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히어런트 바이스
Inherent Vice
2014 · 로맨스/범죄/액션/드라마/스릴러 · 미국
2시간 28분 ·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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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종종 사건사고를 일으킨다” 전 여자친구 실종 미스터리를 파헤쳐라! 약물에 절어 사는 사설 탐정 ‘닥’. 어느 날 그의 전 여자친구가 갑작스레 사라진다. 그녀는 실종 전 그를 찾아와 현재 억만장자인 남자친구가 있는데, 그 남자친구의 부인과 부인의 남자친구가 이 억만장자를 납치해서 정신병원에 넣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자신을 도와주길 ‘닥’에게 요구한다. 일은 꼬이고, 이제 ‘닥’은 전 여자친구의 실종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해결하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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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연
4.5
그의 영화를 통틀어 가장 무력한 남성들, <팬텀 스레드>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 . ------- (스포일러) . <매그놀리아>에서 폴 토마스 앤더슨은 로버트 알트만의 방법론을 빌려 현 미국의 병증을 콜라주처럼 늘어놓고는 '아직은 답을 모르겠다'는 듯 합창 씬과 개구리비 시퀀스를 통해 환상의 영역으로 도망쳐 성급한 마무리를 지은 바 있다. 그리고나서 그는 '혹시 이게 답은 아닐까' 하는 자세로 여성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던 맛간 남성이 자신과 똑같이 맛가 보이는 여성을 만남으로써 자신과 상대방의 공포와 정신나감을 포용하며 사랑을 배워가는 이야기를 맛가 보이는 연출로 담아낸 <펀치 드렁크 러브>를 내놓았다. 각 잡고 질문하는 영화 <매그놀리아>, 그리고 그에 대해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확신은 없지만 믿음은 있다며 나름의 방식으로 대답하는 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 이 두 편 뒤에 폴 토마스 앤더슨은 다시금 자신이 던진 질문과 대답을 재고해 보기 위해 미국의 역사를 되짚어 가며 세 편의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 <마스터>, <인히어런트 바이스>를 만들었다. 즉, 이 세 편의 영화는 <매그놀리아>의 질문에서 <펀치 드렁크 러브>의 답으로 조금 더 길고 신중하게 돌아가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감독은 의도적으로 '여성의 자리를 최대한 비워낸 상태로' 두 남성을 맞붙인다. 한 명은 '자본'을, 한 명은 '종교'를 무기로 내세워 '땅'(과 그 안의 석유)을 두고 다투는데, 그 둘은 모두 불완전한 자신들의 '가정'에 대해 기괴한 애증을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다. 자신의 불안을 '자본'과 '종교'에 대한 신념으로 감추어도 남성들은 가장으로서의 역할에도 실패하며 끝내 제 불안과 그에 기반한 광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 파멸한다. . 2차 세계대전 종전 후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마스터>에서도 여전히 두 남자가 서사의 핵심으로 등장한다.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자본'을 대표하던 다니엘의 볼링핀이 '종교'를 대표하던 일라이의 머리를 부수어 자본이 종교를 집어삼킨 것처럼 마무리가 되었으나, 두 번의 전쟁을 거친 뒤 자본이 종교를 삼켜 버린 뒤의 미국의 얼굴은 다시금 분화된다. 전쟁으로 인한 PTSD를 겪는 프레디는 알코올에 중독되어 광기에 자신을 내맡기는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의 불안을 극복하려 하는 반면, 전쟁 이후 외부의 명확한 적이 없어진 불안감에 시달리던 랭커스터는 신흥 종교를 통해 정체성의 불안을 극복하려 한다. 