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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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굴뚝새는 자기 영역에 들어온 작은 새들을 죽인다. 어치는 다른 새들의 새끼를 잡아먹는다. 시인이자 수필가인 마거릿 렌클이 관찰한 미국 남부의 울창한 자연은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세계다. 하지만 마거릿 렌클은 자신의 정원에서 박새를 죽인 집굴뚝새를 미워하지 않는다. 귀여운 갈색빛 몸과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가진 집굴뚝새의 난폭한 본능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 작은 몸을 갖고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특성일 뿐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그 누구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렌클이 죽은 박새를 발견했던 둥지는 잠시 비워졌다가 다른 박새의 안식처가 되었다. 렌클은 아름답고도 무심한 야생 생물들을 바라보면서 삶에 관한 지혜를 배운다. 미국 남부 지방 대가족 출신인 그녀는 수많은 친척과 함께 성장해 왔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만큼 많은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다. 죽음은 아름답게 찾아오는 경우가 별로 없다. 노쇠함은 늙어 가는 당사자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에게도 짐을 지운다. 멋진 추억을 함께했던 기억들은 늙고 병든 몸을 가진 오늘 앞에서 쉽게 휘발해 버린다. 렌클은 자신과 남편을 키워 주었던 어른들을 돌보게 될 때마다 그렇게 지쳐 버리는 마음을 다독여야 했고, 그런 그녀에게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것이 바로 정원에 찾아오는 온갖 생물이었다. 지금껏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기쁨이나 오늘을 무사히 보내야 한다는 절박함마저 지니지 않은, 오직 ‘지금’만을 향해 모든 에너지를 모으는 작은 동물들. 어느 청설모는 ‘청설모 방지 새 모이통’에 입을 들이대고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씨앗을 하나씩 뽑아 먹는다. 그때 ‘지금’은 끝을 모른 채 이어진다. 그 작은 동물의 배가 부를 때까지. 태어나는 삶도, 저물어 가는 삶도 모두 각각의 기적적인 ‘지금’들을 갖고 있다. 치열하게 먹고 먹히면서도 꿋꿋이 번성을 꾀하는 자연의 흥망성쇠는 이 책 속에서 하나로 이어진 흐름처럼 느껴지며, 거기서 탄생과 죽음은 공평하게 존중받는다. 자신의 온 삶과 이 세상을 허허로운 따뜻함으로 둘러싸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익숙하고 포근한 이불 같은 온기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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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4.5
어머니 폰을 만져주다 우연히 여동생이 어머니에게 일방적으로 보낸 톡들을 봤다. 뭐 먹고 싶은건 없어. 놀러 갈까. 뭐해 엄마.가 가득했다. 결혼하더니 철이 들었나보다라고 좋은듯 귀찮은듯 하셨지만 난, 이 녀석도 나처럼 무서워하고 있는 건 아니어야할텐데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나이가 들어도 상실은 두렵다. 아니 점점 두려워진다. 수 차례 겪어 봤음에도, 당연하게 다가올 일임에도, 정작 내게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일임을 알고 있음에도 무섭다. 가족이라는 얇은 포장지 하나가 주는 포근함 때문이 아니라, 그 포장지의 생채기들을 같이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된다는 사실 때문에 무섭다. 읽었다는 사실이 행운 같았던 책이다. 자연에게는 피식도 포식도, 죽음도, 상실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데 인간은, 아니 나는 왜 이리도 두려워하나 아래 긴 발췌 비통함, 그것은 고통이라는 천으로 거칠게 짜인 이너셔츠가 아니다. 그건 너, 너라는 존재, 너라는 형체에서 서로에게 매달려 있는 세포들, 세상에서 너의 일을 하는 근육들이다. 그리고 그것도 너의 다른 피부처럼, 너의 다른 눈처럼, 너의 다른 근육처럼 시간 맞춰 변할 것이다. 시간은 너를 요구한다. 너의 배가 물렁해지고, 머리카락이 희끗해지고, 손등의 피부는 할머니의 그것처럼 느슨해진다. 너의 비통함의 피부도 느슨해지고, 물렁해지고, 너의 날카로운 부분을 용서하고, 너의 딱딱한 뼈를 가릴 것이다. 너는 새로운 형태로 깨어날 것이다. 예전의 너로 깨어날 것이다. 내 말은, 시간이 예전의 너에게 새로운 형태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내 말은, 너는 나이가 들었고, 비통할 일이 없고, 새로워졌고, 쇠락했다는 뜻이다. 너는 둘 다이다. 항상 둘 다일 것이다.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다. 두려워할 것이 전혀 없다, 봄 속으로 걸어 나가라, 그리고 보아라. 새들이 합창으로 너를 반긴다. 꽃들이 얼굴을 돌려 너를 바라본다. 그늘 속에서는 여전히 축축한 작년의 마지막 나뭇잎들이 고약한 냄새 그리고 희미한 가을의 냄새를 풍긴다.
leo
3.0
아직도 야만적이었던 그 시절 미국에서 감내할 수 밖에 없던 인생사… 습작이라 소재도 왔다갔다하고 내용이 이어지지는 않지만 출퇴근 길에 지하철에서 읽기 괜찮다
아몬드꽃
3.5
작금의 미국에도 아직까지 이런 책이 나오고 읽힌다니 그저 놀랍다.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어 버렸나. 읽는 내내, 번역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책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과 풍경에 대한 묘사가 아주 많고 문장도 길고 생소해서 읽어내기가 쉽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과 마음을 사로잡는 구절들을 몇몇 건져 올릴 수 있었기에 품을 들일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사랑과 상실, 비통함과 아름다움, 결여와 풍성함, 장구함과 찰나에 대해 고요히 묵상하게 하는 책이었다. 자꾸만 구글 이미지와 구글 지도를 검색해 작가가 무엇을 보았고 어디에 있었는지 가늠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또한 나의 뿌리와 나의 우주(p.38)와 지금 나의 위치에 대해서도 자꾸만 생각하고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었다.
yves
3.5
안녕, 내 것이었던 적 없는 사람아 돌아와도 변하는 건 없다고 너는 나를 떠난 적 없으니
허쓰루머쓰루
3.0
설령 개자식을 만나게 되더라도 언제든 돌아오라는 말
고정규
3.5
삶에서 내내 이별이 스치운 기억들.
나지수
3.5
순간 순간 읽히는 상실의 감정. 이를 끄집어내는 추억과 느낌들.
웅트리아
3.5
글로 그려진 그림. 마중을 위한 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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