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소개하다
1부 전화받다
2부 운반하다
3부 요리하다
4부 청소하다
마무리하며: 쓰다
어떤 동사의 멸종
한승태 · 에세이/사회과학
4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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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 《퀴닝》(‘인간의 조건’ 개정판)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두 번째 책 《고기로 태어나서》로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교양 부문)을 수상한 작가 한승태가 ‘사라지는 직업들의 풍경’을 기록한 《어떤 동사의 멸종》을 펴냈다. 여러 보고서에서 지목한 ‘기술의 발달로 머지않아 대체될(사라질) 직업’ 가운데 그 확률이 높은 네 직업의 어쩌면 마지막일 모습을 담고자 했다. 작가가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느끼며 기록한 네 직업은 ‘콜센터 상담, 택배 상하차, 뷔페식당 주방, 빌딩 청소’다. 책 제목과 연관 지어 ‘동사’로 표현한다면 각각 ‘전화하다, 운반하다, 요리하다, 청소하다’이다. 작가는 이들 직업을 두루 겪으며 그 풍경의 안과 밖을, 그 가운데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세세하게 담아냈다. 이들 ‘직업-동사’를 미화하지도 않는다. 다만 작가는 그 어둡고 무거운 풍경을 익살스럽고 유쾌하면서도 쓴맛을 다시게 만드는 작가 특유의 문체로 들려줄 뿐이다. 어둡다고 안 보이게 하거나 무겁다고 짓눌리게 하지도 않는다. 이들 ‘직업-동사’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모습을 그는 풍자와 해학이 담긴 실없는 농담과 비유를 섞어 드러내며 우리의 가슴께를 찌릿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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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인간 사회라는 야생에서
멸종되어 가는 몇몇 직업―동사의 이야기
첫 책 《퀴닝》(‘인간의 조건’ 개정판)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두 번째 책 《고기로 태어나서》로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교양 부문)을 수상한 작가 한승태가 ‘사라지는 직업들의 풍경’을 기록한 신작 《어떤 동사의 멸종》을 펴냈다. 여러 보고서에서 지목한 ‘기술의 발달로 머지않아 대체될(사라질) 직업’ 가운데 그 확률이 높은 네 직업의 어쩌면 마지막일 모습을 담고자 했다.
작가가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느끼며 기록한 네 직업은 ‘콜센터 상담, 택배 상하차, 뷔페식당 주방, 빌딩 청소’다. 책 제목과 연관 지어 ‘동사’로 표현한다면 각각 ‘전화하다, 운반하다, 요리하다, 청소하다’이다. 작가는 이들 직업을 두루 겪으며 그 풍경의 안과 밖을, 그 가운데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세세하게 담아냈다. 이들 ‘직업-동사’를 미화하지도 않는다. 다만 작가는 그 어둡고 무거운 풍경을 익살스럽고 유쾌하면서도 쓴맛을 다시게 만드는 작가 특유의 문체로 들려줄 뿐이다. 어둡다고 안 보이게 하거나 무겁다고 짓눌리게 하지도 않는다. 이들 ‘직업-동사’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모습을 그는 풍자와 해학이 담긴 실없는 농담과 비유를 섞어 드러내며 우리의 가슴께를 찌릿하게 만든다.
우리 모두는 그 풍경 속의 당사자이거나 관찰자다. 어느 쪽이건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이다. 한 치 앞을 모른다는 측면에서 어쩌면 우리 모두가 당사자다. 하여, 거스를 수 없는 시대 변화의 길목에서 우리가 지을 수밖에 없는 표정이 있을지 모른다. 아마도 그 표정을 이 책을 읽을 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으리라.