두 인물은 마치 <데어 윌 비 블러드>의 다니엘과 일라이를 뒤섞어 버린 뒤 '광기'와 '이성'이라는 훨씬 극단적인 형태로 다시 쪼개놓은 형상이지만, 전작의 두 남성과 달리 <마스터>의 두 남성은 각각 상대방을 자신의 '마스터'로 여기며 자신의 불안을 해결할 방안을 상대방에게서 찾으려 한다. 전작에선 두 남성이 서로 격돌하며 함께 파멸하였다면, <마스터>는 두 남성이 서로를 섬기지만 서로가 답이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좌절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 그런데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마스터>로 넘어오면서 폴 토마스 앤더슨은 두 남성 각각에게 두 남성을 압도할 만한 여성들의 존재를 추가한다. 프레디는 어머니의 부재와 도리스와의 관계의 실패의 기억이 전쟁으로 인한 PTSD와 응어리져 있는 인물이다. 랭커스터는 핸드잡 씬과 프레디의 환영 씬에서 극명하게 드러나 보이듯 아내 페기의 존재에 완전히 압도되어 있는 남성이다. 여성을 갈구하는 동시에 여성을 두려워 하는, 여성을 억압하는 동시에 여성에게 압도당하는 그들의 모습은,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여성의 부재 하에 끝내 파멸에 이르렀던 두 남성의 모습과도 통하는 바가 있다.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여성을 논의의 밖으로 밀어냈기에 파멸이 필연적이었다면, <마스터>는 자신들의 불안의 근원이 어쩌면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을지 모름에도 끝없이 남성의 얼굴에서 답을 찾으려 하기에 실패가 필연적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영화의 마지막 씬에서 프레디는 새로 만난 여인과 섹스를 하면서 마치 어미 품에 안긴 아이처럼 자신이 만든 모래 여인의 젖가슴을 어루만지며 그 품에 안기는 상상을 한다. . <데어 윌 비 블러드>와 <마스터>가 미국의 얼굴을 큼지막하게 각각 두 갈래로 쪼개 놓았다면, 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인히어런트 바이스>는 미국의 얼굴을 훨씬 다양하게 보여준다. 민주주의, 반공주의, 히피, 마약, 영화, 범죄 카르텔, 이민자들, 백인 우월주의 등, 비교적 깔끔한 분류가 가능했던 전작의 구도에 비교하자면 거의 잡탕에 가깝다. 연출의 방식도 전작들에 비해 훨씬 어지럽고 종종 서사를 온전히 따라가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나에게 이는 지극히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폴 토마스 앤더슨이 미국의 '현재' 얼굴을 짚어냈던 <매그놀리아>는 옴니버스에 가까운 구성을 취하고 있어 구분이 용이했을 뿐 미국의 얼굴을 다면적으로 짚어낸다는 점에선 <인히어런트 바이스>와 마찬가지이다.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인히어런트 바이스>로 향해 올수록 점점 더 미국의 현재, <매그놀리아>의 위치에 가까워지므로 작품이 짚어내야 하는 미국의 얼굴이 좀 더 잡탕에 가까워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연출이 비정형적인 것은? 위에서 나는 <매그놀리아>는 질문하는 영화이고, <펀치 드렁크 러브>는 (조금 성급하게) 대답하는 영화이며, <데어 윌 비 블러드> 이후의 작업은 미국의 역사를 되짚어가며 다시 그 두 편의 시간대로 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다시 <매그놀리아>의 질문에서 <펀치 드렁크 러브>의 대답으로 향해 가는 작업이라 말했다. 그렇다면 작품을 거듭할수록 <매그놀리아>의 상대적으로 정형에 가까운 연출에서 <펀치 드렁크 러브>의 상대적으로 비정형에 가까운 연출로 향해가는 것도 내겐 당연해 보인다. 