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도착
2장 바르나바스
3장 프리다
4장 여주인과의 첫 대화
5장 촌장의 집에서
6장 여주인과의 두번째 대화
7장 학교 선생
8장 클람을 기다리다
9장 심문에 대한 저항
10장 길거리에서
11장 학교에서
12장 조수들
13장 한스
14장 프리다의 비난
15장 아말리아의 집에서
16장
17장 아말리아의 비밀
18장 아말리아의 벌
19장 탄원
20장 올가의 계획
21장
22장
23장
24장
25장
작품해설 / “낯선 타향”- 혼돈과 미망의 불가해한 세계 경험
작가연보
발간사
성
Franz Kafka · Novel
4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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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겪는 실존의 부조리성을 초현실적으로 그려낸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카프카는 '고독의 3부작'이라 불리는 세편의 장편소설을 미완으로 남겼는데, 이들 중에서도 <성>은 작가의 집필 의도와 구상이 온전히 반영된 동시에 미로 같은 세계를 그려 여러 해석을 도발하는, 카프카가 남긴 작품들 중 가장 매혹적인 소설이다. 이번 창비세계문학 42번으로 선보이는 <성>은 막스 브로트(Max Brod)가 편집한 초판 대신 카프카의 유고를 토대로 맬컴 패슬리(Malcolm Pasley)가 편집한 비평판을 저본으로 삼았다. 카프카의 작품을 꾸준히 번역해온 권혁준 인천대 교수가 새로이 번역을 선보이며, 카프카가 구상한 결말과 개고 방향 등에 대해 충실한 주석과 해설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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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현대인이 겪는 실존의 부조리성을 초현실적으로 그려낸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카프카는 ‘고독의 3부작’이라 불리는 세편의 장편소설을 미완으로 남겼는데, 이들 중에서도 『성』은 작가의 집필 의도와 구상이 온전히 반영된 동시에 미로 같은 세계를 그려 여러 해석을 도발하는, 카프카가 남긴 작품들 중 가장 매혹적인 소설이다.
이번 창비세계문학 42번으로 선보이는 『성』은 막스 브로트(Max Brod)가 편집한 초판 대신 카프카의 유고를 토대로 맬컴 패슬리(Malcolm Pasley)가 편집한 비평판을 저본으로 삼았다. 카프카의 작품을 꾸준히 번역해온 권혁준 인천대 교수가 새로이 번역을 선보이며, 카프카가 구상한 결말과 개고 방향 등에 대해 충실한 주석과 해설을 담았다.
지상의 마지막 경계선을 향한 돌진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을 초현실적으로 그려내 싸르트르와 까뮈로부터 현대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추앙을 받은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는 1883년 프라하 내 소수 인구인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자수성가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독일계 학교를 거쳐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오후 2시에 퇴근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해 14년간 재직했다. 계속되는 파혼과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신경쇠약을 앓았고, 서른넷에 발병한 폐결핵이 점차로 악화되어 결국 1924년 마흔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러한 삶의 이력은 작가 카프카에게는 다만 자신의 “꿈 같은 내면세계”를 기록하는 작업의 이면에서 발생한 부수적인 사건이었다.
카프카가 작가로서 돌파구를 마련한 때는 1912년 9월 22일에서 23일 밤사이에 단편소설 「선고」를 완성하고부터였다. 같은 해, 그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 「변신」을 집필하고, 첫 작품집 『관찰』을 출간하게 되면서 직장 생활과 작가로서의 삶을 병행하면서 꾸준히 작품을 써나간다. 그러다 건강이 악화되어 1920년부터 1년 정도 휴식기를 갖고는 새 소설 집필에 매진하게 되는데, 이 작품이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인 『성』이다. 당시 카프카는 자신의 건강 상태와 글쓰기를 일컬어 “지상의 마지막 경계선을 향한 돌진”이라 표현했다.
