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국 단편 문학의 가장 빛나는 성취!
플래너리 오코너상 수상작
“앞으로 나는 도대체 무얼 쓸 수 있을까.
이 한 권의 소설집 안에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이미 다 들어 있는데.” _백수린(소설가)
데뷔작만으로 미국 현대 문학의 기수로 떠오른 앤드루 포터의 첫 소설집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 소개된 후 수많은 작가들의 교본이 된 바로 그 책
데뷔작 하나만으로 일약 미국 단편 문학의 신성新星으로 떠오른 앤드루 포터. 그의 데뷔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섬세한 문체로 깊은 울림을 이끌어내는 열 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소설집으로, 단편 부문 플래너리 오코너상을 수상했다. 또한 스티븐 터너상, 패터슨상, 프랭크 오코너상, 윌리엄 사로얀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출간된 해 포워드 매거진, 캔자스시티 스타,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언론의 반응도 뜨거웠는데, 인디펜던스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단편 작가”로 그를 소개했고, 런던 타임스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무시무시한 작품집”이라고 평했으며, 리브로 에브도는 “그는 놀라울 정도로 강렬한 데뷔작에서 이미 장인의 솜씨를 보여주었다”고 극찬했다. 장편소설이 주류를 이루는 영미 문화권에서 그의 소설집에 대한 평단과 독자들의 환호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2011년 한국에 처음 출간되었으나 국내 독자들의 눈에 띄지 않아 절판되었다가, 표제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 소개되며 입소문을 타 중쇄를 찍게 된 일화로 유명하다.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우아하고 섬세한 문장, 서늘하면서도 감동을 자아내는 이야기로 국내 문학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숨은 명작으로 회자되던 이 책을, 문학동네에서 더욱 유려하고 정확한 번역으로 재정비해 새로이 선보인다.
모든 것은 지나가지만, 어떤 시간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삶을 영원히 변화시켜버린 순간들에 대한 시린 기록
이 소설집에 실린 열 편의 작품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과거의 어떤 한 지점을 지그시 응시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드시 스펙터클한 사건이 아니어도, 어떤 일들은 한 사람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삶에서 한 번쯤은 그런 순간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는 것. 앤드루 포터의 소설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가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각기 다른 상처들을 어루만져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성장통은 있다. 앤드루 포터는 인물들의 감정을 가까운 곳에서 들여다보며 그들이 지나온 삶의 궤적을 서늘하지만 마음을 담은 터치로 그려낸다.
앤드루 포터의 이야기들에는 언뜻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 같지만 마음속에 자신만 아는 상흔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의 헤더는 깊은 마음을 나눠가졌음에도 결국 떠나야만 했던 로버트에 관한 기억을 정리하지 못한다. 그녀에게 남아 있는 기억은 아름다우면서도 고통스럽고, 정의내릴 수 없기에 더욱 떨쳐낼 수 없는 것들이다. 다른 남자의 부인을 사랑하게 된 아내를 이해해야만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 「코네티컷」, 삶에 활력을 얻기 위해 집에 들인 교환학생으로 인해 자신들의 낯선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커플의 이야기 「아술」, 형이 저지른 폭력에 대해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강가의 개」 등. 그들은 어떤 기억들을 끌어안은 채 삶을 이어나가고, 자신들을 붙들고 있는 감정을 이해하는 일은 영원한 숙제로 남는다. 앤드루 포터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의 로버트의 입을 빌려 삶에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이 존재하며 그것은 어쩌면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 모른다고 역설한다.
“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버리게 되니까요.”
_92쪽,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그러한 감정들은 그리움을 남기기도 하고, 죄책감을 남기기도 하고, 끝내 떨쳐낼 수 없는 상실감을 남기기도 하지만 그것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삶의 한 부분이라고. 우리들은 그런 삶의 부분들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이다.
어째서 아름다운 것들은 이토록 슬픈가
어째서 아픈 이야기들이 이토록 아름다운가
앤드루 포터의 소설들이 우리의 마음을 건드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진실한 이야기 때문이겠지만, 그만큼이나 더욱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그가 신중히 써내려간 아름다운 문장들일 것이다. 절제와 풍요를 오가며 때로는 대하처럼, 때로는 격류처럼 흐르는 유려한 그의 문장은 우리에게 왜 어떤 이야기들은 언어라는 도구로 전해져야만 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어째서 아름다운 것들은 이토록 슬픈가, 어째서 아픈 이야기들이 이토록 아름다운가. 그의 소설을 읽고 있다보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문장들에 가끔 책장을 넘기는 손을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의 글을 읽는 것을 멈추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의 정교한 문장들은 아름다울뿐더러 독자를 그 세계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섬세하면서 힘있는 작가를 우리는 오랫동안 기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