폴 토마스 앤더슨은 이미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마스터>로 향할 때 이미지 위주로 숏들을 이어붙여 가면서 훨씬 불친절한 연출 방식을 택했고, 이는 일부 관객들에게 알맹이가 없는 그저 이미지일 뿐이라며 욕먹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또한 종종 서사의 방향을 잃어버리기까지 할 정도의 혼란스러운 연출은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서사를 강화시키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극중의 남성들은 무식하게 힘만 쓸 줄 아는 인물이거나 약에 취해 있는 인물이거나 자신의 정체성 자체가 흐릿해져 버린 인물이거나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는 인물이거나 '영화 배우'이거나 '영화 배우를 꿈꾸는 경찰'이거나 '영화에 심취한 변호사(재포니카의 아버지의 로펌 명은 부히즈-크루거이다. 누가 봐도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 부히즈와 <나이트메어>의 프레디 크루거에서 따온 듯한 이름이다.)'이다. '영화'에 관련되어 있는 이들의 얼굴은 똑같은 영화만 24시간 보는 정신병자들과 그 영화 대사를 줄줄 읊는 의사의 얼굴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얼굴들의 대표 격인 '약쟁이' 닥과 '영화 배우로 인정받고 싶은 경찰' 빅풋은 내내 대립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영화 막판에 얼굴을 맞이하고 같은 말을 읊조리더니 닥은 눈물을 흘리고 빅풋은 닥의 약을 집어삼킨다. 빅풋은 말한다. "난 네 형제가 아니야." 맞는 말이다. 그들은 형제가 아니라 서로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닥과 빅풋, 그 외의 다른 남성들은 결국 모두 <데어 윌 비 블러드>의 다니엘과 일라이, <마스터>의 프레디와 랭커스터처럼 미국이란 하나의 얼굴의 다른 면에 불과하다. 코이의 죽음과 부활을 말할 때 익살스러운 '최후의 만찬' 패러디가 등장하는 것도 어쩌면 미국의 뿌리인 기독교의 예수까지 한 데 포섭하여 이야기하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모두 <마스터>의 프레디와 랭커스터처럼 그리고 이 영화 속 코이처럼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불안에 시달리며 그들이 심취한 '영화'가 그러하듯 이미지에 불과한 인물들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정체성의 불안은 어디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단 말인가? . 그 대답은 이 영화의 서사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 영화 속 남자들은 계속해서 발로 뛰고 이런저런 조사를 하고 소동들을 벌여대지만, 정작 그들의 노력으로 사건이 진척을 이루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극중 인물들이 계속 무언가를 하는데 이야기가 계속 빙빙 도는 것 같고 관객들이 서사를 따라가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실제로 뭔가 풀리고 있는 것이 개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영화에선 프레임 안에 여성이 등장할 때마다 이야기가 수채구멍 뚫리듯 한 단계 나아가곤 한다. 애초에 이야기의 발단도 샤스타의 등장과 함께 이루어졌고, 영화 초반 닥이 가장 중요한 정보를 얻는 것은 리트 이모를 통해서이며, 초중반 서사를 전진시키는 것은 대부분 제이드를 통해서이고, 영화 중후반부에 가장 중요한 조사들은 대부분 검사 페니 킴벌의 몫이다. . 프레임에 중심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분명 남성들인데, 영화 내내 극중 남성들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 타자화하는 시도들을 지속적으로 하며 우월한 위치를 점하는 듯 보이는데, 이상하게 남성들만이 등장할 땐 꽉 막혀 있던 이야기가 여성들이 등장할 때 전진하는 것, 바로 이것이 이 영화의 혼란스런 연출이 이 영화의 서사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의도는 다른 연출 요소들을 통해서도 드러나 보인다. 닥과 빅풋의 통화 씬의 교차편집에서 계속해서 주변을 돌아다니는 빅풋의 아내와 샤스타의 동선을 굳이 이어가며 보여주는 것이 그 단적인 예일 것이다. 