‘이세돌은 과연 알파고에게 졌을까, 이겼을까?’ 이 질문이 아직은 유효하다고 믿는다. ‘터미네이터’의 시대, ‘메트릭스’의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그 질문의 답이 무엇일지, 그게 어떤 결말을 의미할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읽는다’라는 동사마저 위태로운 지금, 그 질문에 쉽사리 답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사라진다는 직업들의 ‘고통 욕망 색깔 냄새 맛’을 기록하다
기술 발전으로, 특히 AI 기술 발달로 지금 세계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한다. 당연히 모든 발전에는 대가가 따른다. 산업혁명 덕분에 인류의 생산력은 높아졌지만, 한편에서는 방직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19세기 초 절박한 현실에 내몰린 노동자들이 일으킨 기계 파괴(러다이트) 운동을 우리는 지금도 기억한다.
작가 한승태는 자신의 방식으로 소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관통한다. 그는 국내외에서 발간된 보고서에서 머지않아 사라진다고 지목한 직업 가운데 넷을 골라, 그 직업들의 ‘비망록’을 남긴다. 그는 자신의 직업조차 머지않아 AI에 대체될 것이라고 판정받은 ‘작가’로서 “대규모 단종이 예고된 ‘인간의 노동’이라는 카메라를 통해 오늘날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자 한다.
책에는 각 부 머리말에 각 직업의 대체확률을 표기했다. 작가가 왜 네 직업(콜센터 상담, 택배 상하차, 뷔페식당 주방, 빌딩 청소)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는 지표이자, 여러 기관과 대학이 예측한 각 직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수치이기도 하다. 본문에는 그 밖의 다른 직업을 언급한 부분에 대체확률을 표기해 읽는 재미를 더했다.
어떤 직업이 대체되거나 인간의 특정 노동이 사라진다고 하는데, 동시대를 살아가는 글쓰기 노동자로서 그 풍경을 기록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처사이다. 그의 말대로 “직업이 사라진다는 것은 생계 수단이 사라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는 그 직업, 곧 “노동을 통해 성장하고 완성되어 가던 특정한 종류의 인간 역시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이 책은 ‘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이자 그 직업에 속한 인간종(種)에게 작가가 표하는 ‘경의’이기도 하다.
전화받다, 운반하다, 요리하다, 청소하다―그리고 소개하다, 쓰다
전화받다 ―콜센터 상담원
작가는 네 직업의 풍경 속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직업은 콜센터 상담원이다. 유수의 기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직업의 대체확률이 무려 0.97~0.99에 이른다(1에 가까울수록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 직업이 얼마나 끔찍한지는 작가가 책 서두에 밝혔다. 이 책의 표지 그림에 등장하는, 뭐든지 물고 삼킬 듯 생김새가 무시무시한 ‘아귀’라는 생물에 콜센터를 비유했을 정도다. 소위 감정노동의 ‘끝판왕’ 자리에 있는 직업답게, 콜센터 상담사는 고객들의 말도 안 되는 언어폭력과 직장 내 비인간적 처우에 내몰린다. 아무 권한이 없어 고객의 컴플레인을 그저 받아내야 하는 이들 노동자들은 어느 고객의 말마따나 (고객들의) “감정처리”를 목적으로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이런 일자리는 그냥 사라지는 게 더 낫겠다”고 작가는 여겼다. 하지만 책을 완성할 즈음 한 은행이 인공지능 상담원을 도입하면서 상담사 200여 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을 돌려달라고 영하의 길거리에서 소리쳤다. 곧 사라질 직업과 사라지는 편이 나을 직업 사이에서 그들의 노동은 곧 움직임을 멈출 동사가 되어갔다.