하지만 『성』은 끝내 완성을 보지 못한다. 카프카는 평생의 지기였던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의 사후에 발견되는 모든 원고를 불태울 것을 요청하나, 브로트는 세편의 장편소설 『소송』(1925) 『성』(1926) 『실종자』(1927년 『아메리카』로 출간됨)를 직접 편집해 출간한다. ‘고독의 3부작’으로 불리는 이들 작품 중에서도 『성』은 카프카의 집필 의도와 구상이 온전히 반영된 동시에 해석이 불가해한 듯 보이는 미로 같은 세계를 그려 여러 해석을 도발하는 카프카의 대표작이 되었다. 즉 “모든 문장이 나를 해석해보라고 하지만 어떤 문장도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는 아도르노(Theodor W. Adorno)의 말이 반증하듯 신학적·종교적 해석에서부터 실존주의적, 정신분석학적, 전기적, 사회적 해석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관점에서 다층적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나 독자를 유혹하는 작품이다.
이번 창비세계문학 42번으로 선보이는 『성』은 브로트가 편집한 초판 대신 카프카의 유고를 토대로 맬컴 패슬리가 편집한 비평판을 저본으로 삼았다.『카프카 단편집』『소송』등 카프카의 작품을 꾸준히 번역해온 권혁준 인천대 교수가 새로이 번역을 선보이며, 미완성인 이 소설의 결말에 대해 카프카가 브로트에게 남긴 의견과 카프카의 개고 방향에 대한 설명 등을 담은 충실한 주석과 해설로, 이토록 여러 해석이 분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의 매력을 최대한 살려 독자가 저마다의 독법으로 이해를 구해볼 수 있도록 해석의 지평을 넓혔다.
성의 권위에 종속된 기형적인 다수에 맞선 이방인 K 그리고 카프카
눈이 내린 늦은 밤, 한 남자가 성에 딸린 마을에 도착한다. 토지 측량사라 자처하는 K는 묵을 곳을 찾아 여관에 들어 마을 사람들을 대면하게 되면서 줄곧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겪게 되는데 이때부터 한주 동안 K가 성을 드나들며 성의 관청으로부터 자신의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마을 처녀와의 결혼을 통해 이 마을 공동체에 편입되기 위해 벌이는 절망적인 투쟁이 『성』의 주된 줄거리를 이룬다.
K는 자신이 백작의 초빙을 받은 토지 측량사이고, 성에 대해 자신이 잠정적으로 아는 바란 “그곳 사람들이 훌륭한 토지 측량사를 찾아낼 줄 안다는 것뿐”이라고 자신만만해하나 마을 사람들이 보기에 그는 “전혀 토지 측량사 같지 않”고 “거짓말을 일삼는 천박한 부랑자, 아니 더 악질”로 보이는 행색이 몹시도 남루한 삼십대 남자, 마을에 어떤 해악을 끼칠지 모르는 이방인에 불과하다. K는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장래에 대한 기대를 품고 먼 길을 여행해왔으나, 정작 성은 규모나 외관 면에서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다가서려 할수록 오히려 멀어지는 듯 혼미한 인상을 준다. 또 학대를 당한 듯한 외모의 마을 사람들 역시 성의 관료들에게 맹목적으로 복종하며 성에 진입하려는 K의 시도를 방해하면서 자신들이 겪은 불가해한 사건에 그를 연루시키거나 풀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암시만을 늘어놓는다.
K는 이방인이자 아웃사이더로서 성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무조건적인 복종에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대응한다. K는 특히 성의 고위 관리인 클람과의 대면을 요구하면서 계속 금기와 맞서며, 이해할 수 없는 관습에 사로잡힌 마을 공동체에 상식과 계몽의 힘을 보여주려 애쓴다. 하지만 K의 연인인 프리다의 비난처럼 “분명히 모든 것을 반박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어떤 것도 반박된 것이 없”는 상황만이 되풀이될 뿐이다. 이러한 아이러니의 반복으로 미로 같은 세계가 형성되고, 수많은 물음이 빚어진다. K의 노력은 결국 실패하고야 마는가? K는 누구이며, 왜 그토록 성에 닿으려 하는가? 성은 과연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에 정작 소설은 너무도 많은 가능성을 제시하며 독자들을 유혹한다. 혹자는 ‘성’을 가부장적 권위로, K의 투쟁을 가장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본다. 정치적이고도 사회적인 투쟁으로 이해하며 20세기에 나타난 전체주의 체제의 권력구조를 그린 작품이자 현대 관료제에 대한 풍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성이 무의식의 영역 혹은 친밀한 가정의 영역과 대립하는 서류, 기록 등의 기호체계로 점철된 남성적 세계의 상징이라는 해석도 있다. 카프카라는 개인을 유대민족으로 확장해 서구사회에서 인정을 얻기 위해 헛되이 노력하는 유대민족의 상황을 묘사한 작품으로도 읽힌다. 심지어 혼인에 거듭 실패한 독신자 신세로 결핵을 앓으며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한 작가 자신의 실패한 삶에 대한 기술이자 글쓰기에 몰두하면서 자신의 삶을 고립시킨 예외적 존재에 대한 성찰의 기록으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해석을 아울러 결국 『성』은 작가로서의 삶을 산 카프카라는 한 인간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도달하려 했던 ‘지상의 마지막 경계선’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 경계선은 토마스 만의 표현대로 ‘전적으로 자전적인 소설’로 체현되었다.



