는 형태로만 타자를 평가한다. 언뜻 냉정하게도 보이지만 이는 일종의 관용과도 표리일체다. 즉, '페르소나'와 그 뒷면에는 '민낯'이 있는데 '민 낯'을 모르니까 신뢰할 수 없다, 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일관된 불변의 자기 같은 건 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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