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과 위생

김항 · 사회과학/인문학
2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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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칭적 규정과 혐오의 폭력 사이의 연루는 내전과 위생의 귀결이다. 내전이란 ‘너는 누구냐’는 심문을 반복하여 적을 색출함으로써 전칭적 집단을 규정하는 정치적 수행이며, 이 과정을 통해 성립하는 전칭적 집단은 그 어떤 이질적 요소도 허용하지 않는 위생에 집착한다.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로 촉발된 한국 사회의 광기가 그랬고, 퀴어 퍼레이드 주변을 포위하면서 순결을 강조하는 종교 집단이 그랬다. 그리고 내전과 위생이 한국 사회를 넘어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전개되어왔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전과 위생: 인간의 출현과 자본-식민주의 비판』이 내전과 위생을 통해 자본-식민주의 비판을 전개하려는 까닭이다. 근대의 자본-식민주의 비판에 규범적 근거를 제공해왔던 ‘보편 인권’이란 이념이 거꾸로 인권의 역사와 정치를 짓밟고 망각의 구멍으로 내모는 사태, 이런 역설적 상황을 이해하고 재검토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롤로그에서는 최근 활발히 논의되는 비판 문법의 갱생, 즉 신유물론, ANT(Actor Network Theory), 사변적 실재론 등을 염두에 두면서 ‘인간’이라는 고약한 개념이자 실존을 문제화했다. 이를 통해 이 책이 최근 비판 담론과 어떤 거리를 두면서 자본-식민주의 비판을 수행하려 하는지 좌표를 설정했다. 1장과 2장에서는 슈미트와 아감벤을 중심으로 내전론을 전개했고, 3장에서는 이에 바탕을 두고 현대 한국의 문제적 지성 최인훈의 궤적을 추적했다. 4장에서는 크라카우어를 읽는 벤야민을 참조하면서 마르크스주의의 인간과 노동 개념을 재검토했고, 5장에서는 호모 사케르 시리즈로 수행된 아감벤의 웅장한 기획을 육체의 문제로 재해석했다. 6장과 7장에서는 현대 한국에서 전개되고 지속된 식민주의 문제에 천착했다. 선진국, 아시아, 그리고 주사파 등을 논제로 삼아 비판을 전개했다. 에필로그에서는 광주와 유신 체제를 다시금 돌아봄으로써 내전과 위생이 현재의 혐오 폭력으로 발현되는 양상을 추적한 뒤 현재 지구상에서 인간이, 국민이, 시민이 된다는 사태의 의미를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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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머리에 프롤로그: 사물의 물신성과 음성의 주술성 1장 혐오, 음모, 그리고 내전: 집단학살의 패러다임과 정치적인 것의 상황 2장 내전과 현대 민주주의의 상황: 슈미트의 <리바이어던> 해석을 중심으로 3장 너무 많이 알아버린 남자: 내전을 살다간 최인훈 4장 인간이라는 분할과 노동: 벤야민과 크라카우어의 경우 5장 내 몸을 논하지 말라: 법의 불안, 신학의 곤혹, 그리고 철학의 여백에 대하여 6장 아시아라는 은어와 비판의 탈취(脫臭/奪取): 선진국 서사와 식민주의 비판 7장 품성론의 역습: 해방 후 동아시아 식민주의의 변형과 존속 에필로그: 혐오, 광주, 그리고 유신 체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내전과 위생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인간은 인간이기를 그쳐야 비로소 인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어떻게 전달될까. 『내전과 위생: 인간의 출현과 자본-식민주의 비판』은 탈식민지론, 표상문화론, 문화정치를 연구하는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김항 교수가 지난 7~8년 동안 쓴 글들을 고치고 엮은 것이다. 이 글들은 논문으로, 비평으로, 발표로 세상에 선보인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큰 틀에서 ‘내전과 위생’이란 주제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다. 저자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칼 슈미트와 조르조 아감벤을 읽으며 내전에 몰두했고, 자연스레 위생이란 주제에 이끌렸다. 그것은 이론적 관심만은 아니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상황 또한 내전과 위생의 개념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스케치했다. 2018년 가을 서울의 한 대학에서 총여학생회를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른바 백래시(backlash)를 이끈 치졸한 단결이 곳곳에서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 때였다. 단결한 이들은 당시 총여학생회가 기획한 강연회를 빌미 삼아 폐지를 선동했고, 안팎의 지원으로 기세등등해진 끝에 그럴듯한 카드 뉴스까지 만들었다. “자의적 해석에 따른 선택적 인권 보호의 위험”을 극복하여 “보편 인권에 따른 모든 **인의 인권 보호”를 추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상황은 투표로 이어졌고, 총여학생회는 결국 폐지되었다. 그들의 행태는 전형적인 내전의 전개였다. 그것은 오랜 짓눌림을 뚫고 나온 목소리를 “**인”이라는 전칭적 규정을 내세워 잠재우는 혐오의 폭력이었고, 필연적으로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위생화를 동반했다. 진보와 변혁에 드리운 남성중심주의를 문제화하며 등장한 페미니스트 총여학생회의 역사와 정치가 “보편 인권”이란 미명 아래 “역사 세탁(history laundry)”의 대상이 되었다. 길고 험난했던 총여학생회의 역사와 정치는 치졸한 집단이 휘두른 보편 인권이란 사이비 규범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장 해제되고 말았다. 모 대학의 총여학생회 폐지를 둘러싼 난장판은 보편 인권을 내세운 인권의 탈역사화이자 탈정치화였다. 저자에게 내전과 위생이 이론 차원에서뿐 아니라 상황이 강제한 관심이었던 까닭이다. 에필로그에서 참조했듯 내전과 위생에서 비롯된 혐오의 폭력은 유력 정당 대표의 장애인 시위 관련 발언에서도 반복되었다. 그는 ‘선량한 시민’이란 전칭적 규정으로 장애인 시위를 특정 집단의 이기적 행위로 몰아세웠다. 낯설지만은 않다. 인간, 국민, 시민뿐 아니라 지역, 학교, 직장 등 구성원 모두를 균질적으로 호명하면서 소수자를 배제하고 억압하고 말살하려는 시도는 도처에서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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