진태
4.5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카자흐스탄의 이름 모를 마을에 도착해 살아가야 한다면
CHB
이 소설 속에서 K는 외부인이다. 실제 외부에서 틈입해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소설이 끝날 때까지 어떤 거대한 굴레,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채―그다지 K는 이 부조리하고 멍청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 듯하다―그저 외부에 서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때로는 신랄하게 따져 묻기도 한다는 점에서 정신적, 사상적 외부인이기도 할 것이다. K가 이해하지 못하는 마을의 정서적 분위기, 그 중심에는 공포가 있다. 막대한 권력을 가진 성의 관리들에게 자칫 잘못 보였다간 아말리아 댁처럼 파멸하게 되며, 제 보잘 것 없는 생활이라도 근근이 영위하고 살겠다면 그저 노예처럼 설설 기는 수밖에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눈치를 보고, 살아남기 위해 그저 기다리며, 살아남기 위해 할 말이 있어도 닥치고 산다. 먼 과거에 쓰여진 작품이지만 이것은 달리 보아 먼 미래의 디스토피아처럼도 느껴지는데, 그도 그런 것이 부와 권력의 편차가 막대해진 먼 미래에는 그저 닥치고 설설 기는 것만이 내 생활을 영위하는 유일한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이 작품이 얼마나 모던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시적인 디테일을 제껴놓고 배면에 깔린 정서를 들여다보았을 때, 어느 시대의 어느 시점에라도 불현듯 찾아들 수 있는 악몽 같은 현실처럼 이 소설이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디테일이 빈약한가, 그 시대에만 어울리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소설 속에서 가장 중요한 에피소드로 다뤄지고 있는 아말리아 댁 이야기를 해보자. 권력자인 소르티니가 권력을 등에 업고 폭언이 섞인 추파를 아말리아에게 던지는데―현대의 법으로 따지면 어느 모로 보나 이것은 성폭력이다―, 그것을 찢어버리고 헤렌호프로 가지 않고 정조를 지켰다는 이유로 아말리아 댁은 파멸한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리 소르티니가 폭압을 시도했어도 아말리아가 헤렌호프로 갔어야 맞다는 생각을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고―심지어 올가와 그의 아버지 어머니도 겉으로 아말리아를 힐난하진 않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아말리아에게 무언의 항의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어찌 됐건 아말리아 때문에 그들의 안온한 생활이 돌이킬 수 없이 부서졌다는 것은 자명하니까―시스템에 굴복하지 않는 사람을 오히려 저들이 먼저 매장해버림으로써 시스템을 공고히 유지시킨다. 부조리한 시스템은 이제 이들에게 너무나 당연하고 그것을 반향 없이 유지하는 것만이 평화, 라고 믿어버리고 있는데 그런 부조리한 평화 속에 계속해서 돌멩이를 던져넣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주인공 K다. <소송>을 포함한 카프카의 전작들을 통틀어 K는 가장 능동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이렇게 말하면 혹자는 어떻게 이런 인물이 가장 능동적일 수 있는가 하겠지만 카프카의 소설 세계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그나마 가장 사이다 같은 인물이다), 시스템에 그저 파묻히기보다 적어도 발버둥이라도 쳐 보겠다는 무기력한 결기 같은 것으로 가득한, 아주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다. 어찌 보면 K는 반영웅 담론으로 이해해도 무방한 인물이다. 겉보기엔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이용하고, 오로지 자신의 생활을 정착시키는 데에만 관심을 지닌 이기적인 인물로 비춰지지만 결국 그가 정착시키려는 것은 이 모든 부조리를 뒤흔들어놓을 평화, 안온한 시스템을 붕괴하고 그 자리에 진정한 의미의 평등을 가져다 놓는 것, 바로 그것일 테다. 이 미완의 소설 속에서 그는 실패했고, 적어도 성공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길이 느닷없이 끊어져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고무적인 것은 그가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우리는 여전히 부조리한 시스템 한 가운데에서 이것이 부조리한 것인지도 모른 채 살고 있고 그렇다면 적어도 발버둥은 쳐봐야 하지 않겠냐는, 카프카 말년의 묵묵한 한숨처럼 내게 이 소설은 느껴졌다. 미완의 소설이 이토록 형식적으로 아름다웠던 전례가 있는가. 어떤 장편 소설도 결국 완성하지 못한 채(<성>, <소송>, <실종자> 모두 미완이다)또한 결국 저 스스로의 인생도 제대로 완결짓지 못한 채 짧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카프카를 대신해 이제 우리가 끝나지 못한 소설의 뒤를 해피 엔딩으로 메울 차례다.