또한 영화는 닥이 제이드의 편지를 읽는 씬에서처럼 여성의 편지를 제시할 때 그 편지를 읽는 이의 목소리가 아니라 그 편지를 쓴 여성의 목소리로 꼭 보이스오버 나레이션을 넣는다. 그리고 심지어는 주인공인 닥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한 1인칭 나레이션조차도 닥 자신이 아닌 여성 캐릭터인 소틸레주의 목소리를 빌린다. . 일을 해결하려 고군분투하는데도 일의 시작과 핵심 역할과 그 마무리를 모두 여성에게 넘겨야 하며, 영화를 동경함에도 영화 속 화자의 역할까지 여성에게 넘겨야 하는 이 영화 속 남성들은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를 통틀어 가장 무력하다. 그 연장선 상에서 영화의 엔딩을 보면, 닥과 빅풋의 재회 씬 이후 소틸레주의 나레이션이 흐르고, 그 뒤 마지막 숏이 소틸레주와 관련된 위자 보드의 기억을 회상하는 샤스타와 함께 하던 때를 회상하는 닥의 여성에 대한 이중회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견 <마스터>의 엔딩 숏에서의 프레디의 퇴행 상태를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닥의 눈 위로 빛이 내리쬐고 내내 영화 안에서 빙빙 돌던 다른 남성들과 달리, 소틸레주의 보이스오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카메라를 바라보며 씩 웃어보이며 제4의 벽을 뚫는 닥의 모습은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불안을, 자신의 옆의 여성의 존재를 똑바로 인지하게 되는 깨달음에 이르렀으리란 기대를 갖게 한다. . 폴 토마스 앤더슨의 <팬텀 스레드>가 오늘 개봉했고, 나는 아직 그 영화가 영국을 배경으로 했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주연을 맡았으며, 간만에 남성-여성 투톱의 인물 구성을 취했다는 것 외엔 그 영화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감히 예상해 보건대, <인히어런트 바이스>의 닥의 웃음으로 폴 토마스 앤더슨은 비로소 새로운 답을 할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치고, 역사적으로 미국의 기원인 영국을 배경으로, 자신이 미국의 가장 예전까지 거슬러 올라갔던 <데어 윌 비 블러드>의 주연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다시 캐스팅하여, 새로운 버전의 <펀치 드렁크 러브>를 찍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돌고 돌아 새로 내린 그 대답, 혹은 새로운 질문은 어떤 모습일까? <팬텀 스레드>가 더욱 궁금해진다.
최플린
4.0
PTA가 난잡하게 보여주는 미국 자본주의의 속내. 마약한듯한 이 분위기에 취한다
케이크
5.0
약쟁이 히피 탐정의 기묘한 모험. PTA 미치광이 로맨스 삼부작 : Punch Drunk Love, Inherent Vice, Phantom Thread 1. Inherent Vice는 타고난 연약한 성질 때문에 해상 보험 적용이 안되어 배에 실을 수 없는 물건들을 말한다. Eggs break, Chocolate melts, Glass shatters. 인간으로 치면 현실에 발을 디딜 수 없는 부류들. 타고난 반골 기질. 쉽사리 휘발되는 것들에 대한 예찬. 역설적으로 두 히피 커플을 무사 귀환하게 하는 히피의 고유 하자들. 2. 작은 대사 하나 하나가 퍼즐 조각처럼 짜맞추어 지면서 입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데, 한 눈에는 시야에 들어오지 않지만 점점 그 장엄한을 느끼게 되는 거대한 건축물을 거닐다 온 것 같다. 그리고 더 대단한 것은 그 건축물이 헤로인 연기로 만들어진 신기루일지도 모르겠다는 점을 뒷견에 멤돌게 하는 그 마법같은 신비로움이다. 보르헤스의 소설에 대한 나브코프의 유명한 비평문을 떠오르게 한다. '거대한 건축물을 구경하고 밖을 나왔다고 생각했을 때, 고개를 돌아보니 뒤에 아무 것도 없었다.' 3. 세밀한 복선들. 예를 들어, 극초반에 Doc이 빅풋에게 끌려 갔을 때, 어딘가 반쯤 맛이 간 거 같아 보이는 어설픈 변호사(델 토로 역)에게 하는 빅풋의 대사 "Doesn't have much to do with your specialty, which i understand, marine law?"