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편의 다큐멘터리로 한국 관객에게 꾸준히 소개된 쥔트의 첫 번째 드라마다. 누군가가 누군가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는 사회의 이야기는 인간관계의 다큐를 만들어온 쥔트의 영화답다. 가족을 못 느낀 채 대리의 삶을 살아온 남자가 인공수정으로 태어나 아빠가 필요 없다고 여기는 소녀와 만난다. 그런데 이건 SF다. 태양열로 인해 낮엔 외출하기를 꺼리는 미래. 인적이 사라진 백주의 거리는 메말라 바삭거리는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이게 은유가 아님은, 그간 쥔트가 다큐를 찍으며 보았던 세상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생기가 사라진 풍경과 달리, 쥔트는 여전히 따뜻하고 정겨운 태도로 인물을 대한다. 적당한 멜랑콜리는 쥔트 영화 특유의 정서인데, 극의 말미에서 울컥하더라도 마음을 추슬러야 한다. 곧 크레딧에서 제목 뒤로 숨겨진 문구를 발견할 테니 말이다. (이용철)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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