134340
5.0
카프카를 읽을 때는 너무 괴롭지만 읽고나면 이상하게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고 한결 가벼워진다. 앞으로도 영원할 인생 최고의 작가.
김채원
5.0
카프카의 성은 독일에 사는 외국인들,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이다. 이 작품은 매번 알맞은 서류를 가져가도 그날 관청 직원의 컨디션에 따라 일을 처리할 수도, 처리하지 못 할 수도 있어 항상 알쏭달쏭한 기분을 느껴야하는 우리 한인동포들의 직접적인 경험담을 서술한 것과 진배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미친 공무원들의 나라 도이칠란트... 만일 당신이 다음 생을 계획하고 있다면 유럽의 백인 공무원으로 태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해주겠다. 이 족속들은 내 몇년의 유럽생활에서 도출하기를 건물주를 제외한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돈을 편히 버는 것들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본인은 열린책들판 성의 5장에 나온 면장과 K의 대화를 읽으며 광광 오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국어로 된 서류와 영어로 된 서류를 원본과 사본까지 2부씩 프린트 해 갔으나 받아줄 수 없다며 세번이나 퇴짜를 놓고 면장처럼 한 문장 갖고 계속 꼬투리를 잡던 관청 직원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녀는 일견 상냥해보였을지언정 어쩔 수 없는 독일의 공무원이었던 것이다. 융통성 제로의 땅 도이칠란트... 본인이 짬밥이 부족해서 실존주의적 해석이나 다른 관점에서의 해석은 잘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말할 수 있겠다. 이것은 미래의 암트(💖독일관청💖)에서 고통받을 2010년대의 모든 ‘K’im Chae Won, 나아가 한국의 얼을 지닌 ‘K’orean people에게 바치는 심심한 위로의 글이라고... 당케... 카프카...
전뚱이
4.5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우 기괴하고 비현실적이며 의식의흐름처럼 아무렇게나 전개되는것 같아 난해하지만 카프카 특유의 매우 세세한 설명충과같은 서술기법으로 그들의 처지가 묘하게 수긍이가게되는것 또한 있는것이었다
머야 고스
4.5
읽고 잤더니 구체적이고 생생한 악몽을 꿈 ㅠㅠ
한탄
그러면 차라리 기다리면서 만나지 못하렵니다.
제갈준
4.0
…어느새 윤곽이 가물거리기 시작한 성은 여느 때처럼 조용한 모습 이었다. K는 아직 한 번도 거기서 사람 사는 기척을 느낀 적이 없었 는데, 이렇게 멀리서는 전혀 뭘 알아볼 수 없는데도 두 눈이 욕심을 부려 정적을 가만두려 하지 않는 듯싶었다. 성을 보면 누가 가만히 앉아 앞을 바라보는, 그렇다고 생각에 빠져 모든 것과 단절된 게 아 니라 마치 보는 사람도 없이 혼자 있다는 듯 자유롭고 무심하게 보 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더러 있었다. 어떻든 누가 K를 보고 있음은 분명했지만 성은 조금도 평정을 잃지 않았으며 - 그게 원인인지 결과인지 모르지만 -관찰자는 눈길을 그대로 놔두지 못하고 슬그 머니 딴 데로 돌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인상은 일찍 찾아든 어두 움 때문에 오늘 더 강해졌는데, 그가 오래 보면 볼수록 더욱 알아볼 수 없었으며 모든 게 어둠 속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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