운반하다 ―택배 물류센터 상하차
옷장 깊이 처박힌 낡은 옷을 입은 작가는 우리를 두 번째 동사로 안내한다. 소위 ‘까대기’로 칭하는 물류센터 상하차 일이다. 이 일은 맞다, 생각만큼 힘들다. 오죽하면 작가가 “시도했고 버티기는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했을까. 아무튼 이 직업의 대체확률은 0.99다. 오래전부터 이따금 접하는 물류 자동화 같은 기사를 떠올려 보면 대체확률이 높은 게 이상하지 않다. ‘취업’의 문턱이 낮은,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포용력이 높은 일자리”에서 그는 중국에서 옷장사 하다가 망한 남자, 전직 노가다 출신, 온몸에 문신을 한 20대 관리자 등과 함께 일했다. 생명을 축내서 돈을 번다고 해야 할 그곳에서 작가는 ‘최고의 미스터리’를 경험한다. 절망의 광경이 아닌 어쩌면 희망의 풍경이다. “까대기하는 사람 중에 우울해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일은 노동자에게 자신의 삶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확실하게 전해준다. 막상 눈앞에 닥친 거대한 물류의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그곳 노동자들은 오롯이 지금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 그렇게 밤새 까대기에 체력을 모두 소진한 뒤 물류센터를 나섰을 때 햇빛은 그야말로 온몸을 비춘다.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노오오오란 해가 떠 있는 걸 딱 보고 있는데…. 그걸 뭐라고 할까, 아… 뭐라고 하면 좋을까…. 나 살 수 있겠다….” 이 직업-동사의 멸종은 무엇의 종말을 뜻할까.
요리하다 ―뷔페식당 주방
여러 보고서에서 대체확률이 0.96에서 무려 1까지 언급된 직업이다. 작가는 세 번째 장소인 뷔페식당 주방으로 손을 이끈다. 경력자를 유난히 원하는 직업 특성 탓에 주방 경력이 전무한 작가는 간신히 일자리를 구한다. 하지만 요리라고는 전혀 모르는 작가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간신히 자신의 몫을 해낸다. 정량화된 레시피대로 조리에 가까운 요리를 하는 뷔페식당이라지만, 세상에 어디 쉬운 일이 있을까. 문제는 분화된 파트 간, 그리고 주방과 홀 직원 간의 기 싸움이다. 여기에 관리자도 한몫한다. “주방은 정서장애를 유발하는 공간이다. 만족과 분노의 곡선이 주식시세마냥 널뛰기하는데 이런 증상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뚜렷해진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버티는 사람이 있다. 그 이유야 사람마다 각자 다르겠지만, 인원이 부족한 주방의 빈틈을 메우다가 스테인리스 볼에 고추장에 밥을 비벼 간신히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 있다. 그에게 ‘요리하다’라는 동사는 어떤 의미일까.
청소하다 ―빌딩 청소
청소는 대체확률이 그냥 1이다. 퍼센티지로 말하자면 100퍼센트라는 뜻이다. 여러 보고서의 전망에 따르면 청소하는 일은 확실하게 대체된다. 사실 이들 보고서를 작성한 기관과 대학 등 전문가들의



천수경
5.0
누가 내게 200년 후에도 읽힐 한국 작가를 묻는다면,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는 이름. 한승태. 문학도 종국엔 삶에 대한 르포, 마음에 관한 탐사 보도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그의 글들. 이전 책들 <인간의 조건> (<퀴닝>으로 이름 바뀜) 이나 <고기로 태어나서>와 마찬가지로 아쉬운 점들은 있다. 한승태는 거시적인 구조의 개선보다 당장 노동의 현장에 삼켜지는 미시적인 순간들을 이야기하는 데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고, 구조에 일조하는 죄를 따져 묻는 일보다는 그 동조에 배경이 될 수밖에 없는 삶에 빛을 주는 사람이라 그렇다. <고기로 태어나서>가 채식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기를 대놓고 머뭇거린 지점을 비판할 수 있듯, 이 책에도 누군가는 짚고 가야할 소심함, 혹은 지나친 관대함 같은 게 있다. 2024년도에 말해져야 하는 것은 인력사무소가 사랑방으로써 기능하던 때의 정다움보단 인력사무소의 쇠락이 노동자들의 안전과 어떻게 닿아있는지다. 