("이 봐라, 니 해양법으로 밥 먹고 사는 변호사 이 사건에 뭔 상관이가?") "야레 야레, 바다에서도 많은 범죄들이 일어난다구~" 같은 대화는 은근한 웃음을 유발하는 드립거리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배로 마약과 여성들을 밀수입하는 범죄 집단 골든펭에 대한 복선이다. 마찬가지로 코이 부인의 이빨도 골든펭의 정체에 대한 기깔나는 단서이자 복선으로써 착실하게 회수하는데, 결코 인과성이 떨어지는 작품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치밀하게 구성된 작품이다. 4. 맥거핀이라 불리는 극작술을 가장 훌륭하게 구사한 사례 중 하나로 기억되어야 할 영화. 5. 정상적으로 보였던 사람들이 미치광이들로 보이고, 히피들이 점점 정상적으로 보이는 순간이 이 영화의 백미. 미국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수직 결합된 (Vertically Incorporated) 정신병동 비즈니스, 즉 정신병자를 직접 생산해서 돈을 벌고, 동시에 정신병자를 직접 치료해서 돈을 버는 산업 복합체라고 말한다. (Inherent Vice나 Vertical Incorporate이나 모두 비문학적인 법률 비즈니스 용어들인데 그런 용어들을 문학적인 맥락에서 사용하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그리고 이 수직 구조가 이 영화에서는 여러 차원으로 얽기 설기 뻗어 있다. 6. 지극히 노멀한 남성으로 보였던 빅풋 역시도 마찬가지로 파트너를 잃은 PTSD에 시달리고 있는 정신병 환자다. 그 후유증으로 초콜렛이 발라진 바나나를 습관적으로 빨아 먹는데, 이는 극우 단체에 살해를 당한 빅풋의 파트너가 흑인이었음을 암시하고, 빅풋 아내에게 심한 구박을 받는 씬은 어쩌면 빅풋이 게이일지도 모른다는 점까지 암시한다. 약을 한사바리 우적우적 씹어먹고 현실을 탈출하고 싶은 인물은 누구보다도 빅풋일지도 모른다. 7. <LA Confidential>에서 묘사되었던 LAPD의 생활상들. 마치 연예인처럼 언론 매체의 노출에 신경쓰고, High-profile 사건에 집착하고, 재연 프로그램에 배우로 출연하는 등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데, 묘하게 빅풋이 헐리우드 스타 같은 느낌을 준다. Real Estate 광고에서의 빅풋이 이 영화에서 첫번째 등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FBI 요원들과의 면담에서도 '내가 당신들 에피소드 몇 편을 놓쳤죠?)라고 비꼰다. 실제의 현실에서 히어로 역을 맡은 정상 영웅과 <인히바> 월드 속에서 하자 영웅 사이의 대칭 구조. 화면 속의 정상 영웅들이 관객을 직접 마주하는 정면 앵글. 미키 울프먼의 결혼 생활을 matrimonial drama로 묘사하는 것도 마찬가지. 8. 나레이터가 극 중 인물로 존재하는 특이한 구조로 영화가 설계되어 있어 연기처럼 인물들이 화면에서 사라지는 디졸브 효과와 함께 주인공의 탐정 놀이가 더욱 환각적이고 몽상적인 느낌을 준다. 이 영화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Hallucinating 9. Chick Planet에서 pussy eating service의 광고판에서 여성 성기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점점 주인공이 음모의 거미줄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처럼 이미지를 연출했다. Welcome to the world of the inconvenience! <블루벨벳> 데이빗 린치에게 개미굴 클로즈업이 있다면, <인히런트 바이스> PTA에게는 음부의 구멍과 몇 가닥의 음모들이 있다. 10.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코이의 사진'은 '최후의 만찬' 속 예수처럼 연출되어 있는데, 이는 그가 다시 살아돌아 오는 결말과, 이에 덧붙여지는 redeem이라는 나레이션에서 결부되어지며, 정신병동에서 돌아오지 않는 소녀들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이 영화는 해변의 바다물의 세례 속에서 미국이 정화되고 파이오니어들의 바다로 부활하기를 몽상한다. 11. 이 영화의 첫번째 숏. 골목 골목이 이어진 집들 사이로 마주보이는 바다. 이 숏은 영화에서 유일하게 두 번 반복되며 영화 전체의 구조를 은유한다. 이 영화는 탐정 놀이로 엮어진 이야기의 골목 골목을 헤메다가 히피 연인이 거닐었던 과거의 해변을 다시 밟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그 길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이다. 그래서 약을 빨고 몽상한다. 그 몽상이 동일한 숏을 두 번 반복하는 이 영화가 꾸는 꿈이다. 그 위에 덧붙여 지는 황홀한 나레이션. She came along the alley and up the black stairs the way she always used to. 12. 아쉽게도 제대로 한글 자막이 안 되어 있다. 그래서 첫 관람 때 잘 못 이해한 부분이 몇군데 있었다. 예를 들어, 울프맨 부인을 찾아가는 씬 전의 나레이션은 'Shasta had mentioned possible laughing academy angle to Micky Wolfmann matrimonial drama.'는 '샤스타는 울프만의 가정 드라마(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부부 생활에 대한 비유)가 정신병원(laughing academy)으로 향하는 것(즉, 샤스타가 말한 울프만 부인의 음모)를 언급했다.'로 번역되어야 하는데, '샤스타가 울프만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 재밌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로 오역되었다. 이 오역 때문에 첫 관람 때, 울프만 부인을 찾아간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나레이션을 올바르게 번역하면 그 음모의 일부를 슬쩍 부인 앞에서 떠보면 어떨까? 하는 계획을 염두에 두고 찾아간 상황인 것이다. 근데 워낙 나레이션에 쓰이는 영어가 쉬운 영어가 아니라 고급진 미문이라 적합하고 맛깔나게 번역하기가 참 어려울 듯 싶다. 은근히 웃음 터지는 포인트들도 많은데 잘 만 번역되면 충분히 재밌고 대중적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야기의 뼈대는 '약 빨은 하드보일드+전여친과의 재회 로맨스+경찰과 탐정의 티격태격 브라더맨십' 전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것들인데, 개봉도 못 한 게 넘나 아쉬운 걸작.
다솜땅
4.0
이 영화를 보는데 5시간이나 걸릴 줄은.....;;; 다 봐도 연기처럼 머릿속이 또렷하지 않다....;;; 그녀를 찾기위한 노력인건가? 마약을 쫓기 위한? 아님 부자를 찾기 위한? 환경운동가를 위한? 절친같이 다가오는 형사를 위한? 어쨋건 모든 것을 관통하는 마약은 멍~~하게 밑에 깔리며 등자 인물들, 그리고 보는 나까지 취하게 만드는 듯... .ㅎㅎ #21.8.3 (926) #몇년동안 이 영화가 하드디스크에 들어있던 이유를 알겠다... 볼 용기가 안나서....ㅋㅋ
Jay Oh
3.5
어느 방향으로 휘고 흩어질지 모르는 연기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흐름. A film best inhaled.
이건영(everyhuman)
3.5
손에 잡히지 않는 초자연적 자각능력에 취해.
CHB
이렇게 모든 게 명징하면서 하나도 못 알아먹겠는 영화도 드물다. 언젠가 다시 봐야겠네, 하면서 넣어놓지만 그 언젠가가 다시 오지는 않을 것 같다. 머리로는 들어가도 가슴으론 들어가지 않는 이야기. 평들 죄 읽어봐도 다들 못 알아먹겠지만 분위기는 좋아요! 식이네. 얄팍하고 공허한 분위기 얻으려고 내 인생의 두 시간 반을 허비하고 싶진 않다. 나는 내러티브의 함의가 연출 속에 절묘하게 수렴하던 <리노의 도박사>,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펀치 드렁크 러브> 즈음의 초중기 PTA가 더 좋다.
콩까기의 종이씹기
3.5
사랑했으나 사그라진 것들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사랑해 보려고 한다. +) PTA 영화들 중에서도 감상 난이도가 가장 높다고 느꼈던 작품. 60년대 미국 사회와 관련된 모든 주제를 다 섞어놓고 하나하나 펼처놓은 뒤 마지막으로 히피 문화를 향한 자신의 애정을 보내는 영화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구석이 많지만 타국 관객에게는 소화하기 너무 버거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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