오늘날 리튬 공장에서, 제지 공장에서, 건설 현장에서 죽는 이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그리고 애초에 위험에 더욱 노출되는 이유가) 인력이 동원되는 방식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위험한 환경에서 사람을 ’1일 단기‘로 쓰는 게 불법이다. 너무 오랫동안 무시된 규정이라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작가가 언제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하는 폭력적인 동료들의 가치관에 관해 다소 중립적이다. 온갖 것들을 독자가 배꼽 빠지도록 비꼬면서 여성 혐오나 시대착오적인 차별 따위는 그의 냉소가 닿지 않는 비무장지대로 방치한다. 노동 환경 바깥의 시간으로 형성되는 인간의 자질들은 감히 건드리지 않는 느낌. 노동 자체가 그 외의 시간을 위해 존재하는 경우가 보편적인만큼, 노동을 이야기하면서 그 바깥의 일상을 탐사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지 않나 싶었다. 특히나 폭력적인 언행을 일삼는 동료들이 일터를 괴롭게 만드는 풍경을 세밀화로 그려낼 거라면, 좀 더 나아갔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그 모든 부조리는 인간의 육체 안에서 다 이어져 있기에. 아무튼 아쉬운 점들을 비판하는 것조차 머쓱할 정도로 거의 책 전체를 밑줄 그으며 읽었다. 정말로 꼭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한승태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노지운
5.0
앞으로 이 사람이 써왔던, 쓸 모든 글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세일
3.0
후킹한 제목에 책을 사 읽게 됐다. 여러 힘든 일에 도전하는 작가가 참 대단하다고 느껴지지만, 글은 꽤나 아쉽다. MZ스럽다고 해야할까. 담담하게 보여주기만 했어도 충분히 공감될 내용들인데, 작가가 나서서 ‘어때? 더럽게 힘들지? 참으로 비통하지?’라며 온갖 비유를 섞으면서 부추기니 몰입이 깨지고 공감이 덜해진다. 재치있게 글쓰는 게 스스로 특기라고 생각하나본데, 나에게는 영 맞지 않았다. 책 이름인 ’사라지는 직업들‘ 또한 소재로만 활용 될 뿐이라는 게 가장 아쉽다.
정노
4.0
재밌는사람이네
여욱
4.5
노동, 노동, 그리고 노동.
애솔킴
3.5
여전한 필력이 반갑기도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마지막 장 자전적 픽션?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아몬드꽃
3.0
'겁나게' 힘들어 보이네. p175 일당을 받는 육체노동은 인생을 고체화시킨다. 물류센터에선 매일매일 내가 한 일의 성과를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쓸모 있는 무언가를 한다는 느낌을 한순간도 잃지 않는다. 이 일을 하는 동안 인생은 모호하기로 악명 높은 시간 개념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무언가, 두 손으로 꼭 붙들고서 집고 휘두를 수 있는 단단하고 구체적인 무언가였다. 그렇게 일을 끝내면 일당이 통장에 차곡차곡 쌓이더니 잔고의 앞자리 숫자가 변하는 것이 보인다. 마치 하루하루 레벨업을 하는 느낌이다. 물론 까대기가 성장시켜 줄 삶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하지만 온몸의 관절을 박살 내버리려는 듯 돌아가는 작업 속에서도 그 감각, 내 삶이 전진하고 있다는 감각만큼은 분명하게 전해진다.
이름
4.0
르포 작가로서, 뛰어난 관찰력, 섬세한 묘사, 재치있는 비유, 의미있는 결론으로 유도하는 스토리텔링이 좋다. 전작(고기로 태어나서)에서는 동물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절제한 것 같은데, 이번 책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하고 싶은 농담과 유머를 마음껏 구사한다. 아재개그를 쉼없이 하는 아저씨를 보는 것처럼 조금 위태롭기는 하지만, 워낙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아서 그러려니 하며 읽었다. 몸으로 부닥칠 때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명박처럼 다 해 본 사람 말고, 조지오웰처럼 다 해 본 사람이 진짜다. 이 작가는 제대로 해 보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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